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67)
필드의 외계인-367화(367/404)
제367화
【 대한민국, 2030 월드컵에 이어 2연속 8강 진출! 】
【 역대 최고의 국가대표! 대한민국 8강에 오르다! 】
【 열기로 휩싸인 한국! 4강 신화 재현할까? 】
【 4강까지 단 한 걸음! 】
국내에서의 반응은 폭발했다.
전국 각지에서 월드컵 얘기가 일상이 됐고, 사람들은 선수들의 유니폼을 평상복처럼 입고 다녔다.
회사.
학교.
거리 등.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니폼이 눈에 안 띄는 날이 없었다.
“다음 경기는 몇 시지?”
“내일 오후 5시.”
“크으! 역시 시차가 한 시간밖에 나지 않으니까 이런 게 좋다니까?”
대한민국과 호주의 시차는 1시간.
그래서 국민들이 월드컵을 즐기기 안성맞춤이었다.
“8강 상대는 잉글랜드지?”
다음 상대는 다름 아닌 잉글랜드였다.
수비부터 공격.
어디에도 구멍이 없는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팀으로 우승을 노리는 팀이었다.
“하아, 하필 잉글랜드라니.”
상대가 정해진 후.
한국 팬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잉글랜드의 전력은 우승 후보로 손꼽히고 있었으니까.
“거기 수비 미쳤잖아. 유지우 동료로 싹 배치됐던데.”
“그렇지.”
“…이길 수 있겠지?”
우승을 노리는 잉글랜드는 8강에 전력으로 나와 대한민국을 꺾으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그들의 전력과 비교하면, 대한민국은 다소 약한 부분이 있었다.
“이겨야지, 무조건.”
그렇다고 패배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그간 보여준 경기력은 아무 잉글랜드가 상대라도 쉽게 꺾일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대한민국의 4강 진출.’
이걸 원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
.
.
6월 30일.
월드컵 8강 당일이 됐다.
대목을 맞은 치킨집들은 그야말로 축제를 경험 중이었다.
20년 동안 치킨집을 해온 김현종 사장은 연이은 매진 행진에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사장님! 골드 치킨 5개 추가요!”
“오케이!”
“그리고 3번 테이블에 맥주 500 세잔 추가!”
“6번 테이블에 닭 껍질 튀김이요!”
“배달로 치밥 세트 추가입니다! 사장님!”
10명이 넘는 직원이 있음에도 쇄도하는 주문 때문에 단 1분도 쉴 새가 없었다.
“홀 먼저 소화해야 하니까 배달은 최대한 받지 마!”
“2시간이라고 했는데도 기다리겠다는 분들이 많아서요.”
“후, 일단 민석아! 넌 계속해서 닭 튀기고 맥주는 현아가 담당! 서빙은 수아랑 현우가! 바쁘더라도 실수는 하지 말고!”
“네!”
“오늘 다 소화하면! 보너스 준다!”
홀은 이미 만석이었고 배달 전화는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손님들이 시선이 향한 곳.
“오! 시작하나 보다!”
TV에선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필드로 들어오는 게 나오고 있었다.
월드컵 8강.
대한민국 각지에서 응원 인파가 몰리는 가운데, 5천만 국민의 시선이 호주를 향했다.
* * *
시간을 조금 거슬러, 경기가 시작되기 며칠 전.
월드컵이 열리는 호주 현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8강을 앞두고 회복 및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난 대회에선 아쉽게 아르헨티나에 패배하며 8강에서 걸음을 멈췄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4강에 올라가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이제 8강에 올랐구나.”
훈련에 몰두하던 선수들은 8강까지 잠깐의 여유가 있어 가족들을 만나며 심적인 안정을 찾았다.
“예.”
코치진들도 흔쾌히 허락해줬다.
늘 중압감 속에 있는 것보다는 하루라도 힐링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무슨 말을 해도 네가 짊어지고 있는 중압감이 사라지지 않겠지만, 너라면 앞으로 일정도 잘 해낼 거라고 믿는다.”
