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34)
필드의 외계인-334화(334/404)
제334화
쾅.
포르투 선수단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전반전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온 그들은 전반전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 자식들은 무슨 기계야? 실수가 나오질 않아.”
전반전이 끝난 지금도 잊히질 않았다.
아스날이 전반전에 보여준 퍼포먼스들이.
“무슨 입력값이 있는 거 같아. 실수가 하나도 없다는 게 참.”
“압박을 그렇게 하는데도 패스를 정확하게 할 줄은 몰랐어.”
선수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비토르 마르틴스가 늦게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그는 지쳐 보이는 얼굴로 자리에 앉아 수분 보충을 했다.
“비토르, 유는 어때요?”
“유령이야. 어디서 나타날지 예상이 안 돼.”
정말 그의 말대로였다.
유지우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안 나타나는 곳이 없었다.
마치 유령처럼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전반전에 아주 멋지게 당했구나.”
라커룸으로 감독이 들어왔다.
백발에 연세가 지긋한 인상, 그는 76세의 노장 감독이었다.
“죄송합니다. 감독님의 전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습니다.”
“아니다. 이건 내 잘못도 있어, 아스날의 공격력이 예상보다 더 뛰어났다.”
감독은 모니터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전반전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아스날은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앞세워 우리 진영에서 빌드업을 가져가고 있다. 하프라인 아래로 거의 내려가질 않지.”
“…네.”
아스날의 공격적인 빌드업은 다른 클럽과 차원이 달랐다.
특히 그것을 이끄는 에이스 듀오에게서는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어떻게 뚫어야 할지 선수들의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들 때, 감독은 차분하게 말했다.
“그 말은 즉, 뒷공간이 아주 시원하게 열려있다는 말이 된다.”
“그들도 대비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비토르, 넌 아직도 모르나? 축구에 100%라는 건 없어, 서로의 실수를 얼마나 잘 뜯어먹는지에 따라 승패가 나뉘는 게 바로 축구야.”
아스날이 뒷공간에 대한 대비를 완벽하게 하고 있다곤 하지만 축구에서 100%라는 수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감독은 그 부분을 공략하고자 했다.
“중원 싸움은 우리가 아스날에게 이길 수 없다. 그러니 시선을 돌려, 사이드로 간다.”
감독은 즉흥적으로 전술을 수정하면서 선수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지시를 했다.
포르투는 아스날보다 공격력이 약했다.
아예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의 역공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었다.
역습 전술을 위해 감독이 애지중지 키운 선수들이었으니까.
“…이상이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걸로 아스날의 뒤통수를 때려보자.”
패배할 가능성이 컸지만, 그냥 패배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직 2차전이 있는 만큼, 이번 경기에서 조금이라도 자신감을 챙겨가고 싶었다.
“나가서 포르투갈의 자존심을 보여주자!!!”
곧이어 선수들이 후반전을 위해 필드로 나왔다.
– 와아아아아아아!!!
무패의 아스날.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그들의 홈.
여기서 한 점 차이로 패배하는 것이 그들이 생각한 이상적인 시나리오였다.
삐—익!
그렇게 후반전이 시작됐다.
* * *
후반전 초반에 포르투는 아스날의 강한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뒤로 물러나 빌드업을 짰다.
“침착하게 상황을 살펴! 섣부르게 나가지 마!”
비토르 마르틴스는 최후방에서 선수들을 이끌었다.
[전반전과 비슷한 모습이죠?]이 모습은 전반전과 다른 게 없었다.
하지만 전반전과 다른 것이 하나 있었다.
그건 그들의 눈빛이었다.
전반전과 달리 그들의 눈은 집요하게 활로를 찾았다.
그렇게 5분 후.
삐—익!
[포르투가 코너킥을 가져갑니다!] [정말 좋은 공격 템포였습니다.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발리슛으로 연결하는 동작까지! 포르투의 역습이 무섭다는 이유를 알게 해주는 모습이었습니다!]포르투는 역습을 전개해 코너킥을 가져가면서 사인을 맞췄다.
[그리고 또 조심해야 할 것이 있죠.] [네, 포르투는 세트피스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클럽입니다.]포르투의 세트피스 전술은 여러 전문가가 극찬할 만큼 수준이 높았다.
포르투갈 리그를 비롯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효과를 톡톡히 보는 중이었으니까.
“간격이 너무 넓어! 좁혀!”
데릭 레드먼드는 선수들의 라인을 정리했다.
세트피스에 장점이 있는 포르투를 상대하기 위해, 폴 사르는 이미 선수들에게 그것을 막기 위한 지시를 해둔 터였다.
뻐—엉.
그리고 올라오는 크로스.
골대 앞은 혼전 상황이었다.
포르투의 스트라이커가 제공권을 과시하며 날아올랐지만, 그는 미끼였다.
