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54)
필드의 외계인-354화(354/404)
제354화
“역시 아스날이다.”
보는 이들은 아스날의 경기력에 감탄했다.
유벤투스가 단단한 방패로 막고 있었지만, 그걸 뚫어내고 선제골을 넣는 장면은 압도적이었다.
“이대로면 아스날이 이기려나?”
“그건 모르지.”
“어째서? 유벤투스는 제대로 된 공격도 못 하고 있잖아.”
유벤투스도 슈팅을 아예 기록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위협적이라고 느낄 만큼의 슈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었다.
“아스날 수비에 막히고 있잖아.”
“유가 수비 가담까지 적극적으로 해주니까 아스날의 후방도 여유롭게 유벤투스의 패턴을 읽을 수 있는 거겠지.”
유벤투스 공격이 실패하는 이유는 아스날의 수비 전술 때문이기도 했지만.
타다다다닷-!
폭넓게 뛰어다니는 유지우 덕분이기도 했다.
그는 전반전에 체력이 고갈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쉬지 않고 필드를 누볐다.
‘유벤투스의 템포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실점하는 바람에 유벤투스는 전반 종료 전까지 동점 골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은 조금씩 템포를 올리는 중이었다.
뻐—엉!
그것이 유지우의 시선에 정확히 포착됐고.
“카이! 넌 조금 더 중앙으로 가! 이쪽은 내가 카를로스랑 커버할게.”
수비 전술을 세웠다.
“그럼 부탁한다!”
폴 사르가 지시한 큰 틀에서 깨지지 않을 만큼의 미세한 변화.
하나 그 효과는 대단했다.
유지우의 변칙 플레이로 유벤투스의 사이드는 마비가 되고 있었다.
[오오오오-! 유지우 선수가 태클로 볼을 라인 밖으로 보냅니다!] [유벤투스가 사이드로 자주 전개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저렇게 대처할 수 있는 거죠. 판단이 빨랐습니다!]유지우 – 카를로스 로호.
이 라인을 공략해야 하는 엔초 마뇨치는 답답함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유벤투스는 계속해서 아스날의 뒷공간을 노리며 공격을 전개하려고 했으나.
퍼—억!
볼의 소유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볼을 가져오는 아스날! 곧바로 볼을 전개합니다!]하프라인 인근까지 내려온 유지우의 발아래로 볼이 전달됐다.
돌아서자마자 강한 압박이 들어왔지만.
투—웅!
그는 솜브레로 플릭으로 압박을 벗어났다.
그대로 볼을 쭉 밀고 들어가자, 그의 치고 달리기에 유벤투스 선수들 누구도 따라붙지 못했다.
이대로면 또 실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유지우는 몰고 가다가 중앙으로 올라가며 전방을 살피더니.
뻐—엉!
노룩 스루패스를 찔러 유벤투스 수비진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그리고 아드리안 로마오의 절묘한 라인 브레이킹.
볼이 연결되기 직전.
촤—악!
그 사이로 태클 하나가 불쑥 들어왔다.
바로 김재민이었다.
아드리안 로마오의 침투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의 최우선 목표는 패스를 끊는 거였다.
[이걸 막아내는 김재민 선수-! 정확하게 볼만 쳐내며! 아스날의 공격을 끊어냅니다!]김재민은 일어나서 포효했다.
유벤투스 수비 중심에 우뚝 선 그의 포효에 유지우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대단해.’
한 클럽의 중심에 서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겪어 본 유지우였다.
그렇기에 그는 김재민이 걸어온 길이 얼마나 쉽지 않았을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런 길을 걸어 저렇게 인정받는 국가대표 동료를 보니, 자신도 모르게 뿌듯했다.
‘그래도.’
하지만 상대로 만났으니.
‘이기는 건 나야.’
반드시 무너트려야 했다.
그로부터 몇 분 후.
삐익-! 삐익-! 삐—-익!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전반전이 종료됐다.
