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29)
필드의 외계인-329화(329/404)
제329화
철렁.
선제골이 들어가고 10분 뒤.
다시 한번 덴마크의 골망이 흔들렸다.
– 와아아아아아아!
[강예수 선수의 크로스를 받은 차선호 선수의 발리슛이 그대로 골망을 가릅니다!] [대한민국의 양 날개! 이 선수들이 차이를 만듭니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주전 강예수.
레버쿠젠의 주전 차선호.
두 선수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각 리그에서 도움 랭킹 3위 안에 드는 선수들이라는 점이었다.
[유지우 선수도 유지우 선수지만, 이 두 선수도 절대 영향력이 작은 선수들이 아닙니다.] [라리가의 도움 2위 강예수 선수, 그리고 분데스리가의 도움 3위 차선호 선수…. 이 두 선수가 있어 주기 때문에 유지우 선수도 더욱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런 효과가 생겨나네요!]비록 아스날 만큼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공격진은 확실히 명문 팀들과 견주어보아도 손색이 없다고 할만했다.
삐익-! 삐익-! 삐—익!
잠시 후.
2 – 0이라는 차이를 만들고 전반전이 종료됐다.
리드를 가져온 대한민국 라커룸은 분위기가 좋았지만, 그들은 이대로 만족하지 않았다.
“후반전에 두 골은 더 넣어야 해.”
“덴마크에는 적어도 세 골 이상은 뽑아야 한다고 기준치를 정해놨잖아.”
“해내야지.”
“준비한 거 아직 반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다 보여주고 오자.”
“오신 팬분들을 더 즐겁게 해줘야지, 안 그래 캡틴?”
유지우는 선수들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필드에서 멍청한 짓 하면 가만 안 둡니다.”
“이거 캡틴 무서워서 반드시 세 골 차이는 만들어야겠구먼!”
덴마크는 본선에서 만날 상대인 벨기에와 비교하기엔 약했다.
그래서 주앙 달루트는 이 매치가 있기 전에 기준치를 잡았다.
‘3 – 0 이상으로 이길 것.’
그 후에 후반전을 위해 선수들이 필드로 나올 때.
터널 근처에 있던 팬들은 유지우를 보고 소리쳤다.
“지우야! 박살 내버리자!”
“덴마크에 단 한 골도 주지 마!”
“이대로 월드컵까지 가자-!”
그들을 보며 유지우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관중들의 응원에 힘입어 후반전이 시작됐다.
덴마크는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4 – 4 – 2 포메이션으로 균형을 유지했다.
[양 팀 모두 전반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후반 초반부터 대한민국의 맹렬한 공격이 이어졌다.
전반전 동안 호되게 당한 덴마크는 라인을 내려 수비적인 전술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속도가 빠른 대한민국 공격진을 상대하니, 체력 소모가 빨랐다는 점도 있었다.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덴마크 선수들은 점차 대한민국에 밀리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본인들이 자신이 있어 하는 체력에서까지.
[주앙 달루트가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말이죠?] [기술적인 부분은 우리가 유럽과 남미에 비교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정신력은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난 이것을 키워 세계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높이 올리겠다… 라고요.]주앙 달루트는 체력 훈련을 기본으로 깔고 했다.
그 덕분에 선수들은 풀타임을 소화해도 체력에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유지우의 체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타다다다닷-!
어느새 유지우는 왼쪽으로 내려가 있었다.
그를 본 김우일은 정확히 그곳으로 패스를 보냈다.
퉁.
가슴 트래핑으로 볼을 받은 유지우는 압박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볼을 한 번 더 띄운 채, 어깨로 트래핑하며 수비수의 옆으로 돌파해냈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수비수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온몸으로 정확하게 트래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유지우 선수-! 저게 무서운 점입니다!]축구에서 퍼스트 터치는 아주 중요했다.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판가름이 되니까.
그런 점에서 유지우는 볼을 마치 몸의 일부인 것처럼 자유자재로 다뤘다.
“…와.”
저절로 감탄을 불러오는 아름다운 기술.
어릴 적부터 쌓아온 기본기와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에서 배운 기술들이 펼쳐지자 누구도 눈을 떼지 못했다.
“막아! 어떻게든 저 자식만 막으면 돼-!”
패배는 기정사실이 된 지금.
덴마크는 더 이상의 실점을 막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런 그들의 의지를 산산이 부수는 건.
뻐—엉!
유지우의 패스 한 방이었다.
세 명의 선수가 둘러싸도 돌파해내며 찌른 스루패스는 덴마크 수비진을 뚫고 침투하는 황우식의 발아래로 정확하게 향했다.
