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68)
필드의 외계인-368화(368/404)
제368화
퍼—억!
필드 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공방전을 지켜보던 관중들의 손에 절로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어느 한 곳도 우세한 곳이 없었다.
“대한민국의 압박이 빨라! 잠깐 템포 늦추자!”
잉글랜드는 윌리엄 폴크가 중심이 되어서.
“라인 올려 더 압박해! 여유롭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마!”
대한민국은 김우일이 중심이 되어 중원 지배권을 두고 다퉜다.
엄청난 줄다리기 끝에, 우위를 점차 가져가는 건 잉글랜드였다.
‘잉글랜드의 중원은 역시 틈이 보이지 않아.’
윌리엄 폴크의 안정감은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를 할 때도 많이 느꼈었다.
그때의 안정감이 고스란히 필드 위에 보이자, 김우일은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우일이 형!”
“알고 있어! 압박 간격 좁히고 타이트하게!”
하나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대한민국 대표팀이 아니었다.
잉글랜드 중원이 견고하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던 사실이었으니까.
잠깐 주도권을 내주긴 했으나, 압박 타이밍을 타이트하게 운영한다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임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특히 유지우가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내려와 김우일과 호흡을 맞추는 것을 본 잉글랜드는 잠깐 공격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유지우 선수가 정말 많이 뛰어주고 있습니다.] [저게 저 선수의 강점입니다. 어떤 위치에서든 팀이 필요한 플레이를 할 줄 알아요. 그래서 주앙 달루트 감독도 유지우 선수에게 프리롤을 주며 별도의 지시를 내리지 않는 거죠.]해설위원의 말대로 주앙 달루트는 유지우를 가장 신뢰하고 있었다.
그는 필드 위에서 유지우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었다.
그리고 유지우는 그 믿음에 대해 결과로서 보답해왔다.
[윌리엄 폴크에게서 볼을 가져오는 유지우 선수! 압박이 몰리자 뒤로 빠진 김우일 선수에게!] [저런 짧은 패스의 정확도는 대한민국도 수준이 상당히 높습니다!]주앙 달루트가 강조한 것은 볼의 소유 시간을 줄이고, 패스 수를 늘리는 거였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의 중원 점유율이 점차 높아졌다.
그렇게 흐름을 유지하던 중, 김우일은 패스를 돌리다가 공간을 발견했다.
그것을 보자마자 기습적으로 왼쪽으로 길게 열어줬다.
뻐—엉!
홀딩 미드필더에게 필요한 재능.
3선의 위치에서 단번에 상대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 능력.
김우일은 이것을 갖추고 있었다.
[잉글랜드의 뒷공간을 정확하게 노리는 롱패스!!!] [강예수 선수가 들어가 보지만, 다니엘 로즈가 먼저 볼을 걷어내며 위기를 넘깁니다!]대한민국의 기습 공격에도 잉글랜드의 수비들은 침착했다.
그들은 뒷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았다.
“좋아! 다니엘!”
“대한민국 녀석들 못 들어오게 꽉 묶어보자고!”
“어차피 유가 아니면 공격력이 그렇게 날카롭지 않아!”
잉글랜드의 조직력은 상당했다.
그로 인해 경기는 소강상태에 빠졌고,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30분.
35분.
전반도 남은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은 시점.
– 와아아아아!!!
대한민국의 거친 압박 탓에 소극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던 잉글랜드가 기회를 잡았다.
[대한민국의 코너킥을 막아내고 바로 역습을 시작하는 잉글랜드! 윙어들이 빠르게 라인을 올립니다!]볼을 잡은 윌리엄 폴크는 어디로 줄지 고민하다가 대한민국의 압박이 오기 전.
뻐—엉!
볼을 왼쪽으로 넘겼다.
마틴 그라임스가 있는 방향이었다.
마틴 그라임스가 볼을 잡으려고 하자 그를 마크하고 있던 대한민국의 오른쪽 풀백, 권창신이 바짝 붙었다.
‘최대한 받는 걸 방해해야 해.’
코너킥 상황이라 김재민이 올라갔다가 아직 복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최소한 수비라인이 안정을 갖출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했다.
‘볼은 라인 아웃으로.’
권창신은 모든 생각을 끝냈다.
그렇게 막으려고 하는 순간.
마틴 그라임스는 바운드가 된 볼을 권창신의 다리 사이로 빼내며 돌파를 시도했다.
‘제길.’
볼은 이미 뒤로 흐른 상황.
돌아서서 달린다고 해도 지금 옆으로 돌아나가는 마틴 그라임스보다 느릴 게 분명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는 손을 뻗어 아직 사정권에 있는 마틴 그라임스의 유니폼을 잡으며 반칙으로 끊어냈다.
삐—익!
[주심이 카드를 꺼냅니다!] [카드를 받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권창신 선수의 판단이 좋았어요.]이런 점이 주앙 달루트가 권창신을 기용하는 이유였다.
