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1)
필드의 외계인-31화(31/404)
제31화
1군 홍백전이 끝나고 친선경기 일정이 진행됐다.
리그 개막을 앞두고 몸 상태만 확인하는 수준이라 따로 중계는 하지 않았다.
[벨기에 1부 리그 로얄 샤를루아 SC].3 – 1.
[미국 프로 리그 FC 신시내티].6 – 0.
보카 주니어스는 특유의 닥공 축구를 선보이며 2전 2승을 거뒀고 유지우는 출전하지 않았다.
【 보카 주니어스, 친선경기 두 경기 연속 승리! 】
【 ‘공격 축구’의 보카, “공격은 우리의 자부심이다.” 】
【 남은 한 경기, ‘어린 왕자’ 유의 출전 가능성은? 】
대망의 세 번째 경기, [이탈리아 세리에A 토리노 FC].
전반전에 두 골을 뽑아내고 후반전에 한 골을 실점하며 2 – 1로 보카 주니어스가 리드를 잡았다.
“마누, 가서 유를 데리고 와.”
후반 70분.
워밍업 존에서 몸을 풀던 유지우에게 기회가 왔다.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조끼를 벗고 옆으로 온 유지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해야 할 건 알지?”
“네.”
“좋아, 들어가서 마음껏 휘젓고 와!”
토리노 감독 구스타보는 동료와 터치하며 필드로 들어오는 유지우를 쳐다봤다.
등번호 30번의 아시아인.
필드 위의 선수들과 다른 생김새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몸은… 왜소하군.’
데뷔전을 치르지 않아 유지우에 관한 데이터가 없었기에 구스타보는 그저 클럽이 키우는 수많은 유소년 중 한 명이라고만 생각했다.
‘어?’
하지만 플레이를 보자 무관심은 놀라움으로 변했다.
깔끔한 볼 터치와 원터치로 돌려놓는 감각적인 패스, 플레이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저 녀석은 누구지?”
구스타보 감독은 필드 위에서 가장 어린 선수가 보여주는 플레이를 보곤 놀랐다.
“유소년 출신의 아시아인이라고 합니다. 이름은 지우 유고 팬들 사이에서 어린 왕자라고 불리는 선수입니다.”
“어린 왕자?”
“유스 리그에서 기록이란 기록을 다 갈아치워서 팬들이 그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토리노의 수비진은 리그에서도 두껍다는 평이 많았다.
작년 시즌에 리그 5위를 할 때도 수비진이 버텨준 덕분에 가능했었다.
그런데 그런 수비진을 흔드는 작은 선수에게 구스타보는 시선을 빼앗겼다.
‘이대로 있다가 당하겠군.’
휙.
손을 들어 지시를 내렸다.
쿠—-웅!
잠시 후, 토리노의 왼쪽 풀백 오스바우두가 유지우에게 그림자처럼 붙어 마킹했다.
‘조그마한 게 잽싸네.’
오스바우두는 빠른 선수라도, 미리 길목을 알고 차단하면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선수였다.
실제로 리그에서 그런 식으로 막아낸 선수들이 여럿 있어서 빠른 발을 가진 선수를 상대하는 것에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상대에게.
투—웅.
스피드‘만’ 있을 때 먹히는 수였다.
유지우는 빠르기만 한 선수가 아니라 테크닉도 겸비한 선수였다.
볼을 부드럽게 감싸며 드래그 백을 하곤.
‘이 자식이!’
라 크로케타를 시도해 오스바우두의 타이밍을 빼앗곤 오른쪽으로 들어갔다.
오스바우두가 황급히 뒤를 따라오며 발을 뻗었지만, 유지우는 한발 빠르게 골대 앞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스르르르르륵.
부메랑처럼 휘어 들어가는 궤적.
볼이 낙하하는 지점에 있던 리카르도 메사가 헤딩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아쉽게 골대를 벗어나고 말았다.
“으아! 미안! 이게 빗나가네.”
“괜찮아요.”
유지우는 미안해하는 리카르도 메사에게 괜찮다고 해준 뒤에 자리로 돌아갔다.
침착함.
대범함.
유지우는 투입된 후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기회를 찾아갔다.
피지컬적으로 차이가 있으니 유지우는 그들보다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에 집중했다.
89분이 흐르고 1분이 남은 시간.
끄덕.
토리노의 역습을 차단한 보카 주니어스에게 공격권이 주어졌다.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볼을 받은 하비에르 카세로와 유지우의 시선이 마주쳤다.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눈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뻐—-엉!
팔을 쭉 뻗으며 강하게 깐 패스는 토리노 진영을 뚫어냈다.
