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20)
필드의 외계인-320화(320/404)
제320화
2월 중순이 되면서 월드컵에 관한 관심이 점점 뜨거워졌다.
한국이 속한 D조는 다른 조에 비해 여유롭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진운 이 정도면 좋은 편이지?”
“엄청나게.”
“다른 조는 어때?”
“미쳤지. 스페인이랑 프랑스가 붙은 조도 있다니까? 평소였다면 1포트여서 둘이 붙었을 일도 없었을 건데.”
“…와, 그렇게 보니까 우리나라가 개꿀조네?”
“가장 경계해야 할 나라는 벨기에 정도?”
대한민국.
가나.
미국.
벨기에.
D조에서 16강으로 올라갈 확률이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나라들이 벨기에와 대한민국이었다.
가나와 미국이 질 거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가나랑 미국 정도는 이기겠지?”
“…예상하면 그렇지만, 확실하지는 않아.”
“하긴, 그동안 이런 이야기가 나와도 막상 까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
“솔직히 경우의 수 피하고 시원하게 16강 직행한 건 작년 월드컵이 처음이었잖아.”
여유로운 조 편성이긴 했으나 월드컵을 여러 번 보았던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약간의 걱정이 있었다.
‘경우의 수.’
그간 16강에 진출했던 것 대부분이 경우의 수에 의존한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경우의 민족’이라는 말까지 생겨났겠나.
“이번에 우리나라는 어디까지 올라갈까?”
그리고 기대하는 게 월드컵 성적이었다.
암흑기로 평가받던 대표팀이 지난 월드컵 땐 8강까지 올라갔으니, 세대교체를 한 지금은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지 더욱 기대치가 높아졌다.
“적어도 8강 이상은 올라가지 않을까.”
“하긴 갓지우가 있잖아.”
“멤버도 지난 월드컵과 비교하면 더 좋아졌고.”
“…다른 나라 멤버도 황금세대긴 한데 대진운이 좋으면 계속 올라가겠지.”
사람들의 입에서 월드컵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뉴스를 비롯해 여러 프로그램에서도 월드컵 소식을 전하며 월드컵이 정말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실감 나게 했다.
【 월드컵 4개월 앞으로! 】
기사들이 나오고 며칠 후.
국가대표 감독인 주앙 달루트의 기자회견이 잡혔다.
월드컵 최종 명단에 관한 내용이라 많은 취재진이 모였고 잠시 후, 질문이 시작됐다.
“월드컵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3월 평가전이 중요한데요. 어떻게 준비하실 건가요?”
“늘 그랬던 것처럼 여러 선수에게 기회를 주며 상태를 체크할 예정입니다.”
담담한 답변이었다.
“최종 명단은 머릿속에서 구상이 끝나셨나요?”
“몇몇 선수는 확정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은 계속해서 경기력을 체크하며 상황을 보고 결정할 예정입니다.”
그는 말을 최대한 아꼈다.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국가대표 감독 입장에서 이렇다 저렇다 떠들 필요는 없었으니까.
이후에도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한 그는, 마지막 말을 남긴 후에 기자회견장에서 퇴장했다.
“뭐가 됐던 여러분들의 상상 이상으로 기억될 월드컵을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렇게 월드컵 열풍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 * *
리그 24라운드.
아스날 vs 브렌트포드.
장소 :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브렌트포드 홈).
원정 경기인데도 불구하고 관중석에는 아스날의 붉은 유니폼이 많이 보였다.
– 아스날! 아스날! 아스날!
사람들이 아스날을 보는 시선이 전반기와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 24전 20승 4무 [64점] 』
무패 우승.
04-05시즌 이후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역사.
그 역사가 다시 재현될 조짐이 보이자 방구석에 있던 사람들도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오-! 유가 잡았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
그곳에는 볼을 받고 돌아선 유지우가 있었다.
무엇을 보여줄까.
관객들이 묘한 기대감에 사로잡힌 순간.
그에게 태클이 향했다.
[유지우 선수가 받자마자 들어오는 태크으으으을!]빠른 타이밍에 들어오는 태클이었지만.
투-웅.
유지우는 볼의 밑부분을 찍어 차며 태클하는 선수의 키를 넘겨버렸다.
– 오오오오오!!!
감각적인 드리블에 모두가 감탄했다.
유지우는 그대로 오른쪽 측면을 무너트려 버렸다.
[그대로 열린 공간-! 유지우 선수가 들어가면서 골대 앞을 봅니다!] [아드리안 로마오가 있지만, 수비수에게 막혀있는 상황!!!]유지우는 그대로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갔다.
골라인 근처에서 하는 드리블은 위험했으나.
그는 볼이 발에 붙은 것처럼 안정적인 컨트롤을 보여줬다.
그리고 자신에게 수비수가 두 명이 쏠리자.
툭.
기다렸다는 듯 반 박자 빠른 컷백으로 수비수들을 속였다.
그 패스가 향한 곳에는 아드리안 로마오가 있었다.
아드리안 로마오는 센터백을 등지고 버티다가, 발만 뻗어 슈팅했다.
