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38)
필드의 외계인-338화(338/404)
제338화
“하아.”
종료 휘슬이 울리자 기예르모 다린은 지친 나머지 필드에 주저앉아버렸다.
‘…졌다.’
그는 비가 오는 하늘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지난 FA컵 4강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만나 디에고 로시에게 패배하고.
오늘 32라운드에서 유지우에게 패배하며 친구들에게 모두 지게 됐으니, 마음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조금은 쫓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너희는 내가 보지도 못할 곳까지 가는구나.’
늘 두 명에게 밀린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패배가 더욱 뼈아팠다.
죽어라 뛰었다.
조금이라도 격차를 좁히려고.
하지만 두 선수는 항상 발전해서 앞으로 뛰어나갔다.
이제야 좀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금 멀어진 기분에 눈물이 나왔다.
“너 그러고 있다가 감기 걸린다?”
그에게 다가온 건 유지우였다.
“그냥 이대로 있고 싶다.”
비가 얼굴을 적시며 눈물을 흘리는 것도 모를 법했지만.
유지우는 눈치챘다.
보카 주니어스부터 그를 안 세월이 미세한 변화를 알려줬으니까.
“진 게 그렇게 싫어?”
“어.”
유지우는 그의 옆에 앉아서 대화를 나눴다.
두 선수 근처로 다른 선수들이 오지는 않았다.
두 선수가 가까운 친구 사이라는 건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무패 우승해라.”
“그럴 생각이야.”
“…부담되지도 않아? 대답이 시원시원하네.”
“부담이야 되지. 그런데 무패 우승을 하고 나면 올 짜릿함을 생각하면 부담감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다음 경기에서 디에고 조심해, 아주 벼르고 있으니까.”
“그 녀석 어제도 전화해서 잔소리 엄청나게 하던데?”
그렇게 대화를 나눈 후.
기예르모 다린은 먼저 필드를 나갔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 앞으로 가 인터뷰했다.
“아쉽게도 아스날의 무패를 끊어내지 못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여러 기회가 나왔지만, 결정짓지 못한 것이 집중력의 차이라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시작부터 공격적인 질문에도 기예르모 다린은 흔들리지 않고 대답했다.
“동의합니다. 골대 앞에서 스트라이커는 망설이면 안 되는 데 많은 생각을 하며 기회를 무산시킨 것이 패인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이 패배의 원인이라고 얘기한 거였다.
기자들도 놀랐다.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답변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오늘 경기의 승패를 나눈 가장 큰 차이점이 어떤 거라고 보십니까?”
“마지막까지 잃지 않은 집중력이겠죠. 비록 적이지만 저의 친구 유를 정말 존경합니다. 그는 어떤 순간에서도 결정을 지을 줄 아는 진정한 에이스입니다.”
보카 주니어스에서 같이 뛰던 시절부터 기예르모 다린은 유지우를 인정했다.
디에고 로시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더 큰 재능을 가진 선수라고.
만약 같은 국적이었다면 국제 대회 우승을 밥 먹듯이 했을 만큼.
“그럼 이만.”
인터뷰 후.
기예르모 다린은 경기장을 떠났다.
그리고 필드 위에선.
– 와아아아아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아스날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 * *
【 리그 32라운드, 1 – 0으로 아스날의 승리! 무패 행진을 이어가다! 】
【 첼시의 패배로 무패 우승에 가까워진 아스날! 】
【 첼시 감독, “우리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많이 아쉽다.” 】
【 기예르모 다린, “유지우는 진정한 에이스.” 】
32라운드에서 첼시를 꺾으며 아스날은 하나의 고비를 넘었다.
그러나 모든 고비를 넘은 것은 아니었다.
리그 33라운드에서 만날 맨체스터 시티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리그 33라운드가 있기 전.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이 있었다.
아스날 vs 포르투.
원정인 포르투갈에서 경기를 치렀지만, 아스날은 뛰어난 경기력으로 전반전을 지배했다.
1 – 0.
마틴 그라임스의 패스를 받은 아르리안 로마오의 빠른 타이밍의 슈팅으로 골망을 흔든 것이었다.
삐—익!
이어지는 후반전.
포르투는 본인들의 강점인 견고한 수비를 펼치며 아스날의 볼을 빼앗고자 했다.
홈에서의 높은 승률로 자신감이 있던 포르투의 플레이는 점점 거칠어졌다.
퍼—억!
의도적으로 부딪쳤고.
삐—익!
반칙도 적지 않게 나왔다.
그렇게 경기가 진행되며 포르투에게 흐름이 넘어갈 무렵.
아스날이 흐름을 쉽게 넘기지 않았다.
툭.