[황우식 선수-! 슛을 때려야 합니다!!!]그냥 발만 가져다 대도 골이 될 수 있는 상황에 황우식은 속으로 크게 웃었다.
‘이런 패스를 받을 수만 있다면.’
툭.
‘억만금을 줘도 안 아깝지.’
그는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보고 왼쪽으로 꺾어서 찼고.
볼은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밥을 먹으려고 숟가락을 드는 것보다도 쉬운 득점에 황우식은 활짝 웃음을 지었다.
– 와아아아!!!
대한민국 3 – 0 덴마크.
경기는 이미 결정이 나버리고 말았다.
* * *
그 후에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세 골을 먹힌 덴마크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었는지 급작스레 라인을 올려보았지만.
오히려 그것을 역이용한 대한민국에게 더욱 실점하고 말았다.
[대한민국 5 – 0 덴마크]그리고 그 과정에서 유지우는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주장 완장이 주는 부담감은 온데간데없이 맹활약하는 그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삐익-! 삐익-! 삐—익!
얼마 지나지 않아 종료 휘슬이 울렸다.
최종 스코어는 5 – 0.
대한민국의 완승이었다.
[5골 차이의 대승을 거두며! 멋진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유지우 선수의 3골 1도움은 화룡점정을 찍었죠. 대한민국 주장으로 임명됐는데 전혀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게 대단합니다!]경기 종료 후에 유지우는 숨을 크게 내쉬며 웃음을 지었다.
‘됐다.’
부담이 컸던 주장으로서의 첫 경기.
그 경기가 무사히 끝나자 안도감이 몰려왔다.
“우리 캡틴-!”
“다들 캡틴 주위로!!”
“제가 먼저예요!”
그 순간.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한국 선수들이 달려간 곳은 유지우가 있는 곳이었다.
“들어!”
“자, 잠깐만요!”
선수들은 새로운 주장을 헹가래 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
.
.
경기가 종료되고 인터뷰를 마친 유지우.
그는 라커룸으로 가서 짐을 챙기고 나오던 중, 가족들과 마주쳤다.
“아들!”
“지금까지 기다렸어요? 그냥 집에 가시지.”
유지우의 모습이 완전히 녹초가 되어 지쳐 보이자 가족들은 울컥했다.
와락.
“아들, 잘했어.”
사실 오늘 경기는 누구보다도 가족들이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다.
아들이 국가대표 주장으로서 치르는 첫 경기기 때문이었다.
“잘 해낸 거겠죠?”
그 말에 대답한 건 유한우였다.
“이보다 더 잘 해낸 주장은 없을 거다.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져도 돼.”
그의 말에 반대할 사람은 없었다.
대한민국 축구가 시작된 이래로 유지우는 최고의 국가대표 주장 데뷔전을 치렀다.
단순히 그가 해트트릭을 기록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가 필드의 리더로서 선수들을 얼마나 잘 이끌었는지.
전 국민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게 분명했다.
씩.
유지우는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웃음을 지었다.
필드 위에서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에게 축하받았을 때보다 더 큰 안심이었다.
“아직 한 경기 남았으니까 집중하고, 알았지?”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 경기도 꼭 이길게요.”
“하긴 우리 아들이라면 항상 잘해왔으니까.”
언제나 실망하게 하지 않았던 아들.
그렇기에 가족들은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힘들면 말하고.”
서설희는 기특한 눈빛 반, 안쓰러운 눈빛 반으로 유지우를 바라봤다.
항상 힘들다고 말하지 않고 혼자 끙끙 앓는 아들이기에 걱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안 힘들고 재미있어요. 주장이 되면서 더 많은 걸 배우고 있고요.”
“…….”
“그러니까 믿고 지켜봐 주세요.”
가족들과 짧은 만남을 끝으로 덴마크전은 끝이 났다.
* * *
월드컵 최종 엔트리로 발탁된 선수들이 거둔 대승에 국민들은 난리가 났다.
【 대한민국, 첫 항해는 순조로웠다. 】
【 주장으로 선임된 유지우의 활약, 3골 1도움으로 덴마크를 침몰시키다. 】
【 주앙 달루트, “아직 수정할 것이 있는 경기, 선수들이 잘 소화해줘서 고맙다.” 】
【 ‘주장’ 유지우, “태극마크에 부끄럽지 않은 주장이 되겠다.” 】
커뮤니티는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웠다.
글들이 계속 쏟아졌고 TV에선 연신 소식을 다뤘다.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가 끝날 때까지 이 주제를 놓지 않았다.