니어포스트를 노린 슈팅.
골키퍼는 경로를 보고는 몸을 날려보았지만.
철렁.
이미 볼은 들어간 후였다.
– 와아아아아아!!!
그 후에 경기는 그렇게.
4 – 0.
아스날의 대승으로 끝이 났다.
[이걸로 무패를 이어가는 아스날-! 원정에서도 놀라운 경기력을 이어가며! 그들을 막을 클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1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유지우 선수의 공격 포인트도 70개를 돌파합니다!]리그 36골 17어시스트.
컵 14골 4어시스트.
총 50골 21어시스트 [총 71개]
그의 공격 포인트 100개를 향한 여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브렌트포드 감독은 벤치에 앉으며 유지우를 뚫어져라 봤다.
“…어떻게든 막으려고 해도 비집고 나오니…. 죽겠군.”
매 시즌 성장하는 괴물 같은 모습.
유지우를 상대하는 모든 감독이 느끼는 감정을, 그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
.
.
유지우는 경기 후, 믹스트 존에서 인터뷰했다.
“많은 팬이 당신이 이번 시즌 100개 공격 포인트를 넘을 거라고 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록이 신경 안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록을 향한 욕심보다는 팀의 승리가 우선이니까요.”
그의 인터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원정을 온 터라 홈에서 만큼의 시간을 못 내는 건 기자들도 이해했기에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그렇게 유지우는 시간이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목표인 트레블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즌 초부터 그를 비롯해 아스날의 목표를 언급한 뒤에 나가려고 했으나 기자의 질문이 하나 더 나왔다.
“이 기세라면 트레블도 꿈이 아니겠지만, 그보다 먼저 무패 우승이 눈앞에 있지 않습니까?”
그 질문을 한 기자는 질문을 하고 놀랐다.
자신을 향한 수많은 시선 때문이었다.
‘…뭐지?’
다른 기자들이 고개를 저으며 마치 금기를 꺼냈다는 듯이 행동했다.
사실 ‘무패’를 하는 클럽이 있다면 절대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 기자들 사이에서 암묵적인 룰이었다.
인터뷰 중에 언급했다가 미끄러진 클럽이 100%였으니까.
갑자기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눈치챈 유지우는 질문한 기자를 바라봤다.
“무패라.”
“…….”
“해왔던 것, 그대로 하면 신께서 예쁘게 봐주셔서 선물로 주지 않을까요?”
그에게 금기라는 건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것도 부담감을 못 이겨낸 당사자들 탓이었으니까.
그는 그 부담감을 견뎌낼 자신이 있었다.
* * *
아스날은 이어지는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에서 치러지는 경기에서 3 – 0 승리를 거두며 모나코의 돌풍을 잠재웠다.
【 아스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무패 행진! 】
【 풋볼 매거진, “아스날의 기세는 멈출 수 없다.” 】
【 폴 사르, “우리는 계속해서 올라갈 것.” 】
【 모나코 감독, “아스날의 축구는 세계 최고 수준. 많이 배웠다.” 】
챔피언스리그 16강이 끝나자마자 8강 대진이 공개됐다.
아스날의 상대는 FC 포르투로 정해졌다.
명실상부 포르투갈 명문.
포르투갈 리그에서는 패왕으로 군림하며 수많은 우승을 했으나 아스날과 비교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애초에 포르투갈 리그와 프리미어리그의 수준 차이가 났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분석이었다.
[포르투에는 미안하지만, 8강도 우리가 가져가겠군.] [저기에 비토르라는 미친놈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우리에겐 유가 있으니까.]포르투의 에이스는 비토르 마르틴스였다.
그는 골 넣는 수비수로 유명했다.
포르투의 수비적인 전술을 극대화해 수비 강팀으로 불리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
[잠깐. 그러면 비토르가 왼쪽 풀백으로 나와서 유를 상대하려나?]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이니, 그럴 가능성이 있지. 솔직히 수비력 하나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베스트 11에 들 녀석이잖아.] [흠, 유의 공격력과 비토르의 수비력 싸움이라…. 난 유의 승리라고 봐. 포르투갈 리그도 그들만의 리그 느낌이 강하니까.] [그리고 비토르가 기동력이 약하잖아, 유가 그런 부분을 공략하면 상대도 안 될 거야.] [비토르가 잘하긴 해도 지금 세계 최고의 선수를 막을 수 있을까? 난 불가능하다고 봐.]비토르 마르틴스는 포르투갈 국가대표를 은퇴한 노장이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약점은 속도였다.
그는 그 부분을 경험으로 채우고 있었지만, 유지우의 속도는 다른 선수와 차원이 달랐다.
그렇게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대전이 정해졌고 며칠 후.
【 카라바오컵 결승, 아스날 vs 리버풀! 】
33-34시즌 첫 번째 타이틀 매치가 정해졌다.
* * *
카라바오컵 결승.
아스날 vs 리버풀.
장소 : 웸블리 스타디움.
전반 10분이 지나가며 양 클럽은 나란히 슈팅 2개를 기록하고 있었다.