툭.
툭.
포르투의 타이트한 압박에도 원터치로 빠져나가는 그들의 패스는 포르투 선수들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유-!”
잡은 기회를 살리는 건 유지우의 역할이었다.
어느새 중앙으로 올라온 그에게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패스를 찔러줬다.
[유지우 선수에게 패스-! 하지만 포르투의 압박이 빠르게 이뤄집니다!]유지우에게 그림자처럼 붙어서 수비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하려고 했으나.
스윽.
유지우에게 필요한 건 아주 미세한 틈이면 충분했다.
바디 페인팅으로 압박이 느슨해지자.
툭.
그는 노룩 힐패스로 압박하는 선수의 다리 사이로 패스를 보냈다.
센스있는 패스에 아드리안 로마오가 수비수를 등지며 볼을 받아줬고.
툭.
발만 뻗어 패스의 경로를 틀어줬다.
당황하는 센터백들 사이에, 방향이 달라진 패스는 왼쪽에서 쇄도하는 마틴 그라임스의 앞으로 향했다.
수비수들의 시선이 마틴 그라임스에게 옮겨가는 것을 보곤.
타다다닷-!
아드리안 로마오는 리턴을 받기 위해 달려갔다.
그런데 마틴 그라임스는 지체하지 않았다.
자신의 앞으로 온 볼을 보고.
뻐—엉!
볼 하나만 지나갈 작은 틈으로 논스톱 슈팅을 때렸다.
[고오오오오올!!! 마틴 그라임스가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듭니다!] [저 각도에서 골을 만들다니 대단합니다! 저는 다시 아드리안 로마오에게 리턴을 줄줄 알았거든요!]“너… 거기서 나한테 패스를 주는 게 더 낫지 않았어?”
아드리안 로마오는 눈은 웃고 있지만, 입은 그렇지 않았다.
방금 상황에서 정석은 마틴 그라임스가 컷백으로 줘서 아드리안 로마오가 마무리를 짓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마틴 그라임스는 아드리안 로마오를 미끼로 수비수들의 신경이 그에게 쏠린 틈에 어거지로 골을 넣은 거였다.
“너만 넣으려고?”
“욕심만 많은 놈.”
“네가 제일 많으면서.”
“뭐?”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것을 본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늘 보는 거라 고개를 저었다.
“저 녀석들이 나란히 잉글랜드 국가대표에 뽑힐 줄이야.”
“국가대표에서 저 둘을 통제할 사람들이 있을까?”
“…그래도 거기서는 멀쩡하게 행동하겠지.”
“저 사람들이?”
아스날의 개와 고양이로 불리는 두 사람은 2034 월드컵,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뽑혔다.
현재 유럽 최고의 클럽에 우뚝 선 공격 듀오가 합류한다는 소식에 팬들은 환호했지만.
“…다음 플레이나 준비하자.”
유지우는 고개를 저으며 본인의 위치로 돌아갔고 크리스티안 페레스도 마찬가지였다.
아스날의 개와 고양이.
두 선수가 입으로 티키타카하는 건 그들에게 숨을 쉬는 것만큼 익숙한 일이었으니까.
* * *
아스날 2 – 0 포르투.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다.
포르투는 속공으로 아스날의 공간을 노려보았지만.
촤—악!
그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마테오 크리스단테와 카이 베일로브, 그리고 데릭 레드먼드를 중심으로 한 수비라인.
하나를 뚫으면 둘이 있고.
둘을 뚫으면 셋이 막는 상황에 그들의 공격 템포는 서서히 죽어갔다.
[포르투가 급한 나머지 잦은 실수를 하고 있습니다!] [저런 식으로 전개하면 아스날의 골대를 흔들긴커녕 구경도 못 할 겁니다! 포르투는 조금 더 신중하게 플레이할 필요가 있어요.]홈에서 그들의 집중력은 높았지만, 1차전에서 3 – 1로 패배하고 홈에서 2점을 먼저 빼앗겼으니.
“아아아아악-!”
답답해했다.
비토르 마르틴스는 고함을 지르며 그것을 표출했다.
그 뒤, 안정된 수비를 펼치는 것을 보고 폴 사르는 64분에 결정을 내렸다.
삐—익!
[카를로스 로호가 몸을 먼저 집어넣으며 안전하게 볼을 가져온 뒤, 라인 밖으로 내보냅니다. 볼이 아웃이 되면서 아스날의 교체 사인이 떨어집니다! 유지우 선수를 빼주는군요.] [아무래도 다음 경기인 맨체스터 시티전을 위해 체력을 안배해주는 것 같습니다.]1차전에서 거둔 3 – 1 승리.