“아-! 어제 경기를 못 본 게 내 인생 가장 큰 실수다.”
이 같은 말을 한 이는 축구 커뮤니티 사이트, ‘축구 사랑’을 운영하는 운영자였다.
“언제는 지금 회사에 들어간 게 실수라면서.”
“…이제 그것보다 더 큰 실수가 생긴 거지.”
“난 연차 쓰고 치킨 먹으면서 봤지롱.”
“치킨 오는 데 얼마나 걸렸냐? 어제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 보니까 난리였던데.”
대한민국 vs 덴마크의 경기 덕분에 치킨집은 대목을 맞이했다.
아직 본 이벤트인 월드컵도 되지 않았는데 엄청난 열기에 뉴스에도 보도될 정도였다.
“오래 기다린 사람이 2시간 기다렸다더라.”
“와… 그 정도면 경기 끝나고 온 거 아니야?”
“경기 시작하기 한 시간 전에 시켜서 다행히 끝나기 전에 먹었음.”
그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맥주를 한 잔 두 잔 비워가면서도 그들의 이야기는 축구뿐이었다.
“멕시코전은 어떻게 될까?”
덴마크보다 수준이 높다는 평가가 있는 멕시코.
더구나 멕시코는 월드컵에 출전하는 국가 중 한 곳이었다.
“주의할 선수는 아르빙이지?”
“…그 개자식! 그 녀석이 한 인터뷰 봤어?”
멕시코의 에이스 아르빙 산토스는 현재 포르투갈 리그 벤피카에서 뛰는 선수였다.
뛰어난 스킬과 결정력으로 포르투갈 리그 득점 2위에 올라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경솔하다는 거였다.
실제로 오늘 오후, 그가 한 인터뷰가 화제가 됐다.
【 아르빙 산토스, “대한민국의 축구는 우리의 술보다 깊이가 없다.” 】
그는 멕시코의 술 테킬라에 빗대어 대한민국 축구는 술보다 깊이가 없다고 돌려서 까버렸다.
인종차별이나 그런 걸 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포르투갈 리그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며 멕시코 축구를 구원할 구세주로 꼽히고 있어 자만심이 커진 탓이었다.
“으으으으, 그딴 놈이 한 말에 우리 지우가 반격해야 하는데!”
그는 속에서 열불이 나는지 맥주를 들이켰다.
.
.
.
다음 날.
대한민국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 기자회견장 안은 기자들로 가득했다.
“자리가 꽉 찼군.”
“어쩔 수가 없잖아, A매치 마지막 평가전인데.”
기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오늘 기자회견의 주인공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주앙 달루트와 유지우였다.
두 사람은 나란히 마련된 자리에 앉아 기자들을 바라봤다.
“지금부터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관계자의 말을 시작으로 질문이 쏟아졌다.
가장 큰 이목을 끄는 두 사람인 만큼 질문의 양도 많아 사전에 관계자들이 질문을 선별하느라 진을 뺐다.
“감독님은 이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가장 높은 곳에 올리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마음은 아직도 변하지 않으셨나요?”
주앙 달루트는 지난 월드컵 이후로 항상 같은 말을 했다.
대한민국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리겠다.
이 말은 축구팬들은 물론 국민의 마음을 울리는 말이었다.
“물론입니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자신감이 내비쳐졌다.
“덴마크전을 치르긴 했지만, 다음 상대인 멕시코는 어려운 상대입니다. 이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우셨는지 짧게 한 마디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멕시코는 월드컵에 출전한 나라 중에서도 16강에 올라갈 저력이 있는 나라입니다. 그들을 상대로 우리는 준비한 것들을 쏟아부어 국민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생각입니다.”
그 후에도 주앙 달루트는 차분히 답변을 해줬다.
그에 관한 질문이 거의 마무리되자 자연스럽게 질문은 유지우에게 넘어갔다.
“주장 완장을 차고 첫 A매치 데이를 맞이하셨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평소랑 같습니다. 주장이 됐다고 제가 해야 할 플레이가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유지우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해줬고 그 외에도 여러 질문이 나왔다.
“다음으로….”
그리고 어제 아르빙 산토스가 한 인터뷰를 거론한 질문이 나왔다.
그 질문을 들은 유지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런 말을 했습니까.”
유지우는 아르빙 산토스의 발언을 마치 처음 듣는 듯한 말투로 얘기했다.
그리곤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면 전 테킬라에 멕시코라는 안주를 말아서 맛있게 먹어보겠습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유지우는 상대방이 하는 도발에 신사답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지금 그의 위치는 국가대표팀 주장.
절대 상대에게 만만히 보여선 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