그리고 수비진을 찢어버리며 오른쪽 측면에 있다가 중앙으로 침투하는 한 선수.
유지우였다.
“오오오오오오!”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게 라인에 절묘하게 걸쳐 있다가 단숨에 수비진을 녹여버리는 라인 브레이킹.
타다다다닷-!
토리노 수비진은 필사적으로 달렸지만, 탄력이 붙은 유지우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빌어먹을!’
따라갈수록 멀어졌다.
그리고 유지우는 자신의 앞으로 온 볼을 잡지도 않고 논스톱으로 왼발로 감아 찼다.
골키퍼는 오른쪽 공간을 차단하려다가 역동작에 걸려 얼어붙었고 볼은 왼쪽 상단 포스트를 맞고.
까—앙!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철렁-!
야신이 와도 못 막는 코스로 들어간 골을 본 토리노 감독은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저 속도는 대체 뭐지? 누가 필드에 치타 한 마리 풀어놨나?”
“와, 들어가는 속도가 미쳤네요. 짧은 순간에 폭발적인 속도를 냈습니다.”
“어린데도 대단해. 이대로 성장하면 저 녀석은… 세계에 이름을 날리는 선수가 될 거야.”
사람들이 놀란 건 슛도 슛이지만, 오프더 볼 상황에서 유지우가 라인을 파괴하며 침투할 때의 스피드였다.
몇 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에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토리노의 라인을 허무는 침투는 세계적인 선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압도적인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
한국에서 묶여 있던 족쇄를 풀고 자유로운 아르헨티나로 오자 유지우는 하루가 다르게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성장했다.
* * *
【 보카 주니어스, 친선경기 전승! 】
【 ‘어린 왕자’ 유! 환상적인 골로 인상을 남기다! 】
【 세바스티안 란첼라, “우리의 목표는 리그 우승.” 】
【 토리노 구스타보 감독, “보카의 어린 재능은 훗날 세계에 꽃을 피울 것.” 】
친선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자 팬 커뮤니티 사이트는 난리가 났다.
[상대 감독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대체 얼마나 잘했던 거야? 누가 친선경기 영상 좀 풀어줘라!] [공식으로 1군에 합류한 건가?] [아직 공식 합류는 아닐걸? 구단 사이트에 올라온 라인업에 앙헬 몰리야는 들어갔는데 유의 정보는 아직 없어.] [그나저나 친선경기 3전 전승은 꽤 괜찮은 지표지 않아? 앙헬 몰리야도 합류하고 새로운 선수들도 컨택 중이니까 이번 시즌은 뭔가 다를 거 같아.] [또 속냐? 우리는 늘 전반기는 잘하는데 후반기가 문제야. 체력 안배 못 해서 후반 되면 선수들 대부분이 퍼져서 아무것도 못 하고 역전당하잖아.]전문가들이 뽑을 때, 빠지지 않는 보카 주니어스의 고질적인 문제점.
‘얇은 선수진.’
‘주전 공격진의 노쇠화.’
그 때문에 주전 선수들이 혹사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노쇠화된 선수들이 빨리 퍼져 후반기가 되면 리그 성적이 처참해졌다.
【 ‘어린 왕자’ 유의 1군 합류에 대해 보카 주니어스는 ‘묵묵부답’ 】
【 세바스티안 란첼라, “유는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 우리는 최선의 선택을 할 것.” 】
그것을 극복할 방안으로 사람들이 뽑는 건 유지우를 비롯해 디에고 로시, 기예르모 다린, 라우타로 오르반 같은 유능한 유망주들의 1군 합류였다.
* * *
오전 훈련만 하고 오후에는 누나랑 메인 스트리트로 나갔다.
“오~ 너 이러니까 연예인 같은데?”
“…조용히 하고 가.”
혹시라도 누가 알아볼까 봐 마스크에 모자까지 완전무장을 해서 누나는 그걸로 놀렸다.
“누나.”
“왜?”
“한국 안 가?”
“갔으면 좋겠어?”
“누나가 아버지 대신에 한국 레스토랑 맡은 거 아니었어? 거기도 바쁠 텐데.”
“아버지가 없는 동안 운영은 영택이 삼촌이 하니까 아무 문제 없지롱.”
김영택이라고 아버지, 이채운 감독님과 죽마고우 삼촌이 계셨다.
아버지랑 같이 어릴 때부터 요리를 배운 분으로 아버지랑 동업하시는 분이었다.
“다빈 누나랑 주현 누나는 얼마나 있다가 가는데?”
그리고 또 하나.
