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62)
필드의 외계인-362화(362/404)
제362화
열기로 가득 찬 스타디움.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기 전.
대한민국 라커룸 안에서는 워밍업을 마친 선수들이 모여 경기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우야, 미국의 압박이 강하면 뒤로 돌리는 빈도를 높일게.”
미드필더진은 대화를 나누며 빌드업 상황에 대한 플랜을 여러 개 세웠다.
“줄 곳이 없으면 그렇게 해도 돼. 그래도 내가 계속 뛰어다니면서 공간을 찾을 거니까, 되도록 전진을 주는 게 좋을 거 같아.”
“하긴 괜히 뒤로 돌렸다가 카운터를 맞을 위험이 있긴 하지.”
“그리고 이 상황에서는….”
그들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고 곧이어 코치진들이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첫 경기를 앞둔 기분은 어떤가?”
주앙 달루트는 그런 선수들을 살폈다.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긴장된 표정이 보였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세계인의 축제이자 축구선수의 꿈이라고 불리는 월드컵 무대를 밟는 거니까.
“너무 긴장은 하지 마라, 미국은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이야.”
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일제히 시선을 고정하며 집중했다.
“미국의 축구는 조직력을 앞세운 축구다. 하지만 전문적이지는 않아. 최고팀을 흉내 내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
미국은 애초에 축구보다는 미식축구나 야구가 더욱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운동신경이 있는 사람들이 축구가 아닌 다른 종목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번 미국 월드컵 대표팀은 그런 경향이 더욱 심했다.
그래서 미국의 전력은 그리 높지 않았다.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가 할 것은 속공이다. 빠르게 상대를 무너트리는 것에 초점을 맞춰라. 10분 안에 득점이 나오면 아주 이상적이겠지.”
그 외에도 경기에서 집중해야 할 부분을 알려줬다.
수도 없이 했던 훈련.
미국전을 대비한 전술 설명이 끝나자 어느덧 경기 시작 시각이 다가와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반드시 잡고 가야 하는 상대야.”
“네.”
“미국, 그리고 가나, 마지막은 벨기에, 다들 방심하면 안 되는 팀이다. 끝까지 집중해서 조별 예선을 전승으로 마무리 짓고 당당히 16강으로 올라가자!”
선수들은 각오를 다지며 라커룸을 나섰다.
주앙 달루트는 입구에 서서 한 명 한 명의 등을 쳐주며 기운을 불어넣어 줬다.
그리고 마지막에 유지우를 보고선.
“유.”
“네.”
“가서 마음껏 휘젓고 와.”
에이스를 향한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주앙 달루트의 말에 유지우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 * *
선수들은 라커룸을 나와 입장 터널로 갔다.
그곳에서 유지우는 주장 완장을 차고 대한민국 선수단의 제일 앞에 섰다.
옆에 있는 에스코트 키즈는 멍하니 유지우를 바라봤다.
“…저, 안녕하세요?”
꼬마의 귀여운 인사에 유지우는 웃으며 대답했다.
“안녕. 오늘 잘 부탁한다.”
“네, 네! 꼭 이기세요!”
“고마워.”
TV로만 봤던 스타 선수가 내게 말을 걸다니.
아이는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부여잡았다.
근처에 있던 카메라는 그 장면을 놓치지 않고 전부 담았다.
“지우야, 긴장돼?”
입장할 차례가 다가오자 뒤에 있던 김재민이 물었다.
“전혀.”
“진짜?”
“오히려 두근거려, 필드를 밟으면 어떤 기분일까?”
유지우는 그렇게 말하며 씩 웃었다.
심장이 진정되지 않았다.
클럽에서도 중요한 경기를 앞두면 그는 긴장보다는 기대하는 타입이었다.
‘빨리 뛰고 싶다.’
부담감을 이겨낼 수 없으니, 부담감을 즐기는 경지에 도달한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김재민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너답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만났을 때도 유지우는 그랬다.
사소한 플레이에도 진심이었고 즐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우승했고 시대의 아이콘 자리에 올랐다.
어쩌면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축구라는 스포츠를 온전히 즐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형.”
“응?”
“우리 꼭 이기자.”
“당연한 소리를.”
김재민은 다시 정면을 응시하는 유지우의 뒷모습을 봤다.
자신보다 5살이나 어렸으나.
주장 역할에 이보다 어울리는 선수는 없을 만큼 든든했다.
‘지우랑 함께라면.’
– 와아아아아아!!!
‘왠지 걱정이 안 돼.’
필드로 입장하자 고막을 울리는 큰 함성이 들렸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첫 경기.
세계 최고의 선수를 보러 온 인파들로 8만 석의 관중석이 가득 채워졌다.
