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60)
필드의 외계인-360화(360/404)
제360화
대한민국 vs 칠레의 평가전이 끝나고 급히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D조 1차전에서 한국과 맞붙을 벨기에 분석팀이었다.
“공격력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뛰어나.”
월드컵이 개막하기 전, 그들은 D조에 속한 나라들의 경기력을 살피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그중에서도 주요 경계 대상 중 하나였다.
“공격력도 공격력이지만, 수비에 틈이 안 보여요. 호흡을 오랫동안 맞춰온 선수들처럼.”
“후우, 이거 감독님이랑 같이 머리 아플 정도로 고민할 일만 남았군.”
“에리크, 선수들 데이터는 다 적었지?”
“네, 주의할 부분이랑 아직 호흡이 맞지 않는 부분까지 전부요.”
분석팀원들은 노트북이 든 가방을 두드리며 웃음을 지었다.
“어서 빨리 분석해서 대비책을 세우자.”
D조에서 16강 진출이 가장 유력한 건 두 국가였다.
대한민국과 벨기에.
미국과 가나를 제치고 16강에 올라갈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은 만큼, 두 국가의 경기가 D조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 분명했다.
‘유의 대책을 더 세부적으로 짜야 해.’
단순히 16강 진출이 아닌 조 1위를 목표로 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분석이 필요했다.
벨기에 분석팀은 다시 한번 다짐을 다지며 경기장을 떠났다.
그런데 그곳에는 그들만 있던 게 아니었다.
미국 전술 분석팀.
가나 전술 분석팀.
D조에 속한 모든 국가의 분석팀들도 있었다.
‘…무시무시하군.’
분석팀이 본 한국은 도저히 옛날 축구 변방국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느덧 그들은 언제든지 정상을 노릴 수 있는 위엄을 겸비한 강팀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스윽.
그들의 시선 끝.
그것을 이끄는 선수.
대한민국 국가대표 주장이자 에이스인 유지우.
그를 통제하나 못하나에 따라 경기의 승패는 달라질 것이 분명해 보였다.
.
.
.
평가전이 종료된 후, 선수들은 파주 국가대표 훈련 센터로 복귀했다.
월드컵을 위해 출국하기 전, 마지막 밤.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배려로 자유시간을 줬다.
대부분의 선수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각자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유지우는 누구도 만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로비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혼자서 뭐해요? 선배님?”
강현오가 저녁을 먹고 왔는지 배를 만지며 다가왔다.
“쉬는 중.”
“선배님은 가족분들 안 만나세요?”
“응.”
“…와, 쿨한 대답.”
“그러는 넌?”
“만나도 뭐, 늘 같은 얘기잖아요. 힘내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으니까, 안 가도 돼요. 전화했거든요.”
“이제 20세 된 녀석이 무슨 할아버지처럼 말해.”
“그게 제 매력이죠!”
강현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선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여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각자 목표를 입에 담았다.
[차선호 – 4강 진출] [강예수 – 8강 이상] [김민재 – 4강 진출] [강현오 – 제라르 레오 막기]가장 많은 의견이 모인 건 2030 월드컵보다 한 단계 높은 4강을 노리겠다는 거였다.
“넌?”
그리고 김민재가 유지우에게 물었다.
과연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을까.
시선이 집중되자 유지우는.
“우승.”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미리 생각하고 있었다는 듯 거침없는 대답이었다.
“…….”
그의 목표를 듣고 선수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전부터 유지우가 월드컵 우승을 하고 싶다고 언질을 주긴 했었다.
근데 코앞에 월드컵을 두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다들 멍하니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멍한 표정을 짓는 그들을 보며 유지우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4강을 넘어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는 게 내 목표야.”
2002년의 재현만으로도 국가대표는 제 몫을 다하다 못해 넘치는 성적을 내는 거였다.
하지만 유지우는 거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월드컵 결승.’
아시아 국가에 허락되지 않는 그곳에 태극기를 꽂고 싶었다.
* * *
평가전 다음날이 밝아왔다.
오후 4시가 되자 광화문 일대는 사람들이 모여 경찰들이 교통을 통제해야만 했다.
“뒤에서 밀지 말아주십시오.”
“질서 지켜주시기를 바랍니다!”
여태껏 월드컵 출정식 가운데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기 때문이었다.
여러 방송국에서도 현장 열기를 촬영했고 몇몇 팬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그렇게 잠시 후.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보이기 시작하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와-!!!”
