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24)
필드의 외계인-324화(324/404)
제324화
북런던 더비가 시작되기 전.
토트넘 홋스퍼 관중석에는 한국 아이들이 여럿 보였다.
평소에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었기에 현지 팬들도 슬쩍 그곳을 봤다.
그 아이들은 다름 아닌 한국 너튜버, ‘코리안 풋볼러브’가 기획한 프로젝트에 뽑힌 아이들이었다.
“와.”
아이들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빛이 났다.
“우리도 언젠가 이런 곳에서 뛸 수 있겠지?”
세계 최고의 리그라 불리는 프리미어리그, 그리고 그 리그에서 가장 유명한 더비인 북런던 더비.
아이들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계속 연습하면?”
“…진짜 TV에서만 보고 꿈만 꾸던 곳에 오다니!”
축구 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이보다 좋은 경험은 없었다.
인솔자인 너튜버들을 비롯해 아이들을 이끌 감독인 차강식도 눈을 빛내며 필드를 봤다.
‘흥분되는군.’
프리미어리그에서 10년 만에 성사된 코리안 더비.
그것을 두 눈으로 직관할 수 있다는 것은 축구인으로서도 뜻깊은 일이었다.
“감독님도 코리안 더비 직관은 처음이시죠?”
“처음이지.”
“선수들도 만나보셔야죠.”
“뭐하러 그래, 괜히 집중력만 흐트러질 수 있으니까 조용히 보고 가면 되지.”
차강식은 유럽에서 활약하는 후배들을 만날 생각이 없었다.
자기가 뭐라고 한창 중요한 경기를 하는 후배들을 부르겠나.
그는 그저 조용히 후배들을 응원하고 싶을 뿐이었다.
“오-! 선수들 나와요!”
잠시 후, 양 클럽 선수들이 필드로 나왔다.
코리안 풋볼 러브 일동의 시선이 두 선수에게로 향했다.
유지우.
김우일.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는 선수들이자 오늘 경기를 빛낼 줄 두 선수였다.
– 토트넘! 토트넘! 토트넘!
– 아스날! 아스날! 아스날!
귀를 울리는 양 클럽들의 환호성.
“아스날 녀석들 입 좀 다물게 해줘!”
“무패를 토트넘한테 끊기는 건 전패하는 것보다 치욕이다! 집중해서 반드시 이겨!”
엄청난 분위기 속, 선수들은 차분히 필드로 입장해 준비했다.
두근거리는 분위기 속에, 한 아이가 묵묵히 필드를 보는 아이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민호야!”
“왜?”
차민호, 그는 국가대표 두 번째 에이스라고 불리는 차선호의 동생이었다.
“너는 지우 선수 만나본 적 있어?”
“아니.”
“너희 형이 국가대표라서 몇 번 만났는지 줄 알았는데 아니야?”
“형도 잘 못 보는데 무슨.”
사실 차민호는 차선호와 서먹서먹했다.
어릴 때부터 차선호가 독일 유학을 가서 만날 기회가 얼마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의 롤모델은 자기 형이 아닌.
‘와.’
유지우였다.
어릴 적에 협회의 수작으로 한국에서 축구를 할 수 없었던 선수.
그러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아르헨티나로 넘어가 세계 최고가 된 선수.
두근두근.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런 스토리가 유지우에게 더 빠져드는 계기가 됐다.
“시작한다-!”
그렇게 북런던 더비가 시작됐다.
* * *
– 와아아아아아!!!
4 – 3 – 3의 아스날.
4 – 4 – 2의 토트넘.
두 클럽이 핵심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중원이었다.
아스날의 중원을 책임지는 건 마테오 크리스단테와 카이 베일로브라면.
“차분하게!”
토트넘 홋스퍼의 중원을 통솔하는 건 김우일이었다.
그는 3선 미드필더 위치에서 넓은 시야를 통해 패스의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았다.
“지금은 템포를 죽여서! 아스날 압박 속도에 맞춰 주지 마.”
[저런 모습을 볼 때면 김우일 선수가 토트넘 홋스퍼에서 신뢰받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중원에서 지시를 내리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은 감독과 동료 선수들에게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거겠죠.]김우일이 처음 토트넘 홋스퍼에 왔을 때.
팬들은 박찬우를 떠올렸다.
토트넘 홋스퍼를 지탱해준 기둥을.
그런 기대감이 부담될 법했으나 김우일은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퍼—억!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화려하게 골을 넣는 것이 아닌.
흙투성이가 되어 중원을 지키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볼을 빼앗는 김우일 선수-! 이 선수의 수비력을 무시해선 안 됩니다!]토트넘 홋스퍼는 천천히 빌드업을 쌓아갔다.
