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3)
필드의 외계인-33화(33/404)
제33화
– Boca, mi buen amigo
esta campaña
volveremos a estar contigo,
te alentaremos de corazón,
esta es tu hinchada que te quiere ver campeón,
no me importa lo que digan,
lo que digan los demas,
yo te sigo a todas partes
cada vez te quiero mas.
보카 주니어스 서포터즈들은 응원가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경기 시간이 다 되자 관중석은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가득 채워졌고 심지어 자리가 없어 서서 보는 인파도 늘어났다.
“여러분! 역시 축구의 나라라서 그런지 개막전부터 열기가 대단하죠?!”
“생방송 하는 거야?”
최다빈이 옆에서 캠으로 방송을 켠 강주현을 봤다.
“응! 시청자 여러분! 여기가 어디냐고요? 바로바로 아르헨티나 보카 주니어스의 홈구장 라봄보네라입니다!”
강주현은 구독자 50만 명의 너튜버였다. 그래서 실시간 스트리밍 시청자 수도 1만 명은 거뜬하게 넘었다.
– 강하!
– 남미 축구 열기를 따라올 나라는 없을 듯.
– 나 3년 전에 리버 플레이트 경기하는 거 직관 했을 때도 분위기에 압도돼서 온몸에 소름 돋았었음.
– 어? 주현 님은 맨시티 팬 아니셨어요? 왜 보카로?
댓글을 본 강주현은 활짝 웃었다.
“제가 아는 동생 데뷔전이거든요! 그래서 친구 가족분들이랑 같이 왔어요!”
– 보카에서 데뷔하는 한국인이면 유지우 선수요?
– ㅁㅊ 아는 사이?
– ㄹㅇ?
– 아니 실화?
“지우랑은 어릴 적부터 아는 사이예요! 지우 누나인 민하랑 저랑! 여기 있는 다빈이랑 절친이거든요!”
– 어! 최다빈 선수다!
– 세계 선수권 우승 축하드려요!
– 미녀 검객!
– 다음 해에 있는 아시안게임도 잘 부탁드려요!
최다빈은 자신을 반겨주는 댓글을 보고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 진짜 미모 실화냐? 살벌하다 ㄹㅇ
– 배우 포스 ㄷㄷㄷㄷ
그리고 화면은 또 다른 곳을 찍었다.
“다빈이 얼굴은 나중에 실컷 보여드릴 테니까 오늘은 지우의 데뷔전에 집중해 주세요!”
펜스에 올라타서 웃통을 벗어 흔드는 사람.
홍염을 터트리는 사람.
술을 마시며 춤을 추는 사람.
별의별 사람들이 많았다.
– 보카! 보카! 보카!
긴 통로에서 선수들이 나오자 함성이 폭발했다.
너무 큰 소리에 귀를 살짝 막은 유민하는 동생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저기!”
등번호 30번.
‘Yoo Ji Woo’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을 입은 채, 선수 대열의 제일 끝에서 걸어 나오는 왜소한 선수.
유지우였다.
“아드으으으으을!”
* * *
꽉.
양 클럽 선수들이 악수할 때도 묘한 신경전이 오갔다.
유지우는 자신과 악수한 선수가 과도하게 힘을 넣자 마찬가지로 꽉 쥐며 악력을 과시했다.
찌릿.
서로 노려본 뒤, 포지션으로 향했다.
‘후우.’
직접 필드에 서 있는 감각은 관중석에서 보던 때와 차원이 달라 유지우는 심호흡하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수만 명의 관중이 내뿜는 열기는 모든 걸 압도했다.
두근.
두근.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좀처럼 차분함을 유지하려고 해도 데뷔전이라 그런지 더 떨렸다.
“유.”
스트라이커로 출전하는 최고 베테랑 리카르도 메사가 유지우를 부르더니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골 넣으면 우리 마누라가 해주는 특별 요리 먹게 해준다!”
“…리카르도, 그건 고문 아닐까요?”
“뭐! 이놈이!”
“농담, 농담이에요! 폭력 반대!”
리카르도 메사와 하비에르 카세로.
이 두 사람은 항상 긴장하고 있는 선수가 있으면 긴장을 풀어주려고 애썼다.
“고마워요.”
유지우는 두 사람에게 항상 고마웠다.
훈련할 때부터 이방인인 자신을 스스럼없이 대해 줬으니까.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귓가를 통해 온몸을 전율케 하는 함성.
그렇게 유지우의 데뷔전이 될 리가 프로페셔날 데 푸트볼 1라운드.
보카 주니어스 vs CA 라누스.
경기가 시작됐다.
