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15)
필드의 외계인-315화(315/404)
제315화
1월 3일.
새해가 되면서 세계인의 이목은 프랑스로 향했다.
【 2033 발롱도르 시상식 】
전 세계 축구인들의 축제와도 같은 날이기에 반응이 뜨거웠다.
세계에서 단 한 명만 받을 수 있는 상.
그 상의 시상에 참여하기 위해 유지우는 동료 선수들과 프랑스로 향했다.
“전용기도 이렇게 좋은 걸 탈 수 있다니, 이거 아스날로 돌아갈 때 구단주님 선물이라도 사 가야겠는데?”
전용기 안에는 유지우의 가족들을 비롯해 초청받은 크리스티안 페레스, 데릭 레드먼드, 카를로스 로호, 폴 사르의 가족들도 함께였다.
“상만 가져가도 좋아하실걸?”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말에 카를로스 로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는 말이야. 구단주님이 가지고 싶은 게 상 말고 더 있을까?”
“맞아, 솔직히 가지고 싶은 건 다 가질 수 있는 분이잖아.”
구단주는 오일머니로 세계에서 100대 부자 안에 드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필요한 건 돈으로
살 수 있는 물질적인 게 아닌 트로피와 같은 명예였다.
“꼭 가져가자.”
“뭐가 됐던 두 개 이상은 가져가야지.”
“카를로스는 관심 없는 거 같던데? 오기 전에 프랑스 맛집은 어떤 게 있는지 물어보더라고.”
“내, 내가 언제!”
카를로스 로호는 보카 주니어스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유지우와 비슷하게 차가운 면이 있었다.
그런데 아스날로 오면서 성격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선수들과 장난도 치고 여러 맛집을 찾아다니며 아르헨티나에 있는 보육원 아이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쟤 머리에는 먹을 것밖에 없을 거야.”
그들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고 그렇게 몇 시간의 비행을 끝낸 뒤.
도착한 프랑스 파리.
비행기에서 내려 프랑스의 땅을 밟자 유민하는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전용기가 이렇게 편했다니.”
프랑스로 오는 내내 유민하는 전용기를 실컷 즐기면서 연신 감탄했다.
“너는 언제 사?”
“구단주님이 기회가 되면 다음 달 초쯤에 전문가를 소개해주겠다고 말씀하시긴 했어.”
“앞으로 너도 비행할 때는 저런 거 타고 다니는 거야?”
“그러겠지?”
“…와, 미친.”
“부러우면 누나도 하나 사.”
“…놀리는 거지?”
“응?”
“내가 평생 벌어도 못 사는 거 알면서!”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이게! 저번에 덜 맞았지?”
그렇게 유지우와 가족들은 즐겁게 이야기하며 이동했다.
그들의 숙소는 FIFA 측에서 마련해준 호텔이었다.
5성급.
로얄 스위트 룸에서 유지우는 느긋하게 저녁을 먹고 자려고 했는데.
“유-! 이거 먹어봐! 이 앞에 베이커리에서 샀는데 엄청 맛있어!”
카를로스 로호가 노크하는 바람에 일어나 문을 열었다.
“너희는 안 쉬어?”
“후반기도 타이트하게 달려야 하는데 오늘 하루 정도는 놀아야지.”
그리고 뒤에서 나타난 크리스티안 페레스까지.
“…난 카를로스한테 잡혀 왔어.”
“자! 빵 먹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해보자고! 친구들!”
“들어와.”
일찍 쉬려는 계획이 틀어지긴 했지만, 유지우는 미소를 지었다.
친구들하고 같이 지내는 것이 마냥 즐거웠으니까.
* * *
다음 날.
발롱도르 시상식 당일.
이른 아침부터 프랑스 파리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일반 사람들 사이에 카메라를 든 취재진이 많았고, 그중에선 한국에서 온 취재팀도 있었다.
“장비 다 챙겼지?”
“네!”
“좋아, 역사적인 시상식이 될 수 있으니까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해.”
원래 한국에서는 발롱도르 취재팀을 따로 꾸리지 않았다.
그간 한국인이 수상하는 일은 전혀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유지우가 수상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니, 한국 방송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잠시 후.
서서히 몰리기 시작하는 사람들.
각국의 취재진은 지정된 자리에서 카메라를 세팅했다.
“오-! 유!”
“유가 왔군!”
“인터뷰는 어디서 하지?”
“빨리! 움직여!”
그때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유지우가 등장했다.
“카메라 전부 유한테!”
“조금도 놓치지 마!”