유지우는 호텔에서 가족들과 만났다.
외부로 함부로 나갈 수 없었으니, 호텔에서 만나는 게 최선이었다.
“채운 삼촌도 오셨다면서요?”
“벨기에 경기에 맞춰서 왔다. 한국에서 일 처리할 게 있다고 해서.”
이채운 감독.
과거 유지우가 축구협회 때문에 축구의 꿈을 접으려고 했을 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 잡아준 사람이었다.
그 덕분에 유지우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다들 모이시네요.”
“그야 당연하지, 월드컵이잖아.”
유지우와 연관된 지인들도 모두 모였다.
친척과 사촌들.
유한우의 레스토랑 식구.
유민하의 친구들까지.
월드컵을 보려고 온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컨디션은 괜찮지?”
“그럼요.”
“식사는 잘 나오고 있고?”
“맛있게 먹고 있어요. 셰프님들이 신경을 많이 써줘서.”
국가대표 선수들은 오로지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극진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잠은?”
“…잘 자요.”
말하면서 느낀 약간의 머뭇거림.
유한우는 한숨을 쉬었고, 서설희는 아들의 손을 잡아줬다.
유지우는 부담감 때문에 좀처럼 잠을 자지 못했다.
최대한 자려고 노력해보았지만, 하루에 자는 시간이 4시간도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하면 아무 문제 없을 거야.”
그들은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가족들과 얘기를 나누니, 유지우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그렇게 어느덧 미팅 시간이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가볼게요. 미팅 30분 전이라 준비할 게 있어서요.”
“그러거라.”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
“전 지금이 최고로 즐거우니까요.”
부담감이 크긴 했어도 즐거운 마음도 그에 못지않았다.
축구 선수들의 꿈이 모인 월드컵.
이곳에서 강팀을 상대하는 것이 그에게는 큰 즐거움이자 설렘이었으니까.
“지우야.”
“예, 아버지.”
“다치지만 마라.”
“그럴게요.”
가족들과 만남은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다시 달릴 때가 다가왔다.
대한민국 vs 잉글랜드.
4강 진출을 가릴 결전의 날이.
* * *
6월 30일.
8강 당일이 되면서 많은 인파가 스타디움으로 모였다.
너튜브를 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외신 기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 와아아아아!!!
환호성이 들려온 끝에 양 국가 선수들이 몸을 풀러 필드로 나왔다.
선수들은 각 진영에서 워밍업을 시작했다.
그들을 방해하려는 악의적인 소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선수들은 그런 것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잉글랜드 관중들은 힐끔거리며 대한민국 진영에서 몸을 푸는 유지우를 봤다.
“…유에게 미안하지만, 이기는 건 우리가 될 거야.”
잉글랜드 팬 중에는 아스날 팬들도 있었다.
그들은 유지우에게 강한 애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조국의 승리를 원했다.
잉글랜드 사람들에게 월드컵 우승이란 오랫동안 꿈꿔온 소원이었으니까.
“레이턴이랑 데릭이 선발로 나오는 건가?”
“그럴 확률이 높지, 조별 예선부터 두 사람의 호흡이 좋았잖아.”
잉글랜드를 지탱하는 수비라인 중심에는 두 명의 선수가 있었다.
데릭 레드먼드 – 레이턴 버트란드.
아스날 듀오로 불리는 두 선수는 잉글랜드 수비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에 맞서는 대한민국 선수들도 몸을 풀며 경기 준비에 한창이었다.
뻐—엉!
“패스는 정확하게!”
뻐—엉!
“감각을 최대한 올려!”
주앙 달루트는 선수들의 몸 상태를 살피면서도 잉글랜드 국가대표 선수들이 몸을 푸는 걸 봤다.
선발로 나올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려는 거였다.
‘순발력이 다 좋아, 그리고 잉글랜드의 강점은 조직력이지.’
