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26)
필드의 외계인-326화(326/404)
제326화
2 – 2.
종료까지 5분밖에 남지 않은 시각.
토트넘의 간절함이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토트넘 팬들이 환호하는 것도 잠시, 그들은 손에 땀을 쥐며 경기에 몰입했다.
“이번만큼은!”
“다른 경기는 다 져도! 아스날은 이기자!”
“챔피언스리그는 나가봐야지!”
그들은 최근 아스날을 상대하며 패배한 기억밖에 없었다.
그래서 간절했다.
이번만큼은 아스날에게 이겨 북런던의 주인으로서 목소리를 높이고 싶었다.
[무승부로 끝날지! 아니면 승자가 나타날지! 남은 시간은 5분입니다!] [토트넘 홋스퍼와 아스날! 북런던 더비의 승자는 어디가 될까요! 마지막까지 눈을 떼지 못하는 치열한 접전!]무승부를 한다고 해서 아스날의 무패 행진이 깨지는 건 아니었다.
즉, 볼을 돌리며 시간을 끄는 쪽이 오히려 기록 유지에는 유리한 상황.
하나,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승리라는 두 글자밖에 없었다.
“발을 멈추지 말고! 끝까지 집중해! 머릿속으로는 항상 다음 플레이를 생각해!”
폴 사르는 라인에 서서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아스날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대로 토트넘 홋스퍼의 압박을 절묘하게 피해내며 점유율을 높였다.
‘일단 볼을 돌리는 척, 라인을 끌어야 해.’
아스날은 무승부로 끝내도 상관없지만, 토트넘은 아니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
이것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4위 안에 들어가야만 했다.
한데 그들은 현재 4위인 리버풀보다 승점이 2점 차이로 밀린 상태였다.
그러니 여기서 어떻게든 이겨 간격을 좁혀야만 했다.
[급해지는 건 토트넘입니다! 방금 리버풀이 애버턴에게 승리하며 승점 차이가 5점으로 벌어졌습니다! 토트넘은 여기서 이겨야 챔피언스리그 티켓에 가까워집니다!]리버풀이 승리했다는 소식이 토트넘 홋스퍼 벤치에도 전해졌는지 아드리앙 솔레 감독은 공격적인 전술을 펼쳤다.
“밀리면 답이 없어! 어떻게든 아스날 진영에서 풀어가야 해! 빼앗기지 말고! 빠르게 볼을 돌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정규 시간 90분이 지나가고 남은 시간은 단, 4분.
한 골이 나올 시간이 충분했으나 아스날이 라인을 내리는 것을 본 토트넘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김우일은 감독의 지시 사항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만약 이길 수 없는 상황이라면 후방을 단단히 해, 무승부로라도 끝내야 한다.’
최선이 아닌 차선책이었다.
무승부로 승점 1점을 가져가도 앞으로의 경기들에서 꾸준히 이겨나가면 되니까.
스윽.
김우일은 냉정하게 판단을 내렸다.
이대로라면 이기기는 힘드니, 지키는 쪽으로 가자고.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이 그 지시를 보고 라인을 내리려고 할 때.
타다다다닷-!
그때를 노려 틈을 파고드는 선수가 있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 라인을 올려 볼을 잡아냅니다!]바로 아스날의 공격라인 Y.M.C.A라인이었다.
그들은 체력이 거의 고갈된 상태에서도 이를 악물고 발을 내디뎠다.
그들이 이 타이밍에 적극적으로 움직인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토트넘이 마지막에 라인을 내려서 지키려고 하는 순간이 차이를 만들 순간이다.’
전반전이 끝나고 라커룸에서 폴 사르가 내렸던 지시.
동점이 된다면, 마지막에 힘을 쏟아부으라는 그 말을 기억하고 움직인 것이었다.
“젠장!”
예상치 못한 선수들의 움직임에 김우일의 압박이 반 박자 늦었다.
그 반 박자의 차이는 크지 않아 보였지만,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겐 판단할 여유가 충분했다.
뻐—엉!
김우일의 발이 뻗어지는 순간, 왼쪽으로 길게 날아가는 패스.
마틴 그라임스는 가슴 트래핑으로 볼을 잡아놓고 수비수를 마주 봤다.
[아스날의 기습적인 공격-! 왼쪽 사이드부터 좁혀갑니다!] [오늘 토트넘의 사이드가 단단해 보이긴 하지만! 후반전이 되자 빈틈을 자주 보입니다!]그를 마크하는 풀백의 호흡이 거칠었다.
마틴 그라임스는 자신 있게 볼을 건드리며 스텝을 밟았다.
툭.
툭.
그는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아드리안 로마오와 패스를 주고받았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해낸 원투 패스.
덕분에 간단하게 수비수를 제쳐낼 수 있었다.
