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22)
필드의 외계인-322화(322/404)
제322화
“하아.”
아스날의 득점을 본 곤살루 고메스는 거친 숨을 내쉬며 유지우를 바라봤다.
“처음부터 패스할 작정이었냐?”
그리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세레머니 후, 돌아가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 말을 듣고 유지우는 피식 웃었다.
“하프타임에 맞춰둔 플레이야.”
방금 그 득점은 전반전이 끝나고 라커룸에서 공격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한 거였다.
“…한 방 먹었군.”
“전반전에 내 골까지 한 방이 아니라 두 방이지.”
“말이라도 좀 져줄 것이지. 재미없는 놈.”
짧게 말을 나눈 후, 진영으로 돌아가는 유지우를 보며 곤살루 고메스는 체념했다.
‘생각한다고 해서 도저히 막을 수 있는 녀석이 아니야.’
개인 기량이 뛰어나 자만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걸 이용하는 영리함을 지녔다.
실력이면 실력.
머리면 머리.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그를 막을 방법이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삐—익!
잠시 후.
재개되는 경기.
경기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라인 올려! 기회가 생기면 망설이지 말고 때려-!”
리버풀은 어떻게든 동점을 만들어야 했다.
남은 시간은 5분.
한 골은 충분히 나올 시간이었다.
그 후, 정규 시간이 다 지나고 주어진 추가시간에도 리버풀의 파상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그런 그들을 상대로 아스날은 라인을 내려 수비를 강화하고선 역습 전술로 변화했다.
퍼—억!
프리롤로 뛰어다니는 유지우의 압박은 더욱 거세졌고.
[히카르지뉴에게서 볼을 빼앗는 유지우 선수-! 볼을 멀리 걷어내자 로만 아일츠가 살짝 내려와 잡아냅니다!]그로 인해 아스날이 공격 기회를 잡았다.
[리버풀이 라인을 올린 탓에 뒷공간! 뒷공간이 열렸습니다!]우려는 하고 있었지만, 너무 쉽게 열린 공간에 리버풀 팬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나왔다.
로만 아일츠는 전방으로 침투하려는 해리 펠티어를 보고선 볼을 찔러줬다.
그러나 해리 펠티어는 센터백 두 명에게 막혀 돌아서지 못했다.
‘막혔다.’
돌아서서 빠른 슈팅으로 처리하려던 그의 계획이 무산됐다.
툭.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원터치 패스였다.
패스에 발만 가져다 대며 방향을 틀자, 볼은 오른쪽에서 올라온 마루앙 카라스코에게 전달됐다.
[마루앙 카라스코가 중앙으로 올라오면서 기회를 만듭니다!]마루앙 카라스코는 드리블 능력이 좋았다.
리버풀 센터백들은 그런 그를 잡으려고 무리했고.
삐—익!
프리킥을 내주고 말았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이 아닌 밖에서 이뤄진 반칙! 아스날에게 프리킥이 주어집니다!]어쩔 수 없는 반칙이었지만, 데이브 시드웰 감독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저 위치에서 프리킥을 내주는 걸 경계하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프리킥 키커로 나선 건 유지우였다.
그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선 주심의 신호에 맞춰 움직였다.
뻐—엉!
수비벽 위가 아닌 아래로 때린 슈팅.
볼은 점프를 뛴 수비벽 아래로 지나가며.
철렁.
오른쪽 구석으로 들어갔다.
오늘 경기의 승리를 확정 짓는 골이자 리버풀의 추격 의지를 꺾어버리는 골이었다.
그렇게 잠시 후.
삐익-! 삐익-! 삐—익!
카라바오컵 결승전이 종료됐다.
* * *
【 카라바오컵, 아스날이 3 – 1로 리버풀을 꺾으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다! 】
【 전문가들 예상과 정확하게 맞은 결과! 】
【 심상치 않은 아스날의 기세! 】
【 울상이 된 리버풀. 】
이 소식은 온 유럽을 뒤덮었다.
반드시 아스날을 이기고자 했던 리버풀 현지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주 보이는 펍.
그곳에서 TV에 나오는 하이라이트를 보고서 손님이 소리쳤다.
“그냥 꺼버려!”
리버풀 팬들의 심기는 좋지 않았다.
“리그에서도 밀리고 카라바오컵도 못 들어 올리면 우리는 대체 어디서 이겨야 해?”
그들의 리그 순위는 4위였다.
아스날에게만 밀리는 게 아니라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에게도 밀리는 바람에 리버풀 팬들은 울상이었다.
“이러다가 챔피언스리그 티켓도 잃는 거 아니야?”
현재 5위인 토트넘 홋스퍼와 승점 차이는 단 4점이었다.
한 경기라도 미끄러진다면 위험할 수 있는 수치였다.
