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49)
필드의 외계인-349화(349/404)
제349화
‘새로운 시대.’
축구계에서 이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컸다.
새로운 세대를 이끌 재목들이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으로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는 걸 의미했으니까.
그리고 그 시대를 대표하는 한 선수.
“유-!”
유지우가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잡고 맨체스터 시티 진영을 응시했다.
그가 볼을 잡자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일제히 긴장했다.
어떤 걸 보여줄까?
늘 상상 이상의 플레이를 보여주기 때문에 경계 수치는 최대치였다.
‘압박 숫자가 금방 늘어난다.’
그 때문에 유지우 근처에만 세 명의 선수가 있었다.
그것도 하나같이 수비력이 좋은 선수들로.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또 유지우 선수 근처로 간격을 좁힙니다!] [아까부터 사이드로 고립시키려고 하지만!]유지우는 그럴 때마다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무리해서 돌파할 필요는 없었다.
이들의 압박이 자신에게 쏠린다는 건 다른 쪽 공간이 빈다는 걸 의미했으니까.
스르르륵.
그는 발바닥으로 볼을 끌면서 세 선수의 발아래를 살폈다.
어디로 뻗는지.
어떤 타이밍으로 오는지.
찰나의 순간에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뽑아내고선.
툭.
타이밍을 잡고 가장 오른쪽에 있던 선수의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낸 뒤.
라인 밖으로 달려 뒷공간을 완벽하게 열어냈다.
그렇다고 다 제쳐낸 건 아니었다.
오늘 맨체스터 시티 수비진의 높은 집중력은 여러 번 유지우의 발목을 잡았었으니까.
‘올 줄 알았어.’
오늘 맨체스터 시티는 유지우를 견제하려고 발 빠른 풀백을 기용했다.
시망 코스타.
22세의 포르투갈 리그 출신으로 공격력은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지만, 주력과 수비력이 겸비된 풀백이었다.
타다다닷-!
그가 따라오는 것을 보고 유지우는 일부러 속도를 늦췄다.
자신이 생각하는 플레이를 만들려면 압박하는 선수들의 시선을 모두 자신에게 쏠리게 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그건.
‘그렇게 나만 보고 있으면 뒤통수 맞는다고 저번에 알려주지 않았나?’
보기 좋게 통했다.
투—욱.
돌파하는 모션을 가져가는 것과 동시에 시도한 노룩 패스.
압박하는 선수들은 전부 속았다.
그들은 유지우에게만 집중한 나머지 오른쪽 측면으로 오버래핑하는 카를로스 로호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뚫립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측면을 연 아스날! 카를로스 로호가 들어가면서 크로스-!]카를로스 로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볼을 받기 전부터 골대 앞 상황을 살펴 플레이는 빠르게 이뤄졌다.
빠르게 움직이는 선수들.
그들 사이로 파고드는 선수를 발견한 카를로스 로호는, 그 앞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아드리안!’
크로스가 가는 곳으로 쇄도한 선수는 아드리안 로마오였다.
맨체스터 시티 센터백들의 타이밍을 흔든 뒤에 들어간 덕분에 그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고.
툭.
점프를 뛰어 먼저 이마에 맞추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대로 골이 될 수 있는 상황.
[아-! 아쉽게도 골키퍼의 손에 걸리며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습니다!]그러나 골키퍼가 간절하게 내민 손에 막히며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어서 완벽하게 처리되지 않는 세컨볼을 노렸지만, 센터백이 한발 빠르게 걷어내며 기회를 놓쳐버렸다.
[맨체스터 시티가 기회를 많이 만들긴 하지만 아스날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끝까지 방심하면 안 됩니다!]삐익-! 삐익-! 삐—-익!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FA컵 결승, 전반전이 종료됐다.
* * *
33-34시즌의 마지막 달.
한 시즌의 끝이 다가온 만큼 오늘 경기는 모두에게 중요했다.
