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10)
필드의 외계인-310화(310/404)
제310화
‘코리안 풋볼러브.’
한국 축구 너튜버 채널로, 다섯 명의 축구 애호가가 만든 채널이었다.
3명의 남성과 2명의 여성 멤버가 이끄는 이 채널은,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며 단숨에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여러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치며 300만 명의 구독자를 얻는 데 성공했다.
– 영국을 간다고?
그간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왔던 만큼, 그들이 새롭게 기획한 프로젝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는 ‘열세 살의 소년들.’
초등학생 중,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로 이뤄진 팀을 꾸려 해외 경험을 시켜주는 거였다.
– 쟤네들 하는 프로젝트 보면 한국 축구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거 같음.
– 한국 축구발전에 이바지하는 거지 ㄹㅇ
– 감독 차강식이 한다는 거 사실임?
– ㅇㅇ 오피셜 나왔더라.
– ㅁㅊ 프로 감독하다가 유소년 감독으로 가네 ㅋㅋㅋㅋㅋ
– 차강식이 예전부터 한국 유소년에 관심이 많았음.
– 도대체 얘네 섭외부터 진행 능력은 어디까지임?
차강식은 현역 시절 그저 그런 선수였다.
하지만 감독직은 달랐다.
서울부터 전북, 제주를 맡은 그는 우승 청부사라고 불릴 만큼 우승 커리어가 어마어마했다.
– 영국으로 가는 거면 갓지우도 만나려나?
–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아무래도?
– 국내에서 선수 발탁하고 2월 초에 넘어간다고 커뮤니티에 글 올라왔어.
– 3개월 프로젝트라고 하던데 맞아?
– 리그 종료까지는 있을 예정인 듯.
– 와… 애들한테 진짜 귀한 경험이 되겠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제작팀도 덩달아 바빠졌다.
“섭외된 학교들부터 돌아다닐 거니까 문제없게 준비하고.”
“네!”
“감독님은 오셨어?”
“한 시간 뒤에 도착하신답니다.”
“오케이, 그러면 우선 간단한 인터뷰부터 딴 뒤에 곧바로 오프닝 들어가자.”
그들은 회의하고 또 회의했다.
조금의 실수도 없어야 하는 프로젝트였으니까.
“저… 형님.”
“응? 왜?”
“영국에 가면 유지우 선수도 만날 수 있을까요?”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채널 대표인 조광수에게 향했다.
“모르지.”
유지우를 만날 수 있다면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본인들의 채널을 위해 바쁜 선수에게 연락하는 건 아니라는 게 그들의 판단이었다.
“운이 있으면 만나는 거고, 아니면 못 만나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는 준비한 것만 제대로 준비하자!”
* * *
삐—익!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한다! 다들 고생 많았다!”
아스날 선수들은 필드에 누워서 거친 숨을 내뱉었다.
“오전 훈련이라도 고강도로 하니까 힘들긴 마찬가지네.”
“감독님이 언제 대충하시는 거 봤어?”
“그런 건 없었지.”
“난 이제 익숙해졌어.”
오늘은 오전 훈련만 하는 날이었다.
당연하지만, 오전 훈련이라도 대충 진행하는 건 없었다.
가볍게 내부 트레이닝장에서 워밍업 후, 외부 트레이닝 장에서 고강도 전술 훈련을 해 선수들은 녹초가 되어 있었다.
“점심 먹고 갈 거지?”
“어, 오늘은 가족들이랑 시간 좀 보내려고.”
“지미는 잘 크고 있지?”
오전 훈련이 끝나고 오후는 자유롭게 휴식할 시간이 주어졌다.
선수들이 훈련을 마치고 흩어지는 와중, 유지우는 크로스백을 챙겨서 나갔다.
“유! 내일 보자!”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나가려던 유지우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운영팀 직원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인터뷰가 있다는 거 잊으신 건 아니죠?”
“…아.”
“하하. 그러실 줄 알고 단장님이 저를 보냈습니다. 오시죠, 믹스트존에 기자들이 모여있습니다.”
그는 운영팀 직원과 믹스트존으로 걸어갔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가벼운 인터뷰니까 5분만 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곤란한 질문은 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 편하게 하시면 됩니다.”
사전에 약속된 인터뷰인 만큼 구단 측에서 질문지를 사전 검열을 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자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유지우가 단상 위에 있는 자리로 가서 앉자 직원이 마이크를 가져다주며 인터뷰가 시작됐다.
