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2)
필드의 외계인-32화(32/404)
제32화
“카를로스가? 얼마나! 어떻게?”
수석코치인 알베르토 바렐라는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를로스 루케는 오른쪽 주전 윙포워드로 현 선수단의 핵심 전력이라 여기 있는 모두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왼쪽 발목 골절로 의사 소견상, 한 달은 쉬어야 한다고 합니다.”
리그 개막 시즌인 8월 한 달 동안은 출전을 하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어쩌다가?”
“집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미끄러졌다고….”
쾅!
코치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 미친놈.”
미세하게 떨리는 손,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선수가 사적으로 다치는 것.
그것도 시즌을 앞둔 지금, 훈련도 아니고 술을 마시고 다쳤다는 건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지금 어디에 있지?”
“주립 대학병원으로 이송해 검사받고 빠른 회복을 위해 입원했습니다.”
“그놈한테 전해, 돌아와도 10월까지 출전 기회는 없다고.”
“…….”
“그딴 정신 상태로 무슨 축구 선수를 하겠다고!”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완벽주의 성형이 짙은 감독이었다.
축구를 하다가 다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사생활로 문제를 일으킨다면 가차 없이 칼을 빼 드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었다.
“카를로스가 빠지면 다른 선수가 오른쪽 윙포워드를 대체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알베르토 코치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최선책은 레나토나 프랑코를 기용하면 됩니다.”
카를로스 루케를 대체할 후보 선수들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두 선수가 친선경기에서도 활약이 미미했다는 점이죠.”
그다지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들은 아니라 내보내기엔 내키지 않았다.
시즌 초반에는 무조건 승리를 거둬서 분위기를 타는 것이 중요하니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1군 선수 명단을 확인했다.
스물여덟 명의 선수.
그중에서 카를로스를 대체할 포지션은 두 명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시야에 들어온 한 선수.
“유는 어떤가?”
유지우였다.
“처음부터 선발은 부담되지 않을까요?”
“선발보단 교체로 출전시키는 것이….”
어린 선수들의 1군 데뷔전은 선발보다는 교체 출장으로 부담을 줄여주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 녀석이 부담감에 무너질 녀석으로 보이나?”
세바스티안 란첼라의 말에 코치 한 명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무리 부담이 큰 상황에서도 유지우는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선수였다.
“오히려 자기 플레이를 보여주려고 의욕을 내보일 겁니다. 유는 그런 유형의 선수니까요.”
코치진들은 동의했다.
훈련 과정이나 친선경기 때 보여준 포스는 어린 선수가 아닌 한 명의 프로 선수였으니까.
“8월 3일에 있는 리그 개막전에서 유를 선발로 출전시킨다.”
“단장님은요?”
“내가 말하지.”
회의가 끝나고 그날 저녁,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엔리케 보토 단장을 만나 회의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줬다.
“재미있겠군요.”
이야기를 들은 엔리케 보토는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유라면 잘해줄 겁니다.”
현재 보카 주니어스 팬들의 이목을 끄는 유지우를 데뷔시키면 구단 재정에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 섰다. 그러니 유지우의 선발 출장을 막을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이걸 이용해 마케팅하면 구단에 도움이 될 테니까.
“알겠습니다. 다른 보드진들도 8월 한 달 동안은 터치하지 않기로 했으니 감독님 마음껏 꾸려나가 보세요.”
엔리케 보토는 세바스티안 란첼라를 신뢰했다.
리그 우승이라는 성적을 낸 적이 아직 없지만, 팀을 꾸려나가는 가치관이 자신과 일치해서였다.
“믿고 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보카 주니어스, 아시아에서 온 어린 왕자 유를 1군 엔트리에 포함! 】
이 소식은 아르헨티나를 넘어 대한민국에도 전해졌다.
* * *
【 ‘감독 폭행’ 유지우, 보카 주니어스 1군 데뷔 유력! 】
【 한국에서 설 자리를 잃고 아르헨티나로 떠난 유망주, 명문 구단 1군 데뷔?! 】
【 미슐랭 2스타 ‘유한우’ 셰프의 아들! 보카 주니어스 1군 엔트리에 포함! 】
– 실화냐?
ㄴ 이게 뭔가 싶다.
ㄴ 보카 주니어스라면 아르헨티나 명문이잖아! 그곳에서 1군?