물론, 그것을 떠나서 아스날 vs 맨체스터 시티의 정상 대전은 워낙 수준이 높았기에 축구를 모르는 이들도 TV 앞으로 오게 하기 충분한 매력이 있었다.
– 와아아아아!!
FA컵 결승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관중석에서의 응원 열기는 더욱 고조됐다.
그리고 곳곳엔 한국 관중들도 있었다.
“눈을 뗄 수가 없네.”
“아스날 응원하러 왔는데 맨시티에도 시선이 가는 게 맞냐?”
“…디에고 진짜 미쳤다.”
그들은 유지우의 플레이에 환호하면서도 디에고 로시의 플레이에 눈을 떼지 않았다.
보카 주니어스 시절부터 너튜브를 통해 볼 수 있던 덕분에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선수, 디에고 로시.
그는 유지우의 라이벌답게 경기를 지배하고 있었다.
툭.
툭.
압박을 간단한 패스로 벗어나거나.
타다다닷-!
기습적인 돌파로 압박을 벗어나는 수준이 높았다.
그는 육각형 플레이를 선보이며 왼쪽 사이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그렇게 나온 기회.
[어-! 맨체스터 시티의 코너킥이 짧게 전개됩니다! 윌리엄 폴크가 밑으로 내려와서 받아주는데요!]디에고 로시가 키커로 있다가 패스를 짧게 주고 빈 곳으로 달려갔다.
윌리엄 폴크는 패스를 받아주면서 카를로스 로호의 움직임을 한 차례 막았다.
툭.
그는 등을 진 채, 디에고 로시에게 안정적으로 패스를 내줬다.
“디에고!!! 들어가-!”
관중석에서도 디에고 로시가 무언가를 해주길 원했다.
그들의 염원을 볼에 담아 디에고 로시는 중앙으로 올라갔다.
그는 침착하게 들어가 다가오는 레이턴 버트란드를 바디 페인팅으로 중심을 무너트린 다음.
뻐—엉!
왼발 아웃프런트로 반 박자 빠르게 패스를 찌르며 오스마르 토레스를 겨냥했다.
연결만 된다면 득점이 될 상황.
맨체스터 시티 팬들은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는데.
퍼—억!
데릭 레드먼드가 그가 들어가지 못하게 어깨를 집어넣으며 움직임을 막았다.
‘…이 자식이!’
오스마르 토레스는 억지로 들어가려고 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거였다.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살리려고 했지만, 데릭 레드먼드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로 인해.
“나와! 다비드!”
다비드 바르트라가 안전하게 볼을 처리할 수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창이 아무리 날카롭다고 한들! 아스날의 방패를 넘을 수 있을까요!] [데릭 레드먼드의 안정감 좀 보십시오! 이 선수가 바로 아스날의 자랑스러운 주장입니다!]데릭 레드먼드와 레이턴 버트란드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했다.
“데릭! 아직 은퇴 안 해도 되겠는데요?”
“은퇴는 무슨! 60세까지 해 먹을 거다!”
그렇게 가져온 흐름.
그 흐름을 이끄는 지휘자는 유지우였다.
“크리스! 왼쪽으로 더 올라가!”
그는 선수들과 스위칭을 가져가며 맨체스터 시티 진영에 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유를 마크해!”
쉽게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그들의 수비 전술은 체계적이었다.
한 몸처럼 움직이며 아스날이 들어올 공간을 차단하는 동시에.
중심이 되는 유지우를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로 못 오게 했다.
“다시!”
그렇다고 멈출 유지우가 아니었다.
흐름이 아스날에게 있는 이상.
이것을 살려야 하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뻐—엉!
그걸 아는 크리스티안 페레스도 유지우만이 받을 수 있는 난이도 높은 패스를 주로 구사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압박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두 선수의 호흡이 정말 대단합니다!]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
에이스 듀오가 그 흐름을 살리려고 애썼다.
그러던 중.
사이드에서 카를로스 로호가 올린 크로스가 수비수에게 맞고 굴절이 되고 말았다.