전방이 아닌 후방.
김우일은 그 중심에서 안정감이 어떤 것인지 보여줬다.
“압박하러 오는 거 집중하고!”
툭.
“뒤로!”
그는 넓은 시야로 선수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해줬다.
이미 여러 차례 평론가들이 칭찬했듯, 그의 경기를 읽는 눈은 정말 좋았다.
그 덕분에 토트넘 홋스퍼의 빌드업이 쌓여갈 무렵.
촤—악!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태클이 그들의 빌드업을 차단했다.
– 오오오오오!!!
[볼을 가져오는 아스날!!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바로 앞으로! 크리스티안 페레스가!]잡자마자.
퍼—억!
뒤에서 들어오는 압박.
[하지만 김우일 선수가 금세 다가가서 압박-!]김우일은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돌아서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
만약 돌아서더라도 패스를 막을 루트를 몇 가지 생각해뒀다.
그러나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그의 예상과 달리 아예 움직이지 않았다.
툭.
그저 발만 뻗으며 볼만 터치할 뿐이었다.
[원터치로 내준 패스-! 어느새 중앙으로 올라온 유지우 선수가 잡습니다!]마크를 따돌린 유지우는 여유롭게 중앙 공간에서 볼을 잡아냈다.
이미 볼을 잡기 전부터 시야를 확보하고 있던 그는.
뻐—엉!
왼발 아웃프런트로 스루패스를 찔렀다.
대지를 가르듯 필드를 가르며 토트넘의 뒷공간으로 향하는 패스.
[마틴 그라임스가 달려가는데요!]득점 기회가 나오자 양 클럽 팬들의 모습이 대비됐다.
그러나 그 순간.
부심의 기가 올라오며 오프사이드 판정이 떨어졌다.
[아아아-! 이게 오프사이드에 걸리네요! 전 분명히 동일선상에 있다고 생각했는데요!]리플레이로 봤는데 정말 미세한 차이였다.
부심이 못 봐도 이해했을 정도로 차이가 없었다.
[요즘 토트넘의 수비는 저런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토트넘 홋스퍼의 수비 전술은 오프사이드 트랩의 비중이 컸다.
특히 아스날처럼 뒷공간을 집요하게 노리는 클럽에게 그 전술은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저것들 오프사이드 트랩이 상당히 정교해.”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말에 유지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 말 듣고 예상했지만, 그 이상이야.”
“어떻게 할래?”
“음….”
경기를 준비하면서 오프사이드 트랩 부분을 많이 생각하고 있었다.
방금 플레이에서도 수비 라인부터 세세하게 파악하고 찔러준 패스였는데, 걸릴 줄 몰랐다.
“계속 흔들어봐야겠어.”
그렇다고 모든 공격이 막히는 건 아니었다.
유지우가 어떤 선수인가.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유럽에서도 그 공격력을 인정받은 선수였다.
그의 머릿속은 어떤 식으로 공격할지.
그림이 펼쳐지고 있었다.
* * *
공격적인 부분은 토트넘이 아스날을 넘지는 못했다.
그걸 일찌감치 안 그들은 본인들이 가진 무기를 최대한 활용했다.
단단한 수비부터 시작되는 빌드업.
그로 인해 아스날과 점유율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고자 했다.
[아스날과 토트넘의 중원 싸움이 치열합니다!] [김우일 선수가 아스날 연구를 많이 했다는 게 느껴집니다. 압박이 와도 당황하지 않고 정확하게 비어있는 곳에 있는 선수에게 패스를 주고 있어요.]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풀린 선수들은 더 치열하게 맞붙었다.
1초라고 할지라도 어떻게든 볼을 소유하고자 달려들었다.
그러한 분위기가 과열되며 넘어지고 또 일어나며 UFC를 방불케 했다.
[이번에는 양 선수에게 카드가 나옵니다!]삐—익!
[와, 저건 거의 격투기 아닌가요? 발이 너무 높았어요!]그만큼 선수들은 몸을 아끼지 않았다.
반드시 이기려는 토트넘.
무패를 이어가려는 아스날.
두 클럽의 간절함은 스타디움을 뜨겁게 달궜다.
“유-! 믿을 건 너뿐이다!”
그런 분위기 속.
볼을 잡은 건 유지우였다.
하프라인에서 살짝 올라온 위치.
그곳에서 볼을 잡자마자 주위에 몰려드는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
스르르르륵.
유지우는 드래그 백으로 태클을 피했고.
타다다다닷-!
그대로 드리블을 이어서 가려고 했지만.
촤—악!
