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70)
필드의 외계인-370화(370/404)
제370화
서울의 한 주택 안.
그곳에서는 가족들이 모여 월드컵 4강전을 보고 있었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모인 자리에선 응원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연장까지 가서 그런지 선수들이 엄청나게 지쳐 보이네.”
“여기서 이기기만 하면 4강이니까 더 간절한 거겠지.”
TV 화면을 통해 선수들의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 [저기까지 내려가서 수비하다니! 유지우 선수의 다리는 경기 초반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도 플레이였지만, 제일 감탄이 나오는 건 유지우의 플레이였다.
“…아빠, 유지우는 심장이 두 개쯤 돼?”
끝도 없이 올라오는 체력.
그는 아무리 뛰어도 지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뛰기를 잠시.
유지우는 다리에 경련이 왔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는 모습을 보였다.
“안돼….”
일반인이라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은 채 교체 아웃을 요청했을지도 몰랐다.
하나, 유지우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경련이 온 다리를 두드리며 어떻게든 고통을 이겨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TV를 보던 가족들은 그 모습에 울컥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그때부터는 그들도 말을 잊었다.
치킨을 먹을 새도 없이 경기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 와아아아아!!
팬들이 기뻐할 때는 같이 기뻐했고.
– 아아아아.
팬들이 아쉬워할 때는 같이 아쉬워했다.
연장 전반이 끝나고 시작된 후반전.
단 한 골로 결과가 정해질 순간이 도달하자, 가족들은 기도하며 지켜봤다.
“할아버지.”
그때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2002년에 4강 올라갈 때, 경기장에서 직접 봤다고 하셨죠?”
지금 세대의 아이들은 그저 역사 교과서에서나 봤을 법한 대한민국의 기적.
2002 한일 월드컵.
할아버지는 그 시절을 경험한 사람이었다.
“그랬지, 내가 지금 너희 아버지 나이대에 봤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눈을 감으면 기억이 생생했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기뻐했던 그 순간이.
“그러면 우리도 볼 수 있는 거예요? 4강에 올라가는 거?”
“그럼.”
그렇게 말하면서 할아버지는 생각에 잠겼다.
그때는 한일 월드컵이라 개최국으로서의 이점이 강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순전히 팀의 역량으로 모든 것을 이겨내야 하는 대회.
그렇기에 만약 4강 진출을 이뤄내게 된다면, 그 파급력은 2002 때보다 더 강할 것이 분명했다.
– [120분이 다 흘러가고 주어진 추가 시간! 그리고 이때! 대한민국이 마지막 공격을 시작합니다!]
– [차선호 선수에게 가는 보오오올! 그리고 일제히 모든 선수가 문전 앞으로 들어갑니다!]
이어지는 차선호의 크로스.
잉글랜드 수비진이 모두 몰린 상태라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승부차기가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으나.
“어!”
“제바아아알!”
“넣어!!”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염원하는 순간.
유지우가 뒷공간에서 침투하며 크로스에 이마를 맞췄다.
철렁.
그리고 흔들리는 골망.
그토록 원하던 골이 나오자 온 가족이 끌어안으며 기뻐했다.
동네가 소리를 지르는 소리가 들리자 그들도 자연히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잠시 후.
삐익-! 삐익-! 삐—익!
화면을 통해 종료 휘슬이 울리자.
“…죽기 전에 또 이런 장면을 보는구나.”
30대에 봤던 2002의 기적.
32년이 흐른 지금, 새로운 기적을 보자 그때처럼 눈물이 흘렀다.
한 가족을 넘어.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하는 순간이었다.
* * *
삐익-! 삐익-! 삐—익!
종료 휘슬이 울리자 잉글랜드 선수들은 주저앉으며 쓰러졌다.
체력을 모두 쏟아부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경기에서 패배했기에 몇몇 선수들은 눈물을 흘렸다.
‘졌다.’
레이턴 버트란드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어두워진 하늘.
그 하늘을 보던 시선이 흐려졌다.
그리고선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생애 첫 월드컵, 그토록 원했던 승리.
승리를 넘어 우승까지 생각했기에 이 패배는 그에게 더욱 뼈저리게 느껴졌다.
“괜찮아요? 데릭?”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턴 버트란드는 옆에 나란히 누워있던 데릭 레드먼드를 향해 말을 걸었다.
“괜찮을 리가 있겠어.”
“이제 다 끝난 거죠?”
“하아, 어쩔 수 없지….”
데릭 레드먼드에게는 마지막 월드컵이었다.
아스날의 레전드이기도 하지만, 잉글랜드 대표팀의 레전드이기도 한 수비수의 마지막.
그 경기가 막 끝났다고 생각하니 레이턴 버트란드는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누워서 뭐 해요? 잠이라도 자는 거예요?”