“전반기에서 엄청난 성적을 내고 계십니다. 벌써 52개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는데요. 소감 한마디만 부탁드립니다.”
“시즌 초반에 말했던 목표와 가까워지는 것 같아 기쁩니다.”
공격 포인트 100개.
그는 신의 영역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뒤로도 여러 질문이 나왔다.
유지우는 차분히 답변을 해줬고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 나올 시간이 됐다.
“유! 세간에선 당신이 2033 발롱도르를 수상할 거라는 의견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장 뜨거운 주제는 발롱도르였다.
시상식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간.
현재 발롱도르 최종 10인까지 후보가 좁혀진 만큼 사람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그래도 제라르 아니야?’
‘난 유라고 봐,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리그 우승까지 했잖아.’
사람들의 최종 후보는 두 선수로 좁혀졌다.
제라르 레오.
유지우.
현시점 세계 최고에 가장 근접한 선수들.
기자들도 그런 것을 알기에 이런 질문을 한 거였다.
유지우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발롱도르는 제 꿈이기도 합니다. 수상을 하게 된다면 기쁘겠지만, 수상하지 못해도 아쉬워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 말은 본인이 수상하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건가요?”
“아쉽긴 하겠죠.”
기자들이 입을 열기 전, 유지우가 이어서 말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전 언젠가 수상할 거라는 자신감이 있으니까요.”
굳이 이번이 아니라도 됐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발롱도르를 수상할 자신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
기자들은 어린 선수가 밝히는 당당한 포부에 말을 잃었다.
* * *
12월 16일 경기를 앞두고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날, 양 클럽은 철저하게 준비했다.
맨체스터 시티 트레이닝 센터.
그들의 컬러인 푸른색으로 도배된 곳에서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삐—익!
“발을 쉬지 마! 아스날이랑 경기할 때도 그렇게 걸어 다닐 건 아니지?”
“아닙니다!”
“만약 지금처럼 행동하면 전반 1분이라도 난 너를 교체할 거다.”
과르디올라는 선수들을 타이트하게 관리했다.
다른 클럽도 아닌 아스날과의 경기.
클럽의 운명이 정해질 수도 있는 빅매치라 조금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았다.
“슈팅 훈련으로 마무리하고 오늘 훈련은 끝낸다!”
.
.
.
훈련이 다 종료됐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선수들은 미팅룸으로 모였다.
얼핏 보면 영화관처럼 생긴 구조지만, 그곳은 영상 분석을 하는 곳이었다.
“다들 왔나?”
선수들이 자리에 앉아 있자 과르디올라가 단상에 올라가 말을 시작했다.
“자세한 건 영상을 보면서 얘기하자.”
그가 손에 든 작은 리모컨을 누르자 단상 위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영상이 나왔다.
삑.
과르디올라는 중요한 장면에서 영상을 잠깐 멈춘 뒤, 설명을 이어갔다.
“보시다시피 아스날은 볼 전개 속도가 빠르고, 계속해서 뒷공간을 노리는 스타일로 나올 거다. 우리도 자주 당했으니까 이 위험성은 너희도 잘 알고 있겠지.”
지금껏 상대해온 아스날을 분석하며 호셉 과르디올라는 선수들에게 그들이 주의해야 할 점들을 주입했다.
“볼이 사이드에 있을 때, 우리는 길목을 막을 거야, 이게 무슨 말이냐면.”
과르디올라는 작전판에 붙은 자석을 움직이며 설명했다.
“유는 스피드가 빨라, 우리가 잡기가 힘들지. 지금까지 그한테 당해봤으니 너희도 잘 알 거야.”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머릿속으로 유지우를 떠올렸다.
항상 자신들의 앞을 막는 선수.
그리고 끝내 경기를 가져가 버리는 선수.
그는 알고도 막지 못하는 선수였다.
“무리해서 쫓아가지 마. 단순히 유가 들어갈 길목을 사전에 차단해.”
– “네!”
“만일 중앙에 볼이 있을 때는 차분하게 압박만 하면 돼, 사이드에서 뒷공간으로 들어오려는 것만 경계하고.”
– “네!”
선수들은 집중해서 과르디올라의 말에 집중했다.
영상이 계속 나왔고 과르디올라는 중요한 지점에서 멈췄다가 설명하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스윽.
“크리스나 마테오, 이 두 녀석은 패스 능력이 뛰어나 유가 어느 위치로 뛰든 그곳으로 보낼 정확도를 지녔다. 그들 사이의 공간, 그리고 유의 길목을 막으면 아스날도 섣불리 우리 골문을 노릴 순 없을 거다.”