세계 최고의 반열로 우뚝 선 선수.
그를 취재하기 위한 열기가 뜨거웠다.
“…이거 우리는 끼어들 자리가 없겠어.”
“어떻게 하죠?”
“빨리 자리를 잡아!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한국 취재진은 유럽 취재진에게 밀려 살짝 뒤에 있었다.
유지우의 인터뷰는 진행됐고 그들은 뒤에서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인터뷰가 마무리될 때쯤.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죠?”
유지우는 취재진팀을 향해 손짓했다.
“네!”
“여기서 만나니까 반갑네요.”
“네, 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질문을 몇 가지 해도 괜찮을까요?”
“그럼요, 멀리서 오셨는데 당연하죠.”
“감사합니다!”
유럽과 남미의 전유물인 발롱도르 시상식.
그곳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여준 선수를 보며 취재진은 울컥했다.
유지우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줬다.
“지난 시즌 우리는 환상적인 시즌을 보냈고 그 기억들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에 큰 동기가 될 것입니다.”
“발롱도르 수상 예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민한 질문에도 유지우는 차분히 답변해줬다.
“발롱도르 시상식에는 승자와 패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가 수상하지 못하더라도 수상한 선수를 존중해줄 생각입니다.”
발롱도르 시상식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짧게 한 마디만 부탁드립니다.”
“목표라면 트레블과 반년 남은 월드컵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것입니다.”
당당한 포부를 밝히자 취재진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인터뷰가 끝난 뒤, 유지우는 선수들을 위해 마련해둔 자리로 이동했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 자연스레 말을 걸어왔다.
“오랜만이다, 유.”
시상식장에서 유지우에게 다가와 인사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러게요. 제라르.”
제라르 레오였다.
“미리 축하라도 해야 하나?”
“무슨 소리세요. 축하는 제가 해야 할 거 같은데.”
두 선수가 만나는 모습에 모두가 웅성거리며 쳐다봤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선수인 제라르 레오와 그를 위협하는 라이벌 유지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회하지 말죠.”
* * *
【 LIVE) 2033 발롱도르 시상식 】
발롱도르 시상식은 예외적으로 국내에도 생중계가 됐다.
유지우의 수상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진 덕분이었다.
사람들은 기대감을 품은 채, TV 앞으로 모였다.
– 역사 써보자!!!
– 제발 ㅠㅠㅠㅠㅠㅠ 우리도 발롱도르 선수 보유국 좀!!!
– 갓지우님 ㅠㅠㅠ
– 수상하면 그 순간 바로 거리로 나가서 춤춘다.
– 윗댓 인증샷 좀요.
– 유럽 놈들…. 비유럽인은 안 준다면서 제라르 레오한테 주는 거 아니야?
발롱도르 투표 방식이 예전과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비유럽인이 수상하기엔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유지우 전 아시아 최고라고 불리던 박찬우도 발롱도르 12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10위 안에 든 건 유지우가 유일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심 걱정했다.
유지우가 수상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 솔직히 갓지우가 안 받으면 누가 받냐?
– ㄹㅇ 32-33시즌 날아다녔음.
– 리그 우승에 챔스 우승, 이 커리어에 안 받으면 그게 이상함.
– ㅋㅋㅋㅋㅋ 아니 득점 신기록에 신기록이란 신기록을 다 갈아치우는 선수를 안 주면 누가 받겠냐?
– 그래도 부담은 주지 말자, 못 타더라도 상관없잖아.
– …상관있지.
– 32-33시즌 갓지우 폼 봐라 안 주면 그게 비리다 ㄹㅇ
– 그냥 폭격도 아니고 원자폭탄을 투하했는데 ㅋㅋㅋㅋㅋㅋ
국내 여론도 유지우가 수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해당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가운데, 발롱도르 시상식이 막을 올렸다.
【 아시아 최초 발롱도르인이 탄생할 것인가. 】
【 한국 축구 레전드, “그의 수상을 간절히 원한다.” 】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이 프랑스로 이목을 집중하는 순간이었다.
* * *
시상식에는 현역 선수 외에도 축구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사람들이 대거 참석했다.
시상식을 진행하는 MC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들은 은퇴한 레전드와 매 경기를 중계하는 캐스터였다.
“유, 긴장되지?”
옆에 앉은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말에 유지우는 웃으며 말했다.
“조금은.”
긴장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었다.
하나, 이미 정해진 답에 걱정을 해봐야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심경을 이해했는지 주먹을 가볍게 맞댔다.
