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58)
필드의 외계인-358화(358/404)
제358화
【 세계 최고의 귀환. 】
유지우가 귀국한 뒤 이틀이 지났다.
“…….”
유한우와 유민하는 레스토랑 일로.
서설희는 재단 일로 집을 비워 혼자 남아 소파에서 쉬고 있던 유지우의 시선 끝.
그곳에는 팬들의 준 선물과 편지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날 잡아서 다 살펴봐야지.”
각종 영양제를 비롯해 유지우가 인터뷰를 통해 좋아한다고 한 소시지가 수백 통이 있었다.
“이건 재단에서 후원하는 아이들 좀 나눠줘야겠다.”
수많은 선물을 본 뒤에 팬들이 정성스럽게 써준 편지도 읽었다.
< 항상 멋진 경기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 당신이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워요! 다치지 말고 건강히! 오래오래 축구해주세요!> < 월드컵을 앞두고 많이 긴장하셨을 것 같아요. 긴장 푸시라고 제가 평소에 자주 먹는 차를 같이 보내니….>
대부분 비슷한 내용의 편지들이 많았다.
그러나 유지우는 한 통도 대충 읽지 않았다.
팬들이 보내준 선물이나 편지는 소중히 보관하기로 유명한 선수답게 그는 몇 시간 동안이나 편지를 읽었다.
“어?”
그때 유독 눈에 들어온 편지가 있었다.
< 안녕하세요, 유지우 선수님. 저는 유지우 선수님의 재단인 JW 재단에서 후원받는 이슬기라고 합니다. >
바로 재단 아이의 편지였다.
‘공항에 있던 어린아이가 재단 후원받는 아이였구나.’
집중해서 다음 내용을 읽어갔다.
< 제 나이는 11살로 선수님의 도움 덕분에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얼마 전에 본 학교 시험에서 전교 1등도 했고요! 이미 많은 도움을 받는 입장에 이런 말을 드리는 게 부끄럽지만…. 사실 동생이 26일이 생일입니다. 생일 선물로 평소 가고 싶었던 선수님의 평가전 티켓팅을 하려다가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민폐인 줄 알지만, 사인 유니폼 한 장만 받는 게 제 소원입니다!>
11살의 아이가 썼다고 믿을 수 없는 말들이었다.
그리고 그때 유지우의 머릿속을 스치는 하나의 생각.
‘흐음.’
곰곰이 편지를 보던 유지우는 마침내 생각을 정리했다.
* * *
다음 날.
유지우는 국가대표 캠프에 합류하기 전, 재단으로 가서 진행 상황을 보고 받았다.
그는 재단 회장실에서 어머니 서설희와 이야기를 나누며 재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운영 이사에게 보고받았다.
“아이들 지원 상황 보고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리고 재단 재정 부분도 다른 분들의 기부가 이어지고 있어 풍족한 상황입니다.”
“지원받는 아이들의 수를 늘리는 건요?”
“검토 중입니다. 지원부의 보고에 따르면 지원하는 아이들을 만 명 정도 더 증가할 전망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세한 건 정리 후에 이틀 뒤, 정기 회의에서 보고드릴 예정입니다.”
“그거 좋은 소식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이어서 설명을 드릴 부분은….”
운영 이사는 서설희의 대학 동기로 원래 미래 기업 상무에 있던 사람이었다.
능력은 있었지만, 정치 능력이 없는 성정 탓에 우직하게 일하다가 누명으로 퇴직하게 되었고 소식을 들은 서설희가 추천해줘 현재 JW 재단 운영 이사 직책을 맡고 있었다.
“또 다른 소식은 없나요?”
“어… 한 가지 보고드릴 사안이 더 있습니다. 이미 에이전트분을 통해서 들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아, 월드컵 초청이요?”
“네.”
JW 재단 회의에서 나온 프로젝트였다.
