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30)
필드의 외계인-330화(330/404)
제330화
3월 14일.
덴마크전이 끝나고 3일이 흘러 어느덧 멕시코전을 하루 남겨놓고 있었다.
“테킬라 유!”
“술도 못 먹는 지우가 테킬라를 먹는다니!”
“이거 뉴스감 아니야?”
선수들은 훈련에 몰두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유지우는 좋은 놀림감이 됐다.
“…그만하죠?”
지난 인터뷰에서 멕시코를 테킬라에 말아 마셔버리겠다는 인터뷰를 했던 게 화근이었다.
웬만해선 상대를 두고 이 같은 발언을 하지 않는 유지우였기에, 선수들은 신이 나서 그에게 새로운 별명을 붙여주었다.
“크큭, 지우가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아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선배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뭔가 예전이랑 다르게 표정이 다양해졌죠?”
유지우가 국가대표 처음 들어올 때부터 그를 봐온 선배들은 멀찌감치 웃으며 그 장면을 지켜봤다.
그러다가 옆에 있던 강현오가 슬쩍 엉덩이를 그들의 옆을 비집고 들어왔다.
“선배님들, 지우 선배가 옛날에 차가운 표정을 지어서 캠프 직원들 사이에서 별명이 얼음 왕자였는데 정말이에요?”
“오, 그 별명도 오랜만에 듣네.”
“어땠길래 그런 별명이 붙어요?”
“음….”
강인우는 턱을 쓸며 그때를 떠올렸다.
“냉기가 풀풀 풍겼지. 다가가지도 못할 만큼.”
“맞아,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졌어. 웃는 것도 많이 보이고.”
“만약 그때 지우가 완장을 찼다면…. 으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선수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워낙 컸기에, 유지우의 귓가로도 그 목소리가 전해졌다.
“…언제적 별명인데 그게 지금 나옵니까?”
“현오가 물어봐서.”
강인우가 강현오를 가리키자 유지우는 강현오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우리 현오가 훈련이 많이 모자랐나 보다. 그런 소리도 하고.”
“아, 아닙니다!”
그 뒤, 주앙 달루트는 훈련을 종료하고 선수들을 모았다.
“내일 경기를 대비한 훈련은 여기까지. 다들 컨디션 관리할 수 있도록.”
– “네!”
“음, 유.”
“네.”
“아직 3시가 되지 않았는데 개인 훈련을 하는 게 어떤가?”
“좋습니다.”
“네가 주장이니까 주도해서 해봐.”
주앙 달루트가 한 말이 통역을 통해서 전해지자 선수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씩.
유일하게 웃는 건 유지우뿐이었다.
“즐겁게 개인 훈련해볼까요?”
“…개인이 아닌 단체훈련 같습니다만.”
“그 사악한 웃음만 어떻게 좀.”
“웃음만 보면 사탄이 친구하자고 올 거 같네요.”
선수들은 소름이 돋았다.
훈련 변태가 주도해서 하는 훈련이라니.
“착각이에요. 들어가고 싶은 분은 들어가셔도 됩니다.”
저 웃음을 보고 감히 누가 들어가겠나.
그냥 들어갔다가 꿈까지 나와서 훈련하자고 할 웃음인데.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멕시코전이니까 무리하지는 않을 거예요.”
선수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유지우가 하자는 대로 따랐다.
실제로 그와 개인 훈련을 하면 실력이 좋아지는 걸 느끼고 있었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정규 훈련이 끝난 뒤, 하는 개인 훈련은.
스스스슥.
‘범인은 유지우.’
죽을 맛이었다.
* * *
멕시코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만큼은 아니지만, 남미에서 경쟁력이 있는 국가였다.
코파 아메리카 4강 진출국.
그렇기에 월드컵에서도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거라는 예상이 큰 국가였다.
대한민국 vs 멕시코.
그런 나라와 붙게 되니, 자연스럽게 기대감이 올라갔다.
이는 이전에 있었던 덴마크전과는 다른 기대감이었다.
월드컵에 진출하는 호적수와의 대결에서, 대한민국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 팀인지 확인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 대한민국 vs 멕시코, 뜨거워지는 관심! 】
3월 14일.
대한민국 vs 멕시코전 당일.
상암월드컵경기장 관중석은 빠르게 채워졌다.
선수들은 워밍업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대한민국 라커룸 안에선 주앙 달루트가 오늘 사용할 전술을 설명하는 중이었다.
“멕시코는 4 – 3 – 3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고 속도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이들을 상대할 때는….”
그는 전술을 세세하게 하나하나 잡아줬다.
사전에 이야기한 대로만 선수들이 해준다면 멕시코에 이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설명이 끝난 후, 주앙 달루트는 유지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 캡틴이 한마디 해야지.”
주앙 달루트의 말에 유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운데에 섰다.