그들에게 다가온 건 유지우였다.
4강 진출로 동료 선수들과 기쁨을 나눴는지 얼굴이 잔뜩 상기된 채였다.
“우리 진 거 놀리러 왔나 봐요. 데릭.”
레이턴 버트란드가 농담 식으로 말하며 몸을 일으키자 데릭 레드먼드도 일어나려고 했다.
스윽.
유지우는 데릭 레드먼드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줬다.
“올라간 거 축하한다. 지면 가만 안 둔다?”
“미안하다는 말은 안 할게요.”
“당연하지! 네가 미안하다고 했으면 주먹부터 날아갔을 거야.”
“데릭은 힘이 남았나 보네요. 그 힘으로 유를 막지… 어휴.”
“이 자식은 아까부터 옆에서 재잘재잘!”
“아! 왜 때려요!”
“맞을 짓을 하니까!”
“곧 은퇴할 사람이 힘이 왜 이리 좋아! 이럴 힘 아껴서 다음 월드컵도 뛰지 그래요?”
두 선수는 티격태격했고 유지우는 웃으며 지켜봤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은 진지하게 유지우에게 덕담을 건넸다.
“이 기세로 우승해, 알았지?”
“그럴 생각이에요.”
“이대로 올라가면 4강 상대는 아르헨티나 아니면 브라질이겠네?”
“대진을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누가 올라왔으면 좋겠어?”
“누구든 상관없어요.”
“그 마음가짐만 있으면 네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
현재 대한민국의 4강 상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누가 올라올지 정해지는 8강 경기는, 내일 치러질 예정이었으니까.
스윽.
데릭 레드먼드는 유니폼을 벗어 유지우에게 내밀었다.
“내 유니폼 좀 결승전까지 가져가 줘.”
“…네.”
데릭 레드먼드와 유니폼을 교환하는 사이.
레이턴 버트란드는 유니폼을 주지 않고 그저 유지우를 안아줬다.
“우승해서 돌아와라!”
마지막 인사를 끝낸 뒤, 잉글랜드 선수들은 먼저 필드를 떠났다.
유지우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동료들에게 돌아갔다.
“오! 지우야, 마침 세레머니하려고 했는데!”
“세레머니요? 이번에는 어떤 거 하려고요?”
16강에 진출했을 때는 다 같이 슬라이딩 세레머니를 했다.
이번에는 어떤 것을 할까?
선수들에게 다가가니, 유지우는 자연스럽게 뒷걸음질을 쳤다.
“…가운데는 왜 비워놓은 거죠.”
“왜긴 왜야, 너 자리니까.”
“아니! 이건 아니죠-!”
“야! 지우 도망가기 전에 잡아!!!”
그들이 준비한 세레머니는 가마였다.
마치 왕처럼 가운데 유지우를 데려다 놓고서 하는 세레머니에 관중들은 열광했고 유지우는 창피해서 얼굴을 들지 못했다.
* * *
경기 종료 후.
잉글랜드 선수들이 인터뷰한 뒤.
뒤이어 한국 선수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었다.
먼저 나온 선수들은 가볍게 인터뷰를 했고 곧이어 유지우가 나왔다.
“유지우 선수-!”
한국 기자들은 물론.
“유-!”
외신 기자들까지 다 몰려들었다.
명실상부 월드컵 최고의 스타다운 인터뷰 열기였다.
“오늘 승리 축하드립니다! 기분이 어떻습니까?”
“날아갈 뻔한 걸 간신히 붙잡는 중입니다.”
평소의 유지우답지 않게 농담을 섞어가며 말하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기뻐하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잉글랜드와 경기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없으셨나요?”
“다들 보셨다시피 힘든 경기였습니다. 조금이라도 뛰는 걸 멈추면 아마 승리하는 건 잉글랜드였을 겁니다.”
기자들도 얼마나 경기가 치열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유지우의 너덜너덜해진 유니폼과 미처 얼굴에 떼지 못한 잔디가 그것을 증명했다.
“잉글랜드에는 유지우 선수의 소속 클럽 동료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경기가 종료되고 만나는 모습이 보였는데, 무슨 말을 나눴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그 질문을 들은 유지우는 웃으며 대답했다.
“응원의 말이었습니다. 우승 트로피를 가지고 클럽으로 돌아오라는 거였죠.”
이후에도 여러 질문에 답하자 끝날 시간이 다가왔다.
곧,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다음 상대는 브라질 아니면 아르헨티나입니다! 어쩌면 더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은데, 어떤 나라가 올라올 것 같습니까?”
이제 대한민국에 중요한 것은 다음 상대였다.
어느 나라가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을 대전.