사각지대에서 들어온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태클이 다소 높았고 다리에 걸려 넘어졌는데도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이게? 이게 왜요!!!”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주심을 쫓아가며 얘기해보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유지우 선수가 넘어지지만!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속행!] [판정이 너무 너그러운 주심이네요. 이런 거친 경기에서는 저 부분은 짚어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선수들이 다칠 우려가 있습니다!]거친 플레이가 난무하는 경기, 특히 더비 매치에선 주심들이 정확한 기준점으로 판정을 했다.
조금이라도 의문을 남기는 판정을 했다간 경기가 끝나고도 두고두고 말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좀 이상했다.
선수들이 넘어져도 휘슬을 부는 빈도가 낮았다.
‘…이러다가 사고 나는 거 아니야?’
선수들의 플레이 수위도 점점 올라오고 있다는 점은 명백했다.
유지우를 포함한 다른 선수들의 유니폼들이, 성한 곳 하나 없이 더럽혀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악-!!”
그러다가 결국, 사고가 나고 말았다.
“헤이-!”
“아니! 이건 좀!!”
거친 플레이에 데릭 레드먼드가 다치고 말았다.
제이미 포든이 공중볼 경합을 하다가 팔꿈치를 들었고 거기에 눈 옆이 찍히고 말았다.
주르르륵.
그리고 피부가 찢어졌는지 붉은 피가 필드를 적셨다.
[어? 피, 피입니다! 데릭 레드먼드가 엎드려서 얼굴을 감싸 쥐고 있는데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모두가 놀란 광경에 제일 먼저 눈치챈 레이턴 버트란드가 벤치를 향해 소리쳤다.
“닥터!!!”
* * *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태에 다들 당황했다.
주심은 과하게 팔을 쓴 제이미 포든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경고를 받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퇴장 당해도 이상하지 않았어요.] [팔을 저렇게 높이 들면 의도가 분명하죠.]경기장 안이나 밖에 있는 모두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데릭 레드먼드를 쳐다봤다.
다소 과격한 토트넘 팬들 말고 일반 팬들 사이에선 데릭 레드먼드가 걱정되어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들도 있었다.
[데릭 레드먼드가 누워서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데릭 레드먼드가 빠지면 수비에 구멍이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아…. 걱정이네요.]팀닥터가 들어와서 지혈했으나 현기증이 있는지 데릭 레드먼드는 머리를 잡고 있었다.
“데릭, 어지럽지?”
“조금요.”
“자, 이거 봐봐. 눈 좌, 우, 위, 아래로 움직여봐.”
팀닥터는 응급처치를 했고 상태를 보던 팀닥터는 벤치 쪽으로 콜을 했다.
“병원 가서 검사를 진행해봐야겠어.”
“전 괜찮아요.”
“팔꿈치에 찍혀서 피부가 찢어진 충격보다 떨어질 때, 머리부터 떨어진 게 마음에 걸려서 말이야.”
팔꿈치 충격 때문에 데릭 레드먼드는 적절한 낙법을 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머리가 땅에 부딪힌 게 위험해 보였다.
“후, 좋아. 그러면 자리에서 일어나 봐.”
옆에서 선수들이 부축해줘서 일어났지만, 어지러운지 잠깐 휘청였다.
그러자 데릭 레드먼드는 팀닥터를 봤고 팀닥터는 고개를 저었다.
“……..”
“아쉽겠지만, 동료들한테 맡기자.”
“그래요, 데릭! 데릭의 몫까지 저 자식들 슈팅도 못 하게 막을게요.”
“저것들도 들것에 실려 나가게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그러다가 네가 퇴장당할 걸, 레이턴?”
“데릭을 이렇게 만들었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제이미, 저 자식은 내가 오늘 반 죽여놓는다.”
데릭 레드먼드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서 웃음을 지었다.
본인을 안심시켜주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웃으며 레이턴의 등을 기운을 불어넣어 주듯 강하게 쳤다.
“부탁한다. 멍청하게 있다가 실점하면 특훈 2배로 할 거니까 각오하고.”
“오-! 세 배는 어떻습니까!”
데릭 레드먼드가 필드 밖으로 나가면서 주장 완장을 유지우에게 채워줬다.
“뒤는 맡겨도 되지?”
“그럼요, 저 못 믿어요?”
“너무 믿어서 탈이지.”
데릭 레드먼드는 그렇게 필드를 떠났다.
– 데릭! 데릭! 데릭!
아스날 원정팬들은 필드를 떠나는 데릭 레드먼드를 목이 터져라 연호했다.
그리고 유지우는 심호흡하곤 정면을 바라봤다.
정확하게는 토트넘의 골대 쪽을.
‘그래, 북런던 더비는 애초에 이런 거였지…. 이제부터 제대로 즐겨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