라커룸에 있는 선수들, 코칭 스태프들 모두 유지우를 바라봤다.
“상대하는 팀은 우리가 목표로 한 월드컵에 나오는 팀과 비슷한 수준의 팀입니다.”
선수들은 유지우를 보며 경청했다.
“아마 저번 경기랑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경기가 될 테지만, 감독님 말씀대로 우리가 준비한 것만 제대로 보여주면 이길 수 있다고 봅니다.”
그들은 훈련한 것을 떠올렸다.
짝.
“3월 A매치 마지막 경기인 만큼! 반드시 이깁시다!”
.
.
.
대한민국 라커룸에서 유지우가 한창 연설하는 동안.
멕시코의 라커룸 안.
멕시코 감독은 전술 설명을 마친 뒤, 선수들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주의할 선수는 유, 하나만이 아니다.”
유지우가 가장 빛나는 선수인 것은 맞지만, 대한민국은 에이스에게만 의존하는 원맨팀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많은 준비를 했다.
같은 본선 진출국인 이상,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그들과 또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압박하는 강도를 절대 늦추지 마라, 그리고 무조건 선제점을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
감독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 곳을 쳐다봤다.
등번호 7번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한 선수.
바로 멕시코 에이스 스트라이커 아르빙 산토스였다.
“아르빙!”
“네.”
“유가 한 인터뷰는 봤겠지?”
으득.
“아주 씹어먹겠습니다.”
그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눈빛을 본 감독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멕시코의 에이스, 아르빙 산토스.
평소에 경솔하다는 말이 많은 선수였으나 실력 하나는 확실했다.
특히 지금처럼 의욕을 불태울 때면 더욱이.
* * *
삐—익!
[대한민국 vs 멕시코! 월드컵에 진출한 두 팀의 경기가 지금 막 시작됐습니다!]4 – 5 – 1의 대한민국.
4 – 3 – 3의 멕시코.
두 클럽의 전술 스타일에서 비슷한 것은 속도를 추구한다는 점이었다.
“우일아.”
“네.”
“내가 조금 더 밑으로. 네가 조금 더 위로. 어긋나서 배치하는 거 알고 있지?”
“그럼요.”
“좋아, 그러면 초반은 우리 발로 만들어보자.”
초반은 김우일과 최남일,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빌드업을 짰다.
차분한 패스 플레이.
김우일 – 최남일.
두 선수로 인해 후방 빌드업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퍼—억!
볼을 돌리는 템포가 빨랐으나 멕시코의 압박 또한 빨랐다.
그들은 라인을 유지하며 대한민국의 역습에 대비하면서도, 높은 활동량으로 대한민국 진영에서 압박을 취했다.
“이쪽으로!”
멕시코의 압박 속도가 심상치 않자 유지우도 빌드업에 관여했다.
그는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오며 볼을 받아줬다.
툭.
“몰릴 거 같으면 뒤로 보내!”
유지우가 뒤로 볼을 보내라는 건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첫 번째로는 정말 위험해서 빼앗기지 말라는 것.
두 번째로는 멕시코의 라인을 끌어당겨 뒤에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사이드도 넓게 쓰면서!”
주앙 달루트는 멕시코전을 준비하면서 정말 월드컵 경기를 하는 것처럼 신중하게 포지션을 짰다.
선수들의 간격.
선수들의 호흡.
이 모든 것들을 염두에 두고 발을 맞췄고 그 효과가 서서히 드러났다.
뻐—엉.
그렇다고 멕시코가 끌려다니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들도 엄연히 월드컵에 진출한 나라.
그만큼 힘이 있었고 볼을 소유하면 날카로운 공격을 시도했다.
[대한민국의 공격이 실패하자마자 볼을 잡은 하비에르 로사노가 전방으로 스루패스—!]하프라인 위에서 쏘아 올린 패스는 단숨에 대한민국의 뒷공간을 위협했다.
그것에 반응한 것은 아르빙 산토스였다.
그는 볼에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낙하하는 지점을 예측하고 움직였다.
타다다다닷-!
포르투갈 리그에서 활약하는 그의 장점은 라인 브레이킹이었다.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지는 바람에 수비수들 사이에서 별명이 ‘유령’이라고 붙은 선수였다.
[아르빙 산토스에게 향하는 패스-! 강현오 선수가 마크하고 있는데요!!!]만약 패스가 이어진다면 실점 위기까지 갈 상황.
그 순간.
촤—악!
아르빙 산토스에게 향하는 패스를 강현오가 태클로 차단했다.
[강현오 선수가 몸을 날리며 패스를 차단합니다!] [판단이 좋았어요! 만약 아르빙 산토스를 쫓아갔다면 패스를 차단하는 게 어려웠을 텐데 처음부터 패스를 차단하려고 한 것이 컸습니다!]그는 볼을 걷어내고선 아르빙 산토스를 봤다.
