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14)
필드의 외계인-314화(314/404)
제314화
33-34시즌 전반기가 종료되며 프리미어리그 순위가 공개됐다.
『 1위 / 아스날 19전 16승 3무 [51점] 』
『 2위 / 맨체스터 시티 19전 14승 3무 2패 [45점] 』
『 3위 / 첼시 19전 13승 4무 2패 [43점] 』
『 4위 / 리버풀 19전 13승 3무 3패 [42점] 』
빅4의 순위 경쟁은 치열했다.
전력 보강을 해서 우승을 노리는 클럽들.
그러나 아스날이 맨체스터 시티를 잡으면서 1위로 치고 나갔다.
【 프리미어리그 전반기 1위 아스날, 이대로 무패 우승까지! 】
【 첼시, “이대로 멈춰있을 생각은 없다.”
【 맨체스터 시티, “시즌은 이제 절반이 흘렀을 뿐.” 】
【 리버풀, “진정한 붉은 돌풍이 어떤 것인지 후반기에 보여주겠다.” 】
아스날이 이러한 성적을 낼 수 있던 요소는 선수들의 활약 덕분이기도 했지만, 뒤에서 묵묵히 지탱해준 코치진들의 힘도 있었다.
“이제 전반기가 종료됐네요.”
그들은 19라운드가 끝나고 다음 날.
휴식날에 맞춰 폴 사르가 제안한 식사 자리에 모였다.
“다들 모였군.”
제일 마지막에 도착한 사람은 폴 사르였다.
“주문할까요?”
“먹고 싶은 걸로 시키지.”
주문을 마친 코치진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나눴다.
좋은 경기력을 내기 위한 고민으로 늘 긴장 속에 보냈지만, 전반기를 1위로 마친 지금만큼은 그들도 마음을 놓고 즐길 수 있었다.
코치진들은 모처럼 술까지 곁들이며 즐겁게 식사했다.
“후우.”
“왜 그래 다니엘?”
“그냥….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아서. 예전에는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잖아.”
그중에서도 가장 감정이 풍부한 다니엘 프리먼 코치가 푸념을 늘어놨다.
그 말에 코치진들은 일제히 멈추고 그 말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자, 예전의 기억들이 하나둘씩 스쳐 지나갔다.
“암흑기를 겪을 때는 다들 기뻐하는 표정을 보지 못했지….”
유지우와 황금 세대들이 오기 전의 아스날.
그때는 암흑기를 걷고 있던 때라 비난은 비난대로 받으며 힘들었었으니까.
“이제야 하는 말인데. 난 그만둘까도 생각했었어.”
“이해해요. 스트레스 때문에 병원에 간 게리도 있잖아요.”
“하하! 두통 때문에 병원에 실려 갔었지.”
“…그때 얘기는 갑자기 왜 꺼냅니까?”
게리 코치는 머쓱하게 웃었다.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 탈모가 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제법 시간이 흘러있었다.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요즘은 더는 머리가 빠지지 않았고 오히려 윤기가 날 정도였다.
“탈모 특효약은 승리라니까.”
“맞아, 아스날 팬들 머리는 우리가 책임진다! 흐흐.”
그 뒤로도 코치진들은 옛날얘기를 나눴다.
처음 만났던 일.
암흑기 시절에 연패했던 일.
팬들에게 욕이란 욕은 다 먹던 시절.
그들이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던 것도 다 지금의 성적이 좋기 때문이었다.
“말하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 수다쟁이들이 여기 다 모였군.”
“감독님도 만만치 않으면서 그러신다!”
“자자, 옛날이야기는 묻어두고 앞날 이야기도 해야지! 그러기도 시간이 아깝잖아!”
“맞습니다!”
“앞으로도 감독님만 따라가겠습니다!”
“아스날을 유럽을 넘어 전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만드는 그날까지!”
전반기가 끝나 여유가 있다곤 하지만 코치진들은 만취할 때까지 먹지 않았다.
딱 취기가 느껴질 정도만 먹고 자제했다.
잠시 후, 식사 자리가 끝나자 폴 사르는 코치진들을 보며 말했다.
“남은 후반기도 최선을 다해 무패 우승까지 가보자.”
폴 사르의 말에 코치진들은 활짝 웃었다.
“당연한 소리를!”
“무조건 가야죠!”
“남은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할 겁니다!”
“오! 좋네요! 게리의 머리카락으로 길을 만들어가죠!”
“…악마 같은 다니엘.”
“게리 울잖아!”
“네 머리는 언제나 멀쩡할 거 같아!”
“싸우자는 말로 알아들으면 되지?”
선수들의 사이만큼이나 코치진들의 사이도 좋았다.
