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55)
필드의 외계인-355화(355/404)
제355화
아스날 1 – 1 유벤투스.
경기의 균형이 맞춰졌다.
어느 클럽이 이길지는, 이제 미궁 속.
그 덕분인지 관중석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다시 아래로!”
유벤투스는 또다시 아스날에게 실점하지 않기 위해 수비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동점 골을 넣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역전을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타다다닷-!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활동량.
촤—악!
과감한 태클로 인해 패스 길을 잘라내는 등.
아스날의 공세를 필사적으로 막아냈다.
[유벤투스의 수비 집중력이 대단하네요.] [동점 골을 넣었는데도 흥분하지 않고 각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이런 부분이 유벤투스를 유럽 최고의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힘이었다.
‘패스 속도가 빨라.’
그런 그들에게도 아스날의 공격 전개는 위협적이었다.
좌우로 볼을 전개하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됐다.
최후방에서 라인을 컨트롤하던 김재민은 아스날의 볼 전개에 집중했다.
그는 조금도 볼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패스가 향한 곳.
“유가 올라온다!”
유지우가 중앙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의 앞으로 아드리안 로마오가 원터치로 내준 패스가 왔다.
그대로 슈팅 각도가 나오자, 김재민은 그 코스를 차단하려고 움직였다.
‘어딜.’
하지만 유지우는 그걸 예상했다.
김재민은 어떤 방향에서든 방해하러 올 적극적인 선수였으니까.
툭.
그래서 유지우는 슛이 아닌 패스를 선택했다.
슛페이크를 하며 수비 타이밍을 빼앗고 내준 노룩 패스.
패스는 정확히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발아래로 갔다.
볼을 잡기 전, 그는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패스를 줄 곳을 찾았다.
투—웅!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원터치 로빙패스가 유벤투스 수비 진영을 꿰뚫었다.
그들의 뒷공간으로 연결된 패스.
마틴 그라임스가 마크를 따돌리며 뒷공간으로 절묘하게 침투했다.
[오프사이드가 아닙니다-!]유벤투스 선수들이 손을 올려 오프사이드가 아니냐면서 어필했지만, 오프사이드는 아니었다.
패스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리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는 방법은 여러 가지였으니까.
“때려! 마틴!”
아드리안 로마오가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마틴 그라임스는 볼을 잡아두지 않고.
뻐—엉!
원터치로 빠르게 슈팅을 처리했다.
니어 포스트 상단을 겨냥한 슈팅.
레이저처럼 뻗어간 볼은 골키퍼의 손에 걸려.
까—앙!
골포스트를 맞고 떨어졌다.
떨어진 볼은 어느새 달려온 김재민이 위험지역 밖으로 걷어냈고, 덕분에 유벤투스는 실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살짝 빗나가는 마틴 그라임스의 슈티이이잉! 완벽한 기회였는데 아쉽습니다!] [아스날이 주도권을 계속 쥐고 있지만, 득점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은 어디가 될지! 끝까지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80분이 지나가며.
어느새 정규 시간 종료까지 10분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 * *
80분.
스코어는 여전히 1 – 1.
공격 주도권은 아스날에게 있었지만, 유벤투스의 방패는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졌다.
“으아아아!!!”
아스날의 공격은 빠르고 날카로웠지만, 유벤투스 선수들은 쫓아가지 못하더라도 몸을 날려 공격을 차단했다.
[얼굴을 이용해서까지 수비하는 유벤투스! 최선을 다해 아스날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아스날도 간절하지만! 유벤투스도 간절할 겁니다! 37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거니까요!]1996년에 우승을 거둔 이후로 단 한 번도 들어 올린 적이 없던 빅이어.
그게 눈앞에 있던 만큼 유벤투스 선수들은 간절했다.
선수들과 같은 마음을 한 유벤투스 팬들은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들에게 힘을 보태줬다.
“유를 막아!”
“저 녀석만 막으면 이길 수 있어!”
유지우는 경기 종료 시간이 다 됐음에도 활동량이 전혀 줄지 않았다.
“크리스! 반대로 전환!”
그는 모든 곳을 누비며 아스날의 공격을 하나부터 열까지 이끌었다.
“압박 온다! 원터치로 처리해!”
그는 동료 선수들이 유벤투스의 강한 압박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윤활유 역할을 수행했다.
그에 맞서는 유벤투스는 뛰어난 조직력을 보여주었다.
혹시라도 막지 못할 상황이 되면 위험하지 않은 위치에서.
삐—익!
과감하게 반칙으로 템포를 끊어냈다.
그렇게 경기는 계속해서 진행됐다.
잠시 볼이 나간 틈에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유지우를 찾아왔다.
“유, 하나 만들 시간은 충분해.”
“방금 마틴이 위협적인 움직임을 가져갔으니까 분명히 경계할 거야. 아드리안을 이용해보는 건 어때?”
“아드리안을?”
“내가 미끼가 될게, 넌 틈이 생기면 아드리안에게 패스를 넣어줘.”
“알았어, 한 번 해보자.”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다.