한 사원의 아이디어를 통해 발전된 이 프로젝트는 재단 사업이라는 이미지에 맞게 후원하는 아이 중, 몇 명을 선발해 월드컵 직관의 기회를 주는 거였다.
“재단이라는 기업적 성향에 따르면 아주 좋은 안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도 줄 수 있고 재단 홍보 효과도 되니, 일석이조죠.”
운영 이사의 설명에 유지우는 곰곰이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아이들이 가게 되면 보호자도 동반해야 하죠?”
“그렇습니다. 그래서 보호자 동반을 생각하면서 짠 플랜입니다.”
대략적인 틀은 월드컵 직관을 하며 호주 관광으로 아이들의 추억을 만드는 거였다.
《 선발 인원 : 10명 [한 명당 보호자 1인] 》
“총 10명의 아이와 보호자 1인까지 포함 20명이고 현지에서 함께 할 스태프 규모까지 생각하면 적게 잡아도 30~33명의 규모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아이 10명만 간다고 딱 10명의 예산만 짜는 게 아니었다.
미성년자들이니 해외로 출국하게 되면 보호자가 따라붙을 테고, 현지에서 일행들의 편의를 위해 스태프들이 고용되어야 했다.
“규모를 더 늘리죠.”
그리고 여기서 유지우는 더 큰 제안을 했다.
“네?”
“보호자 한 명이 아닌 가족 단위로요.”
“아하.”
운영 이사는 단번에 이해하고 인원수를 빠르게 계산했다.
“그렇게 되면 규모가 50~52명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비용은 전액 재단에서 지불하는 걸로요.”
서설희도 두 사람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유지우의 말뜻을 이해하고는 활짝 웃었다.
“혹시나 선발되어서 아이가 보호자 1인과 떠나면 혼자 남아서 경기를 봐야 하는 가족들까지 생각하신 거지?”
만약 3인 가족이 선발되면 2인이 가게 되는 거니, 유지우는 혼자 남을 가족들까지 생각한 거였다.
“예.”
“아이고~ 우리 아들은 어쩜 마음도 이렇게 고울까.”
두 모자의 정다운 모습에 운영 이사는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하하하, 말씀해주신 건 세부적으로 조정하겠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전문가들이 할 테니 유지우는 틀만 잡아주면 됐다.
전체적인 틀은 나왔는데 어떤 방식으로 선발할지가 문제였다.
현재 재단에서 후원하는 아이가 적은 수도 아니고 만여 명이 넘어가고 있으니까.
“음.”
고민하던 중, 유지우가 입을 열었다.
“사연을 뽑아서 10명의 아이를 월드컵에 초청하죠.”
“사연이라…. 그게 좋겠다. 추첨이나 이런 건 좀 딱딱하니까.”
어차피 일일이 조사해야 하는 거라면 사연이라도 뽑아 명분을 부여하는 게 맞았다.
명분이 없이 재단에서 마음대로 선발하면 말이 나올 수 있었으니까.
“좋은 방안입니다.”
이후 나온 안건으로 운영 이사는 비상 회의를 소집했고 바로 몇 시간 뒤.
【 JW 재단, “아이들의 꿈을 위해 10명의 아이를 선발, 월드컵에 데려가겠다.” 】
* * *
JW 재단에서 아이들을 월드컵에 데리고 간다는 소식은 금세 기사로 보도됐다.
– 인성도 그저 갓갓인 지우갓….
그건 당연히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 10명?
– 말이 10명이지 부모랑 스태프 포함하면 그 규모 어마어마함.
– 근데 그걸 다 재단 비용으로? ㄷㄷ 다른 후원자들도 동의한 부분이야?
JW 재단은 유지우 말고도 다른 기부자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함부로 공금을 쓰려고 하면 문제가 될 게 뻔했다.
그러나 그 부분은.
– 갓지우께서 재단 지분 90%를 소유하셨는데 무슨 문제가 됨?
깔끔하게 해결이 됐다.
유지우의 압도적인 지분율.