“넌 못 지나가.”
강현오는 2월 세리에A 베스트 11에 들 만큼 수비력을 인정받는 선수였다.
AC밀란 레전드인 파울로 말디니마저.
‘그의 수비 능력은 뛰어나다.’
극찬했을 만큼 그 실력은 뛰어났다.
* * *
경기는 예상대로 팽팽했다.
한국이 슈팅을 때리면 멕시코도 슈팅을 때렸다.
결과를 만들려는 과정이 양 팀 모두 준비를 잘했다는 걸 느끼게 할 만큼 탄탄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주앙 달루트는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성이며, 생각에 잠겼다.
‘고쳐야 할 부분이 많군.’
선수들이 준비한 것을 해주고 있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미세하게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 그 부분을 맞출 필요성을 느꼈다.
만약 그것들이 맞았다면 지금 골만 2골 이상 나와야 했으니까.
‘유를 견제하는 것만큼 킴과 최도 집중적으로 마크 당하고 있어.’
멕시코가 중원 싸움에서 이기려고 하자 김우일은 빠르게 전방으로 볼을 보냈다.
‘여기서 믿을 건.’
탁.
‘에이스지.’
유지우가 볼을 잡고 돌아서자 멕시코는 일제히 그를 중심으로 타이트하게 라인을 짰다.
돌파 경로부터 패스 경로까지.
치밀하게 연구해서 연습한 흔적이 역력했다.
[강한 압박에도 유지우 선수는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볼을 컨트롤합니다!]멕시코의 타이트한 압박에도 유지우에겐 여유가 있었다.
멕시코 선수들이 발을 뻗으며 빼앗으려고 하자, 유지우는 드래그 백으로 볼을 빼내며 주위를 살폈다.
그리곤 길이 보이자.
뻐—엉!
오른쪽으로 길게 내줬다.
[유지우 선수를 견제하려고 중앙에 몰린 멕시코! 그 틈에 오른쪽 공간을 여는 차선호 선수!!! 유지우 선수의 패스가 그의 앞으로!]단숨에 열린 사이드 공간.
멕시코는 주력이 빠른 풀백으로 바로 쫓아갔다.
3m.
2m.
1m.
거의 붙기 직전.
차선호는 한발 빠르게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낮게 올리는 크로스-! 골대 앞에는 황우식 선수가 있습니다!]황우식은 볼이 오는 궤적을 보며 움직였다.
땅볼로 오는 크로스는 정확히 황우식의 발아래로 배달됐다.
볼을 잡아놓고 터닝슛을 하려고 하는 순간.
퍼—억!
경기 내내 괴롭히던 센터백의 몸싸움에 밀려 황우식의 밸런스가 흔들렸다.
하나, 그의 시선은 여전히 골대를 향해 있었다.
그는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보고 넘어지면서.
뻐—엉!
슈팅을 때렸다.
골키퍼는 엄청난 반사신경을 발휘해 슈팅에 손을 뻗어 건드렸다.
틱.
손끝에 걸린 슈팅은 궤적이 꺾이며.
까—앙!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황우식 선수의 슈팅이 아쉽게 골대를 강타하며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플레이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볼이 아웃되지 않고 공중에 뜹니다!]온 플레이 상황에 선수들이 몰려들었다.
골키퍼는 넘어져 있다가 바로 일어나보려고 했다.
하나, 그런 그의 머리 위를 가리며 점프하는 한 선수가 있었다.
눈앞에서 날아가는 유지우를 보고, 멕시코의 골키퍼는 그대로 굳고 말았다.
‘…아니, 무슨 새야?’
유지우는 남들보다 일찌감치 움직였다.
황우식이 슈팅을 때릴 때부터.
그의 판단력은 빨랐고 그 덕분에 누구보다 먼저 떨어지는 볼에 머리를 가져다 댔다.
철렁.
유지우가 멕시코의 골문 안으로 볼을 욱여넣었다.
골망이 흔들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관중석의 붉은 물결이 요동쳤다.
– 와아아아아아!!!
[고오오오오올-! 유지우 선수가 몸을 날리며 멕시코의 골망을 흔듭니다-!!!] [이건 정말 집중력의 차이죠! 슈팅이 실패해도 세컨볼 상황이 나올 거라는 확신! 유지우 선수의 집중력이 골망을 갈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골을 넣은 유지우는 멕시코 선수들을 한 번 보고선 카메라 앞으로 달려갔다.
그가 손으로 술잔 모양을 만들자, 옆에 있던 차선호가 그 위로 술을 따라주는 행동을 했다.
꿀꺽.
마지막에는 술잔을 들이키는 모습까지.
이 모습을 본 팬들은 유지우의 인터뷰를 떠올렸다.
‘테킬라에 멕시코라는 안주를 말아먹겠습니다.’
멕시코의 도발에 맞대응했던 그의 말을 떠올린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