버스가 멈췄고 그곳에서 내리는 선수들은 월드컵 단복을 입고 있었다.
“저 정장이 단복이지?”
“이번에 새롭게 다 맞췄다고 들었는데 멋지다.”
“…지우 저렇게 보니까 완전히 배우잖아.”
정장 차림의 선수 중에서도 유지우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기존에도 잘 생겼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아예 마음잡고 꾸미니 그 효과가 나온 거였다.
“잠시 후, 출정식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진행자의 멘트가 나오면서 본격적인 출정식 준비가 되었다.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단상.
계단형식의 커다란 의자가 놓이며 선수들이 단상에 올라가 계단식 의자에 차례대로 앉았다.
“이렇게 2034 월드컵에 출전할 태극전사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 와아아아아!!!
“월드컵 출정식을 보기 위해 이른 시간에도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러면 차례대로 인터뷰를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정식을 찾아온 수많은 인파.
가장 먼저 마이크를 든 것은 대표팀 감독 주앙 달루트였다.
유지우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받는 감독.
지난 월드컵에서 암흑기였던 대한민국을 8강에 올려놓은 것 때문에 이번 월드컵에서도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감독님! 월드컵을 앞두고 정말 많이 고민하고 준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최고의 대표팀을 만들었다고 보는 시선이 많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진행자의 질문에 통역사가 밑에서 통역을 해줬다.
인이어를 통해 그대로 내용이 전달되자, 주앙 달루트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우선 이렇게 찾아와주신 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와아아아!!!
“지난 월드컵에서 8강이라는 성적을 거두긴 했으나 저에겐 부족합니다. 이 팀에는 그보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요.”
감독은 뒤로 돌아서 선수들의 면면을 살폈다.
자신이 뽑은 최고의 팀.
이 선수들을 모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목표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목표는 우승,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겠습니다.”
그의 목표가 공개되자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어서 주장인 유지우의 차례가 됐다.
– 유지우! 유지우! 유지우!
명실상부 대한민국이 배출한 최고의 슈퍼스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의 반열에 오른 그의 등장에 모인 이들은 일제히 이름을 연호했다.
진행자는 관중들을 진정시킨 후, 유지우에게 농담을 던졌다.
“여기 축구선수가 아니라 배우분이 계시네요!”
“감사합니다.”
“여기 마이크 받으시고, 하고 싶은 말씀을 하시면 됩니다.”
유지우가 마이크를 잡자 일대의 모든 시선이 한곳에 모였다.
“안녕하십니까.”
그의 인사 한마디에.
– 와아아아아!!!
열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큰 함성.
진행자가 당황해서 진정시키려고 하자.
스윽.
유지우가 손을 들었다.
마치 지휘자가 된 것처럼 그의 손동작에 미치도록 소리를 지르던 사람들이 싹 조용해졌다.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둔 것이 2002년 4강입니다.”
유지우가 말을 시작하자 주변 일대는 조용해졌다.
그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중력이 대단했다.
“전 선배님들의 기록을 넘어 아시아 최초로 결승에 입성해,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습니다.”
이 발언은 월드컵 우승에 대한 포부였다.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가슴이 뛰었다.
지금껏 어떤 선수도 월드컵 우승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못했다.
그것이 주는 부담감이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유지우의 발언은 무게가 달랐다.
‘시대의 아이콘.’
제라르 레오를 넘어 새로운 세대를 이끌 선수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팬들도 희망을 품게 됐다.
자신들의 조국이 꿈만 꾸던 월드컵 결승을 밟기를 바라면서.
“선수들과 함께 여러분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잊히지 않을 최고의 월드컵을 만들어보겠습니다.”
국가대표 주장의 말에.
– 와아아아아아!!!
사람들은 큰 함성으로 보답해줬다.
그 후에 다른 선수들의 인터뷰도 이어지며 40분 정도 진행된 출정식이 종료됐다.
【 대한민국 국가대표 역대 가장 성대한 출정식을 치르다! 】
【 주장 유지우, “잊히지 않을 최고의 월드컵이 될 것.” 】
【 화려한 행진! 월드컵 대표팀 내일 오전 10시 비행기로 호주로 출국! 】
다음날.
대한민국 대표팀은 역대급 인파의 환영을 받으며 월드컵이 열릴 호주로 출국했다.
* * *
대한민국 선수단은 5월 28일에 호주로 입국했다.
“오! 한국 대표팀이다!”