여기서 한 골을 먼저 넣는 팀이 이기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양 클럽 모두 그 사실을 알기에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중에서도 빛나는 건.
탁.
유지우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잡은 그에게 유벤투스 선수들은 경기 초반과 마찬가지로 타이트하게 압박했다.
‘세 명.’
유지우는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압박하는 건 세 명의 선수.
역습이라 아드리안 로마오와 마틴 그라임스 등, 선수들이 살짝 뒤에 있었다.
그래서 유지우가 결정한 건.
타닷.
드리블 돌파였다.
먼저 가장 가까운 선수의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낸 후.
스르륵.
다음 선수는 마르세유턴으로.
마지막 선수는 스텝 오버로 균형을 무너트렸다.
세 명의 선수를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린 순간이었다.
– 오오오오오!!!
관중들의 환호 속.
유지우는 공간을 찢으며 돌파에 성공했다.
유벤투스 수비진은 더 이상 유지우가 오지 못하게 막으려고 했는데.
툭.
유지우는 자신에게 오는 수비수를 보곤 빈 곳으로 올라온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앞으로 볼을 밀어줬다.
[여기서 중앙으로!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나타납니다!]볼이 오는 것을 본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패스 길을 찾아냈다.
뻐—엉!
원터치로 밀어준 스루패스.
유지우의 돌파로 흔들렸던 수비에 공간이 생겼다.
볼은 정확히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패스에 반응한 아드리안 로마오의 쇄도.
연결만 된다면 득점으로 이어지는 아스날의 대표적인 공격 패턴이 나왔다.
[아드리안! 아드리안이 들어가면서 볼을 잡고!!!]슛 모션을 가져갔다.
골키퍼가 몸을 날렸고 아드리안 로마오의 발끝에서 슈팅이 나오기 직전.
촤—악!
김재민이 태클로 아드리안 로마오의 발아래에서 볼을 빼냈다.
자칫 페널티킥을 내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의 판단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걸 막아내는 김재민 선수-! 흘러나온 건 골키퍼가 안전하게 처리합니다!] [유벤투스를 위기에서 구하는 것은 김재민! 세리에 최고의 수비수입니다!!!]삐익-! 삐익-! 삐—익!
그 플레이를 마지막으로 90분이 모두 지나갔다.
[정규 시간이 종료됩니다! 스코어는 1 – 1! 두 클럽의 운명은 연장전에서 정해지게 됐습니다!]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
90분 내내 최선을 다해 뛴 선수들의 유니폼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모습.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죽지 않고 빛나고 있었다.
“물 마시면서 수분 보충 좀 해라.”
폴 사르는 벤치에서 선수들을 모아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체력적으로 한계인 녀석이 있나?”
선수들은 다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이 지친 만큼 유벤투스도 지쳤을 거다. 연장 시작하고 전반전을 제일 조심해라. 유벤투스가 수비 형태를 깨고 공격적인 전술 변화로 우리의 혼란을 노릴 수 있으니까.”
지친 건 아스날만이 아니었다.
유벤투스도 마찬가지였다.
즉, 연장전에서 이기려면 정신력이 중요했다.
폴 사르가 간략하게 전술 설명을 끝냈고.
“데릭, 주장으로서 한마디 해.”
아스날 선수들은 원을 둘러 어깨동무를 한 채, 데릭 레드먼드를 쳐다봤다.
데릭 레드먼드는 그런 선수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긴 시간이었어, 이 무대에서 우린 작년에 우승하며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지.”
선수들은 그때를 떠올렸다.
“그런데 그 무게감은 작년이랑 다를 거야. 그래서 다들 몸이 무겁고 긴장되고 하겠지.”
데릭 레드먼드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난 우리가 원하는 걸 손에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시즌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는 엄청난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많은 것을 이뤘으니까.”
조기 우승.
FA컵 우승.
그리고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그 노력의 열매를 수확할 최고의 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어. 힘들어도 우리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을 생각하고 참고 뛰자.”
데릭 레드먼드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했다.
“지난 9개월 동안 다들 고생 많았고! 빅이어를 가지고 아스날로 돌아가자—!”
선수들은 의지를 불태우며 다시 필드로 입장했다.
열기는 식지 않고 고조됐다.
그렇게 잠시 후.
삐—익!
연장전 전반전이 시작됐다.
* * *
연장전이 시작되면서 양 클럽은 초반부터 부딪쳤다.
5분.
10분.
시간이 지나는 동안 양 클럽의 공방전은 치열했다.
퍼—억!
선수들은 낙엽처럼 뒹굴었고 약간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아악!”
특히 유지우를 향한 견제가 노골적이었다.
[저런 태클은 카드를 줘야죠!] [유지우 선수를 향한 집중 견제가 심해집니다!]유벤투스 입장에선 상대 에이스를 찍어누르는 것이 맞는 판단이었다.
“이것들이 진짜!”
“유! 괜찮아?”
그런데 그 정도가 점점 높아졌다.
하지만 유지우는 아무렇지 않게 대응했다.
어차피 이런 견제는 수도 없이 당해봤으니까.
그러면서 연장 전반전은 금방 흘러갔다.
이어지는 연장 후반.