‘비토르다!’
데릭 레드먼드는 빠르게 눈치채고 비토르 마르틴스를 마크하는 레이턴 버트란드를 쳐다봤다.
‘이런.’
레이턴 버트란드의 수비력은 의심할 여지 없이 뛰어났으나.
퍼—억.
비토르 마르틴스의 경험이 한 수위였다.
능숙하게 유리한 포지션을 점한 그는 어깨싸움을 하며 레이턴 버트란드의 밸런스를 무너트렸다.
그렇게.
툭.
이마에 맞춘 볼은.
철렁.
아스날 골대 왼쪽 구석으로 꺾이며 들어갔다.
[포르투의 비토르-! 골 넣는 수비수라는 별명에 걸맞게 헤딩으로 아스날의 골문을 열었습니다!] [이게 포르투의 무서움입니다! 아스날이 살짝 집중력을 놓친 것이 실점으로 이어집니다!]포르투 원정 팬들의 환호성이 애슈버턴 그로브를 울렸다.
* * *
“포르투한테 조심할 부분이 저런 거였는데.”
“저 녀석들 세트피스 전술은 수준급이잖아.”
관중석에서 보던 아스날 팬들도 감탄하게 하는 세트피스였다.
킥의 정확도도 정확도지만, 그것을 받아 마무리 짓는 비토르 마르틴스의 존재감 또한 엄청났다.
[동점이 되면서 양 클럽이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아스날은 여기서 한 골을 더 먹히면 안 됩니다. 홈에서 흐름을 빼앗기면 2차전인 원정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10분.
포르투는 동점 골을 넣고 흐름을 탔다.
그들은 그 후로도 두 차례의 슈팅을 때리며 아스날에게 함부로 뒷공간을 비우지 말라며 경고했다.
아스날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의연했다.
그들을 이끄는 에이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천천히 하나 가자.”
유지우는 중원에서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포르투는 아스날이 조급해지도록 빠르게 압박을 가져가 숨통을 조이려고 했으나.
퍼—억!
아스날의 중원은 볼을 돌리면서 밀리지 않았다.
특히 집중 견제를 받는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몸싸움을 견뎌내고 볼을 보호하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었다.
[아스날이 중원에서 보여주는 여유가 대단하네요. 패스를 자유자재로 보내며 포르투의 압박을 피하고 있습니다.]유지우가 보여주는 현란한 발재간에 포르투 선수들은 좀처럼 볼을 빼앗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렇게 서서히 숨통을 조여가며 후반 16분.
아스날이 기회를 가져왔다.
탓, 타닷!
유지우는 압박하는 두 명의 선수 사이를 라 크로케타로 돌파하며 페널티 에어리어로 접근했다.
그런데 그의 생각만큼 돌파가 되지는 않았다.
사각지대에 들어온 미드필더의 거친 몸싸움 때문이었다.
[헤나투 카마초가 따라붙습니다! 몸싸움으로 균형을 흔드는데요!]균형이 흔들렸지만, 유지우의 시선은 침투하는 선수를 쫓았다.
뻐—엉!
넘어지면서도 집념을 발휘해 강하게 찔러준 패스.
볼은 수비수가 패스를 차단하려고 뻗은 다리를 피해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갔다.
[유지우 선수가 마루앙 카라스코에게!]그 패스의 종착지는 마루앙 카라스코였다.
골키퍼도 그가 오는 것을 알고 슈팅 각도를 좁혔다.
함부로 슈팅할 수 없는 위치.
그런 마루앙 카라스코가 선택한 것은.
툭.
패스였다.
비토르 마르틴스는 해리 펠티어를 마크했고, 슈팅 각도를 주지 않았다.
그런데 애초에 해리 펠티어가 노린 것은 슈팅이 아니었다.
스르르르륵.
그는 볼을 흘렸다.
마루앙 카라스코와 자주 호흡을 맞춰온 그로서는 패스의 방향과 회전을 보고 볼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거였다.
[슛이 아닙니다! 해리 펠티어가 흘린 볼! 아아아-! 어느새 뒤에서 유지우 선수가!] [넘어지자마자 다시 일어나서 에어리어 안으로 빠르게 들어옵니다! 폭발적인 속도에 마크하는 선수들이 전혀 쫓아가지 못합니다!]유지우의 모습을 보고 포르투 수비진이 흔들렸다.
그들은 최대한 빠르게 접근해 슈팅 각도를 없애려고 했다.
비토르 마르틴스가 거리를 좁혀오자 유지우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낚았다.’
처음부터 그는 슈팅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포르투의 수비진에 균열을 내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투—웅.
유지우는 그들의 온 신경이 자신에게 쏠리게 한 후에 생겨난 균열을 노리며 로빙 패스를 보냈다.