그가 1년에 벌어들이는 연봉과 광고, 기타 부수적인 것만 포함해도.
1억 유로(한화 1,447억 8,600만 원).
엄청난 금액이었다.
영국이 세금을 많이 떼어간다고 해도 1년에 재단에 들어가는 금액만 400억이었다.
– 진짜 보면 볼수록 존경스럽다.
– 아니 요새 저런 선수가 어디 있어? 다 자기 먹고 살기 바쁘지.
– 갓지우를 대통령으로!
– 어허, 어디 더러운 곳에 귀한 옥체를 담그라고 하느냐!
– ㄹㅇ 실력도 실력인데 난 갓지우의 매력은 인성이라고 봄.
– 저 정도면 노벨평화상 받아야지 ㅋㅋㅋㅋㅋㅋ
– 우리 아들 이름 나중에 지우로 지어야지.
– ㅋㅋㅋ 이번에 우리 누나 조카 낳았는데 갓지우 팬이라 김지우로 지음.
JW 재단으로 인한 선한 영향력은 국내에서 유지우의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해줬다.
그리고 이러한 영향으로.
【 JW재단의 영향? 기부 단체 잇달아 월드컵 관련 공고를 내다! 】
【 한성 재단, “아이들을 꿈을 무대로 데려가겠다.” 】
【 미래 재단, “월드컵은 모두의 꿈, 추첨을 통해 월드컵 직관 티켓 증정!” 】
다른 재단들도 앞다투어 나서기 시작했다.
.
.
.
재단에 월드컵 직관 프로젝트를 맡긴 유지우는 국가대표 캠프장에 합류했다.
그는 입구에서 기자들과 짧게 인터뷰를 한 후에 안으로 들어가 훈련을 진행했다.
“오자마자 훈련이냐 넌.”
차선호가 다가와 물을 건네줬다.
“몸을 쉬었으니까 다시 달궈야지.”
“챔피언스리그 결승 끝난 지 일주일도 안 됐다.”
“에이, 그래도.”
두 선수는 웃으며 본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함께 워밍업을 했다.
“형, 이번에 분데스리가 도움왕 한 거 축하해.”
“문자로 했는데 새삼스럽게 뭘.”
“그래도 직접 보고 하는 거랑은 다르지.”
“…분데스리가 도움왕 했는데도 네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겠더라.”
눈앞에서 몸을 푸는 선수는 모든 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쓴 선수였다.
아마 어떤 기록을 세워도 유지우는 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차선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선배님들-! 저만 빼놓고 뭐 하시는 겁니까!!!”
그들에게 다가온 선수는 대표팀 막내 센터백 강현오였다.
AC밀란 소속으로 베스트 11에는 들지 못했지만, 그 재능을 인정받는 선수였다.
“수다쟁이가 왔군.”
“에? 저 말 많이 없는데….”
“너처럼 말 많은 녀석은 처음이야.”
“그럴 리가요! 그런데 이따가 저녁 메뉴 뭐 나오는지 알아요? 제가 말씀드릴까요?”
안 본 사이에 수다쟁이가 됐다.
“모여서 뭐 해?”
그다음은 김우일이었다.
토트넘 홋스퍼 소속.
유지우와 프리미어리그에서 북런던 더비로 국내를 뜨겁게 달군 선수였다.
“형님 오셨습니까!”
“선호는 언제나 씩씩해서 좋더라.”
“그럼요!”
네 선수가 함께 몸을 풀 때, 유지우 다음으로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김재민도 몸을 풀려고 훈련장에 나왔다.
“…빨리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훈련 변태들.”
“다 지우한테 배운 거잖아요.”
“재민이 형-!”
같은 세리에A 소속인 강현오는 김재민을 보자마자 달려가서 안겼다.
다른 선수들에게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꼬박 쓰는 강현오였지만, 김재민은 예외였다.
이탈리아 생활에서 자주 만나며 친해졌으니까.
“…….”
