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63)
필드의 외계인-363화(363/404)
제363화
경기가 종료되자 유지우는 한국 취재진이 모인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첫 경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셨는데 소감 한마디만 부탁드립니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많은 취재진이 한곳에 모였다.
입 주위로 온 수많은 마이크.
유지우는 당황하지 않고 질문에 웃으며 답했다.
“일단은 처음 생각한 대로 승리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어서 기쁩니다. 같이 뛴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해트트릭을 놓친 것이 아쉽지는 않으십니까?”
몇 번 해트트릭할 기회가 있긴 했다.
하나 유지우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동료 선수들에게 기회를 더 많이 주면서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전혀 아쉽지 않습니다. 제 해트트릭보다 팀의 승리가 먼저라고 생각하니까요.”
축구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었다.
유지우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동료들이 자신감이 생기게끔 도움을 줬다.
“미국전의 승리는 16강 진출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승리였습니다. 지켜보는 국민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응원만큼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유지우는 본인은 낮추고 동료들과 팬들이 이 승리의 진짜 주인공들이라고 언급했다.
주장다운 성숙한 그의 답변에 기자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질문.
유지우는 침착하게 답변해주고 어느덧 끝날 시간이 되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기자의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그 질문을 들은 유지우는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우리의 월드컵은 이제 시작입니다. 기대하십시오, 최고의 월드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출정식에서 밝힌 포부.
유지우의 시선이 향한 곳은 단순히 16강 진출이 아니었다.
‘결승 진출.’
그는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인터뷰는 그렇게 마무리됐고 유지우는 유유히 경기장을 떠났다.
– 유지우! 유지우! 유지우!
그의 모습을 보려고 입구 쪽으로 몰린 관중들은 유지우의 이름을 연호했다.
짝짝짝.
유지우는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냈다.
월드컵의 첫 승리.
대한민국의 월드컵 도전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셈이었다.
* * *
【 대한민국, 월드컵 첫 라운드에서 미국을 3 – 0으로 꺾다! 】
【 미국 감독, “우리 상상보다 더 강했던 한국.” 】
【 주앙 달루트, “모든 건 예상했던 대로.” 】
【 유지우, “최선을 다해 뛴 선수들과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
【 월드컵의 열기, 세계 최고의 별이 될 팀은 어디? 】
첫 번째 경기 결과는 한국에 보도됐다.
새벽 시간부터 뜨거웠던 열기는, 그 뒤에 진행된 아침 뉴스 보도에까지 이어졌다.
사람들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즐겁게 뉴스를 보았다.
– ㅠㅠㅠ 이게 나라다 ㅠㅠㅠ
– 갓지우 경기력은 진짜… 어떻게 한국에서 저런 선수가 나왔냐?
– 드리블, 탈압박, 킥, 모든 부분이 예술이다.
– 뭔가 첫 경기라서 공격수들이 몸이 덜 풀린 느낌? 더 많이 받아먹을 수 있었는데 놓치더라.
– ㅇㅇ 옆 그물 흔들고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것만 들어갔어도 5골 이상 나옴.
– 개인기 하는 의도가 좋음. 남들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공격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까에서 나오는 행동인 게 보이더라. 그래서 더 예쁨 ㅠㅠㅠ
– ??? : 진짜 축구 더럽게 하네!!!
– 눈물 나게 아름답다. 한국산 드리블러 ㄷㄷ
– 아 외계인이라고 ㅋㅋㅋㅋㅋ 사람 아니라고 ㅋㅋㅋㅋ
– 4년 전에도 미친 활약이었는데 시간 지나니까 더 미쳤네.
유지우의 첫 경기 활약은 해외에서도 큰 화제를 끌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주목할 선수답게 그는 놀라운 성적으로 첫 발자국을 디뎠다.
.
.
.
미국전이 끝났다고 한국 선수들은 안심하지 않았다.
16강 진출.
목표로 했던 결승까지 가려면 그 길이 멀기에 선수들은 미국전의 승리를 양분 삼아 다시금 훈련장에서 땀을 흘렸다.
단 한 시간만 허락된 공개 트레이닝에서도 이토록 최선을 다하고 있었으니, 선수들이 얼마나 진심인지는 그것을 보는 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트레이닝을 지켜보는 모든 이가 감탄하는 가운데, 익숙한 얼굴의 한 남자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어때요? 오랜만에 보는 유는.”
“내 예상대로, 아주 밝게 빛나고 있어.”
그는 유지우를 보카 주니어스로 데려간 로드리고였다.
이제 스카우트직에서 은퇴하고 노후 생활을 보내고 있던 그는 이번 월드컵을 보러왔다.