정확하게 오프사이드 라인을 뚫고 들어오는 마틴 그라임스에게 향하는 패스.
뻐—엉!
골키퍼가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사이.
빠르게 발리슛으로 연결한 슈팅은 니어 포스트 구석으로 들어가며 골망을 찢을 듯이 흔들었다.
– 와아아아아아아!!!
아스날 2 – 1 포르투.
아스날이 다시 흐름을 가져왔다.
* * *
“허억….”
포르투는 전반전과 후반 초반까지 전력으로 아스날을 상대하느라 체력소모가 컸다.
호흡은 금방 올라왔고.
다리에 쥐도 나며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모습을 보였다.
“크리스!”
그리고 그런 것을 놓칠 유지우가 아니었다.
그는 지친 포르투를 계속해서 흔들었다.
볼을 받자마자 전방으로 찔러주는 스루패스.
해리 펠티어가 잡으려고 했지만, 잡지 못했다.
그것을 보고 폴 사르는 교체 카드를 꺼냈다.
[지친 해리 펠티어를 빼고 아드리안 로마오가 준비합니다!] [포르투의 뒷공간을 위협할 카드로 꺼낸 것으로 보이네요. 아드리안 로마오가 들어오면 포르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그 뒤로도 아스날은 상대방을 반코트로 밀어붙였다.
65분.
70분.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 와중, 아스날은 포르투의 골문을 노리며 공격을 가져갔다.
[교체되어 들어온 아드리안 로마오의 움직임이 좋습니다! 위협적인 슈팅으로 포르투의 골문을 노립니다!] [물 흐르듯 이어가는 공격! 유지우 선수와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계속해서 뒷공간으로 패스를 넣어줍니다!]비토르 마르틴스는 아스날의 플레이를 보며 냉정하게 판단을 내렸다.
측면에서 뛰는 마틴 그라임스, 마루앙 카라스코도 위험한 선수지만.
‘저 자식들.’
마치 부부처럼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가장 큰 위험이었다.
툭.
툭.
두 사람이 하는 패스는 텔레파시라도 통했는지 망설임이 없었다.
[유지우 선수와 크리스티안 페레스! 이 두 선수를 포르투는 통제하지 못합니다!]유지우 한 명으로도 죽을 맛인데 크리스티안 페레스까지 있으니, 이곳이 그들에겐 지옥이었다.
퍼—억!
몸싸움으로 무너트리려고 해도.
촤—악!
사각지대에서 태클해도.
꽉.
심지어 유니폼을 잡아끌어도 두 선수는 유유히 그들의 압박을 벗어나며 기회를 창출했다.
– 오오오오오오!!!
그렇게 두 선수의 패스가 아름답게 필드 위를 수놓았고 기회가 생겨났다.
좁은 공간에서 원투패스로 공간을 열고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침투하며 전방을 살폈다.
언제든 패스를 찌를 생각으로 살피던 중.
‘저기로.’
길을 발견하고 패스를 찌르려고 할 때.
촤—악!
사각지대에서 태클이 들어왔다.
드래그 백으로 피하려고 했는데 그냥 단순한 태클이 아니었다.
발이 높았다.
볼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일부러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려고 한 거였다.
삐—익!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거기에 걸려 넘어지면서 주심은 바로 프리킥을 선언했다.
[여기서 헤나투 카마초가 크리스티안 페레스를 막다가 반칙을 합니다!] [영리하게 끊긴 했지만, 위치가 좋지 않아요. 아스날에게 저 위치를 주면 안 되죠!]헤나투 카마초는 프리킥 위치와 골대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제길.’
직접 슈팅을 노리기에 딱 맞은 거리였다.
그를 위로해주는 건 비토르 마르틴스였다.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 다음 플레이에 집중하자.”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그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키커 자리에 있는 두 선수.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
오늘 경기 자신들을 괴롭힌 선수들이자 유럽을 울리는 선수들.
‘하아.’
이상하게 한숨이 늘어났다.
[키커에는 유지우 선수와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준비하는군요!]두 선수의 존재감에 골키퍼는 마른침을 삼킬 뿐이었다.
삐—익!
그렇게 들려오는 휘슬.
천천히 심호흡하며 발을 뗐고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페이크로 수비벽을 띄웠다.
진짜는 유지우였다.
수비벽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시점에 정확히.
투—욱.
세지도 약하지도 않게 밀어 찼다.
회전을 잔뜩 머금은 볼은 수비벽을 넘어가며 뚝 떨어졌다.
골키퍼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페이크로 반응이 늦었고.
철렁.
낮게 떨어진 볼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 와아아아아아아!!!
차이를 만든 건 역시나 아스날의 에이스였다.
아스날 3 – 1 포르투.
삐익-! 삐익-! 삐—익!
프리킥이 들어간 후,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은 채.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