“악! 예수 선배님은 언제 오셨습니까!”
“아까부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소속 강예수.
라리가 도움 2위.
올 시즌 공격포인트 생산 29개.
그리고.
조정후 (포지션 – 스트라이커, 소속팀 – 셀틱) :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득점 2위.
황우식 (포지션 – 스트라이커, 소속팀 – 에인트호번) : 에레디비시 득점 4위.
장기현 (포지션 – 왼쪽 풀백, 소속팀 –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배아성 (포지션 – 미드필더, 소속팀 – 툴루즈 FC)
유럽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해외파도 합류하며 총 26인의 선수단이 완성됐다.
삐—익!
“훈련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끌 선장 주앙 달루트의 휘슬 소리와 함께 완성된 국가대표 선수단의 첫 훈련이 시작됐다.
* * *
대한민국 vs 칠레.
월드컵 전, 대한민국의 마지막 평가전이 하루아침으로 다가왔다.
【 비공개로 진행된 훈련, 과연 어떤 전술로? 】
【 주앙 달루트, “나는 최고의 대표팀을 만들었다.” 】
【 주장 유지우,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 】
국민들은 이 경기에 주목했다.
월드컵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볼 수 있는 마지막 경기였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경기 당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은 뜨거운 열기로 휩싸였다.
“오! 재민이 아버님! 오랜만입니다!”
“허허, 어서 오십시오! 그런데 우리가 오랜만인가요? 일주일만인 거 같은데?”
“그게 오랜만이죠! 하하하!”
선수 가족들이 모인 VIP석으로 가자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다.
제일 먼저 본 건 지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봤던 김재민의 가족들이었다.
“지우 컨디션은 좋죠?”
“아침에 연락했는데 베스트라더군요.”
“오늘 해트트릭하는 거 아닙니까?”
“아무리 골을 많이 넣으면 뭐 합니까, 재민이 수비 없이는 이기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그 뒤로 다른 가족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있자 곧이어 워밍업을 마친 선수들이 필드로 걸어 나왔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가장 선두.
주장 완장을 찬 유지우가 당당히 선수들을 이끄는 걸 보자 가족들의 가슴이 터질 듯 뛰었다.
‘힘내라, 아들.’
– 와아아아아아아!!!
이어서 스타디움을 뒤흔드는 엄청난 환호성이 진동했다.
[지금 이 소리가 들리십니까?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들려왔던 함성 중,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함성이죠, 이번 소집된 대표팀은 역대 최고라는 소문이 자자하니까요.]전 세대의 대표팀까지는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아봤자 4~5명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표팀은 달랐다.
시대의 아이콘이자 발롱도르 수상자인 유지우를 비롯해 각 클럽에서 주전으로 굵직한 활약을 하는 선수가 많았다.
‘최고의 대표팀을 만들었다.’
주앙 달루트의 인터뷰는 팬들의 관심을 한층 더 높였다.
[그래서 선수들이 느낄 부담감은 어느 때보다 클 겁니다.] [그 부담감을 이겨내야죠, 월드컵은 경험하는 곳이 아닌 자신을 증명하는 곳이니까요.]선수들은 전보다 더 뛰어난.
아니 월드컵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를 전력이라는 걸 오늘 경기에서 증명해야 했다.
조정후 – 황우식.
강예수 – 유지우 – 김우일 – 차선호.
장기현 – 김재민 – 강현오 – 권창신.
강인우.
4 – 4 – 2 포메이션.
상대 선수들과 인사를 마친 뒤, 선수들은 포지션으로 가서 섰다.
유지우는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심호흡을 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사방에서 휘날리는 태극기.
이 경기를 기대하는 팬들을 위해서 절대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선 안 됐다.
‘해보자.’
삐—익!
타다다다닷-!
휘슬 소리가 울리자마자 유지우는 상대 진영으로 달려갔다.
2034 호주 월드컵에 출전하기 전, 국내에서 열리는 마지막 평가전은 그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