ㄴ 하비에르랑 같이 뛰는 거? ㅁㅊ
ㄴ 이번에 앙헬 몰리야도 갔으니까 같이 뛰겠다 ㄷㄷㄷㄷ
– 쟤가 유한우 셰프 아들이었어?
ㄴ TV 프로에도 몇 번 나왔던 그 잘생긴 셰프님?
ㄴ 영국 스타 셰프 데이비드랑 요리 대결해서 5 – 0으로 이긴 셰프님인데?
ㄴ 와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ㄹㅈㄷ
ㄴ 왜 이때까지 몰랐지?
– 쟤 감독 폭행으로 축협에 찍혀서 한국에 설 자리 없었을 걸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아르헨티나로 간 듯.
ㄴ ㅇㅇ
ㄴ 22222
ㄴ ㄹㅇㅋㅋ
ㄴ 작년 10월인가? 아르헨티나에 간 유망주 있다고 기사 하나 봤었는데 쟤였구나.
– 와 ㅁㅊ 열여섯에 1군 선수 되려면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 거냐?
ㄴ 얘가 청소년 월드컵에 왔으면 결과는 달라졌겠지.
ㄴ 아르헨티나 귀화하는 거 아니야? 솔직히 축협이 쟤 징계 먹이고 찍어 눌러서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을 듯.
ㄴ 아… 제발.
ㄴ 한국에 있는 것보단 아르헨티나가 낫지.
ㄴ 그래도 한국 지금 암흑기인데 지우가 대표팀에 와줬으면 ㅠㅠㅠㅠㅠㅠㅠ
한국 축구 국가대표는 암흑기였다.
【 한국 축구의 미래는 어디에? 】
2026년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한 박찬우가 은퇴하며 그 뒤를 이어 대표팀을 끌어줄 선수가 없었다.
더구나 1년 뒤에 있을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3국 개최로 열릴 2030 FIFA 남미 월드컵.
축구 팬들은 월드컵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
– 최종 예선 다음 달부터 시작이잖아.
– 누가 이끄냐 하아….
– 김기하나 최민연? 그 둘이 국대 에이스니까.
– 걔네도 노답이던데. 클럽 성적 봐라 ㅋㅋㅋㅋㅋ 주전 경쟁에서 밀려 벤치 달구기 들어가는 중이다.
– 크로스 개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크로스만 개판이냐? 다 개판이다. 이번 국대 세대는 해외에서 성과를 내주는 선수가 없음.
– 최종 예선 망할 듯.
현 대표팀에는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었다.
해외 빅클럽 유스에 입단하며 관심을 받는 선수가 여럿 있었지만, 그 선수들은 지금 제대로 자리를 잡지도 못하고 데뷔에 실패하며 국내로 리턴하는 경우가 파다했다.
2030 남미 월드컵.
월드컵을 앞두고 모두가 한 가지를 예상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역대 최악의 월드컵이 될 거라고.
* * *
서울 강남에 있는 한식집 ‘루’, 모든 곳이 룸으로 되어 있는 곳이라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다.
“오셨습니까.”
박우근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미리 예약한 룸으로 들어갔다.
“다들 왔나?”
박우근이 들어간 룸 안, 그곳엔 여섯 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일제히 일어나 박우근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선배님.”
“못 본 사이에 많이 늙으셨네요. 하하하하하!”
“자네가 협회 그 고지식한 놈들 상대해 봐, 아마 한 달이면 주름이 생길 거야.”
그들은 박우근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을 지탱한 전설들이었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어제 한일 신문에서 낸 기사 봤나?”
“아,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는 어디에? 이런 제목이었죠?”
“맞아.”
“그게 한두 번도 아니지 않습니까.”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묻는 기사는 지금이 아니라 옛날에도 수두룩하게 나왔었다.
다만, 개선의 여지를 발견할 수 있던 예전과 지금을 비교할 수는 없었다.
차성인이 집권한 이후로, 대한민국 축구계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으니까.
“그거 때문에 자네들을 보자고 한 거야.”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협회에 소속되지만 않았을 뿐이지 다들 축구계에 입김 꽤 부는 양반들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이들이 도와준다면 무너진 축구계를 다시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다.
“계획이 어떤 겁니까?”
박우근의 말을 듣고 제일 먼저 입을 연 사람은 2002년 전설이자 한국인 첫 프리미어리거인 신정현이었다.