[치열하게 맞붙는 두 클럽! 시작부터 지금까지 공격에 공격만 합니다!]4 – 3 – 3의 아스날.
4 – 3 – 3의 리버풀.
두 클럽의 전술은 세부적인 차이만 있을 뿐 공격적인 부분은 비슷했다.
상대 진영에서 볼을 빼앗으려는 게겐 프레싱.
그리고 에이스들로 하여금 공격을 주도하는 그림까지.
두 팀이 보여주는 전략적 움직임은 전반 10분만으로도 팬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다.
“히카르지뉴!”
리버풀은 히카르지뉴에게 볼을 몰아줬다.
그의 공격 능력은 리그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뛰어났다.
스윽.
순식간에 동료 상황을 인지하고.
뻐—엉!
기습적으로 찔러주는 스루패스는 그가 왜 리그 도움 랭킹 3위인지 알게 해줬다.
데릭 레드먼드와 레이턴 버트란드 사이를 지난 볼은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디디에 모페를 겨냥했다.
[그대로 쇄도하는 디디에 모페!!! 각도를 좁히려고 다비드 바르트라가 골문을 비우고 나옵니다!]볼에 닿는 것은 디디에 모페의 발이 빨랐다.
그러나 그의 슈팅은 각도를 좁힌 다비드 바르트라에 의해 임팩트가 흔들렸고.
툭.
볼은 그렇게 손끝에 걸려 흐르고 말았다.
그대로 백업해서 볼을 걷어내는 건 카를로스 로호였다.
뻥-
아웃 되지 않은 볼이 붕 떴다.
그곳을 선점하고 있던 선수는 마테오 크리스단테였다.
그는 곧장 전방을 응시했다.
“압박해!”
하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리버풀이 단숨에 공격루트를 자르려고 압박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압박하는 속도 좀 보십시오! 리버풀이 아스날에게 역습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곤살루 고메스가 타이밍 좋게 지시하며 선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덕분입니다. 오늘 리버풀은 마치 한 사람 같습니다!]마치 텔레파시라도 통하는 듯 순식간에 변화하는 움직임.
‘젠장. 줄 곳이 없어.’
패스 루트를 잘라내는 리버풀의 움직임에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주춤했다.
아스날의 역습 기회가 끊길 위험에 처했을 때.
“패스해!!!”
유지우가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와 적극적으로 볼을 요구했다.
뻐—엉!
그걸 본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빠르게 패스를 줬다.
상대 선수는 유지우에게 달라붙어 수비하려고 했으나.
휘릭.
유지우는 볼을 건드리지 않고 바디 페인팅으로 상대 선수의 균형을 흔들곤 그대로 돌아서 달렸다.
바디 페인팅에 속은 상대 선수의 벌어진 다리 사이로 패스는 흘렀다.
유지우는 공간에서 안전히 볼을 잡았다.
– 오오오오오오!!
[유지우 선수가 볼을 잡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없던 공간을 만들어내는 오프더볼 움직임! 완벽하네요!]리버풀은 유지우를 반칙으로 끊으려고 했다.
그래서 돌파당할 것 같은 마음에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보았지만.
툭.
유지우는 반칙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방어했다.
그리곤.
타다다다닷-!
폭발적인 가속도를 내며 치고 나갔다.
[곤살루 고메스의 집요한 마크를 따돌리는 유지우 선수! 그의 앞에는 이제 세 명의 선수가 있습니다!]고개를 들자 그의 눈앞에는 상대 수비수 세 명이 보였다.
지원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드리안 로마오와 마틴 그라임스는 스타트가 늦은 바람에 혼자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 라인이 내려가 있던 바람에 지금 공격 숫자가 유지우 선수 혼자입니다!]그런데도 유지우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후우.
그는 심호흡하며 침착하게 한 발 내디뎠다.
탓, 타닷.
플리플랩으로 한 명.
라 크로케타로 두 명.
[두 명을 벗겨내는 유지우 선수의 마법-!!!]눈 깜짝할 사이에 두 명의 선수를 제치고 마주한 최종 수비수.
귓가에 들려오는 환호성에도 유지우의 온 신경은 골대로 향해 있었다.
그는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러더니 오른쪽으로 볼을 한 번 툭 차 놓고 슈팅 자세를 가져갔다.
촤—악!
그걸 본 센터백은 몸을 날려 슈팅 각도를 차단하고자 했다.
하나, 이는 유지우의 예상 범위 안의 일이었다.
그는 여유롭게 볼을 접었다.
‘슛 페이크.’
센터백은 당황했지만, 이내 안심했다.
자신이 몸을 날려 각도를 차단한 오른쪽을 제외하면 남은 건 왼쪽.
골키퍼가 충분히 커버할 공간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아.’
하지만 이내 뒤를 돌아본 그는 경악하고 말았다.
자신의 예상과 달리 골키퍼 또한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그러니 즉.
‘슛 페이크는 내가 아니라…. 골키퍼를 노린 건가.’
애초에 센터백이 아닌 골키퍼를 노린 페이크.
그 끝은.
철렁.
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