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59)
필드의 외계인-359화(359/404)
제359화
대한민국은 초반부터 밀어붙이지 않고 서로 약속된 플레이를 만드는 걸 우선으로 했다.
‘압박이 꽤 올라오니까 사이드로 볼을 보내면서 압박을 분산시켜야겠다.’
김우일이 후방에서 빌드업을 이끄는 장면은 누가 봐도 안정적이었다.
넓은 시야와 안정적인 볼 보호 능력.
“템포 살짝 낮춰서 가자.”
홀딩 미드필더의 교과서와도 같은 모습에 관중들은 환호했다.
[이게 주앙 달루트가 강조하는 부분이죠, 후방부터 단단히! 그것이 제대로 구현되네요.] [김우일 선수가 빌드업의 핵심입니다. 시야와 볼 보호, 그리고 패스 능력까지 있으니, 감독이 안 예뻐할 수가 없죠.]칠레의 압박도 빠르고 날카로웠다.
조금이라도 볼을 끌었다가는 고립될 상황이 여러 번 나왔지만.
“재민아!”
볼을 소유하고 있을 때는 김재민이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라인을 올려 빌드업에 깊게 관여했다.
그로 인해 후방에서의 패스 줄기가 여러 갈래로 늘어나 압박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맞춰진 빌드업이 향하는 곳은 해외파들로 들끓는 공격진이었다.
스윽.
김우일은 넓은 시야로.
‘저쪽.’
어디로 공격하면 좋을지 파악한 뒤, 패스를 보냈다.
[김우일 선수가 왼쪽으로!! 강예수 선수가 안정적으로 잡아놓습니다!]강예수는 스로인 라인 바로 앞에서 볼을 잡아놓고, 압박하러 오는 풀백을 스텝 오버로 제쳐냈다.
[강예수 선수의 개인기-! 그리고 순식간에 속도를 올리며 왼쪽 공간을 여는데요!]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는 그는 왼쪽 윙어로 자리매김을 확실히 했다.
[하지만 바로 압박을 붙는 칠레! 빠릅니다!]물론 칠레도 호락호락 당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월드컵 진출에 아쉽게 실패했다곤 하지만, 그들도 엄연히 월드컵에서 뛸 전력을 갖춘 나라였다.
퍼—억!
수비형 미드필더인 아르투로 갈다메스가 미리 길목을 막은 채, 어깨로 강예수를 밀어붙였다.
‘…안 밀려?’
그런데 강예수는 밀리지 않았다.
누가 봐도 아르투로 갈다메스의 피지컬이 강예수보다 좋았는데도 말이다.
[몸싸움을 이겨내는 강예수 선수-! 그리고 다리 사이로 패스를 보냅니다!]아르투로 갈다메스의 벌어진 다리 사이로 절묘하게 보낸 패스.
그 패스를 받는 선수를 보자 관중들은 활짝 웃었다.
[유지우 선수가 볼을 잡아냅니다!]대한민국의 주장, 유지우가 볼을 잡자 칠레 선수들은 일제히 긴장했다.
‘어떤 플레이를 하려고 할까?’
세계 최고 선수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위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때, 유지우가 발등으로 볼을 치며 들어왔다.
타다다닷.
상대 선수는 달려와 그를 막으려고 했지만.
유지우는 오른쪽으로 볼을 치고 나가며 상대방이 역동작에 걸리게 했다.
뻐—엉!
그 뒤, 압박이 몰리기 전에 절묘한 스루패스를 찔렀다.
그 스루패스는 정확히 수비진을 관통하며 침투하는 황우식의 발밑으로 갔다.
자로 잰 듯 정확한 궤적.
이러한 완벽한 패스를 마무리 못 짓는 것은 프로 자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철렁.
– 와아아아아아!!!
경기가 시작하고 불과 12분 만에 선제골이 나왔다.
* * *
“3월 A매치 때보다 경기력이 더 좋아진 거 같지?”
지난 3월 A매치는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선수들은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도 남미의 강호라고 불리는 칠레를 상대로.
“새롭게 선발된 녀석도 잘해주고 있네, 뽑힐 때는 다들 왜 뽑냐고 난리였잖아.”
“엄청 파격적이었지.”
이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새롭게 합류한 두 선수는 축구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였다.
네덜란드 리그,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소속 왼쪽 풀백 장기현.
프랑스 리그, 툴루즈 FC 소속 미드필더 배아성.
이 두 사람이었다.
이들은 한국 팬들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장 수를 늘리며 현지 팬들에게 천천히 이름을 알리는 중이었다.
“배아성은 김우일이랑 최남일이 있으니까 후보지만, 장기현은 선발인 게 놀라워.”
장기현은 전에 몇 번 발탁되긴 했지만, 큰 기회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장기현이 뽑히지 못할 거라고 봤다.
그런데 주앙 달루트는 파격적으로 그를 최종 명단에 합류시켰고, 나아가 선발로 출정식을 치르게 기회까지 줬다.
타다다다닷.
