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28)
필드의 외계인-328화(328/404)
제328화
삐—익!
삐—익!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는 연신 휘슬 소리만이 들려왔다.
“킴! 압박하는 타이밍이 늦어! 미리 움직여야지!”
“네!”
“판단을 빠르게 해!”
주앙 달루트는 선수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움직임을 하나하나 잡아줬다.
자신의 머릿속으로 생각한 전술.
그것을 필드에 더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서.
삐—익!
그렇게 선수들의 땀은 잔디를 적셔갔다.
잠시 후.
휴식 시간.
선수들이 앉아서 쉬는 동안, 차선호는 음료수를 들고 유지우의 곁으로 갔다.
“주장으로서 첫 훈련은 어때?”
“평소랑 똑같은데요?”
“하하, 하긴 주장됐다고 갑자기 모든 게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잠깐의 여유를 가졌다.
“너 영국에서 내 동생 만났다며?”
“민호? 민호가 얘기했나 보네.”
“아니, 어머니한테 들었지.”
“…형이랑 얘기 안 한다고 했는데 정말이었구나.”
“민호가 5살 때부터 난 해외 나와서 아버지랑 살았으니까.”
차선호와 차민호.
유지우는 유럽에서 만난 아이 중에 차선호의 동생이 있다는 것을 보고서 유심히 봤다.
또래보다 재능이 있어서 유독 기억에 더 남는 아이였다.
“어때? 재능이 있는 거 같아?”
“발기술은 좋더라, 체력이 없어서 그렇지.”
“그 녀석은 뛰는 걸 싫어하면서 왜 축구를 하려고 하는지.”
“꾸준히 하면 잘할 거 같던데?”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마저 훈련을 진행했다.
한편, 다른 쪽에서 유지우를 보며 웅성거리는 선수들이 있었지만.
유지우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공을 차는 데만 집중할 뿐이었다.
.
.
.
훈련이 끝나고 샤워까지 마친 후.
유지우는 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 방에서 쭉 쉬었다.
주장이 된 후 첫 훈련이라 조금 긴장하긴 했지만, 잘 소화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벌컥!
그렇게 홀로 생각하던 중, 갑자기 방에 들이닥친 사람이 있었다.
묘하게 상기된 얼굴의 강현오가 그 주인공이었다.
“무슨 일이야?”
“선배님! 저랑 같이 갈 곳이 있어요!”
“갈 곳?”
“같이 가주시겠습니까?”
너무 간절한 표정으로 부탁을 하기에 유지우는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다.
“여기는 식당 아니야?”
그런데 간 곳은 식당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강현오는 그렇게 말하며 손수 문을 열어주었다.
들어간 식당 안은 불이 다 꺼져 있었다.
한데, 유지우가 들어간 그 순간 갑자기 불이 켜지더니.
짝짝짝!
선수들이 모여서 케이크를 들고 걸어왔다.
“…오늘 누구 생일이야?”
유지우는 당황한 채로 물었다.
주장이 되고서 한 일 가운데에는 선수들의 생일 체크도 있었다.
A매치 기간에 생일이 있으면 챙겨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가 알고 있는 바로는 근래에 생일인 사람은 없었다.
유지우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자, 가장 고참인 최민연이 웃으며 왜 이런 일을 했는지 말해줬다.
“새로운 주장이 임명됐는데 그렇다 할 환영회도 없었잖아. 그래서 간단하게 준비했어.”
“…뭘 이런 걸 준비했어요. 경기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준비해야죠.”
“이런 시간도 있어야 더 돈독해지는 법 아니겠어?”
친구인 김기하가 은퇴해서 누구보다 아쉬워할 법했지만, 최민연은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고참답게 주장 교체로 인해 흔들릴 뻔한 분위기를 유지우 쪽으로 몰아줬다.
“앞으로 잘 부탁해! 주장!”
* * *
경기가 열릴 상암월드컵경기장.
대한민국 vs 덴마크전을 앞두고 관중석이 채워졌다.
빈자리가 없는 만석.
티켓도 10초 만에 매진이 될 정도로 이번 A매치는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덴마크는 쉽게 이기겠지?”
최근 상대했던 국가들보다 비교적 약체인 전력.
그런 팀을 상대로 대한민국이 좋은 경기를 보이라는 기대감이 퍼져있던 덕분이었다.
“아마도? 주앙 달루트가 기대해도 된다고 했잖아.”
무엇보다도 경기 전 인터뷰에서 주앙 달루트가 한 말이 화제였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대표팀을 보여주겠다.’
이 발언은 자연히 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렇게 찾아온 경기.
관객들은 선수들이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후우, 먹을 것 좀 사 올까?”
“이제 나가기도 어렵잖아, 잠깐 참고 하프타임에 다녀오자.”
관중석은 계속해서 채워졌다.
그 시각, 대표팀 라커룸 안.
워밍업을 마친 선수들이 경기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다들 준비는 끝났나?”
