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27)
필드의 외계인-327화(327/404)
제327화
뻐—엉!
코리안 풋볼러브가 마련한 훈련장은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아이들의 몸에 맞춰 딱 알맞은 훈련장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평소라면 큰 상관 없는 일이었겠지만, 관계자들은 오늘은 유독 그 점이 신경 쓰였다.
아스날의 에이스, 유지우가 그들과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저기 유, 아니야?”
“어디?”
“저쪽.”
“…와! 진짜 유잖아!”
그 덕분에 사람들이 점점 모였다.
다행인 점은 촬영하는 것을 보고서는 더 가까이 다가오진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먼발치에서 촬영을 지켜봤다.
“호수라고 했지?”
“네!”
“너는 슈팅할 때, 실리는 힘이 좋은데 딛는 균형이 일정하지 않아, 그래서 네가 원하는 곳으로 볼이 잘 안 향하는 거고.”
“오! 맞아요!”
“그럴 때는 상체 동작이 중요해.”
유지우는 아이들이 부족한 부분을 눈치채고 제대로 코칭을 해줬다.
아직 다 자라지 않아 다칠 우려가 있는 동작들까지.
“내가 봐줄 건 없겠군.”
옆에서 지켜보던 차강식이 뿌듯하게 쳐다봤다.
“아, 감독님.”
“난 신경 쓰지 말고 애들 좀 더 가르쳐줘, 애들도 현역 선수한테 배울 수 있어서 기쁠 테니까.”
“예.”
“그나저나 안 피곤해? 북런던 더비가 끝난 지 하루밖에 안 됐잖아.”
“이 정도는 거뜬합니다.”
“괜히 무리한 부탁을 한 거 같아서 미안해.”
“아닙니다. 저도 이러면서 숨도 쉬고 하는 거죠.”
촬영도 순조로웠다.
프로그램 주제는 한국에서 온 아이들이 월드 클래스 U-13이라는 팀명으로 유럽의 클럽 유스팀들과 경기를 하는 거였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경험을 쌓게 해주는 일이었던 만큼, 유지우는 바쁜 일정에도 흔쾌히 수락했다.
“첫 경기는 모레, 리즈 U-13 애들이랑 하죠?”
“리즈부터 시작해서 영국 전역 돌아보는 일정이야.”
“또 런던에서 보겠죠?”
“시즌 종료할 때까지니까?”
그 뒤로도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유지우는 아이들이 궁금한 부분도 세세하게 알려주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정말 끝이에요?”
촬영은 아쉽게도 유지우의 스케줄 상, 하루 밖에 시간이 되지 않았다.
곧 헤어질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급격히 텐션이 떨어졌다.
채널 식구들과 차강식 감독이 아이들을 위로해주는 가운데 다들 유지우를 중심으로 원을 둘러섰다.
“이렇게 헤어지게 되는 게 나도 아쉬워. 대신 다음에 또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야. 이별 뒤에 만남이 또 있는 법이니까.”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유지우에게 궁금한 걸 물어봤다.
그가 아이들의 질문에 웃으며 답해주던 중, 한 아이가 손을 들었다.
“선배님은 처음부터 그렇게 잘했어요?”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15세에 아르헨티나에 가서 성공했잖아.”
“맞아, 그 정도면 말 다 했지.”
15세라는 어린 나이.
그 나이에 유지우는 아르헨티나로 가서 보카 주니어스에 입단 16세부터 프로 무대를 경험했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그를.
‘천재.’
이 두 글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 질문에 유지우는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필드 위에서 하는 건 단 하나도 그냥 할 수 있었던 건 없었어.”
“…….”
“사람들은 날 천재라고 부르지만, 난 천재가 아니야.”
“…….”
“작은 플레이 하나라도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고, 킥 하나라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수백, 수천 번은 반복했거든.”
그의 실력은 타고난 게 아니었다.
잘하고 싶었고.
성공하고 싶어서.
매일 죽어라 훈련을 했을 뿐이었다.
“결국 성공하는 건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것만 명심하면 조만간 같은 필드에 설 수 있을 거야.”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선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축구 꿈나무들의 가슴에 새겨졌다.
* * *
2월 말.
아스날은 FA컵 16강에서 블랙번 로버스를 만났다.