“앨런! 문제가 뭐라고 봐요?”
젊은 남성이 쳐다본 곳에선 조용히 맥주를 마시는 남성이 있었다.
연세가 지긋한 동네 할아버지인 그의 이름은 앨런.
은퇴한 축구평론가였다.
어릴 때부터 리버풀을 응원한 극성팬으로서, 리버풀에 편향된 기사를 쓰기로 유명한 이였다.
“선수단 내에 문제는 없어.”
“그러면 대체 뭐예요?”
“상대가 문제지.”
“상대라면 아스날이랑 시티, 첼시오?”
“우리도 세대교체를 하면서 경쟁력을 갖췄어, 하지만 상대하는 클럽들도 세대교체를 깔끔하게 했지.”
“그렇다면 우리 경기력이 문제잖아요.”
“그럴 리가.”
앨런은 맥주를 다 마시고 빈 잔을 내려놨다.
“아스날은 그들의 정체성을.”
“……”
“시티는 그들의 뿌리인 감독을.”
“……”
“첼시는 막대한 자본력을.”
그제야 팬들은 무엇을 말하는지 대충 눈치챘다.
“그들은 세대교체를 한 것뿐만 아니라 본인들의 스타일을 구축해내는 데 성공했어. 그들과 비교해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있지?”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도 클롭의 전술을 잇는 데이브가 있잖아요!”
“그 흉내쟁이?”
“…….”
“그는 그저 클롭의 수석코치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흉내쟁이야.”
아스날은 폴 사르가 잊고 있던 아스날의 DNA를 살렸고.
맨체스터 시티는 오래전부터 지켜온 과르디올라의 신념이 있었고.
첼시는 중동 자본력을 이용해 선수들을 모으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 리버풀은 그저 위르겐 클롭의 수석코치 출신인 데이브 시드웰이 있을 뿐이었다.
“냉정하게 보면 앞으로 우리가 리그 우승할 확률은 1%.”
“…그 정도로 작아요?”
“아.”
앨런이 무언가 생각이 난 듯 감탄사를 내뱉자 모여있던 팬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대답은 그들의 기대를 산산이 부쉈다.
“그 팀들의 주역이 은퇴하면 할 수 있겠군.”
잠시 후.
TV를 도배한 카라바오컵 결승 결과 소식에 남성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쳤다.
“…아스날 녀석들은 대체 언제 지는 거야-!!!”
* * *
리그 25라운드.
아스날 vs 리즈 유나이티드.
장소 : 앨런드 로드.
경기는 전반전이 종료되고 후반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스코어는 2 – 0으로 아스날이 이기고 있었지만, 리즈 유나이티드는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골을 넣어 무승부로 만든다!”
리즈 유나이티드가 이토록 치열하게 경기에 임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강등권 팀들과의 승점 차가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
승점 한 점 한 점이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그들로서는, 어떻게든 골을 넣기 위해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볼을 탈취하고자 했고, 그 결과.
아스날의 에이스에게로 거친 태클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축구가 어떤 축구지? 신사적인 것도 좋지만! 스포츠에서 이기지 못하는 것만큼 큰 죄는 없다!’
감독의 말대로 선수들은 승점을 한 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아스날 선수들을 물고 늘어졌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왼쪽 풀백인 마커스 클라인이었다.
유지우를 그림자처럼 붙어서 마크하라는 지시를 받은 그는 죽어라 매달렸다.
[아아!! 팔꿈치로 또 치는 마커스 클라인! 유지우 선수가 옆구리를 부여잡고 쓰러집니다! 이건 카드를 줘야죠!] [주심도 카드를 쉽게 꺼내지 않는 성향의 주심이라 이런 플레이가 가능한 겁니다.]쓰러진 유지우를 보며 마커스 클라인은 결백하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러자, 유지우의 호위무사들이 달려왔다.
“이것들이 다 죽고 싶냐!”
“유, 괜찮아?”
“주심! 저놈이 더러운 손 쓰는 거 못 봤어요? 카드를 줘야죠!”
그들이 등장했는데도 마커스 클라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데릭 레드먼드 앞에서도 기죽지 않기로 유명해서 몇 번의 트러블을 낸 선수기도 했다.
“내가 뭘? 그냥 위치싸움 좀 하려고 붙었는데 저렇게 넘어지는 게 말이 된다고 봐?”
“네가 팔을 썼잖아!”
“아니 난 들었을 뿐인데 쟤가 와서 부딪친 거야.”
“이게!”
“유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새끼들이.”
그가 그렇게 말하고 가려 하자 유지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 더럽게 말 많네.”
씩.
웃음을 짓고 포지션으로 돌아가는 유지우를 보자, 마커스 클라인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아무런 행동을 안 하는 거지?’