주앙 달루트가 라커룸으로 들어오자 선수들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됐다.
“바뀐 라커룸 적응은 끝났고?”
“네!”
국가대표 라커룸 안은 변화가 있었다.
시설이 전반전으로 좋아졌고 가장 큰 변화는 바닥이었다.
바닥에 작은 필드를 만들어놔서 작전 지시를 하기에 안성맞춤이 되어 있었다.
“지금부터 잘 들어라.”
바닥에 놓인 필드에 주앙 달루트가 선수 배치를 놓으며 전술을 설명했다.
선수들은 한눈에 들어오는 작전판 덕분에 빠르게 이해했다.
“여기서는….”
그의 시선이 계속해서 움직였다.
엊그제부터 지겹도록 들은 전술이었지만, 선수들은 집중해서 주앙 달루트가 하는 말을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았다.
“이게 오늘 우리가 사용할 전술이다. 질문이 있는 사람?”
“없습니다.”
“좋아, 덴마크는 우리보다 전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되는 곳이다. 하지만 방심은 절대 해선 안 돼, 필드 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10분 뒤, 모든 설명이 끝나고 경기에 나갈 시간이 되자 유지우가 일어나서 가운데로 갔다.
“월드컵을 기대하면서 보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우리는 준비한 것을 최대한 보여줘서 팬들을 만족시켜야 하죠.”
선수들은 그의 말을 경청했다.
“가슴에 있는 태극마크를 위해 뛰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올 거라고 믿습니다! 자자-! 그러면 이기러 가봅시다!”
유지우의 왼쪽 팔에 채워진 완장.
그의 국가대표 주장으로서 첫 경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저벅.
저벅.
그들은 걸어서 선수 입장 터널로 갔다.
유지우는 제일 앞에 섰다.
그는 주심과 반갑게 인사한 뒤, 에스코트 키즈의 손을 잡고 정면을 응시했다.
‘…….’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장 완장을 차고 맞이하는 첫 경기.
주심의 뒤를 따라 입장하는 경기장에서 쏟아지는 환호성이.
‘이기자.’
승리를 향한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했다.
* * *
– 와아아아아!!!
경기 시작하고 5분은 탐색전이었다.
덴마크는 월드컵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이탈리아를 끈질기게 잡고 늘어지며 저력을 보여주었던 나라였다.
퍼—억!
[덴마크가 대한민국보다 기술적인 부분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것을 몸싸움으로 채우려고 합니다.] [피지컬적으로는 덴마크가 더 우위에 있으니까 적절한 방법이라고 봅니다.]축구 실력 자체로는 상위권이 아니었지만, 덴마크 선수들의 피지컬은 유럽 내에서도 정평이 나 있었다.
‘흠.’
유지우는 4 – 5 – 1 포지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으며 주위 상황을 세세하게 살폈다.
‘게겐 프레싱 비슷하게 공격적으로 압박하고 있네.’
주앙 달루트가 말했던 것처럼 덴마크 선수들은 체력이 전체적으로 좋아 타이트한 압박을 주로 했다.
그들의 압박이 가장 강한 곳은.
“유-!”
당연하게도 유지우였다.
그들은 그림자처럼 바짝 붙어서 유지우에게 떨어지지 않고자 했다.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하는 덴마크! 유지우 선수를 그냥 두지 않습니다.]유지우는 압박하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폈다.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유럽 최고의 클럽들을 상대로 무수히 많은 압박을 경험한 그는 침착했다.
덴마크가 타이트하게 압박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툭.
툭.
그런 그들의 압박에 맞서 유지우는 빠르게 원터치로 볼을 돌렸다.
[패스를 돌리며 순식간에 빠져나오는 유지우 선수-! 저 정도의 압박은 아무렇지 않아 보입니다!]차선호와 강예수도 측면에만 머물지 않고 중앙으로 오는 빈도를 높이며 유지우에게 공간을 주려고 했다.
“지우야!”
경기 시작하고 10분이 지난 지금.
경기 지표는 유지우의 볼 터치가 다른 선수의 두 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달리 말하자면, 이는 그만큼 유지우가 필드 전체를 다니며 볼을 받아주는 플레이가 많았다는 걸 의미했다.
[대한민국은 유지우 선수가 모든 플레이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와…. 저렇게 해주면 다른 선수들이 더 여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게 됩니다.]해설진들의 말이 맞았다.
주앙 달루트는 유지우의 장점인 활동량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펼쳤다.
그 덕분에 차선호와 강예수.
대한민국의 날개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스르르르륵.
드래그 백으로 압박을 벗어난 유지우가.
뻐—엉!
그대로 찔러준 패스.
볼은 회전을 먹어 왼쪽으로 살짝 꺾였다.
그 볼을 받은 건, 어느새 라인을 올라온 강예수였다.
촤—악!
덴마크 수비수가 몸을 날려 막아보려고 했으나 그보다 먼저 강예수의 아웃프런트 슈팅이 나왔다.