“차성인과 연관된 자료들을 수집 중이야. 그리고 녹음도 하는 중이고.”
“녹음이라면?”
“비리 증거들만 나오면 빠져나올 구멍이 생길 수 있어, 녹음기는 바로 그 구멍을 메꾸는 용도로 사용될 거야.”
이미 계획은 시작 중이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
“알겠습니다. 저희는 어떤 걸 하면 됩니까?”
“차성인을 비롯한, 협회 간부들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알려줘. 큰 힘이 될 거야.”
신정현을 비롯한 다른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나 할 것 없이 축구계에 대단한 인맥을 가진 이들인 만큼 정보를 수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차성인은 모두가 알 만큼 뒷소문이 좋지 않았다.
조금만 파도, 증거가 될 정보들이 쉽게 나올 터였다.
“형님. 근데… 괜찮은 겁니까?”
박우근의 맞은편에 앉은 듬직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한때 한국 최고의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던, 박수호였다.
“차성인이 나쁜 놈인 거요. 그거 다 알죠. 근데 섣불리 나섰다가 형님도 다치실 수 있습니다. 그놈이 정계 쪽 사람들이랑 친한 것도 아시잖습니까.”
무엇이 옳은지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저, 그들의 큰형님 격인 박우근이 다칠까 하는 우려에서 한 말이었다.
“…….”
박우근이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어떤 설명도 없었지만, 그를 오랫동안 봐온 그의 동료들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박우근이, 이미 행동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말이다.
“행동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으십니까?”
누군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모두가 알지만, 감히 나설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결단.
그들은 박우근이 그 같은 결심을 한 계기가 궁금했다.
“유지우.”
그에 박우근이 입에 담은 이름은,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유지우라면….”
“아르헨티나에 갔던 그 친구 말입니까?”
“잘하는 친구라는 건 알지만, 형님이 움직이시는 계기가 그 친구라니….”
그들 역시 유지우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다만, 워낙 어린 나이의 선수이기에 그저 괜찮은 유망주라고 정도로 생각할 뿐이었다.
하나, 박우근은 그들과 다르게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가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난 그 답을 유지우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아직 어린 나이의 선수긴 해도 그 재능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진심으로, 유지우가 월드 클래스급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대한민국…. 아니 세계 축구의 미래가 축구에만 몰두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
박우근의 말에, 모두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축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멋진 선배가 있기 때문이었으니까.
* * *
“지우야!”
어젯밤에 누나 친구들이 도착하면서 집은 평소보다 더 시끌벅적해졌다.
마당에서 가볍게 몸을 푸는데 다빈 누나가 다가왔다.
“아침 먹어!”
“놀러 안 갔어?”
“이따가 가기로 해서 지금은 그냥 쉬는 중.”
“그러면 누나도 몸 풀어.”
“귀찮아, 세계 선수권도 끝났는데 좀 쉴래.”
우리 누나의 절친 두 사람은 최다빈, 강주현 누나였다.
주현 누나는 뷰티 너튜버고 다빈 누나는 국가대표 펜싱 선수였다.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출전해 플뢰레에서 금메달을 수상하고 이번 7월에 열렸던 세계 선수권은 1위를 기록하며 현 플뢰레 부분 세계 랭킹 1위였다.
“1위 한 거 축하해.”
“고맙다. 톡으로도 했잖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들어와서 밥이나 먹어, 너 오늘 경기한다고 아주머니가 해산물 넣고 죽 끓였더라.”
“알았어.”
“여전히 경기 날은 죽만 먹어?”
“속이 편한 게 좋아서.”
“하긴 나도 그렇긴 해, 뭔가 많이 먹으면 몸이 무거워지는 거 같기도 하고.”
한 번 탈이 난 이후로 어릴 때부터 중요 경기가 있는 날에는 죽이나 가벼운 음식을 먹었다.
그게 버릇이 되어 이제는 경기 날에 죽을 먹지 않으면 속이 허전했다.
“고기 먹을래?”
나만 죽을 먹고 다른 가족들은 평범하게 먹었다.
누나가 노릇노릇하게 익은 고기를 앞으로 내밀자 난 고개를 저었다.
“됐거든.”
“고기 먹어야 힘을 쓰지.”
“안 먹어도 돼.”