그리고 유지우 호위무사들은.
“오우.”
“지옥에 온 걸 환영해.”
“유가 저렇게 웃는 거 되게 오랜만에 보네.”
저 웃음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
* * *
“허억… 헉… 쟤는 대체 언제 지치는 거야!”
마커스 클라인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유지우를 쫓아가려고 해도 계속 두 걸음에서 세 걸음 차이로 잡지 못하니, 죽을 맛이었다.
“…어떻게든 해야 해.”
승점도 승점이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자존심을 챙기는 일이었다.
비록 두 골을 먹히며 체면을 구겼지만, 더는 그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세계 최고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자신을 보여주고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었다.
[계속해서 유지우 선수를 따라가는 마커스 클라인-!] [체력이 좋은 선수죠, 공격적인 풀백으로 리즈 유나이티드의 날개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습니다.]그러다 찾아온 리즈 유나이티드의 공격 기회.
마커스 클라인은 라인을 높이 올리지 못했다.
혹시나 유지우에게 역습당할까 봐.
그리고 그의 예상에 맞게.
뻐-엉!
볼을 빼앗는 데 성공한 아스날은 유지우 쪽으로 볼을 전개했다.
[오른쪽 측면으로 길게! 유지우 선수가 달려갑니다-!]빈 곳에 떨어진 볼을 보고 달려가는 건 유지우였다.
엄청난 스피드.
그보다 한발 앞서던 마커스 클라인은 뒤에서 쫓아오는 유지우의 추격에도 의외로 침착했다.
예상한 거였다.
유지우라면 쫓아올 거라는 걸.
‘이대로면 잡힌다.’
근데 그의 예상에 벗어난 스피드에 조금은 당황한 눈치였다.
볼을 라인 밖으로 걷어내기도 전에 따라잡힐 것 같자.
쿠—웅!
마커스 클라인은 어깨를 나란히 한 유지우를 몸무게를 실어 밀어버렸다.
유지우가 달려가는 방향으로 무게를 실어 푸싱한 것이었다.
‘어?’
관성을 이기지 못하며 넘어지던 유지우는 광고판으로 날아갔다.
자칫 충돌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
유지우는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손을 뻗어 광고판을 넘었고 관중석으로 몸을 날렸다.
[위험합니다! 유지우 선수-!]관중들이 놀란 순간.
유지우는 빈 좌석을 발견하고선 그곳에 앉았다.
그리곤 일어나려다가 자신을 보는 수많은 시선을 본 뒤.
“…….”
앞에 있는 사람의 과자를 하나 집어 먹었다.
아작.
“오, 맛있네요.”
“…괜찮으세요?”
“네.”
원정팬 석이지만, 그는 당당한 태도로 걸어 나왔다.
그런 그를 향해 환호가 쏟아졌다.
– 와아아아아아아!!!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그와 별개로, 마커스 클라인의 반칙이 너무 위험했던 탓에 주심은 망설이지 않고 옐로카드를 꺼냈다.
유지우는 그런 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기분이 좋아서 짓는 웃음이 아닌.
한 명을 죽이겠다는 살기가 느껴지는 미소였다.
잠시 후.
재개되는 경기.
“패스.”
유지우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패스를 요구했다.
볼을 잡고 정면을 응시하던 유지우는 마커스 클라인과 거리를 좁혔다.
꿀꺽.
마커스 클라인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는 자세를 낮춘 뒤, 유지우가 들어올 것을 대비해 좌우 어디든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
타다닷.
유지우의 드리블이 시작됐다.
천천히 거리를 좁히더니, 스피드를 올려 제치려다가 마커스 클라인이 따라오는 것을 보곤.
스윽.
급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마커스 클라인의 밸런스가 흔들렸다.
무너진 밸런스로 유지우를 잡으려고 했으나.
투-욱.
유지우는 그의 열린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내며 다시 급가속했다.
완벽한 속도의 완급조절.
쫓아오려던 마커스 클라인의 다리가 그대로 찢어졌다.
그리고 찢어진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으아아아아악!”
그는 다리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보고서 유지우는 라인 밖으로 볼을 차고 그에게 걸어갔다.
“엄살은.”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보고서 유지우는 지나쳐서 진영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잠시 잊고 있던 걸 떠올렸다.
아르헨티나 리그에서부터 유지우에게 있던 별명 하나.
외계인이라는 별명이 유명해지면서 잊히던 별명.
‘햄스트링 킬러.’
자신을 도발했던 선수들을 들것에 실려 내보내는 건 유지우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마커스 클라인은 들것에 실려 나갔고.
이후 경기는 유지우가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아스날은 4 – 0 대승을 거뒀다.
【 마커스 클라인, 햄스트링 파열로 시즌 아웃 결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