1부 리그와 2부 리그의 만남.
경기 전부터 뻔히 보이는 그림이었다.
이에 더해 아스날의 현재 기세를 생각해본다면, 블랙번 로버스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스날 3 – 0 블랙번 로버스]그것은 그대로 스코어를 통해 드러났다.
전반전에만 세 골.
그리고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아스날은 공세를 취하며 거의 반코트 싸움이 되어버렸다.
[리드하는 아스날! 오늘은 유지우 선수를 제외하고 전부 후보진으로 나왔는데도 경기를 완벽히 압도하고 있습니다!]조금의 틈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들은 유지우를 중심으로 빌드업을 짰다.
블랙번 로버스의 강한 압박에도.
툭.
유지우는 비어있는 곳에 있는 선수를 정확히 찾아내곤 그곳으로 패스를 보냈다.
“침착하게 주변을 봐!”
로만 아일츠 – 해리 펠티어 – 마루앙 카라스코.
이 세 명으로 이뤄진 공격진은 유지우의 발끝에서 펼쳐지는 예술의 마침표 역할이었다.
스르르르륵.
유지우는 볼을 받은 뒤.
드래그 백으로 태클을 피했다.
[오오오-! 볼을 다루는 스킬이 정말 대단합니다!]블랙번 로버스는 유지우의 돌파를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
‘…빌어먹을.’
블랙번 로버스의 감독은 주먹을 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가 분한 것은 무력감 때문이었다.
‘한 골도 못 넣다니.’
블랙번 로버스는 2부 리그에서 득점 수 1위인 클럽이었다.
아스날을 상대하면서 질 거라고 예상은 했으나, 단 한 골도 넣지 못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뻐—엉!
때려도.
뻐—엉!
아무리 때려도.
아스날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마치 신들린 것처럼 선방을 보이는 다비드 바르트라.
그리고 그 앞을 지키는 든든한 수문장들.
블랙번 로버스가 들어갈 틈새라곤 보이지 않았다.
– 와아아아아아!!!
그러던 중.
아스날이 다시금 기회를 잡았다.
블랙번 로버스는 아스날 공격의 시발점인 유지우를 끊어보려고 했지만.
툭.
퍼스트 터치로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드리블에 당하고 말았다.
이어서 블랙번 로버스 수비진이 흔들리자.
투—웅!
유지우는 수비수들의 키를 넘기는 로빙 패스를 찔렀다.
골키퍼가 궤적을 보고 골대를 비우고 나왔다.
손만 뻗으면 볼에 닿을 거리.
하지만 그는 곧이어 당황하고 말았다.
툭.
손이 닿기 전에 해리 펠티어의 머리가 먼저 볼에 닿았기 때문이었다.
그 볼은 그대로 골키퍼의 손을 지나.
철렁.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고오오오올-! 유지우 선수의 패스를 받은 해리 펠티어의 마무리! 아스날이 블랙번 로버스를 완벽하게 무너트립니다!] [4 – 0의 스코어! 해리 펠티어가 오늘 경기 두 골을 모두 머리로 만들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합니다!]이 골이 들어가자마자 블랙번 로버스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1부 리그와 2부 리그의 차이.
그것이 너무나도 명확하게 드러났으니까.
.
.
.
그렇게 FA컵 16강에서 블랙번 로버스를 꺾고 8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며칠 후.
2월 말이 되자 주앙 달루트는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 월드컵 최종 26인 엔트리 공개! 】
【 2034 호주 월드컵 엔트리 최종 발표! 】
【 주앙 달루트, “이 선수들과 트로피를 노리겠다.” 】
그들의 이름 가운데.
‘유지우(21) 아스날 FC [C]’
유지우는 국가대표 주장의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 * *
3월 초 일정에서 아스날은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까지 종료된 지금.
아스날은 부동의 1위였다.
22승 6무 0패 [72점]
2위인 맨체스터 시티와 승점 5점 차이로 달아났다.
점점 끝으로 다가오는 시즌.
무패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될 때쯤.
3월 10일이 되며.
『 A매치 데이 』
국가대표 소집 날이 다가왔다.
유지우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했다.
그를 취재하기 위한 인파로 공항은 마비 직전까지 갔다.