* * *
[보카 주니어스는 저번 시즌과 마찬가지로 4-3-3 전술로 나오는군요. 등번호 8번의 앙헬 몰리야까지 영입한 세바스티안 란첼라의 닥공 축구가 이번 시즌에는 빛을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보카의 새로운 얼굴이 있습니다. 등번호 30번의 지우 유, 한국에서 온 16세 선수입니다.]중계 카메라는 유지우를 잡았다.
[유스 리그를 제패한 그 실력이 1부 리그에서도 통할까요?]유스 리그와 프로 리그는 명확한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가 유스 리그에서 곧장 프로 무대로 온 유지우가 처음부터 활약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봤다.
유스 선수들이 겪는 프로와의 격차를 피하지 못할 거라면서.
“유!”
패스가 오는 것을 보고 가볍게 쳐놓고 제치려고 했지만, 상대 수비수는 금세 거리를 좁히더니 어깨로 밀고 들어오며 유리한 포지션을 잡았다.
퍼—억!
강한 몸싸움에 몸의 밸런스가 흔들렸는데 매일 근력 훈련을 한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볼을 발바닥으로 끌며 보호했고 뒤에 백업을 오는 선수에게 패스를 주며 안전하게 플레이했다.
[거친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으며 볼을 보호하는 유!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네요. 첫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가 맞나요?!]5분.
10분.
기선을 잡기 위한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전력으로 우위에 있는 보카 주니어스가 짧은 시간에 네 번의 슈팅을 만들어 냈지만, 아슬아슬하게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리카르도 메사! 메사아아아아아!]하비에르 카세로의 패스를 받은 리카르도 메사의 슈팅은 골대를 벗어났다.
[아! 오랜만에 리카르도 메사의 강력한 슈팅이 나왔는데요! 골대를 벗어나고 말았습니다!] [벌써 두 개의 슈팅을 허무하게 날리는 리카르도 메사! 몸이 조금 무거워 보이긴 합니다!]38세의 노장, 젊은 시절의 자랑인 기동력은 없지만, 그런데도 리카르도 메사는 경험을 통한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유지우의 플레이를 유심히 봤다.
‘볼이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어.’
볼이 없다고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동료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든가, 수비 가담을 하며 착실하게 제 몫을 해내고 있었다.
그런 유지우를 보며 흡족해했다.
그리고 빈 곳으로 내려온 유지우를 발견한 하비에르 카세로가 빠르게 패스를 줬다.
[하비에르 카세로가 유에게!] [아아아아아! 하지만 뒤에 바짝 붙는 상대 선수!]힘으로 짓누르는 바람에 돌아서기 힘든 포지션.
유지우는 거기서 번뜩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상대를 등진 상태에서 왼발로 툭 치면서 볼은 상대의 왼쪽, 그리고 본인은 오른쪽으로 돌아 나가는 플레이.
– 오오오오오오!
‘베르캄프 턴’으로 유명한 동작이었다.
[유의 환상적인 턴! 순발력이 대단합니다!] [하지만 라누스의 수비 백업이 빠르게 이뤄지며 유의 돌파 경로를 차단합니다!]라누스의 수비 백업이 빨랐고 유지우는 접근하는 선수에게 집중했다.
‘아직.’
‘조금만 더.’
‘지금이다!’
속도는 그대로 유지한 채, 타이밍을 재고 들어간 스텝 오버.
제3자의 시선에서 볼 때는 그저 가벼운 개인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당한 시선으로는.
‘…사라졌다.’
빠르게 오다가 사라진 거로 착각하게 만드는 수준 높은 개인기였다.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경로를 바꿉니다! 유의 돌파는 멈추지 않습니다!]작은 선수가 보여주는 폭발적인 플레이에 관중석에선 연신 함성을 보냈다.
‘각도가 안 나와.’
원래 올라가다가 왼발로 기습적인 슈팅을 시도해 보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각도가 좋지 않았다.
스윽.
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
그때 보이는 하나의 루트.
그 루트로 달려는 한 명의 선수가 정확하게 눈에 들어왔다.
뻐—엉!
공간을 찢어버린 건 앙헬 몰리야였다.
유지우는 바디 페인팅으로 수비진의 타이밍을 순간 빼앗은 뒤, 침투하는 앙헬 몰리야의 발에 정확하게 볼을 배달했다.
패스를 본 앙헬 몰리야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갔다.
‘패스 진짜 살벌하네.’
한 번의 터치 후에.
철렁.
앙헬 몰리야의 골이 나왔다.
[고오오오오올! 보카 주니어스의 첫 골은 돌아온 천재! 앙헬 몰리야가 만들어냅니다!] [이 골을 만든 것은 돌아온 천재와 떠오르는 천재, 두 사람! 앙헬 몰리야와 지우 유입니다!]– 앙헬! 앙헬! 앙헬!