[강예수 선수의 슈우우우웃!!!]파 포스트를 노리고 찬 슈팅이었지만, 아쉽게 골대를 벗어나고 말았다.
– 아아아아!
관중들은 함께 머리를 감싸며 아쉬워했다.
비록 득점에 실패했으나 언제라도 득점이 나올 거라는 확신이 들게 하는 플레이였다.
그렇게 경기는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 *
촤—악!
덴마크의 역습 기회에서 유지우가 사각지대에서 나타나 태클로 볼을 탈취했다.
– 오오오오!!!
[몸을 날리며 볼을 가져오는 유지우 선수! 저런 헌신적인 플레이가 유지우 선수의 장점이죠!]그는 몸을 아끼지 않았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더 내려가!”
그의 영향력은 주장답게 대단했다.
그리고 주장이 이렇게 뛰어주니, 다른 선수들도 사기가 오르며 덴마크를 조여갈 수 있었다.
슈팅 수는 6 vs 1 큰 차이로 벌어졌고 점유율도 급격히 차이가 났다.
그렇게 전반 30분.
덴마크의 역습이 잘리며 대한민국이 소유권을 가져왔다.
뻐—엉!
[볼을 잡은 김우일 선수가! 압박이 오기 전 전방으로 빠르게!]김우일이 낮고 강한 패스를 찔렀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한 유지우 근처로 몰리는 두 명의 선수들.
그들은 그림자처럼 유지우를 쫓아다닌 선수들이었다.
그들을 본 유지우는 등을 진 채, 버티고 볼을 받으려고 발을 뻗었다.
스르륵.
하지만 그건 페이크였다.
볼을 받는 척, 공을 그대로 흘리는 스킬.
그를 압박하기 위해 몰렸던 선수들은 타이밍을 빼앗긴 채 허우적댈 수밖에 없었다.
– 오오오오오오!!!
흐른 볼은 어느새 내려온 황우식이 잡았고.
툭.
그는 다시 들어가는 유지우 옆으로 볼을 슬쩍 내주며 센터백 사이의 균열을 일으켰다.
‘…좋아.’
볼이 오는 것을 본 유지우는 골대를 응시했고 그대로 자세를 잡았다.
센터백들의 벽이 허물어지며 보이는 골대까지의 길.
[열렸어요! 열렸어요! 유지우 선수가 잡고 슈우우우웃!]덴마크 센터백은 급하게 몸을 날려서 막아보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유지우의 슈팅이 이어졌다.
뻐—엉!
철렁.
왼쪽 그물을 찢을 듯이 요동치는 강력한 골이었다.
[들어갑니다-! 전반 31분에 유지우 선수가 멋진 득점을 만들어냅니다!] [유지우 선수 앞에 저런 공간을 주면 가차 없죠! 이걸로 오늘 경기 선제골이 나옵니다!!!]첫 골을 신고한 것은 국가대표 주장 유지우였다.
– 와아아아아아아!!!!
포효하는 팬들에게 달려간 유지우는 광고판에 올라가 팔에 찬 완장에 키스했다.
새로운 세대의 주장으로서 출사표.
그의 당당한 모습에 경기장을 뒤덮은 환호성은 좀처럼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 *
【 LIVE) 대한민국 vs 덴마크, 1 – 0 [진행 중] 】
실시간으로 생중계가 되며 시청률이 26%에 육박했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가 공개되고 치르는 첫 경기이자, 유지우가 주장으로서 맞이하는 첫 경기이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됐다.
– ㅁㅊ 이게 국대 주장의 품격이다.
– 여태 주장 중 이렇게 든든한 주장이 있었냐?
– 21세 주장 ㄷㄷ
– 타이틀이 뭔가 간지남 ㅋㅋㅋㅋㅋㅋ
– 발롱도르 주장 ㅠㅠㅠ
– 와… 이거다.
– 우리도 발롱도르 주장 있다!!!
축구팬들은 유지우를 보며 자부심을 느꼈다.
어린 나이에 세계 최고의 자리에 서며 발롱도르를 수상한 선수.
그러면서 국가대표 주장까지 맡은 선수.
유지우라는 이름으로 쓰인 스토리는 축구팬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 선수들도 주변에서 잘 받쳐주고… 뭔가 점점 기대하게 되는 맛이 있음 ㅋㅋㅋㅋㅋ
– 차선호랑 강예수, 양 날개 움직임이 겁나 좋음.
– 갓지우가 들어갈 공간만 만들어지면 상대가 아무것도 못 함 ㅋㅋㅋㅋ
– 이렇게 걱정 안 되는 대표팀은 처음인 듯?
– 뭔가 이대로 본선을 가도 질 것 같지 않아.
유지우 찬양 글과 더불어 국가대표 선수들을 향한 극찬도 이어졌다.
특히 해외파들의 영향력이 대단했다.
유지우만큼은 아니지만.
– 이게 한국 대표팀이라고? ㄹㅇ?
그들도 해외에서 배운 것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