‘신뢰.’
어쩌면 이것이 아스날이 리그 1위를 달리며 유럽을 휩쓸 수 있던 원동력이 아닐까.
* * *
【 발롱도르 시상식 】
‘누가 수상할까?’
레알 마드리드 제라르 레오.
아스날 유지우.
후보는 두 선수로 좁혀졌다.
전 세계 축구팬들이 높은 관심을 가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제라르 레오가 리오넬 메시가 세운 발롱도르 최다 수상인 7연속 수상의 기록을 넘을지.
아니면 유지우가 아시아 최초이자 비유럽인, 그리고 호나우두 이후 21세의 발롱도르 수상자가 될지.
‘누가 타던 역사가 되긴 할 거야.’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곳은 대한민국이었다.
연신 뉴스에 소식이 보도되며 유지우의 수상 가능성을 살폈다.
【 ‘아시아 최고.’ 유지우, 발롱도르 최종 10인 안에 들다! 】
【 유지우, “모든 건 신의 뜻대로.” 】
【 대한민국이 낳은 축구의 신, 과연 아시아 최초 발롱도르 수상자가 될 수 있을까? 】
이러한 높은 관심 속에 한국 공중파 SMC 방송국은 축구 레전드들을 불러 토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02년의 전설.
그리고 해외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선수들이 패널로 합류했다.
“선배님 오랜만입니다.”
“오! 은퇴했더니, 어째 얼굴이 더 좋아진 거 같다?”
많은 이목을 끄는 사람은 박찬우였다.
“하하, 먹고 싶은 거 먹고 자고 싶은 대로 자고 하니까 몸이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해서 다른 선배들이 이루지 못한 굵직한 기록을 남기고 득점왕까지 차지했던 선수.
한때 대한민국을 이끈 주장으로서, 축구계에서 그의 입지는 대단했다.
“은퇴하고 나면 그 달콤함이 좋지.”
“아주 달콤해서 당뇨에 걸릴 것 같습니다.”
“푹 쉬어, 그동안 달려오기만 했는데 이제 좀 쉬어야지.”
“네! 선배님!”
“조만간 술 한잔하자, 내가 잘 아는 조개구이집이 있는데 거기가 음식을 잘하거든.”
“언제든 전화 주십시오!”
박찬우는 방송국에 모인 레전드 중에 막내라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선배들에게 인사했다.
선수 시절부터 예의 바르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선수라 선배들도 웃으며 맞이해줬다.
* * *
잠시 후.
국민 MC라고 불리는 장철환의 진행으로 토크쇼가 시작됐다.
“연말 특별방송 ‘유지우, 세계로!’의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정말 특별한 분들이 와주셨는데요! 먼저 신정현 씨! 요즘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하면서 유머러스한 말들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알고 계십니까?”
“축구만큼이나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 시청자분들이 좋게 봐주시는 거 같아 기쁩니다.”
2002 전설이자, 첫 프리미어리거 신정현.
여전히 그의 존재감은 한국 축구계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를 시작으로 패널들의 토크가 시작됐고 어느덧 박찬우의 시간이 됐다.
“박찬우 선수는 유지우 선수가 세우는 수많은 기록을 어떻게 보십니까?”
“기록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게 아니니, 언젠가 깨져야 합니다. 제가 한국 축구에서 세운 기록을 유지우 선수가 깨줘서 아쉽지는 않고 기쁠 뿐입니다.”
그는 진심이었다.
자신이 세운 기록들.
그것들을 깨는 후배를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저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때 이룬 것들이 많이 없습니다. 뛰면서 한 시즌 득점왕을 해보긴 했으나 무관에 머물렀죠.”
이것이 축구팬들이 박찬우를 안쓰럽게 보는 가장 큰 이유였다.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며 위상을 드높여준 선수.
그런데 우승컵이 없다는 것이 박찬우를 싫어하는 팬들에게는 공격거리가 되었다.
‘아시아용 선수.’
월드클래스라는 얘기가 많았지만, 극성으로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박찬우는 늘 그것이 스트레스였다.
아시아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나.
세계 최고의 자리에는 오르지 못한 한이었다.
그래서 박찬우는 진심으로 후배를 응원해줬다.
“그래서 유지우 선수가 아무도 범접하지 못할 대기록을 세워줬으면 좋겠습니다.”
유지우는 아르헨티나 리그부터 프리미어리그까지 기록행진을 하는 중이었다.
누구도 이루지 못하는 그런 기록들을.
“다음 주제는….”
축구 레전드들의 이야기로 프로그램이 풍성해졌다.
PD도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고 방송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이 거의 다 될 무렵.
방송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다다라 최종 질문이 나왔다.