[사이드를 여는 아스날-! 토트넘의 수비에 균열을 냅니다!]균열이 생긴 공간.
마틴 그라임스는 압박이 늦어지는 것을 보고선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왔다.
스윽.
그제야 뒤늦게 압박이 들어왔지만, 이미 시간은 충분했다.
그는 고개를 들고 동료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하곤.
컷백으로 패스를 내줬다.
툭.
그 패스를 받은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슈팅 모션을 가져가며, 센터백들의 타이밍을 빼앗은 뒤.
툭.
오른쪽으로 패스를 내줬다.
타이밍을 빼앗긴 토트넘 수비진.
그리고 그곳을 찢어버리는 한 명의 선수.
탁.
유지우는 각을 좁히려고 슬라이딩한 골키퍼의 키를 퍼스트 터치로 넘겼다.
볼이 골키퍼의 몸을 지나 떨어지기 전.
툭.
공중에서 볼을 툭 밀어 차며.
철렁.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종료 직전에 나온 결승 골에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이 아스날의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이것이 토트넘과 아스날의 차이였다.
최선을 찾지 못해 차선을 택하는 팀과 최선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는 팀.
이날의 승리를 결정 지은 요인은 이것이었다.
* * *
유지우의 결승 골이 들어가는 순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도서관이 된 것처럼 조용해졌다.
그곳에 울리는 소리는 오로지 아스날 원정 팬들의 환호뿐이었다.
[이것이 아스날이 자랑하는 Y.M.C.A 라인입니다! 작은 균열조차 놓치지 않은 그들의 집중력이 결승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네 선수의 합을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까요! 아름다운 예술작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북런던 더비에서 마침표를 찍은 건 아스날의 공격을 책임지는 Y.M.C.A라인이었다.
네 선수가 한데 모여 세레머니를 하자, 그것을 보는 토트넘 홋스퍼 팬들은 욕을 내뱉었다.
“이걸 먹히냐-!”
“아오! 하필 저것들이야 또?”
“너희는 좀 부상 좀 당하던가 퇴장 좀 당해라!”
“누가 쟤네 좀 끌어 내려라! 아스날 녀석들은 쟤네 아니면 아무것도 못 해? 젠장!”
토트넘 팬들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건 아스날의 4인방이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스트레스를 받은 건 토트넘의 감독 아드리앙 솔레였다.
그는 그들을 바라보다 허탈하게 벤치에 앉았다.
‘저것들을 제일 주의했는데 결국, 마지막에 당했군.’
밤낮을 지새우며 준비했던 북런던 더비.
그 마지막이 이렇게 끝날 조짐이 보이자 허탈함이 몰려왔다.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
아스날의 공격진이 예상보다도 더 강했다는 점도 있었지만.
스윽.
필드 위 모든 상황을 손바닥 보듯 보고 있는 폴 사르 감독의 존재감 또한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
‘필드 안과 밖, 아스날의 완벽한 경기력이 어떻게 나오는지 이제야 알겠어.’
남은 시간은 겨우 1분.
토트넘 홋스퍼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동점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마지막 1분 동안 아스날의 골문을 노렸다.
그렇게 토트넘의 공격을 끝으로.
삐익-! 삐익-! 삐—익!
길고 길었던 북런던 더비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 * *
삐익-! 삐익-! 삐—익!
종료 휘슬이 울리며 북런던 더비는 무승부로 끝이 났다.
[이렇게 북런던 더비가 종료됩니다! 최종 스코어 3 – 2! 아스날이 또다시 북런던 더비에서 승리합니다!] [토트넘도 정말 대단한 경기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봤던 북런던 더비 중! 가장 기억에 남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아스날로서는 무패 행진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라이벌의 홈에서 이긴 것인 만큼 뜻깊은 승리였다.
그와 반대로 토트넘은 홈에서 라이벌에게 패한 것이라 참담한 심경이었다.
이 때문에 토트넘 선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많은 팬이 비난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친 선수들을 위로하는 팬들 또한 있었다.
그렇게 선수들이 필드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후우, 역시 아스날은 빡세구나.”
유지우에게 김우일이 다가왔다.
“토트넘도 지금까지랑 전혀 달랐어요.”
“하, 이길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았어요?”
“하하하하하! 이러다가 정말 아스날이 무패 우승을 하겠네.”
“그러려고 노력 중이죠.”
유지우와 김우일은 유니폼을 교환했다.
물론 그 장면을 한국 취재팀이 놓칠 리 없었다.
두 선수가 유니폼을 교환한 후 포옹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자, 해설위원들은 흐뭇하게 웃었다.
[아름다운 모습이네요.] [두 선수가 서로를 아껴주는 만큼, 앞으로 두 선수의 팀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습니다!]한국 취재팀에게는 운이 좋게도 두 선수는 쉽게 그 자리를 뜨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다음은 3월에 보는 건가?”