“유지우 선수-!”
유지우는 간단한 인터뷰를 한 뒤에 공항에서 빠르게 빠져나갔다.
【 ‘아스날 영웅’ 유지우, 한국 입국! 】
【 유지우,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 】
【 월드컵 평가전, 한국은 어떤 준비를? 】
대한민국의 A매치 대전 상대.
대한민국 vs 덴마크.
대한민국 vs 멕시코.
두 국가로 정해졌다.
덴마크는 벨기에를 모델로.
멕시코는 미국을 모델로 생각하고 성사된 매치였다.
며칠 후, 파주 국가대표 캠프장 앞.
취재진은 선수들이 캠프에 합류하는 것을 카메라에 담았다.
“유지우 선수다!”
“드디어 주인공이 오셨군.”
그들이 가장 기다렸던 건 유지우였다.
아스날 무패 행진의 주역이기도 했지만, 그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국가대표 주장으로서 첫 경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임하실 생각이십니까?”
바로 유지우의 국가대표 주장 데뷔전이었다.
사전에 이야기된 대로 유지우는 차분히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장이 됐다고 달라지는 건 없을 겁니다. 항상 그랬듯 감독님의 지시대로 움직여 승리를 가져오겠습니다.”
형식적이면서 담백한 답변이었다.
기자들은 그것이 유지우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부담이 되지는 않으시나요?”
“주장이라는 자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담을 견뎌내며 대표팀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국가대표 주장이라는 자리에 오른 지금, 유지우의 부담감은 평소보다 컸다.
국가대표 주장이라는 자리는 쉬운 자리가 아니었으니까.
“나라를 위해 뛴다는 것은 엄청난 영광입니다. 그 영광을 더럽히지 않는 주장이 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유지우는 안으로 들어갔다.
.
.
.
합류하고 첫 일정은 감독과의 미팅이었다.
본 훈련에 들어가기 전.
주앙 달루트는 유지우와 가벼운 티타임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눴다.
“몸 상태는?”
“최상입니다.”
“아주 듣기 좋은 답변이군.”
이야기는 별거 없었다.
근황을 물어보는 게 전부였다.
“주장으로 임명되고 첫 경기긴 하지만 네가 늘 하던 대로만 하면 문제없을 거다.”
주앙 달루트는 유지우를 신임하고 있었다.
언제나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
그런 선수에게 신뢰를 주지 않으면 어떤 선수에게 주겠나.
“그러면 가볼까?”
그 뒤.
최종명단에 뽑힌 선수들이 훈련장에 모였다.
훈련에 들어가기 전.
유지우가 감독의 옆에 서서 주장으로서 한마디 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린 주장이라고 무시하시면 훈련 두 배로 시켜달라고 감독님께 요청할 겁니다.”
그의 말에 모두 웃음을 지었다.
이 자리에 있는 그를 무시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에이! 감독님이 아니라 주장이 시킬 거면서.”
“저 훈련 변태랑 엮이면 안 좋으니까 적당히 피해 다녀야겠군!”
“그러면서 제일 먼저 잡히지 않아요?”
“아앗!”
이미 안면을 튼 선수들이 대다수였다.
처음 본 선수들은 단 세 명뿐.
그들도 연령대 대표를 거치며 친분이 있는 선수들이었기에 적응 걱정은 없었다.
짝.
유지우는 선수들을 보며 손뼉을 강하게 쳤다.
“우리의 목표는 우승입니다.”
그리고 입에서 나온 월드컵을 향한 목표.
그 목표를 듣자 선수들은 농담을 그만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들도 주앙 달루트가 전부터 한 말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이번 월드컵의 목표를 우승으로 할 거라는 걸 예상했으니까.
“당황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월드컵에서 우린 8강에 올랐고 이번에는 그보다 높이 올라갈 것입니다.”
유지우에겐 주장으로서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저는 단 1%의 가능성만 있더라도 그 가능성을 보고 앞만 보며 달리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잘 따라와 주길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아니.
희박한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 확률에서도 유지우는 그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그러한 목표를 듣는 선수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들을 이끌 주장을 쳐다봤다.
“시작합시다!!!”
유지우의 국가대표 주장으로서 첫걸음이 내디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