축구의 종주국답게 그들이 몸을 푸는 방식은 무척 효율적이고, 수준이 높아 보였다.
그렇게 양 국가 선수들의 워밍업이 종료되고 들어갈 때.
유지우는 잉글랜드 국가대표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는 선수들과 눈이 마주친 탓이었다.
아스날 동료들을 비롯해 프리미어리그에서 자주 만났던 선수들.
데릭 레드먼드는 경험이 많았기에 눈인사만 했는데, 아드리안 로마오는 손을 흔들고 있었다.
씩.
그의 해맑은 모습에 유지우는 웃음을 지었다.
‘잘해보자.’
그리고 이내 눈으로 인사한 뒤,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라커룸 안.
주앙 달루트가 선수들을 앉히고선 오늘 경기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잉글랜드의 축구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핵심이다. 공수 밸런스가 좋아. 그들을 비집고 공간을 만드는 건 힘든 일이 될 거야.”
잉글랜드 경기를 분석했지만, 별다른 약점이 나오진 않았다.
그렇다고 공략할 방법이 없던 건 아니었으니,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유.”
“네.”
“너의 스피드가 잉글랜드를 공략할 카드다. 예수와 선호, 두 선수와 스위칭해서 사이드를 무너트리는 방향으로 가.”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술적인 설명이 다 종료되자.
“어떠냐? 8강까지 올라온 기분이?”
그는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줬다.
“긴장되는 바람에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입이 바짝 마를 거다.”
“…….”
“우린 지금 절벽에 서 있다. 전문가 놈들이 떠드는 숫자도 잉글랜드가 더 유리하다고 하고 있지.”
잉글랜드의 전력이 대한민국을 압도한다는 생각을 가진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소리를 듣고 가만히 당할 녀석은 적어도 여기에 없다고 본다.”
선수들의 눈에는 이기겠다는 열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내가 저번 월드컵에서도 얘기했을 거다. 스포츠에서 가장 짜릿한 건, 강팀이 이기는 게 아니야. 약팀이 강팀을 잡는.”
“…….”
“자이언트 킬링, 이것이 축구팬들을 열광시키는 요소다. 너희들은 강팀에게 짓밟히는 약팀이 될 거야? 아니면 강팀을 잡아먹는 또 다른 강팀이 될 거야?”
주앙 달루트의 말이 의미하는 건 단 하나였다.
“이겨라. 이겨서 우리가 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자.”
* * *
선수 입장 터널에 선 양 국가 선수들.
유지우는 익숙한 얼굴들과 가볍게 인사한 뒤에 제일 앞으로 가서 섰다.
그의 옆에는 잉글랜드 국가대표의 주장, 데릭 레드먼드가 있었다.
“활약 좋던데?”
“데릭만 할까요. 라스트 댄스라고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데릭 레드먼드는 나이상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경기마다 놀라운 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내 마지막 월드컵이거든. 그러니까 오늘은 내가 이겨야겠다.”
“그건 두고 봐야죠. 저희도 더 높이 오를 거니까요.”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얘기한 뒤.
– 와아아아아!!!
선수들은 필드로 입장했다.
입구부터 전해지는 엄청난 열기.
그 열기는 필드를 밟자 더 강하게 전해졌다.
선수들은 월드컵 8강이 어떤 무대인지 고스란히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양 팀 선수들이 나란히 입장하고 있습니다!] [잉글랜드는 유지우 선수에게 익숙할 겁니다. 선발 명단에 아스날 선수들이 무려 4명이 있으니까요.]곧이어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이 TV를 통해 전달됐다.
조정후 – 황우식.
강예수 – 유지우 – 김우일 – 차선호.
장기현 – 김재민 – 강현오 – 권창신.
강인우.
4 – 4 – 2의 대한민국.
제이미 포든 – 아드리안 로마오
마틴 그라임스 – 주드 마운트 – 윌리엄 폴크 – 에릭 제임스.