“다음 주에 밥 먹기로 한 거 잊었어요?”
“아! 맞다!”
두 선수가 지내는 곳은 북런던.
아스날과 토트넘으로 나뉘어 있긴 하지만 지내는 곳은 차로 10분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시간이 맞을 때면 만나서 식사 자리를 가졌다.
“우리 가족들 전부 초대해주셨지?”
“벌써 뭘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형이 좋아하는 소갈비찜은 메인으로 할 거고요.”
“기대되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원정팀인 저희가 더 있다가는 병이라도 날아올 거 같아서요.”
김우일은 주위를 둘러봤다.
지금까지와 다른 분위기의 관중들.
“북런던 더비는 북런던 더비네. 준비할 때도 힘들었는데 이 분위기는….”
“점차 적응될 거예요.”
“조심해서 가라.”
“예.”
토트넘 홋스퍼의 홈에서 승리한 아스날 선수들이 더 머물 순 없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아스날 선수들을 떠났다.
【 북런던 더비, 3 – 2로 아스날이 승리하다! 】
【 아드리앙 솔레, “나의 실책, 선수들은 내 지시대로 멋진 경기를 보여줬다.” 】
【 패배했으나 저력을 보여준 토트넘, 변화를 일으키는 바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
.
경기 후.
아스날 선수들이 간 라커룸 안에서는 데릭 레드먼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본 선수들은 모두 놀랐다.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걸로 알고 있었으니까.
“…병원 안 갔어요?”
“갔다가 결과가 궁금해서 바로 왔지.”
“괜찮아요?”
데릭 레드먼드는 선수들이 걱정하는 것을 보고 머리카락을 살짝 들어 상처 부위를 보여줬다.
찢긴 부위가 크지는 않았지만, 꿰맨 흔적이 있었다.
“나? 나야! 괜찮지!”
데릭 레드먼드가 건강하다는 걸 어필하는 순간.
탁.
그의 어깨에 손이 하나 올라왔다.
“오호.”
폴 사르였다.
주장이 아무 일도 없다는 것에 기뻐해서 웃는 것처럼 보였지만, 폴 사르 성격에 순수하게 기뻐할 리 없었다.
그것을 눈치챈 선수들은 바로 눈을 피하며 각자 짐을 정리했다.
“뭐가 그렇게 좋지? 내가 분명히 병원에 갔다가 쉬라고 했는데?”
폴 사르는 살기가 가득한 웃음을 띠며 웃었다.
사실 폴 사르는 데릭 레드먼드가 검진받고 자택으로 가 쉬라고 지시했다.
이곳에 온 건 데릭 레드먼드의 독단이었다.
팀닥터도 말리지 못한 고집.
그 고집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다 낫고 보자? 데릭?”
아스날의 감독, 폴 사르였다.
“가, 감독님! 팀은 하나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북런던 더비를 두고 저 혼자 집을….”
“그렇게 팀을 위하다니, 다 나으면 보자.”
데릭 레드먼드는 선수들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다들 눈을 피했다.
폴 사르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부상’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괜한 불똥이 튀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선수들.
부주장인 유지우가 짐을 다 챙기고 일어나자 데릭 레드먼드는 그가 자신을 구해주기 위해서 일어난 줄로만 알았지만.
“가죠.”
유지우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데릭 레드먼드를 바라봤다.
“데릭은 다 좋지만…. 이런 부분까지 좋지는 않아요. 다치면 좀 쉬어요.”
“유가 역시 나랑 말이 통한다니까.”
폴 사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지우의 말에 동의했다.
“데릭.”
“으, 응?”
“벌은 잘 받으세요. 전 옆에서 구경할게요.”
“아아아아아!”
그렇게 아스날 선수들은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떠났다.
승리한 아스날 팬들은 환호했고 데릭 레드먼드가 다친 걸 걱정하는 팬들에게 곧바로 기사 하나가 보도됐다.
【 데릭 레드먼드, 치료 후 훈련 복귀, 다음 경기 휴식 결정. 】
찢어져 꿰매긴 했지만, 그리 큰 부상은 아니었다.
* * *
치열했던 북런던 더비가 끝난 후, 아스날에게 휴식 3일이 주어졌다.
선수들은 각자 스케줄을 소화했고 유지우는 특별한 손님들을 만났다.
“안녕?”
그들은 한국에서 온 13명의 아이였다.
“우와.”
“…팬이에요!”
“평소에 어떤 훈련 하세요?”
“저도 유지우 선수처럼 해외에서 뛰는 게 꿈이에요!”
아이들은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했고 중재는 너튜버들이 했다.
잠깐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축구 배우고 싶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