과연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어떤 나라가 올라와도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고 또 이길 것이니까요.”
그는 대단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저 눈앞에 있는 상대에 집중할 뿐이었다.
유지우는 인사를 한 뒤에 믹스트존을 나갔고 취재진은 그의 모습이 사라지기 전까지 그 모습을 찍었다.
‘세계 최고.’
이 타이틀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었다.
* * *
【 대한민국, 월드컵 4강 진출! 】
【 ‘AGAIN 2002’ 마침내 기적을 만들어낸 대표팀! 】
【 최종 스코어 2 – 1, 대한민국! 잉글랜드를 꺾고 4강에 오르다! 】
【 탈락의 고배를 마신 잉글랜드, 고개를 숙인 채 떠나다. 】
【 잉글랜드 국가대표 감독, “대한민국의 축구는 견고하다.” 】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혔다.
월드컵 4강.
역사 속의 추억으로만 여겼던 2002의 기적이 다시금 일어나자 여론은 들끓었고, 각종 뉴스와 TV 프로그램은 반복해서 이 사실을 보도했다.
인터넷 기사는 월드컵 기사를 앞다투어 다뤘다.
– 아 ㅠㅠ 맨날 너튜브로만 보던 기적이 우리 세대에서도 일어나는구나!
– 선수들 진짜 죽어라 뛰더라…. 역동감이 그대로 전해졌어.
– 우리 가족들 전부다 울었어 ㅠㅠ 아! 너무너무 자랑스럽다!!!
– 넘어지고 일어나고… 넘어지고 일어나고 ㅠㅠㅠ 실력도 실력인데 간절함이 최고다.
– 선수들이 ‘이길 수 있다’라는 확신에 찬 게 보임.
월드컵 전부터 선수들은 높이 올라가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특히 월드컵 진행 중에도 인터뷰를 하면 빼먹지 않았던 말이.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이거였다.
이것이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해지며 전 국민 유행어가 될 정도였다.
– 선수들의 자신감,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 게다가 관중의 응원과 눈물까지…. 4강에 가려면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 미쳤어 ㅠㅠㅠ 너무 멋있잖아 ㅠㅠㅠ
선수들은 팬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특히 SNS를 하는 선수들은 팔로워 수가 하루아침에 7, 8배가 늘 정도였다.
하이라이트 영상은 말할 것도 없었다.
사람들은 월드컵 하이라이트 영상이 지루해질 때까지 반복해 봤고, 그것이 끝날 때면 선수들의 소속 팀에서의 활약상을 찾아보기도 했다.
모든 선수가 수혜를 입었지만, 그중 최고는 당연히 유지우였다.
이번 기회에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들은, 그의 기록을 찾아보고는 경악했다.
그리고 그가 실시간으로 또 다른 기록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 공포 생산 기계답게 벌써 9개 쌓았다.
7골 2어시스트.
이 기록은 유지우가 지난 월드컵에서 기록한 공격 포인트와 같은 수치였다.
그때는 8강에서 걸음을 멈췄지만, 이제는 4강에 올라가게 됐으니.
대한민국 월드컵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 저번 월드컵이랑 같은 기록 ㄷㄷ 폼이 안 떨어짐.
– ??? 디에고는 10개 넘김.
– 왜 아르헨티나를 들고 오냐, 다음 상대라서?
– 결국 아르헨티나로 정해짐 ㅠㅠ
– 하아, 저번 대회의 기억이 떠오른다.
대한민국의 4강 상대는 2연속 우승을 노리는 국가이자 2030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을 8강에서 탈락시킨 아르헨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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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경기를 잡아냈다.
[이렇게 아르헨티나가 4강에 오르며! 브라질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됩니다!] [8강이 모두 종료되며! 4강에 올라갈 네 개의 국가가 모두 정해졌습니다!]대한민국 vs 아르헨티나.
독일 vs 스페인.
4개국이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노리고 대결하게 됐다.
아르헨티나 vs 브라질의 경기가 종료되자 디에고 로시는 인터뷰에서 유지우를 언급했다.
“다음 상대는 친구이자 라이벌인 지우 유가 이끄는 대한민국입니다. 저번 대회에서도 상대했던 나라인데 어떻습니까?”
승리한 선수에게 다소 매너없는 질문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디에고 로시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기다리던 승부입니다! 우리의 2연속 우승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친구이자, 리그에서 당한 설욕을 갚아줄 라이벌입니다!”
디에고 로시는 눈을 빛냈다.
이왕이면 결승에서 만나고 싶었지만, 그래도 만나게 되니 기쁜 마음이 컸다.
“준결승에서 그를 이겨 결승에 오르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라이벌이라 불리는 두 선수가 붙는 소식에.
전 세계 축구팬들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