2주 뒤에 누나 친구들까지 놀러 온다고 했다.
“…넌 걔네밖에 몰라?”
“누나 친구, 그 누나들밖에 없잖아. 그 성격에 또 다른 친구 사귀었을 리… 아! 아! 아파!”
누나는 냅다 내 귀를 잡아당겼다.
“어떻게 이놈이 보카의 어린 왕자라고 불리는지.”
“그 별명으로 부르지 마라.”
“어린 왕자~ 어린 왕자~ 어린 왕자~.”
“옷 안 사준다?”
“눼눼눼~.”
저런 사람이 한국에서 주목하는 젊은 셰프 10인 중 한 명이라니 진짜 우리나라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그렇게 누나랑 티격태격하며 도착한 곳.
옷을 사주기로 한 매장이었다.
깔끔하고 예쁜 옷이 많아 누나는 어머니 것도 산다며 해맑게 옷을 구경했다.
언제쯤 고르려나.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자.
“찌우! 맞죠?”
옷 가게 사장님이 날 알아봤다.
“하하하…. 네.”
“이쪽은 여자친구?”
“…친누나입니다. 그런 끔찍한 소리는 하지 마시죠.”
어떻게 그런 끔찍한 말을.
“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대신 제가 30% 깎아 드릴게요!”
“안 그러셔도 됩니다.”
“제가 해드리고 싶어서요! 그리고 실례가 안 된다면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그럼요.”
사장님과 사진을 찍고 종이에 사인까지 해주자 누나는 그걸 구경하더니 나에게 슬쩍 다가왔다.
“너 솔직히 말해봐.”
“뭘?”
“너 축구 할 때는 누가 너 몸에 빙의하고 그러지? 응? 맞지?”
…소설 좀 그만 보라니까.
* * *
친선경기 후,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리그 개막 때문에 구단의 모든 직원이 바쁘게 움직였다.
세바스티안 감독과 코치진들은 회의실에서 친선경기를 되짚어보며 선수들의 상태를 이야기했다.
그러던 중, 유지우의 히트맵이 화면에 나오자 ‘오.’ 감탄했다.
“허어.”
유지우의 각종 정보가 적힌 히트맵을 보다가 한 가지 부분에서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깜짝 놀랐다.
“순간 톱 스피드가 34km?”
속도 부분이었다.
“와, 이게 사실이면 유는 데뷔하지 않았는데도 세계적으로 발이 빠른 선수들과도 비슷한 수치를 기록한 겁니다.”
“놀랍네요. 클럽 내에서도 가장 빠른 기록입니다.”
“원래 누구였지?”
“하비에르가 31km.”
현재 세계에서 제일 빠르다고 알려진 레알 마드리드 제라르 레오가 38km인데 고작 열여섯의 유지우가 세계 톱 스피드와 비슷한 수준을 보여주자 코치진들은 흥분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 미친 녀석은 뭐 하다가 온 녀석이지?”
“저 나이에 저 속도라니…. 유의 허벅지는 다이아몬드로 되어 있기라도 합니까?”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열여섯의 어린 선수가 세계 최고의 선수와 비교할 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게.
“하하하하, 하비에르, 앙헬 몰리야를 꼭짓점에 두고 그 앞에 이 녀석을 두면 시너지가 엄청날 거야!”
“더구나 양발을 쓸 수 있어서 어느 위치에서 슈팅할 수도 있고.”
“이 녀석은 프리킥을 양발로도 차던데?”
“양발로?”
“한국 선수들의 특징이잖아. 양발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건.”
“프리킥 정확도는?”
“유스 리그에서 장거리 프리킥을 빼고 직접 슈팅한 것만 따지면 16번의 기회에서 오른발 7번, 왼발 5번, 총 12번 득점.”
성공률 75%, 수준이 낮은 리그라고 해도 엄청난 기록이었다.
“킥도 정확해?”
“스피드에 볼을 다루는 테크닉, 거기에 킥 정확도까지….”
이것을 들은 사람들은 다 똑같이 생각했다.
‘미쳤잖아!’
열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에는 세 가지 중 한 가지만 뛰어나도 유망주로 봤다.
아주 적은 확률로 만약 세 가지 부분에 모두 뛰어난 선수라면 세대를 대표할 선수가 될 자질을 갖췄다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긍정적인 의견이 나오는 사이.
쾅-!
회의장 문이 열렸다.
“레오폴도 코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1군 트레이닝 코치 레오폴도 모레아였다.
“무슨 일이야?”
세바스티안 란첼라가 묻자 레오폴도 코치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카를로스가 다쳤습니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