밥을 다 먹은 뒤에 먼저 일어나 2층 방에서 장비를 챙겨놓은 크로스백을 메고 내려왔다.
탁.
경기 티켓을 식탁에 올려놨다.
“시간 맞춰서 오시면 구단 직원이 안내해줄 거예요.”
“Family?”
“1군 선수 가족들은 가족석으로 초대하더라고요.”
가족들이 지금껏 응원한 장소는 일반 관중석이었다.
하지만 프로는 달랐다.
가족들을 위한 가족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선수 가족들이나 귀빈들이 앉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줬다.
“여분으로 챙겨준 것도 있으니까 알리샤 아주머니네랑 아버지 지인분들 초대하시면 될 거예요.”
“고맙다.”
“그럼 갈게요.”
“조심하고.”
“상대한테 주눅 들지 말고! 한 대 맞으면 두 대 때릴 각오로 해!”
어머니랑 아버지는 걱정이 앞섰다.
어째 나보다 더 떨려 하는 거 같았다.
긴장하는 부모님에게 내가 할 말은 하나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길 거니까.”
* * *
보카 주니어스의 홈구장, Estadio Alberto J. Armando, 애칭은 라봄보네라(La Bombonera).
보카 주니어스 팬들의 행렬은 홈구장까지 강처럼 길게 이어졌다.
– 보카! 보카! 보카!
개막전이 열리는 날이라 라 보카 지역은 경기 전부터 축제 분위기였고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며 경기장으로 향했다.
“오늘 선발 명단 봤어?”
“봤지, 어린 왕자가 선발이던데?”
“되게 이변이더라. 난 카를로스가 다쳤다고 들었을 때, 레나토가 나올 줄 알았거든.”
유지우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건 팬들에게도 엄청난 화제였다.
인파가 가득한 경기장 앞.
보카 주니어스 출신 레전드 선수들이 그려진 벽화를 구경하며 유지우의 가족들과 최다빈, 강주현은 보안 검색을 마친 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와, 분위기 대박이다.”
경기장을 오는 길부터 느껴진 열기가 한군데로 몰리자 그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그 코흘리개가 프로 선수라는 게… 안 믿겨.”
“그러니까. 예전에 친구들하고 싸워서 울고 있을 때, 우리가 가서 구해준 거 기억나?”
“아! 그때 덩치 큰 애들이 지우 축구 잘한다고 축구화랑 그런 거 다 가져다 버렸잖아.”
“그랬던 애가 이런 곳에서 뛰는 선수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좌석은 서서히 채워졌고 먼저 온 한인회 사람들과 알리샤 가족들이 유지우의 가족들을 맞이해줬다.
“안녕하세요!”
“아이고, 사장님이 오셨네!”
“감사해요. 저희한테도 티켓을 주시고.”
“하하하하, 다들 지우에게 잘 대해 주셨으니까 데뷔전은 같이 봐야죠!”
– 와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들려오는 함성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며 필드를 봤다.
그곳엔 워밍업을 위해 선수들이 나오고 있었다.
“워밍업 시간이네요.”
“지우가 어디 있을까요?”
“어! 저기 나옵니다!”
“저기 찌우! 찌우! 찌우!”
선수들과 같이 나오는 유지우를 보자 가족들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지우야! 아빠 왔다!”
“엄마도!”
“누나도 있어! 내 동생!”
수많은 카메라.
수많은 관중.
온갖 부담스러움이 가득한 상황에서도 유지우는 침착함을 유지하곤 하비에르 카세로와 몸을 풀기 시작했다.
“저기 소리 지르는 분들, 네 가족이야?”
“…예.”
“손이라도 흔들어줘.”
“이따가요.”
집중해서 몸을 풀었다.
먼 거리에서 볼을 주고받았고 트래핑으로 볼 감각도 익혔다.
그리고 다시 라커룸으로 들어갈 시간이 되자 유지우는 가족들을 봤다.
“2분 정도면 괜찮다. 다녀와.”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가족들이 있는 쪽을 보는 유지우에게 다가가 넌지시 말했다.
하지만 유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진짜로?”
“가족들이랑 얘기 나누는 건 이기고 난 다음에 해도 충분하니까요.”
곧이어 아르헨티나 축구의 성지라 불리는 ‘라봄보네라’에는 개막전을 보기 위한 5만 명의 사람들로 만석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