빠른 판단력.
과감한 행동력.
준수한 스피드와 피지컬.
주인공이 되지 못하더라도 주연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
대한민국은 유지우의 원맨팀이 아니었다.
* * *
“전반전이 5분도 안 남았잖아! 좀 넣어라!!!”
잉글랜드 팬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전반전이 종료되더라도 최소한 한 골은 리드한 채로 마무리를 짓고 싶은 마음이 컸다.
뻐—엉!
팬들의 마음이 선수들에게 전해지기라도 한 듯, 잉글랜드 선수들은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잉글랜드의 슈팅이 대한민국 골문을 계속해서 위협합니다!] [윌리엄 폴크의 중거리가 아쉽게 골대를 넘어가긴 했지만, 애초에 슈팅 기회를 줘선 안 됩니다! 언제든 저 거리에서 득점으로 연결할 줄 아는 선수예요.]잉글랜드의 공세가 날카로워질 무렵.
대한민국은 천천히 기회를 찾아갔다.
그들은 무리하지 않았다.
간격을 유지하며 천천히 라인을 올렸고, 잉글랜드의 압박은 빠른 템포의 패스로 피했다.
그렇게 정규 시간이 지나고 추가 시간이 주어지자.
뻐—엉!
마치 그것이 신호인 것처럼 김우일의 발끝에서 찔러진 패스가 레이저처럼 잉글랜드 진영을 꿰뚫었다.
[김우일 선수가 윌리엄 폴크의 압박에서 벗어나며 찌른 패스!!!] [최전방으로 조정후 선수가 타이밍에 맞춰 침투합니다!]데릭 레드먼드의 압박이 거셌으나 조정후는 버텨냈다.
그리고 볼에 시선을 고정했다.
자칫 골키퍼가 먼저 닿을 수 있는 애매한 코스.
그래도 조정후는 포기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몸을 날렸다.
‘제바아아아알!’
그의 간절함이 볼에 닿았다.
발끝에 맞은 볼은 각도를 줄이던 글렌 테일러의 허를 찔렀고.
골대 안으로 가려고 했으나.
틱.
글렌 테일러가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날아올라 손끝으로 슈팅을 간신히 쳐냈다.
‘막았다.’
그도 놀랄 정도의 선방.
그대로 걷어내기만 하면 됐는데 손에 맞고 굴절된 볼이 꽤 길게 튀었다.
볼이 향한 곳은 센터백들의 영향권 밖.
오늘 경기 내내 그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페널티 에어리어로 쇄도하는 선수의 앞으로 갔다.
“걷어내!!!”
레이턴 버트란드와 윌리엄 폴크가 동시에 달려갔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볼에 근접한 선수를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
분명히 유지우는 멀리 있었다.
골에 관여하지 않는 선수처럼.
그런데 어느새 볼이 흘러나오는 지점으로 정확히 도달해있었다.
[흘러나온 보오오올! 윌리엄 폴크가 달려가는데요! 이걸 유지우 선수가-!]엄청난 속도로 세컨 볼에 접근한 유지우는 볼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곧장 논스톱 슈팅을 때렸다.
뻐—엉!
오른발 아웃프런트에 맞은 볼은 골대 왼쪽으로 크게 벗어날 것처럼 보이다가.
스르르르륵.
회전을 머금은 채 급격하게 궤적이 휘었고.
철렁.
상단 구석으로 꽂혔다.
[고, 고오오오올! 대한민국이 선제골을 기록합니다! 그 주인공은 유지우! 대한민국의 주장입니다!] [완벽한 마무리입니다! 잉글랜드가 전혀 대비하지 못한 순간에 벼락같은 한 방이 대한민국에 승리의 희망을 품게 만듭니다!]전반 종료 직전에 나온 역습의 정석.
마무리를 지은 유지우는 별다른 세레머니를 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잉글랜드도 그의 고향과 다름없었으니까.
이로 인해 대한민국이.
1 – 0.
리드한 채, 전반전을 마칠 수 있었다.
* * *
전반전이 종료된 후.
잉글랜드 라커룸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마지막에 유를 못 막은 게 바로 실점으로 이어질 줄이야.”
그들은 마지막 실점 상황을 떠올리며 아쉬워했다.
“…유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선수야, 다들 알잖아.”
“알면서도 못 막는 게 유야.”
“후반에는 더 타이트하게 막아야겠어.”
선수들은 유지우라는 선수를 너무나도 잘 알았다.
이미 리그에서 수도 없이 상대해본 선수였으니까.
“전반전에 실점했다고 벌써 졌다고 생각하는 녀석들은 없겠지?”
라커룸으로 들어오는 잉글랜드 국가대표 감독, 마이클 휴즈는 선수들을 얼굴을 살피며 말을 이어갔다.