[곧이어 대한민국의 국가 연주가 이어지겠습니다!]카메라들은 국가대표 선수단의 모습을 담았다.
선수들은 가슴에 손을 올린 후.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큰소리로 애국가를 제창했다.
목이 쉬어도 상관없었다.
월드컵에 출전한 이상,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그들이 애국가를 부르는 동안.
관중석에 있는 한국인들도 마찬가지로 애국가를 제창하며 스타디움을 울렸다.
외국인들은 놀라며 그들을 바라봤다.
필드 안이나 밖의 구분 없이 단합된 모습은 대한민국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 와아아아아!!!
애국가 제창이 끝난 뒤, 미국의 국가 연주도 이어졌다.
그리고 양 팀 선수들은 악수하며 인사하곤 각자 포지션으로 갔다.
대한민국은 포지션으로 가기 전.
주장 유지우를 중심으로 원을 만들었다.
짝.
“감독님이 중요한 말씀을 다 해주셔서 내가 할 말은 없어.”
선수들은 유지우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노력한 걸 마음껏 보여주자! 기죽지 말고! 자신감 있게! 다 부숴버릴 각오로!”
선수들의 눈에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대한민국!”
유지우가 선창하자.
– “아아악!!!!”
선수들이 다 같이 후창했다.
그 뒤에 선수들은 포지션으로 가서 섰고.
잠시 후.
삐—익!
대한민국의 월드컵 D조 1차전 경기가 시작됐다.
* * *
국내에서 시청 중인 국민들의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술집은 인산인해였고 치킨집은 매진되는 곳이 수두룩했다.
– 대한민국!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각지에서 시작된 응원 물결은 호주까지 이어졌다.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되는 날.
그것이 바로 월드컵 시즌이었다.
– 와아아아아!!!
초반은 대한민국의 킥오프로 볼의 소유권을 가져왔다.
[대한민국이 볼을 돌리며 미국의 압박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습니다.] [김우일 선수가 참 영리해요. 미국 선수들이 오기까지 기다렸다가 여유롭게 넘기는 모습 좀 보십시오. 웬만한 자신감이 없고선 저런 플레이가 불가능한데 대단합니다!]김우일의 안정감과 최후방에서 도움을 주는 김재민과 강현오의 호흡.
주앙 달루트가 오래전부터 다듬고 또 다듬어 온 라인답게 빈틈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시 주고 움직여!”
중심을 잡아주는 김우일 덕분에 대한민국은 전개 시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뻐—엉!
그러던 중.
상대 진영에서 빈 곳이 보이자 김우일은 그곳을 노리고자 오른쪽으로 볼을 내주며 넓게 플레이했다.
[차선호 선수가 하프라인 인근에서 볼을 안전하게 잡습니다!] [미국의 수비는 중앙으로 밀집된 형태입니다. 저런 식으로 사이드로 보내는 플레이가 자주 나와줘야 합니다.]미국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경계해야 할 선수로 유지우 다음, 차선호를 뽑았다.
분데스리가에서 스피드 스타라고 불리며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그였기에, 대비책 또한 세워둔 터였다.
그러나.
타다다닷.
미국 선수들은 그를 막아내지 못했다.
유지우만큼은 아니지만, 그의 탈압박 능력은 분데스리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으니까.
[깔끔하게 돌파에 성공하는 차선호 선수! 미국의 측면이 그대로 열립니다!] [하지만 미국도 공격을 막으려고 빠르게 백업하며 금세 공간이 사라졌는데요!]상황을 살피던 차선호는 생각을 정리하고선 더 들어가지 않았다.
중앙으로 가려다가 빈 곳으로 달려오는 한 선수를 보고서.
툭.
그 앞으로 압박하는 선수의 다리 사이로 절묘하게 볼을 밀어 넣어줬다.
그대로 다리 사이를 통과한 볼은 빈 곳으로 달려온 유지우의 발아래에 안착했다.
[여기서 유지우 선수가 볼을 잡고 앞으로-!]유지우가 볼을 잡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어떤 걸 보여줄까?
모두가 기대감을 품었다.
동시에 세계 최고의 선수를 막고자 미국 수비진의 집중력도 최고조로 올라갔다.
‘…집중만 하면 막을 수 있어.’
그들은 조정후와 황우식을 마크하면서 유지우의 플레이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탓.
발의 스텝.
스윽.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까지 단 1초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대한민국과의 경기를 준비하면서 유지우를 어떻게 막을지 셀 수 없이 시뮬레이션했기에 가능한 대처였다.
그렇게 스텝을 읽다가 수비형 미드필더인 브렌든 페피가 볼을 향해 발을 뻗었다.
‘타이밍이 맞았다-!’