만약 여기서도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 승부차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승부차기를 하는 게 나아.’
유벤투스는 냉정하게 아스날 골문을 노릴 공격력이 약하다 보니, 승부차기를 원했고.
‘무조건 넣어야 한다.’
아스날은 득점을 원했다.
서로가 원하는 방향이 달랐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여러 플레이가 나왔고 유벤투스는 라인을 내려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나왔다.
[유벤투스가 노리는 게 뻔히 보이죠?] [네, 저렇게 라인을 내려서 수비하면 공격이 약해지니, 승부차기로 가려는 것으로 보입니다.]모두가 눈치챘다.
이걸 폴 사르가 모르지 않았다.
폴 사르는 풀백들을 더 전진시키며 공격 숫자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했다.
“계속해서 돌려!”
아스날은 유벤투스의 수비 라인을 보고서 볼을 빠르게 돌렸다.
조금이라도 상대방의 틈을 만들어내기 위함이었다.
[연장 후반도 1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남은 시간은 5분 남짓.
선수들의 호흡은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런데도 발은 쉬지 않았다.
아스날은 틈을 찾기 위해.
유벤투스는 틈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었고 유지우는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분명히 기회는 온다. 그걸 놓치면 안 돼.’
유벤투스의 수비 전술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실수는 반드시 나오게 되어 있었다.
볼을 돌리며 차분히 그것을 찾던 유지우는 마침내 뚫어낼 방법을 떠올렸다.
‘크리스.’
‘알았어.’
그렇게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눈을 마주쳤다.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알았기에 타이밍이 맞자 두 사람은 동시에 움직였다.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유지우와 스위칭을 하며 오른쪽 측면으로 내려갔다.
[기습적인 스위칭-!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내려가자 카를로스 로호가 앞으로 패스를 보냅니다!]유벤투스의 풀백 반응이 늦은 틈에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패스를 받았다.
탁.
그는 퍼스트 터치로 압박하는 풀백의 뒷공간으로 볼을 차 놓고 달리며 공간을 열었다.
– 오오오오오!!!
[오른쪽이 열렸습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달려가서 볼을 잡는데요! 어느새 김재민 선수가 내려와 크로스를 방해합니다!]유벤투스 수비의 조직력은 소통 없이도 필요한 부분에서 나타나는 것이었다.
김재민의 측면 커버.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당황했으나 멈추지 않았다.
툭.
그리곤 자신에게 온 신경이 집중되고 있는 것을 보곤 노룩 힐패스로 볼을 뒤로 보냈다.
‘아.’
김재민은 볼이 흘러가는 곳으로 오는 선수를 보고 놀랐다.
‘카를로스.’
카를로스 로호가 오버래핑을 하며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뒷공간을 커버했다.
압박이 오는 타이밍이 빠르기에 카를로스 로호는 볼을 잡아두지 않고.
뻐—엉!
원터치로 크로스를 올렸다.
볼은 유벤투스 골문 앞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조금 길었다.
아드리안 로마오를 지나 뒤로 파고든 유지우도 지나칠 것만 같았다.
스윽.
하지만 유지우는 그냥 보내지 않고 점프를 뛴 뒤, 공중에서 몸을 꺾었다.
뻐—엉!
그의 간절함이 통하며 발등에 제대로 걸린 볼.
유지우는 공중에서 떨어지면서 볼에 시선을 고정했고.
철렁.
볼은, 골키퍼가 반응하지 못하는 빠른 속도로 골대 안에 꽂혀 들어갔다.
[골! 고오오오오올! 유지우 선수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놓치지 않으며 오버 헤더 킥으로 균형을 깹니다!] [이걸로 UEFA 챔피언스리그 단일 시즌 18골을 달성하며! 득점 1위에 올라섭니다!]연장 종료 직전에 나온 극적인 골에 아스날 선수들을 비롯해 팬들까지 열광했다.
– 와아아아아아!!!
스타 플레이어답게 엄청난 골을 넣은 유지우는 유니폼 상의를 탈의해 카메라 앞으로 가 펼쳤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탄생합니다-! 제라르 레오라는 거대한 태양이 저물며!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 바로 이 선수! 유지우 선수입니다!!!]아스날 2 – 1 유벤투스.
균형이 깨지며 유벤투스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러나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없었다.
남은 시간은 촉박했고.
삐익-! 삐익-! 삐—-익!
아무리 필사적으로 공격을 전개해도 아스날 수비에 막히고 말았다.
결국, 그들을 기다리는 건 동점 골이 아닌 경기 종료 휘슬이었다.
유벤투스 선수들은 무릎에 손을 대며 허리를 숙여 거친 숨을 내쉬었다.
패배라는 절망에 빠진 그들과 달리.
“으아아아아아!!!”
“…진짜로 우리가 이겼어.”
“미친!!! 트레블이라고! 우리가 트레블을 했어!”
“이거 꿈 아니지? 현실이지?”
아스날 선수들은 포효하며 서로 끌어안은 채, 기쁨을 만끽했다.
그리고 유지우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이뤘다.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그리고 아스날 클럽 역사상 최초의 트레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