“전반전에 실수하긴 했지만, 후반전에 만회할 수 있는 부분이야. 그러니 집중력을 놓치지 마.”
그는 선수들을 다독이며 후반전에 사용할 전술을 설명했다.
대한민국을 공략할 여러 카드가 제시됐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당연히 하나였다.
“유를 봉쇄하는 것, 이것이 후반전의 핵심이다.”
바로 대한민국의 에이스를 통제하는 거였다.
“유는 쉽게 통제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탈압박 능력부터 모든 것이 상상 이상으로 뛰어난 선수니까.”
그는 함부로 상대 선수를 낮춰보지 않았다.
유지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
그만큼 방심하지 않고 약속된 플레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했다.
“주드.”
“…네.”
“전반전에 유를 마크하는 걸 하나도 못 했더구나.”
“죄송합니다.”
“너의 활동량과 속도, 그걸로 유를 괴롭히는 것이 중요해, 후반전에는 반드시 그 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란다.”
“네! 죽어라 해보겠습니다!”
주드 마운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전술 설명은 계속됐다.
1 – 0이라는 스코어.
비록 선제골을 먹히긴 했지만, 이 점수 차이는 후반전에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었다.
그래서 선수들은 감독의 말을 들으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우리는 아직 잉글랜드의 축구를 아직 전부 보여주지 않았다!”
“…….”
“이대로 지는 건 잉글랜드답지 않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넘어 4강으로, 그리고 4강을 넘어 결승까지 가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는 각오를 하고 이 호주로 왔다.”
감독은 크게 외쳤다.
“그 각오를 가슴에 새기고! 결과로서 보여줘라! 우리는 절대 지지 않는다!”
* * *
후반전이 시작되자 대한민국은 높은 라인까지 압박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들은 잉글랜드가 어떻게 나올지 보기 위해 뒷공간이 나오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상대를 압박했다.
‘잉글랜드가 초반은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어.’
김우일은 그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천천히 빌드업을 쌓았다.
어느덧 양 팀의 점유율이 비슷해지며 55분이 지나가기 시작할 때.
타다다닷.
잉글랜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윌리엄 폴크가 라인을 올렸고 그 뒤를 주드 마운트가 받쳐주는 형태였다.
[공격적으로 빌드업을 만드는 잉글랜드! 빠르고 정확하게 대한민국 진영으로!] [윌리엄 폴크가 저렇게 라인을 올려서 공격하는 장면은 조별 예선에서도 몇 차례 나왔었습니다. 저럴 때 나오는 스루패스를 경계해야 해요!]그의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패스는 세계적인 수준이라 대한민국은 경계를 높였다.
그렇게 김우일이 바짝 붙어 압박하는데.
‘지금!’
윌리엄 폴크는 압박을 받는 순간에서도 공간을 찾는 걸 놓치지 않으며, 마침내 찾아냈다.
대한민국 진영을 무너트릴 단 하나의 틈을.
뻐—엉!
아드리안 로마오가 중앙으로 침투할 준비를 하며 시선을 끄는 사이.
대한민국 수비 밸런스가 사이드가 아닌 중앙으로 치우쳐졌다.
윌리엄 폴크는 그 점을 노려.
센터백과 풀백의 사이 공간을 노렸다.
그가 찌른 패스는 절묘하게 수비 뒷공간으로 가며.
스르르륵.
침투하는 마틴 그라임스의 앞으로 절묘하게 꺾였다.
완벽하게 맞춘 보폭.
끝까지 따라간 권창신이 어깨로 부딪치며 방해해 보았지만.
툭.
마틴 그라임스는 밸런스가 무너지기 전, 컷백을 시도했다.
그 집념이 실린 볼은 아드리안 로마오에게 갔고.
촤—악!
강현오가 몸을 날려 막으려고 했으나.
툭.
아드리안 로마오의 발이 볼에 닿는 게 먼저였다.
강현오는 아주 미세한 차이로 그것을 놓쳐버렸고 볼은 그대로.
철렁.
몸을 날린 강인우의 옆구리를 지나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잉글랜드가 그렇게 원하던 동점 골이 나온 순간이었다.
[마틴 그라임스와 아드리안 로마오-! 아스날의 콤비가 동점 골을 만듭니다!] [이걸로 양 팀의 균형이 맞춰졌습니다! 만약 이 골로 흐름이 잉글랜드에게 넘어가면 대한민국에 불리해질 수 있는데요! 남은 시간! 대한민국이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가 관건입니다!]70분에 나온 동점 골.
아드리안 로마오와 마틴 그라임스는 서로 어깨동무하며 기뻐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유지우는 남들이 모르게 작게 심호흡했다.
‘후우, 다시 집중하자. 여긴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월드컵이니까 조금도 방심해선 안 돼.’
남은 시간은 20분.
유지우의 시선은 그들을 지나 잉글랜드 골대를 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