브래들리 포스터 – 레이턴 버트란드 – 데릭 레드먼드 – 다니엘 로즈.
글렌 테일러.
4 – 4 – 2의 잉글랜드.
삐—익!
2034 호주 월드컵 8강전이 시작됐다.
.
.
.
잉글랜드의 킥오프로 시작된 전반전 초반.
잉글랜드는 볼 소유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며 중원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중원! 이게 잉글랜드의 장점입니다. 윌리엄 폴크와 주드 마운틴! 두 선수의 합이 정말 좋습니다.]맨체스터 시티의 윌리엄 폴크.
바이에른 뮌헨의 주드 마운트.
두 선수가 잉글랜드 중원의 핵심이었다.
퍼—억!
그들을 상대로 대한민국은 초반부터 타이트한 압박을 했다.
“공간을 주지 마!”
유지우도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오며 윌리엄 폴크의 발밑을 경계했다.
“유, 초반부터 오버 페이스 하는 거 아니야?”
리그에서 자주 붙었던 만큼 윌리엄 폴크는 유지우에게 말을 걸며 그를 흔들려고 했다.
그러나 유지우는 그런 노림수에 넘어가지 않았다.
“나를 알면서도 그런 소리를 해?”
사실 윌리엄 폴크도 알고 있었다.
지금 유지우의 행동은 전혀 오버 페이스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는 그만큼 대단한 체력을 자랑하는 선수였으니까.
타다다다닷.
그의 속도는 빨랐고.
퍼—억!
잉글랜드 빌드업에 빈틈이 생기자.
촤—악!
몸을 날리는 태클로 패스 길을 끊어버렸다.
[놀라운 판단력으로 볼을 잘라내는 유지우 선수-! 윌리엄 폴크가 바로 쫓아가서 다시 빼앗으려고 하지만 스텝 오버로 제쳐냅니다!]유지우는 침착하게 다음 플레이를 이어가려고 했지만.
그를 향한 견제가 거셌다.
윌리엄 폴크를 제치긴 했어도 주드 마운트가 타이밍에 맞춰 태클을 시도했다.
그것을 본 유지우는 드래그 백으로 볼을 빼앗기지 않았으나.
퍼—억!
동시에 사이드에서 올라온 마틴 그라임스와의 몸싸움에 밀려 밸런스가 무너지고 말았다.
총 세 명의 선수가 타이밍에 맞춰서 시도한 압박.
툭.
그러나 넘어지는 순간에도 그는 생각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놀라운 집중력으로 발을 뻗어 볼을 빈 곳으로 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유지우가 흘린 볼은, 차선호가 잡아냈다.
[볼을 살려낸 유지우 선수! 차선호 선수가 흐른 볼을 잡는데요!]그런데 뒤에서 들어오는 수비.
브래들리 포스터가 거리를 좁히며 태클을 하자, 볼은 라인 아웃이 됐다.
[잉글랜드의 수비는 조직력이 상당합니다!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지 않으면 공격이 막힐 수가 있어요.] [차선호 선수가 돌아서는 게 조금 늦은 게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소유권은 대한민국에게 있습니다!]]전반 시작하고 10분.
짧은 시간에 양 팀이 보여준 플레이는 관중들을 열광시키기 충분했다.
묵묵히 자리로 돌아가는 유지우를 보며, 마틴 그라임스는 혀를 내둘렀다.
“…같은 팀일 때는 그렇게 든든하더니, 상대 팀일 때는 이렇게 두렵구나.”
그의 말을 옆에서 듣던 윌리엄 폴크는 마틴 그라임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이제 저런 괴물을 시즌마다 상대하는 우리 기분을 알겠지?”
끄덕.
“그래. 하지만 오늘 경기는 져서는 안 되는 경기야.”
“그러면 잡아보자고, 저 괴물을.”
잉글랜드가 4강에 올라가기 위해선 반드시 유지우를 잡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