엄청난 열기에 잠깐 당황한 것도 잠시.
선수들은 취재진과 간단한 인터뷰 끝에, 경호팀의 보호를 받으며 미리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실어 호텔로 향했다.
【 별들이 모이는 호주! 】
【 대한민국 국가대표 입국, “이틀의 휴식 후, 훈련 진행 예정.” 】
【 제라르 레오, “저번에 놓친 우승컵을 가지러 왔다.” 】
【 화려한 스페인 대표팀, 우승 후보 1순위! 】
한편, 다른 국가대표팀들도 속속들이 호주에 도착했다.
그중에서도 스페인 선수단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각 클럽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은 선수들이 대거 포진됐고, 무엇보다 유지우와 에이스 듀오로 이름을 날린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있었다.
제라르 레오 – 크리스티안 페레스.
최고의 클럽에서 각각 핵심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 두 사람의 호흡은, 이번 월드컵을 집중하는 팬들의 관심사였다.
그 외에도 주목할 부분이 많았으나 한국 팬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D조의 일정이었다.
6월 14일 대한민국 vs 미국.
6월 19일 대한민국 vs 가나.
6월 23일 대한민국 vs 벨기에.
대표팀에겐 첫 경기까지 17일의 여유 시간이 있었다.
“이건 저기로! 선수들 동선에 겹치지 않게!”
대표팀이 지내는 호텔에는 SMC 방송팀도 있었다.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
1월부터 훈련과 개인 일정 등.
여러 부분을 찍어왔고 드디어 하이라이트인 현지를 찍는 날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총괄로 이끄는 피디는.
“피디님! 잠시 후, 선수들 식사하는데 촬영 허가 났습니다!”
“식당에 카메라 세팅하는 부분이랑 다 컨택해!”
김무호 피디였다.
2030년 유지우가 보카 주니어스에서 뛰던 시절,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사람으로 현재 CP 자리까지 올라와 있었다.
“선수들 내려옵니다!”
선수단의 식사는 한국에서 온 셰프들이 챙겼다.
전문적인 식단.
선수들은 입맛에 맞게 뷔페식으로 먹으면 돼서 부담도 적었다.
“선수들 먹는 거 방해 안 되게끔.”
김무호 피디의 손에서 땀이 났다.
사실 월드컵 시기에는 선수들이 예민해서 인터뷰도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축구협회 측에서 선수들의 동의를 받아 촬영 허가를 내줬고 선수들도 긍정적으로 바라봐줬다.
2002, 2030에 이어서 다시 한번 한국에 축구 열풍을 불러오겠다는 축구인들의 마음이 모인 결과였다.
‘이런 그림이라면 월드컵 특집 다큐로 대박 나겠어.’
촬영팀은 식사를 마친 선수들이 휴식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모든 선수를 고루 담았지만, 아무래도 유지우의 비중이 높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암.”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햇빛을 맞는 모습은 CF의 한 장면 같았다.
“피디님도 그만 찍고 같이 차라도 한잔해요.”
갑자기 유지우가 자신을 부르자 김무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저요?”
“혼자 있으니까 심심해서요.”
“그래도 될까요? 쉬시는 데 방해될까 봐….”
“괜찮아요.”
유지우는 웃음을 지으며 괜찮다고 했고 맞은 편에 김무호 피디가 앉아 차를 마셨다.
“향이 굉장히 좋네요.”
“팬이 선물해주신 건데 긴장될 때 마시면 완화되고 좋더라고요.”
“아~ 이거 자주 드세요?”
“경기 날에는 꾸준하게 먹어요. 처음에는 그냥 먹었는데 이제는 하나의 루틴이 됐죠.”
첫 시작은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그게 징크스가 된 것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차였다.
“가족분들은 오셨어요?”
“일주일 뒤에 오기로 했어요. 아직은 개막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요.”
“그렇군요.”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 아르헨티나에서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해.
그렇게 잠시 후.
“슬슬 가봐야겠네요. 10분 뒤에 미팅이라.”
“가보셔야죠, 차 잘 마셨습니다!”
김무호는 인사하고 가는 유지우의 뒷모습을 보다가 옛날 18세의 유지우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도 어리지만, 대단했던 선수였는데.
4년이 흐른 지금.
그의 모습은 그때와 차원이 달랐다.
‘월드클래스.’
4년 전 대표팀의 막내였던 소년은, 어느덧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국가대표의 주장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