* * *
【 LIVE)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아스날 vs 유벤투스, 1 – 0 진행 중. 】
【 아스날 선제골! 유지우가 그 주인공. 】
【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싸우는 태극전사들. 】
한국에서는 늦은 새벽 시간인데도 수많은 이들이 TV 앞으로 모였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코리안 더비.
월드컵에 출전할 주역들이 만나는 경기라 관심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 무슨 축구를 저렇게 쉽게 하냐?
– ㅋㅋㅋㅋ 게임이 더 어렵겠다.
– ㅁㅊ 갓지우도 갓지우인데 김재민 수비 봐라 ㄷㄷ
– 스피드 실화? 저 거리를 따라가네.
– 결승전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이라는 게 놀랍다.
– ㄹㅇ 가슴이 웅장해짐.
– 이걸 보려고 안 자고 기다렸다 ㅠㅠㅠㅠ
– 역대급 결승전 ㄷㄷ
– 이번 결승전은 한국 축구팬들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듯?
두 한국 선수의 대결에 국내팬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아스날의 유지우가 우승해서 트레블하는 것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 근데 킹재민이 이겨도 괜찮긴 해.
김재민이 이겨도 상관없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그저 한국 선수들이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는 것 자체에 행복한 팬들이었다.
– 미친… 김재민 태클 보소 ㅋㅋㅋㅋㅋ
– 아드리안을 안 놓침.
–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의 김재민은 진짜 왕이지, 왕.
페널티 에어리어에서의 수비.
그리고 빠른 주력과 활동량으로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까지 커버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 수비 재능 하나는 월드클래스임.
– 세리에A 태클 성공률 1위에서 말 다 했지.
아스날의 유지우가 엄청난 기록을 세우는 중이라 김재민의 기록은 다소 가려진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축구팬들은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세리에A 태클 성공률 1위.’
‘세리에A 올해의 수비수.’
이 두 가지 타이틀을 따내며 명실상부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것이 김재민이었다.
그의 수비는 관중들의 환호를 일으켰고.
– 갓지우는 그냥 미침 ㅋㅋㅋㅋㅋ
유지우의 공격은 관중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두 한국 선수가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보여주는 플레이는 멀리 떨어진 대한민국까지 전해지며.
– 와아아아아!!!
해가 져 차갑게 식은 새벽을 뜨겁게 달궜다.
* * *
전반전이 종료되고 유벤투스 라커룸 안.
그들은 1 – 0으로 뒤진 채, 전반전을 마무리 지어 표정이 그리 밝지 못했다.
“…빌어먹을.”
지금까지 만난 클럽 중, 아스날은 손에 꼽힐 만큼의 강팀이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만났던 맨체스터 시티보다도 더.
“이렇게 될 거라는 건 알았지만, 막상 당하니까 죽겠네.”
“아스날은 왜 빈틈이 안 보이지?”
“측면 경계가 심해.”
“들어가는 타이밍을 좀 다르게 해볼까?”
“시티 녀석들을 붕괴시킬 때처럼 해보는 건 어때?”
선수들은 전반전의 내용을 복기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비록 지고 있어 분위기가 가라앉긴 했으나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니었다.
후반전에 뒤집을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들 표정이 너무 안 좋은데?”
때마침 호세 마이에타 감독이 라커룸으로 들어오면서 선수들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예상대로 선수들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겨우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다. 그리고 겨우 한 점을 빼앗겼을 뿐이지.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수도 없이 경험해왔고 또 이겨내 왔다.”
그의 말이 이어지자 선수들은 서서히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어느덧 라커룸의 모든 시선이 호세 마이에타에게 향해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결과 또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의 말을 듣자 선수들의 마음속에 내려앉은 패배에 대한 불안이 싹 사라졌다.
“아스날의 공격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시작점은 정해져 있지.”
그는 전반전 영상을 분석하며 선수들에게 말했다.
“크리스티안과 유, 이 두 녀석이 아스날 공격의 모든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아스날 공격의 기점은 에이스 듀오의 발끝이었다.
마틴 그라임스가 오늘 경기 볼 터치 비율을 많이 가져가긴 했지만, 결국에는 이 두 선수 위주의 공격 전술로 이어졌다.