그들이 가장 경계하는 선수는 당연하게도 유지우였다.
“유는 프리롤로 뛸 때, 파괴력이 굉장한 선수다. 그는 개인 플레이도 뛰어나지만, 이타적인 플레이에도 능숙해.”
그의 플레이가 나올 때는 작게 감탄도 섞여 나왔다.
그만큼 필드에서 그가 가지는 영향력은 절대 작지 않았다.
“그러니까….”
과르디올라는 멈추지 않고 설명했다.
유지우를 봉쇄할 방법을.
선수들은 그것에 집중했고 곧이어 끝이 다가왔다.
과르디올라는 본인들의 공격 방식도 설명하며 선수들의 역할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지정해줬다.
그렇게 끝난 뒤, 선수들을 보며 속에 담은 얘기를 꺼냈다.
“잘 들어. 이 경기는 우리가 리그 우승을 할지, 못 할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거야.”
“…….”
“만약 진다면 작년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확률이 커지지.”
“…….”
“하지만 난 믿는다. 너희는 세계 최고의 팀이야! 아스날 따위 이기고 다시금 프리미어리그 정상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증명하자!”
그들은 지난 두 시즌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이번만큼은 질 수 없다는 듯.
* * *
12월 16일, 경기 당일.
아스날 홈 애슈버턴 그로브로 향하는 인파는 긴 강줄기처럼 뻗어 있었다.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거리 곳곳에는 경찰들이 배치되어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했다.
삐—익!
언제나 안전을 위해 신경을 쓰는 경찰들이었지만, 오늘은 그 수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들이 이토록 철저히 신경을 쓰는 이유는 명확했다.
이번 매치에, 특별한 손님이 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거 사실이야?”
“뭐가?”
“이번에 왕가 식구들이 경기를 보러 온다는 소식이 있더라고.”
이 소식은 며칠 전, 커뮤니티를 달궜다.
《 영국 왕실 SNS에 올라온 아스날 vs 맨체스터 시티의 리그전, 그들이 온다? 》
어디서 나온 소식인지는 몰라도 꽤 신빙성이 있어 사람들은 왕가가 오는 게 아닐까 기대감을 품었다.
“찰리 6세가 시티 팬이라고 하지 않았어?”
“로즈 공주님은 아스날 팬이고.”
“이언 왕자님이랑 리처드 왕자님도 아스날 팬이라던데?”
“진짜?”
“암흑기 시절부터 두 왕자님이 SNS에 올린 사진들이 화제가 됐었잖아. 그 영향으로 로즈 공주님도 아스날 팬이 됐어.”
“와…. 왕가 사람들이 경기장에 오면 엄청나긴 하겠다.”
“두 클럽이 붙을 때면 왕가도 모여서 응원하고 그랬잖아.”
왕실 사람들도 사람이었다.
그들도 축구의 나라에 사는 사람답게 축구를 너무나도 사랑했다.
혹시나 왕실이 오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감과 같이 걸어가는 중.
“블루문~”
맨체스터 시티 원정팬 측에서 응원가가 흘러나왔다.
바로 건너편에 있던 아스날 팬들의 귓가에 고스란히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난 혼자가 아니야.
내 가슴 속에 꿈이 있어.
나만의 사랑이 있어.”
그것을 듣자 아스날 팬들도 맞대응했다.
“북런던이여 영원하라, 비바람이 몰아쳐도! 이 거리가 우리의 것이니!”
그들의 응원가는 점차 고조됐다.
인원수가 많은 아스날 팬들의 목소리는 점점 퍼지며 거리를 울렸다.
붉은 물결이 요동치는 곳.
“그리고 내 심장은 결코 그대를 떠나지 않으리라! 내 피가 영원히 그대를 타고 흐를 테니!!!”
아스날 홈팬들의 목소리는 이 거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보여줬다.
그렇게 향한 애슈버턴 그로브.
평소보다 많은 경찰 병력에 사람들이 놀란 것도 잠시.
그 이유가 밝혀졌다.
“어!”
“왜 그래?”
“저, 저기!”
한 팬이 가리킨 곳.
그곳의 전광판에는, VIP석에 앉아 있는 중년 남성이 일어나 손을 흔드는 게 모습이 잡혔다.
“우리 왕이시다!”
“오! 소문이 사실이었어!”
“왕실 분들 전부 왔는데? 이게 맞아?”
“오오오오오-!!!”
영국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영국 왕가 식구들 전원이 경기장에 온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