[볼이 굴절되면서 페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어-! 어느새 유지우 선수가!!]유지우는 볼이 굴절되는 것과 동시에 움직여 위치를 먼저 선점했다.
압박하는 선수들이 있었지만, 유지우는 그것에 신경을 빼앗기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하나.
툭.
페널티 에어리어 박스 안에 볼을 넣어주는 거였다.
그는 낙하하는 볼이 허리 위치까지 오자 뒷발을 들어 발뒤꿈치로 패스를 넣어줬다.
툭-
감각적인 패스였음에도 맨체스터 시티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타다다다닷-!
짐승같이 골 냄새를 맡은 아드리안 로마오가 그 트랩을 완전히 붕괴시켜버렸다.
수비수들이 손을 들어보았지만, 부심의 기는 굳건했고.
철렁.
아드리안 로마오는 슬라이딩으로 슈팅하며 골키퍼의 옆구리 사이를 지나 골대 안으로 볼을 집어넣었다.
[골! 골! 고오오오올! 아드리안 로마오! 아스날의 사냥개라고 불리는 선수가 맨체스터 시티 골대를 찢어버립니다!] [아름다운 골입니다-! 유지우 선수의 감각적인 어시스트와 아드리안 로마오의 완벽한 마무리! 아스날스럽게 득점을 올립니다!]예술이라고 표현해도 아깝지 않은 득점이었다.
* * *
아스날 1 – 0 맨체스터 시티.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아스날이 리드를 가져갔다.
그런데도 과르디올라는 당황하지 않았다.
‘충분히 예상한 그림이다.’
아스날과 숱하게 붙어본 그는 침착하게 다음 스텝으로 나아갔다.
스윽.
‘플랜 B로 변경.’
즉각적으로 전술에 변화를 줬다.
큰 틀 안에서 잦은 변화를 일으켜 아스날에게 혼란을 주겠다는 거였다.
[이제 보니 맨체스터 시티가 스위칭 플레이를 더 자주 가져갑니다.]그들의 플랜 B는 스위칭 플레이였다.
오스마르 토레스의 이타적인 능력을 극대화하며 윙 포워드들이 중앙으로 이동.
그리고 윙 포워드들이 비어있는 사이드를 풀백들이 오버래핑으로 올라가며 빈 곳을 메꾸는 형태.
즉, 공격에 힘을 더 준다는 전술이었다.
[이런 식이면 오스마르 토레스가 제로톱 역할을 맡고 공격을 더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겠네요.]사람들은 이 전술이 오스마르 토레스의 이타적인 플레이를 더 높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의 노림수는 그게 아니었다.
‘이타적인 것보다.’
타다다닷-!
‘디에고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서야.’
에이스 디에고 로시를 더욱 자유롭게 해줘야 했다.
제한을 둬선 안 됐다.
그러한 믿음을 받은 에이스는.
필드 위에서 재능을 만개했다.
– 오오오오오!!!
디에고 로시는 그를 둘러싼 압박을 유유히 벗어났다.
바디 페인팅으로 한 명.
라 크로케타로 두 명.
마지막은 플리플랩으로 제쳐내며 총 세 명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들어옵니다! 이걸 막아야 해요!!!]마테오 크리스단테가 황급히 달려가서 길목을 막으려고 하는 순간.
디에고 로시는 왼쪽으로 나갈 모션을 가져갔다.
그러나 그건 함정이었다.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균형이 쏠린 순간.
오른쪽으로 전환하며 그를 얼음처럼 굳게 만들었다.
[이제 앞에 남은 건 레이턴 버트란드 뿐입니다! 오스마르 토레스가 데릭 레드먼드를 데리고 가준 덕분에 나온 기회!]레이턴 버트란는 자세를 낮추고 그의 플레이에 집중했다.
영상 분석을 통해 드리블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연습과 실전은 달랐다.
찰나의 순간.
모든 게 결정된다는 부담감.
레이턴 버트란드는 타이밍에 맞춰 발을 뻗었지만.
탓.
디에고 로시는 마법 같은 터치로 그가 뻗은 다리 위로 볼을 띄우며 제쳐냈다.