“루카.”
“네!”
“이 두 녀석을 통제하지 못하면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후반전에는 이 녀석들을 통제할 수 있겠나?”
루카 디 리비오는 의욕을 불태웠다.
“반드시 막겠습니다.”
유벤투스의 후방을 책임지는 선수의 말에 호세 마이에타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이어서!”
그는 전반전의 아스날 전술을 토대로 후반전의 전술을 구상했다.
그것을 선수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줬다.
반드시 이기고 싶다는 의지.
그 의지가 선수들에게 전해졌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이 무대에서 이겨 빅이어를 들어 올리는 순간을 떠올리며 선수들은 라커룸을 나섰다.
.
.
.
양 클럽 선수들이 필드로 나와 각자 포지션에 가서 섰다.
유지우는 오른쪽 측면에 서 있어서 팬들의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유!”
“네가 유럽 최고라는 걸 보여줘!”
“유벤투스 따위! 확실하게 밟아버리라고!”
팬들의 외침에 유지우는 손을 흔들어줬다.
– 와아아아아!!!
그의 손짓에 아스날 팬들은 더욱더 열광했다.
그렇게 잠시 후.
삐—익!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후반전이 시작됐다.
* * *
“흐음.”
폴 사르는 라인에 서서 유벤투스 진영을 살폈다.
‘전술 변화는 없어, 그런데 선수들의 간격이 달라졌군.’
전반전에는 수비 시에 유지우 쪽으로 경계하는 상황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크리스티안 페레스도 그 영향권 안에 있었다.
마치 두 사람의 연결고리를 끊어놓겠다는 듯.
‘우리 에이스들이 만나는 걸 허락하지 않겠다는 건가.’
그들의 노림수를 폴 사르는 배치만 보고도 알아챘다.
하지만 그는 따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그저 믿고 있는 거였다.
이런 상황에도 빛나는 에이스의 판단을.
50분.
55분.
동점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 유벤투스가 천천히 그리고 정교하게 아스날 진영을 위협했다.
[유벤투스의 패스 속도가 전반전보다 빨라진 것 같죠?] [네, 그리고 사이드로 보내는 비율이랑 중앙으로 보내는 비율이 비슷합니다. 이러면 아스날도 헷갈릴 겁니다.]아스날은 그들의 패스 루트를 읽으며 차분하게 수비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볼 소유권을 빼앗자,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스위칭을 하며 중앙으로 이동했다.
‘좋은 판단이다.’
폴 사르는 흡족하게 봤다.
만약 에이스 듀오가 스위칭을 하지 않고 포지션만 지키고 있었다면 유벤투스의 노림수는 100% 효과를 냈겠지만, 스위칭을 했으니 그 효과는 절반, 아니 그 이상으로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패스!”
그러나 유벤투스는 그런 부분도 인지하고 있었다.
스위칭 플레이는 아스날 전술의 중요한 부분이었으니까.
그 덕분에 유벤투스 수비진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유지우의 플레이에 집중했다.
‘어느 쪽으로 올 거지?’
루카 디 리비오는 스텝을 밟으며 유지우가 어느 쪽으로 올지 계산했다.
스윽.
‘오른쪽인가.’
그는 유지우가 거리를 좁히다가 오른쪽으로 균형을 옮기는 것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아니야, 균형을 잃게 하고 왼쪽으로 들어올 확률이 높아.’
그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충돌할 때.
유지우가 움직였다.
오른쪽으로 치고 나가면서 시선은 왼쪽으로 돌파할 것처럼 흘렸다.
‘역시!’
그 시선에 루카 디 리비오는 제대로 속아버리고 말았다.
애초에 유지우는 별다른 개인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대로 밀고 들어갈 심산이었다.
‘아, 이런 당했다.’
루카 디 리비오의 축구 아이큐는 뛰어났다.
유벤투스의 허리이자 공격과 수비를 잇는 자리에 있는 선수기에 머리가 너무 뛰어난 것이 이번에 실수를 저지른 원인이었다.