잠시 뒤, 본격적인 시상이 시작됐다.
“첫 번째 순서는 21세 이하 선수 중, 최고의 활약을 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시상자로는….”
21세 이하 최고의 선수에게 수상하는 골든 보이를 시작으로 여러 항목의 수상자가 정해졌다.
*골든 보이 – 아우미르 파투 [바르셀로나]
*올해의 팀 – 아스날.
*베스트 11
디에고 로시[맨체스터 시티], 유지우[아스날]
제라르 레오 [레알 마드리드], 크리스티안 페레스 [아스날], 율리안 쿠겔 [맨체스터 시티], 라다멜 발란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파블로 가야 [파리 생제르맹], 디에고 산체스 [레알 마드리드], 데릭 레드먼드 [아스날], 카를로스 로호 [아스날]
니코 바이어[바이에른 뮌헨]
*여성 발롱도르 – 세이디 하트 [첼시 FC 위민]
각 분야의 수상이 이어졌다.
모두가 수상해도 이견이 없을 정도의 대단한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망의 마지막 순서가 다가왔다.
“모두가 기다리던 순서가 왔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상이 주인공이었지만! 이건 더 큰 의미가 있죠.”
MC가 사인을 주자 촬영 장비 앞에 서 있던 스태프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커다란 단상 위로 유리관이 하나 올라왔다.
그 안에 담겨 빛을 내는 트로피.
“발롱도르입니다!”
모든 축구선수의 꿈이 눈앞에 있었다.
“많은 분이 기다리신 만큼! 먼저 발롱도르 최종 3인에 오른 선수들을 공개하겠습니다.”
화면에는 세 선수의 얼굴이 잡혔다.
레알 마드리드, 제라르 레오.
파리 생제르맹, 윌리앙 주니오르.
아스날, 유지우.
2032 발롱도르 때와 같은 최종 후보들이었다.
“예상했던 대로군.”
“디에고가 5위라…. 저 녀석도 내년이면 화면에 얼굴을 띄우겠어.”
“사실 윌리앙은 경쟁자로 치기에는 부족하지. 제라르와 유의 경쟁이야.”
사람들은 저마다의 예상은 내놓았다.
“난 제라르가 8연속 수상의 역사를 써줬으면 해.”
8연속 연속 수상의 레전드를 쓸 제라르 레오인가.
“유가 아시아 최초 수상을 가져가는 그림도 나쁘지 않지.”
아시아 최초이자 브라질 레전드 호나우두 이후 21세 최연소인 유지우인가.
“…누가 됐던 수상하면 그 순간 역사야.”
“후우, 아무 상관이 없는 나도 이렇게 긴장이 되는데 당사자들은 어떨까?”
모두가 긴장한 가운데, 긴장감을 토로하고 있는 건 유지우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들.”
“내가 다 떨리네.”
“너무 떨지 말고! 열심히 해왔으니까!”
그들의 겉모습은 담담했지만, 그 내면은.
‘으아아아아-! 우리 아들이 수상 못 하면 어떻게 하지?’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동생이 수상하게 해주세요.’
간절했다.
기도까지 하는 간절함은 옆에 있는 유지우에게도 전해졌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발롱도르가 없다고 죽는 것도 아니잖아요.”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
그것이 가족이었으니까.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점차 가라앉았다.
“시상을 위해 특별히 초청한 브라질 레전드 호나우두입니다!”
60대가 된 그는 브라질 축구계의 레전드였다.
펠레 사후, 브라질 축구의 기둥이 된 자.
그가 시상을 위해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가 기립박수로 맞이해줬다.
“모두 오랜만입니다.”
웃으며 말을 시작했다.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초대해준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호나우두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동안의 근황 등 여러 이야기를 한 끝에, 곧이어 발롱도르가 든 유리관 옆에 놓인 황금색 봉투를 들었다.
“이만 늙은이의 잔소리는 여기까지만 하고 세계 최고의 선수!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명예로운 상!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스윽.
호나우두는 조심스럽게 봉투 안에 든 종이를 꺼내 거기에 적힌 이름을 확인했다.
‘역시.’
그는 웃음을 지었다.
축구계에서 은퇴한 지는 오래됐지만, 그동안 축구계가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는지 알고 있었다.
아시아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외계인이 있다는 소식도.
“2033 발롱도르!”
단 몇 초의 시간.
호나우두의 입으로 전 세계인의 시선이 쏠렸다.
그리곤 곧 그의 입이 열리며 발롱도르의 주인이 발표됐다.
“축하드립니다, 아스날 지우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