“최근 이슈인 유지우 선수의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레전드들은 한 명씩 자기 의견을 말했고 곧이어 박찬우의 차례가 됐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발롱도르는 모든 축구선수의 꿈과도 같습니다. 선배님들이 말씀처럼 유지우 선수가 수상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박찬우는 찰나의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꿈이었던 것.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닿지 못했던 것.
그것을 눈앞에 둔 후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짧게 말했다.
“유지우 선수가 발롱도르를 수상한다면 대한민국 역사는 물론 아시아 역사에 이름이 새겨질 겁니다. 저는 그가 모든 아시아 축구선수들의 꿈이 되었으면 합니다.”
본인은 꿈만 꿨던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를 바라며.
* * *
12월 31일.
연말이 되면서 가족들이 런던으로 모두 모였다.
오랜만에 북적이는 런던 집 마당.
부모님은 시즌 시작부터 함께 런던에서 지내고 있었지만, 누나인 유민하는 오랜만에 봐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래서 요리 프로그램까지 찍으시겠다?”
큰 이슈는 유민하가 요리 프로그램에 나간다는 거였다.
“응.”
“축구 프로그램 찍으면서 가능해?”
유민하는 지금도 바쁜 스케줄을 소화 중이었다.
메인인 레스토랑부터 그녀들의 리그 방송 출연, 거기에 더해 요리 프로그램까지 나간다니까 가족들 걱정이 컸다.
“겨울이라 시즌 잠깐 쉴 때, 파일럿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거라 문제 될 건 없어. 그리고 훈련도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서 하는 거라 시간도 여유가 있고.”
“뭐 누나가 그렇게 결정했으면 해야지.”
“…뭐가 이렇게 쿨해?”
“반대라도 해줄까?”
“그건 아니지…. 너 솔직히 말해봐, 나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있긴 하지.”
“응? 뭔데? 자수하면 한 번은 용서해줄게.”
유민하는 마당 파티룸에 채워지는 음식들을 세팅하고 있다가 유지우를 바라봤다.
“내가 시티를 찢어버렸잖아.”
“…….”
“그것도 가로로 아주 예쁘게.”
리그 19라운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의 분기점으로 알려졌던 경기.
유민하는 유지우를 응원하긴 했지만, 여전히 마음속에는 푸른 피가 꿈틀거리는 시티의 팬이었다.
“…….”
그대로 말문이 막힌 유민하에게.
“다음에는 세로로 찢어줄까?”
유지우는 카운터 펀치를 날렸고 손에 든 음식을 조심스럽게 테이블에 내려놓은 유민하는 유지우를 째려봤다.
“야-!”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남매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평화롭게 인사를 나눴다.
.
.
.
해가 지면서 하늘이 아름답게 물들었다.
유지우의 가족들은 파티룸에 모여서 연말을 기념하여 샴페인을 곁들여 밥을 먹었다.
“사람들을 초대 안 하니까 조금 허전하긴 하네?”
“덱스랑 명훈 씨도 초대하면 좋을 텐데.”
“휴가 줬어요. 연말이랑 새해는 가족들과 보내야죠.”
“그래, 그 말이 맞네. 잘했다.”
“그리고…. 이번 연말은 우리 가족들끼리 보내고 싶었어요. 조용히.”
“이런 시간도 좋지.”
가족들은 그렇게 식사를 끝냈다.
후식으로 과일을 먹는데 유민하가 슬쩍 말을 꺼냈다.
“한국에서 발롱도르 시상식 때문에 말 엄청 많은 건 알지?”
현재 최고 관심 주제인 발롱도르 수상.
당사자인 유지우는 어머니 서설희가 깎아준 사과를 오물오물 씹으며 말했다.
“알지.”
“…부담은 느끼지 마!”
“안 느껴, 수상 못 해도 내가 축구를 못 하는 것도 아니고 다음에 수상하면 되지.”
유지우도 발롱도르를 신경을 쓰고 있긴 하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괜히 자신이 조급해하면 가족들이 마음 쓸까 봐.
“우리도 지난번처럼 발롱도르 시상식에 참여해야 하지?”
아버지 유한우의 말에 유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2일에 출발하기로 했으니까 다들 준비해야 해요.”
“비행기표는 저번처럼 구단에서?”
“아, 구단주님이 전용기 타고 가래요.”
“…응?”
“전용기?”
“너 저번에 산다는 거 산 거야?”
가족들은 전용기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아직 내건 사지 못했고 구단주님이 본인 거 같이 타고 가재 감독님이랑 같이.”
가족들은 항상 느꼈지만,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아스날의 구단주가 유지우를 얼마나 아끼는지.
그렇게 2034년.
1월 1일, 새해가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