“인사는 안 해요?”
“나중에, 지금은 중요할 때니까 멀리서 지켜봐야지.”
그 당시에 원석이었던 선수는 어느덧 주변을 훤히 비추는 보석이 되어있었다.
‘영상에서도 봤지만, 이제 더는 부족한 부분이 없어.’
성장한 그를 보면서 로드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잠시 후.
공개 트레이닝 시간이 끝나고 선수들이 쉴 때.
유지우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로드리고와 눈이 마주쳤다.
“로드리고-!”
늘 로드리고에게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던 유지우는 그를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이군, 유.”
“만나서 기쁘네요. 아르헨티나 응원하러 오신 거죠?”
“아르헨티나랑 대한민국, 두 국가를 응원해.”
“고마워요.”
“내가 고맙지, 내가 발굴한 선수가 이토록 커다란 선수가 되어줬으니까 말이야.”
로드리고가 그동안 발굴한 수많은 선수 가운데 가장 성공한 선수는 유지우였다.
그래서 그는 자부심이 있었다.
자신이 세계 최고의 선수를 발굴한 사람이라는.
“컨디션은 어때?”
“최고죠, 당장 두 경기 연속으로 뛰라고 해도 뛸 수 있을 거 같아요.”
“하하, 그거 다행이군.”
“다음 경기 보러 오실 건가요?”
“다행히 아르헨티나 경기랑 겹치지 않아서 보러 갈 거야. 그러니까 이겨.”
로드리고가 내민 주먹에 유지우는 주먹을 맞대며 웃었다.
“당연하죠.”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짧게 대화를 나눈 후에 헤어졌다.
* * *
며칠 후, 월드컵 D조 2차전.
대한민국 vs 가나.
국민들은 이 경기를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다.
‘16강 진출.’
1차전에서 승리를 했으니, 2차전인 가나전에서도 승리한다면 16강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삐익-! 삐익-! 삐—익!
전반전이 종료되고 진행되는 후반전.
스코어는 1 – 0으로 대한민국이 리드를 잡고 있었다.
해설위원들의 말대로였다.
가나는 속도를 앞세운 전술로 대한민국의 공간을 노렸다.
하프 스페이스를 절묘하게 이용하는 공격과, 사이드에서 올라오는 폭발적인 돌파에 대한민국은 몇 번의 위기를 맞아야만 했다.
[지금 공간을 허용하고 있거든요. 조금 더 집중해서 수비해야 합니다!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가나의 공세에 흔들리는 것도 잠시.
촤—악!
UEFA 챔피언스리그 베스트 11에 뽑힌 수비수 김재민이 뒤를 든든하게 받쳐줬다.
[날카로운 태클로 공격을 끊어내는 김재민 선수-!]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도 거침없습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거겠죠!]김재민은 볼이 안전하게 클리어링 되는 것을 보고 손뼉을 강하게 쳤다.
짝!
“지금 공간이 생기고 있잖아! 그것만 더 생각하고 뛰자!”
유지우가 전방을 책임진다면.
김재민은 후방을 책임지는 선수였다.
몇 번의 호수비 후에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
“붙어! 돌릴 틈을 주지 마!”
가나의 압박 속도는 빨랐다.
그들은 피지컬로 대한민국을 압도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중원을 휘젓는 한 명의 선수.
‘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휘릭.
마르세유턴으로 압박을 벗어나고 이어지는 태클으로부터 볼을 띄우며 제치는 화려함.
‘…축구 진짜 개같이 하네.’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올 만큼 유지우의 플레이는 압도적이었다.
애초에 수준이 달랐다.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
타다다다닷.
가나 선수들은 유지우를 막아내지 못하며 번번이 공간을 내주었고.
뻐—엉!
유지우는 그사이를 노려 절묘한 스루패스를 찔렀다.
[다시 쏘아지는 유지우 선수의 패스-! 황우식 선수가 발을 뻗어 방향을 틉니다!]황우식의 장점은 바로 이런 거였다.
섀도우 스트라이커처럼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해주는 선수.
툭.
그의 발에 맞은 볼은 방향이 틀어져 수비수 사이로 지나갔고, 침투하는 조정후에게로 향했다.
침투하는 조정후를 마크하는 센터백.
퍼—억!
수비수는 몸으로 밀어붙여 균형을 흔들려 했지만, 조정후는 끝까지 볼에 시선을 고정한 채 슈팅을 때렸다.
“…젠장.”
그러나 마지막에 센터백의 압박으로 코스가 한정되어 골키퍼에게 막히고 말았다.