그리고 그 기회에 걸맞게.
촤—악!
그는 빠른 주력과 태클 능력으로 주앙 달루트의 믿음에 보답했다.
[놀라운 수비 범위!!! 저 거리를 쫓아가네요!] [지금 스페인 세비야에서 러브콜이 있을 만큼! 재능이 뛰어난 선수입니다!]올해 25세가 된 그는 대한민국의 10년을 책임질 풀백 재목이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안정적인 수비 라인을 구성하며 칠레의 공격을 봉쇄했다.
[칠레가 대한민국의 수비벽을 넘지 못합니다!] [벽이죠, 벽! 아마 칠레 선수들에게 한국 선수들의 수비 라인은 거대한 산처럼 느껴질 겁니다!]대한민국의 센터백 라인은 그야말로 최강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았다.
김재민 – 강현오.
세리에 듀오로 불리는 두 선수의 수비력은 칠레 감독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완벽했다.
[침투가 좋기로 소문이 난 라울 베가스가 전혀 슈팅 시도를 못 하고 있습니다!]공격 부분에서 수준이 높은 칠레를 상대로 막아내는 모습.
월드컵을 향한 팬들의 기대감이 저절로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뻐—엉!
그렇게 걷어낸 볼은.
[정확히 김우일 선수에게-! 공중볼을 안전하게 터치하는 김우일 선수!]김우일에게 갔다.
김우일은 자세를 잡고 상대 선수의 압박을 등지며 버텨냈다.
그리곤 어느새 하프라인을 내려온 유지우에게 힐패스를 내줬다.
서로 소통이 없어도 연습으로 맞춰왔기에 가능한 플레이였다.
[오오-! 보지도 않고 뒤로 패스를 보내는 김우일 선수! 유지우 선수가 받고 돌아서며! 칠레 진영으로!]유지우가 볼을 잡자 칠레는 패스 길을 차단하려고 했다.
직접적으로 볼을 빼앗는 게 불가능했던 만큼, 차선책으로 시도한 수비 전술이었다.
‘더 들어온다고?’
그런데 유지우는 패스를 시도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 느슨해진 압박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패스 길을 차단하고자 뒤로 살짝 물러난 것이 그들의 실수였다.
그 때문에 틈이 벌어졌고 유지우는 그걸 놓치지 않고 벌어진 틈을 파고들었다.
[멈추지 않는 유지우 선수! 앗, 여기서 한 번 더 변주를 주나요? 빠르게 달리다가 급정거하듯 멈춥니다. 칠레의 압박이 오자! 로빙 패스-!]수비수들의 머리 위로 보내는 로빙 패스.
그 패스가 가는 곳에 있는 건 황우식이 있었다.
그런데 그는 오프사이드 라인에 걸려있었다.
칠레 수비수들이 손을 들었지만, 황우식은 석상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아.’
그제야 칠레 수비진들은 대한민국이 뭘 노렸는지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애초에 유지우의 패스는 황우식이 아닌.
타다다다닷.
또 다른 스트라이커 조정후를 목표로 했다는 걸.
[황우식 선수가 볼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이러면 오프사이드가 아니죠!] [그리고 수비진을 따돌리며 침투하는 조정후 선수-! 골키퍼가 나오지만!!! 슈우우우우웃!]조정후는 골키퍼가 다이빙하는 오른쪽 옆 공간으로 볼을 침착하게 차 넣으며.
철렁.
득점을 신고했다.
[완벽하게 마무리를 짓는 조정후 선수-! 추가 골을 신고합니다!] [대한민국 두 스트라이커의 호흡도 호흡이지만, 유지우 선수의 패스가 대단합니다! 마치 마법을 부리듯! 칠레 선수들을 농락합니다!]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짧게나마 보여준 플레이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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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점 차로 점수가 벌어진 후, 대한민국은 멈추지 않고 골을 더 넣었다.
[유지우 선수의 패스를 받은 차선호 선수의 왼발 슈팅이 골망을 가릅니다!] [칠레의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차선호 선수의 라인 브레이킹! 그리고 그 앞으로 찔러준 유지우 선수의 절묘한 패스! 수준 높은 플레이로 칠레를 침몰시킵니다!]삐익-! 삐익-! 삐—익!
세 번째 골이 나온 뒤, 전반 종료 휘슬이 울렸고 전광판에 스코어가 집계됐다.
대한민국 3 – 0 칠레.
해외파가 집합한 대한민국의 공격력은 세계에도 통할 수준이었다.
* * *
후반전도 전반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폴 사르는 선수들의 합이 잘 맞는 것을 보고서 조금 더 세부적인 움직임을 요구했다.
공격 시에는 양쪽 윙어들이 윙포워드 역할을 수행하며.
4 – 2 – 4.
포메이션을 유지했다.
공격력을 더 극대화하는 것과 동시에 유지우의 플레이 메이킹 능력을 온전히 믿기에 가능한 포메이션이었다.
[유지우 선수 주변에만 세 명의 선수가 압박하는데요!]칠레도 유지우의 견제를 더 높였다.