팬들은 골을 넣은 앙헬 몰리야의 이름을 연호했고 앙헬 몰리야는 골을 넣고선 세리머니를 한 뒤에 유지우에게 다가가 어깨동무했다.
“너 패스 엄청나잖아!”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이렇게만 줘! 내가 너 데뷔 시즌에 바로 도움왕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전반 17분에 나온 보카 주니어스의 선제골.
유지우의 프로 경기 공식 첫 어시스트가 기록됐다.
* * *
전반 40분.
보카 주니어스는 라누스에게 점유율 75% 앞서며 압도적인 중원 장악력을 보여줬다.
앙헬 몰리야 / 마르코스 무스 / 하비에르 카세로.
이 세 명이 이끄는 중원은 단단함을 자랑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에서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하던 앙헬 몰리야가 합류한 덕분에 작년 시즌보다 높은 공격 시도 횟수를 기록하며 상대 골문을 공략했다.
나우엘 파레데스 / 리카르도 메사 / 유지우.
단단한 중원 앞에 세 명으로 이뤄진 공격진은 유지우가 합류하며 죽어가던 기동력이 살아났다.
‘역시 저 아시아 꼬맹이를 막는 게 먼저다.’
보는 사람도 아는 걸 상대 감독이 눈치를 못 챌 리가 없었다.
퍼-억!
그래서 유지우에 대한 수비 강도를 높였다.
[오늘 데뷔한 유에 대한 견제가 거칩니다. 아무래도 조금 전 어시스트 때문인 거 같죠?] [위협적인 돌파에 이은 깔끔한 패스, 상대가 견제하는 게 당연하죠. 앞으로 프로의 세계에 살아가려면 버텨내야 합니다!]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심어준 덕분에 압박은 더 거세졌다.
삐—익!
돌파를 당할 것 같으면 반칙으로 끊으며 철저하게 고립시키려고 했고 그럴 때마다 유지우는 수비수를 뿌리치며 빈 곳으로 가 볼을 받았다.
‘저런 식으로 하면 얼마 안 가 체력이 바닥날 거야.’
얼핏 보면 체력 안배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데뷔전을 치르는 신인 선수가 흔히 하는 실수라 그렇다고 여겼다.
하지만.
‘뭐야.’
촤—악!
‘…왜 점점 빨라지는 거 같지?’
시간이 지나도 지치지 않았다.
체력은 화려한 테크닉과 스피드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한 유지우의 강점 중 하나였다.
‘잠깐.’
전반 정규 시간이 지나고 추가 시간, 수비수가 한순간 유지우를 놓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그렇지.”
그걸 본 하비에르 카세로는 왼쪽으로 볼을 주는 척하면서 오른쪽으로 밸런스를 옮겼다.
뻐-엉!
그러곤 센터백과 풀백 사이의 공간으로 패스를 찔렀다.
[하비에르 카세로의 패스으으으으으!]리카르도 메사가 센터백을 당기며 벌어진 공간.
유지우는 그 공간으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며 수비진을 찢어버렸다.
풀백이 손을 들어 오프사이드라고 어필했지만, 부심의 기는 움직이지 않았다.
[유의 환상적인 라인 브레이킹! 오프사이드는 아닙니다!]골키퍼의 위치를 본 다음에 패스가 발아래로 오는 타이밍에 맞춰서 왼발로 쭉 밀어 찼다.
철렁-!
골키퍼가 슬라이딩해도 닿지 못하는 코스.
볼에는 약간의 회전이 걸려 있어서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 골! 골! 고오오오오오올! 보카의 어린 왕자가 데뷔 골을 넣습니다!] [데뷔전에서 어시스트한 것도 모자라 데뷔 골까지! 열여섯의 아시아 선수가 라봄보네라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유지우는 달려오는 선수들을 뿌리치며 곧장 서포터즈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척.
광고판에 올라서서 왼쪽 가슴에 있는 보카 주니어스 엠블럼을 치며 포효하자.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폭발하는 함성.
곧이어 이어지는 필드로 들어올 것처럼 요동치는 시그니처 응원법 ‘아발란차(Avalancha)’.
“믿고 있었다고!”
“찌우우우우우우우!”
“이 자식!”
“네가 최고야!”
엄청난 열기를 품은 금빛 물결이 덮쳐오자 유지우는 치아까지 보이며 활짝 웃었다.
‘이 클럽에 오길 잘했어.’
보카의 어린 왕자는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 누구보다도 커다란 날개를 펼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