‘5명.’
그의 돌파를 막을 선수는 없었다.
열린 골대까지의 길.
그대로 슛 자세를 잡는 순간에.
촤—악!
타이밍에 맞게 들어오는 태클.
– 오오오오!!!
바로 유지우였다.
[유지우 선수가 최전방에서 최후방까지 내려오며 신들린 드리블을 하던 디에고 로시에게서 볼을 빼앗습니다!] [사각에서 들어간 완벽한 태크으으으을! 맨체스터 시티의 역습이 이렇게 끊깁니다!]절호의 기회를 놓친 과르디올라는 주먹을 쥐며 안타까워했다.
디에고 로시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유지우를 봤다.
‘그 거리를 왔다고?’
디에고 로시가 드리블할 때부터 유지우는 최전방에 있었다.
그런데 그 거리를 단숨에 좁혀 오다니.
“허억… 헉… 헉…. 죽겠네.”
그는 무릎에 손을 얹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유지우는 넘어진 디에고 로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마터면 먹힐 뻔.”
“좀 당해주지, 그랬냐.”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디에고 로시는 못 당한다는 표정으로 그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두 선수의 모습을 카메라가 놓칠 리가 없었다.
* * *
그리고 재개되는 경기.
퍼—억!
거친 경기 양상으로 선수들의 유니폼은 이미 더러워졌다.
호흡은 목 끝까지 찼고 땀은 비가 오듯 흘렀다.
잠시 후, 90분이 지나가고 추가 시간이 4분이 주어졌다.
아스날 1 – 0 맨체스터 시티.
점수는 1점 차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차이라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힘을 냈다.
과르디올라는 교체 카드를 꺼내며 공격 자원을 늘려 총공격에 나섰다.
[공격에서 우위를 가져가는 맨체스터 시티! 디에고 로시와 율리안 쿠겔이 프리롤 형태로 움직이며 기회를 찾습니다!]맨체스터 시티가 공격 자원을 늘리는 것을 보고 폴 사르는 후방의 균형을 유지한 채, 주력이 빠른 선수들로 교체했다.
‘뒤통수 조심해.’
그가 생각한 건 역습 전술이었다.
필드 위에서 누구 한 명이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
그 경기의 끝이 다가왔고 추가 시간이 다 지난 시점.
맨체스터 시티의 마지막 공격 기회가 왔다.
[장거리 프리킥을 빠르게 전개하며 아스날 진영을 파고듭니다!] [율리안 쿠겔이 스피드로 흔든 다음에! 왼쪽으로 패스를 내주는데요!!!]맨체스터 시티 플레이의 마침표를 찍는 역할은 에이스 디에고 로시였다.
“디에고-!”
모두의 염원이 담긴 볼이 디에고 로시에게 갔다.
그에게 가는 볼을 보고서 아스날도 일제히 슈팅 코스와 패스 길을 잘라내려고 했다.
그러나 디에고 로시의 시선에는 골대까지 이어지는 길이 하나 보였다.
‘저기라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침착하게.
뻐—엉!
슈팅을 때렸다.
회전을 준 정교한 슈팅.
왼쪽 구석으로 향했고 그 슈팅은.
까—앙!
크로스바를 맞고 떨어지고 말았다.
아직 라인 아웃이 되지 않은 것을 보고 모든 선수가 달려들었다.
하지만 제일 먼저 볼을 잡은 선선수는 다비드 바르트라였다.
[루즈볼을 안전하게 잡아내는 다비드 바르트라! 맨체스터 시티의 기회가 이대로 끝이 납니다!]“아.”
그리고 모두가 알아챘다.
삐익-! 삐익-! 삐—-익!
그 플레이가 마지막이었다는 걸.
그렇게 시즌 마지막 정상 대전이 종료되며 FA컵 우승 클럽이 정해졌다.
아스날 1 – 0 맨체스터 시티.
아스날이 트레블에 필요한 두 번째 퍼즐까지 손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