[루카 디 리비오를 제친 유지우 선수-! 멈추지 않고 더 안으로!]그의 시선은 아드리안 로마오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 있는 수비수들.
뻐—엉!
유지우는 수비 위치를 보고서 패스를 찔렀다.
그러나 그 패스는.
삐—익!
오프사이드에 걸리고 말았다.
[아아아아! 이게 오프사이드에 걸립니다! 정말 정교한 패스였는데 아쉽습니다!] [유벤투스의 오프사이드 트랩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도 빛을 발합니다!]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무너진 것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유벤투스의 오프사이드 트랩이었다.
‘내 패스 타이밍을 읽고서 그 순간 라인을 올렸다?’
유지우는 김재민을 쳐다봤고 김재민도 마찬가지였다.
두 선수의 시선이 맞닿자.
씨익.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을 지었다.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싸우는 두 한국 선수의 모습은 한국 취재진의 카메라에 담기며 국내로 생중계가 됐다.
* * *
아스날 1 – 0 유벤투스.
치열한 공방전이 이뤄졌지만, 오랜 시간 균형이 유지되자 사람들은 내심 이 스코어로 경기가 끝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 와아아아아!!!
그때 유벤투스가 아스날의 코너킥을 막아내고 역습 타이밍을 잡았다.
“뛰어! 라인 올리고! 간격을 넓혀서 압박을 분산해!”
유벤투스 선수들은 감독의 목소리를 듣고 빠르게 라인을 올렸다.
주력은 평균 이상인 선수들답게 그들은 금세 아스날 진영으로 넘어갔다.
[아스날도 역습에 대한 대비를 완벽하게 해놨습니다! 유벤투스의 역습이 여기서 끊길까요?]그들의 역습에 맞서 아스날 또한 대비했다.
마테오 크리스단테 – 카이 베일로브.
두 선수를 중심으로 공간을 철저하게 봉쇄하고자 했다.
[유벤투스가 오른쪽으로! 미하우 므로포차가 볼을 잡습니다!]그러자 수비를 하던 아스날 쪽에서 작은 실수가 하나 나왔다.
사울 키르키치 – 마틴 그라임스.
이 두 선수의 라인이 아직 완전히 공간을 없애지 못한 것이었다.
축구는 상대의 실수를 파고들어 득점을 만들어내는 스포츠였다.
그런 부분을 계속해서 기다리던 유벤투스 선수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미하우! 올려!”
볼을 잡고 있던 미하우 므로포차는 더 올라가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 필요한 건.
실수가 사라지기 전, 빠르게 공략하는 것이었으니까.
뻐—엉!
그의 발에서 나온 스루패스가 가는 곳은 안젤로 마르케세 쪽이었다.
그는 카이 베일로브의 압박을 버텨내며 패스 경로를 확인했다.
어디로 전개해야 할지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정리가 끝난 뒤였다.
툭.
안젤로 마르케세는 카이 베일로브를 등진 채, 노룩 힐패스로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볼을 넣어줬다.
[여기서 패스가 연결됩니다! 프란체스코 루빈!!! 그가 볼을 받고 돌아섭니다!]레이턴 버트란드는 다른 쪽을 경계하고 있던 바람에 반응이 살짝 늦었다.
퍼—억!
노마크 순간이라도 생각한 그가 슈팅하려는 순간에 옆에서 강한 몸싸움이 들어왔다.
어느새 거리를 좁힌 데릭 레드먼드였다.
데릭 레드먼드는 그대로 찍어누르려고 힘을 줬으나.
프란체스코 루빈은 넘어지면서도 볼에 시선을 고정한 채, 슈팅을 때렸다.
뻐—엉!
시도한 슈팅은 빗맞긴 했으나 정확히 골문으로 향했고.
철렁.
다비드 바르트라의 손이 닿기 전에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유벤투스 팬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포효했다.
– 와아아아아!!!
유벤투스가 그토록 원하던 동점 골이 나왔다.
아스날 1 – 1 유벤투스.
63분에 두 클럽의 균형이 맞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