완벽하다고 생각한 타이밍.
그러나.
툭.
유지우는 반 박자 빠르게 왼쪽으로 치고 나가며 그의 발을 피했다.
그러자 보이는 길.
수도 없이 봤던 길 위에서 유지우를 막을 자는 없었다.
뻐—엉!
왼발로 왼쪽 구석을 노리는 정교한 슈팅.
골키퍼가 방향을 읽고 날았으나.
‘무슨 코스가.’
그 코스는 야신이 와도 못 막는다는 그곳이었다.
철렁.
대한민국의 월드컵 첫 번째 골의 주인공은 주장 유지우였다.
그야말로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감아차기에 관중석은 들썩였다.
[고오오오올! 역시 유지우 선수-! 전반 16분 만에 대한민국의 월드컵 시작을 알리는 멋진 골을 넣습니다!] [이 코스에서 유지우 선수의 슈팅을 막을 선수는 없죠! 세계 최고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모습! 이 선수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주장입니다!]유지우는 코너 플래그 쪽으로 달려가며 슬라이딩 세레머니를 했다.
동료 선수들은 그에게 단박에 달려와 축하해줬다.
대한민국의 월드컵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다.
* * *
대한민국의 리드로 전반전이 종료되고 후반전이 시작됐다.
후반전의 양상도 비슷했다.
미국은 동점 골을 노렸지만, 후방의 방비를 느슨하게 한 탓에.
타다다다닷.
유지우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미국의 코너킥이 실패하며 대한민국의 역습 기회!!! 유지우 선수가 볼을 잡고 달리기 시작합니다!]스피드를 장점으로 하는 선수 중에서도 가장 빠르기로 유명한 그의 폭발적인 스피드에 모두가 감탄했다.
‘치타 아니야?’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탄력이 엄청났다.
조정후와 황우식은 살짝 사이드로 벌려주면서 가운데 공간을 만들어줬다.
열린 가운데 공간.
미국 수비수들이 막으려고 했는데.
탓, 타닷!
공 하나만 간신히 지나갈 틈을 유지우는 라 크로케타로 돌파해냈다.
퍼—억!
미국 선수들이 피지컬로 누르려고 했으나, 유지우에게 그건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열린 공간으로 내달린 유지우는 나오는 골키퍼를 보고선.
투—웅!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로빙슛을 시도했다.
볼은 그대로 골키퍼가 뻗은 손을 지나쳐.
철렁.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불과 5분 만에 나온 추가 골에 관중석에서는 붉은 물결이 요동쳤다.
[2 – 0을 만드는 유지우 선수! 정말 번개 같은 스피드와 화려한 볼 컨트롤!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보고 키를 넘기는 센스있는 마무리까지! 왜 이 선수가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지 보여주는 플레이입니다!]단숨에 두 골 차이로 벌리는 퍼포먼스에 한국 현지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런 거죠! 우리가 그동안 기대했던 게 이런 게 아니겠습니까!]2030 월드컵 8강의 기적이 다시금 재현하려는 듯 대한민국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삐—익!
미국은 한국을 막으려고 반칙도 범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흐름 자체를 대한민국이 꽉 쥐고 있는 탓에 미국은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넘어가더라도 미국의 서투른 공격이 대한민국의 수비에 막히며 골문을 위협하지 못했다.
11 vs 0.
슈팅 숫자만으로도 이 경기가 어떤 경기인지 알 수 있었다.
미국 선수들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대한민국은 기회를 살렸다.
[측면을 여는 강예수 선수-! 그대로 크로스!!!]78분에 기회를 잡은 한국은 미국의 약점인 측면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강예수가 돌파 후에 빠른 템포로 올린 크로스가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 공간으로 정확하게 올라갔다.
스르르르륵.
볼에는 회전이 걸려 궤적이 꺾였고, 조정후가 점프를 뛰며 볼에 시선을 고정했다.
소속 클럽에서도 득점 비율이 발보다 머리가 많은 선수답게.
툭.
그는 절묘하게 궤적을 틀었다.
철렁.
그렇게 구석으로 향한 볼은, 그물을 출렁이기에 충분했다.
– 와아아아아아!!!
오늘 경기의 세 번째 골이자 결승 골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쐐기 골을 넣는 대한민국! 조정후 선수가 자기 장기인 머리로 결정짓습니다!] [대한민국의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잇는 조정후 선수! 월드컵에서 우리가 높은 곳까지 올라가기 위해선 이 선수의 활약이 꼭 필요합니다!]그 후에 미국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해보았지만, 대한민국 수비를 넘지 못했고.
삐익! 삐익! 삐—-익!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D조 첫 경기.
대한민국 3 – 0 미국.
16강 진출을 위한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