2차전에서 리드하는 2점이라는 점수 차.
총 스코어 5 – 1로 리드하는 상황이라 폴 사르는 에이스를 혹사하지 않았다.
IN : 마루앙 카라스코.
OUT : 유지우.
유지우는 원정을 온 아스날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나왔다.
공격 포인트를 세우지는 못했지만, 그가 필드에서 차지한 영향력은 전혀 작지 않았다.
짝짝짝짝짝!
에이스를 향한 박수 세례.
유지우 또한 원정 응원을 온 팬들을 향해.
꾸벅.
진심으로 감사함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이 모습을 처음 보는 포르투 팬들은 놀랐겠지만, 아스날 팬들은 그렇지 않았다.
교체되어 나갈 때마다 유지우의 행동은 처음 아스날에 왔을 때와 달라진 게 없었으니까.
삐익-! 삐익-! 삐익—!
이후에 역습으로 한 골을 먹히긴 했지만, 마지막에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달아나며.
아스날 3 – 1 포르투.
최종 스코어 6 – 2로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성공했다.
* * *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며 우승에 한층 가까워지자 시즌 초에 설정한 목표.
‘트레블.’
이것에 가까워졌다.
아스날 팬들도 이러한 결과에 열광했다.
“이러다가 우리 진짜 트레블 하는 거 아니야?”
그들은 시즌 초 목표를 떠올리며 희망에 부풀었다.
“이번에 FA컵까지 우승하면 가능할지도.”
작년 아스날은 더블을 기록했다.
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했지만, FA컵은 우승하지 못한 아쉬운 기억.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흐름 자체가 마치 트레블을 하라는 것처럼 매끄러웠다.
“방심은 안 돼.”
“하필 33라운드에 시티에 FA컵 결승도 시티라니, 시티 녀석들은 왜 계속 우리 앞길을 막으려고 하는 거야!”
“그 정도면 연인보다 더 붙어있는 거지.”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만 두 개나 남아있었다.
어쩌면 맨체스터 시티가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유벤투스를 이긴다면 결승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었다.
《 맨체스터 시티는 아스날이 아니었다면 유럽을 정복했을 것. 》
전문가들이 압도적인 공감을 하는 말이었다.
그만큼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력은 예사롭지 않았다.
만일 33라운드에서 아스날이 패배한다?
그렇게 되면 아스날의 우승을 위협할 유일한 카드가 되는 거였다.
그리고 그러한 이목이 쏠리며 다가온 그 날.
리그 33라운드.
아스날 vs 맨체스터 시티.
사실상 프리미어리그 우승 결정전과도 같은 경기였다.
경기 전날.
맨체스터 시티의 훈련장 앞.
그곳에 있던 기자들은 훈련을 마치고 나오는 디에고 로시와 인터뷰했다.
『 프리미어리그의 2인자 』
이런 말을 듣고는 있지만, 그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엄청났다.
실제로 리그 득점만 40개를 기록했고 총공격 포인트는 51개 16도움으로 67개의 공격 포인트를 달성하고 있었다.
“바로 내일 라이벌인 아스날의 유를 만나게 되는데 어떻게 준비하시고 있는지 짧게 한 마디만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대결.
유지우 vs 디에고 로시.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선수들이자 라이벌리를 지닌 선수들인 만큼 주목도는 평소 경기보다 높았다.
“늘 한 걸음 차이로 놓쳤지만, 이제는 제가 한 걸음 나아가 보겠습니다.”
디에고 로시는 아스날전을 준비하면서 죽어라 훈련만 했다.
지금까지 한 모든 패배.
단 한 번도 거두지 못한 승리.
이번에야말로 그 고리를 끊고 맨체스터 시티를 더 높이 올리고 싶었다.
“지난 패배를 교훈 삼아 아스날을 이겨, 우승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에이스.
그의 발언은 금세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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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아스날 훈련장도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프리미어리그 정상 대전답게 기자들은 평소보다 많이 몰렸고 유지우의 인터뷰를 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아스날은 많은 기자를 보고 유지우가 편하게 인터뷰할 수 있게 기자회견장을 마련해줬다.
“라이벌로 불리기 시작한 시티와 맞대결인데 지난 경기처럼 이길 자신이 있으신가요?”
“시티는 강한 상대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준비는 완벽했고 결과는 지난 경기들과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 뒤로도 짧게 인터뷰를 했고 유지우는 마지막으로 말을 꺼냈다.
“리그 33라운드에서 반드시 이겨 아스날의 역사를 새로이 써보겠습니다.”
프리미어리그를 진동시키는 두 선수의 인터뷰는 언론에 도배됐고 전 세계 축구팬들을 TV 앞에 모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