[이게 정면으로 가네요!] [코스가 좋지 않았어요. 압박하는 선수를 의식하고 빠르게 처리하다 보니까 저런 실수가 나온 겁니다.]조정후는 아쉬움에 주먹으로 땅을 내리친 뒤에 포지션으로 돌아갔다.
“형.”
그런 그에게 유지우가 다가갔다.
“이기고 있어요. 그러니까 급하지 않고 여유 있게 해도 돼요.”
“다음에는 꼭 넣을게.”
유지우는 주장답게 선수들의 멘탈관리도 확실하게 해줬다.
“다시 템포 낮추면서! 우일이 형이 균형 잡아주고! 선호 형이랑 예수 형은 더 위로! 공격적으로 움직여서 가나가 라인 올리지 못하게 압박해!”
선수들에게 지시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볼이 오면.
탁.
안전하게 볼을 돌려놓고선 상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당겼다.
한 명.
두 명.
세 명의 선수가 붙어도 그의 발밑에 있는 볼을 빼앗지 못했다.
– 오오오오오!!!
유지우의 놀라운 드리블 능력에 관중들은 감탄했다.
그는 수비 밸런스를 완전히 무너트린 후.
뻐—엉!
전방으로 패스를 찌르는 것과 동시에 달려갔다.
황우식은 유지우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수비수를 등진 채, 리턴을 내줬고.
뻐—엉!
골대를 응시하던 유지우는 논스톱으로 슈팅을 때렸다.
수비수들이 미처 공간을 커버하지 못한 순간에 나온 벼락같은 슈팅.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정확하게 때린 볼은 중앙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꺾였다.
철렁.
볼은 골키퍼가 반응도 하지 못하는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전반 종료 직전에 유지우의 발끝에서 추가 골이 나왔다.
[유지우 선수의 환상적인 고오오오올! 가나 선수들이 전혀 대비를 못 합니다!] [황우식 선수가 수비수를 마크하면서 내준 것이 좋았어요! 그 덕분에 유지우 선수가 아무런 방해 없이 골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대한민국 2 – 0 가나.
승기가 대한민국 쪽으로 기운 순간이었다.
* * *
대한민국 벤치에선 70분에 유지우를 교체해주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기기만 하면 16강이지?”
“무승부를 해도 상관이 없긴 해요.”
관중석에서는 손에 땀을 쥐며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정규 시간이 다 지나고 주어진 추가 시간 4분.
이미 스코어는 2 – 0이라 대한민국의 승리가 확실시되어 보였다.
“이렇게 시원하게 올라가는 건 지난 월드컵이랑 더불어 이번이 두 번째네.”
늘 경우의 수를 따졌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렇죠.”
“이게 다 갓지우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겠지?”
“2030 월드컵에서도 미친 활약으로 16강행을 확정 지었잖아요. 이번에도 똑같고.”
대한민국 축구가 달라진 건, 유지우가 국가대표에 합류한 순간부터였다.
그리고 그 영향은 월드컵에서 아주 잘 드러났다.
2030 월드컵 때부터 2034 월드컵까지.
대한민국은 경우의 수가 아닌 확실한 승리로 16강행을 확정 지었다.
그 과정에서 유지우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3골 1어시스트.
두 경기에서 벌써 네 개의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내며 세계 최고의 공격 포인트 기록을 가진 선수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삐익-! 삐익-! 삐—익!
가나의 필사적인 공격이 펼쳐졌으나 대한민국의 골망을 흔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종료 휘슬이 울립니다–! 2 – 0 승리! 대한민국이 16강 진출에 성공합니다!!!] [이제 남은 건 벨기에와 3차전입니다. 조 1위 결정전이기도 할 텐데요!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뛰었으면 좋겠습니다!]가나전도 승리로 마무리 지으며 2승 0패.
1위 대한민국 2전 2승.
2위 벨기에 2전 2승.
3위 가나 2전 0승 2패.
4위 미국 2전 0승 2패.
이 경기의 결과로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이 정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 놀라운 광경이 보였다.
동료들과 기뻐하던 유지우는.
[지금 유지우 선수가 가나 선수들에게 가는 거죠?]가나 선수단에 가서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 경기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가나는 다음 경기인 미국전을 끝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 마음을 알기에 유지우는 그들을 위로해줬다.
‘세계 최고.’
이런 타이틀을 달고 있음에도 그는 오만하지 않았고.
“고생했어.”
매사에 상대 선수들을 존중하며 겸손했다.
그런 그를 보며 가나 선수들은 감동했다.
승자로서 패자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그들은 유지우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은 채, 필드를 떠났다.
【 대한민국, 16강 진출! 】
이 소식은 대한민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보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