근방에 세 명의 선수, 부족하면 네 명까지 유지우를 봉쇄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유지우는 침착하게 자신이 할 것을 해나갔다.
스르르르륵.
칠레의 강한 압박에도 볼을 보호하는 능력.
탓, 타닷.
얼마든지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했기에 유지우는 라인을 지배할 수 있었다.
[칠레가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유지우는 잡혀주는 선수가 아닙니다!]칠레 선수들은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유지우를 막아야 했다.
안 그랬다간 점수 차이가 더 벌어질 테니까.
그때 아르투로 갈다메스가 유지우가 가는 방향으로 발을 뻗었다.
그리고 유지우는 그 발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삐—익!
공격을 끊은 것은 좋았으나 아르투로 갈다메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 거리면.’
하필 프리킥을 내준 지점이 유지우가 직접 프리킥을 시도하기에 알맞은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 유지우! 유지우! 유지우!
관중들도 그걸 알기에 유지우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했다.
선수들이 각자 위치에 서자, 유지우는 홀로 키커 자리에 서서 골대를 바라봤다.
어떤 식으로 차야 할까.
머릿속이 그 생각으로 가득 찼고.
삐—익!
주심의 휘슬이 들리자 천천히 발을 떼며 생각한 코스로 킥을 했다.
투—욱.
볼에 회전을 잔뜩 걸고 수비벽 오른쪽으로 찬 볼.
골키퍼는 그것에 반응해 필사적으로 점프를 뛰었다.
회전이 걸린 볼이 안으로 꺾이며 골키퍼의 손에 닿기 직전.
철렁.
볼이 골포스트를 스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동료 선수들이 모두 달려와 그에게 안겼다.
“지우야!!! 너랑 있으면 질 것 같지 않아!”
“미친놈! 기어이 골까지 넣는구나!”
제일 밑에 깔린 유지우는 선수들을 밀어내다가 지쳐 웃음을 지었다.
– 와아아아아아!!!
국가대표 A매치 통산 37골을 완성한 유지우는 잠시 후.
71분에 교체가 됐다.
[주장이 되고 첫 월드컵에 출전을 앞둔 유지우 선수에게 긴장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큰 대회일수록 이런 주장이 필요하죠! 언제든 당당할 수 있는 주장! 대한민국의 월드컵이 정말 기대가 됩니다!]필드로 나오는 그를 향해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주앙 달루트는 유지우를 강하게 안아줬다.
“푹 쉬어라.”
“네.”
평가전이라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더구나 유지우와 김재민은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치르고 와 주앙 달루트는 두 사람의 컨디션 관리를 해줬다.
그 후.
국가대표팀은 한 골을 더 넣으며 점수 차이를 더 냈다.
삐익-! 삐익-! 삐—익!
얼마 지나지 않아 종료 휘슬이 울렸고.
그렇게 최종 스코어는 5 – 0.
성공적으로 평가전을 마무리했다.
* * *
칠레 선수들이 필드를 떠나고 있을 때, 경기 MVP로 뽑힌 유지우는 믹스트 존에서 인터뷰했다.
“오늘 득점으로 국가대표 통산 37골을 기록하셨습니다. 머지않아 박우근 선수의 통산 60골이 깨질 수도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직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것을 목표 중 하나로 삼아 최선을 다해 박우근 선배님의 뒤를 바짝 쫓아가보겠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기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를 이미 바꿨지만, 기록까지 바꿀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평가전을 치른 칠레가 아쉽게 월드컵 진출에 실패하긴 했어도 전력은 월드컵에서도 통할 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을 상대하는 게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칠레는 남미의 강호 중 한 곳입니다. 그들을 상대하는 건 어려웠지만, 최선을 다해 승리를 거둔 동료 선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월드컵 전 마지막 평가전에서 대승했습니다. 이 승리가 팀에 가져올 영향이 어떻다고 보십니까?”
“오늘 경기의 승리로 선수들도 자신감이 생겼을 겁니다. 이 자신감을 토대로 월드컵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어서 나오는 질문에도 성실하게 대답해줬다.
시간 관계상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월드컵을 앞두고 각오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그 질문에 기자들의 신경이 집중됐다.
국가대표 주장이면서 세계 최고의 선수, 아마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건 한국 사람들만이 아닌 해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게 분명했다.
유지우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각오는 내일 있을 출정식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대감을 남기고 필드를 돌아다니며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미 다른 선수들은 필드의 반을 지나가고 있어서 유지우는 홀로 인사했다.
“유지우 선수! 오늘 최고였어요!”
“월드컵 잘 다녀오세요!”
“다치지 말고 오늘처럼만 해주시면 됩니다!”
팬들의 진심 어린 말들이 고스란히 그에게 전해졌다.
한 마디 한 마디가 귓가에 꽂혔다.
그렇게 유지우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필드를 한 바퀴 돌았고 떠나기 전.
꾸벅.
‘감사합니다.’
진심을 담아 인사를 하곤 필드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