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73)
필드의 외계인-373화(373/404)
제373화
대한민국에서 월드컵을 안 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 영향으로 방송 3사의 시청률 통계는 50%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아, 제발.”
“우리도 결승이 어떤 냄새인지 맡아보게 해주세요!”
시각은 아직 유지우가 골을 넣기 전.
아르헨티나에 실점하며 리드를 빼앗긴 상태라 불안한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저번 월드컵처럼은 안 된다!!!”
서울 마포에 있는 술집.
술을 먹기에는 이른 시각인데도 술집은 사람들로 꽉 차 앉을 자리가 없었다.
모두가 월드컵을 보려고 온 사람들이었다.
“아~~~ 저게 빗나가냐! 조정후는 무슨 슈팅만 하면 날아가-!”
“쟤는 소속팀에서 잘하더니, 국대만 오면 대포를 쏘네.”
“조별 예선에서 괜찮았잖아.”
“뭔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답답한 느낌이 들어.”
아쉬운 장면에서는 분노를 토해냈고.
“오오오! 저거지. 세리에 듀오가 역시 든든하다니까!”
“…와, 디에고를 저렇게 막는다고?”
“김재민도 김재민인데 강현오도 잘한다.”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장면에서는 다 같이 감탄했다.
그들은 화면에 계속해서 잡히는 유지우를 응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갓지우시여! 제발 동점 골을 넣어주소서!”
“참교육 좀 해주십시오!”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 한 마음 한뜻이 되어 응원하던 중.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상황이 나왔다.
“오오오!!!”
유지우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역습을 개시한 거였다.
혼자서 무려 60m를 돌파하는 그 모습에.
팬들은 심장이 뛰어 터질 것만 같았다.
월드 클래스들이라고 불리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유지우 한 명을 못 막는 모습에, 그들은 묘한 카타르시스마저 느낄 수 있었다.
“가자! 가자! 가자-!”
그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철렁.
– [이것으로 동점이 됩니다! 경기 시작하고 30분도 되지 않아 나온 동점 골!! 대한민국이 이곳까지 올라온 것이 운이 아닌 실력이라는 것을 대한민국의 주장이 증명해줍니다!]
유지우의 환상적인 골에 그들은 서로 끌어안으며 함성을 토해냈다.
– 우와아아아아!!!
동네를 넘어, 도시가.
그리고 도시를 넘어 온 나라가 들썩였다.
* * *
대한민국 1 – 1 아르헨티나.
유지우의 동점 골로 균형의 추가 맞춰지자 주앙 달루트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지금처럼 유가 공격적으로만 뛰면 역전 골도 가능해.’
그는 유지우의 공격력을 믿고 있었다.
한 시즌 100개 공격 포인트를 넘어 리오넬 메시가 세운 최다 공격 포인트 기록을 갈아치운 선수니까.
“권! 라인을 너무 올리잖아! 아르헨티나가 뒤에서 빌드업을 만들 때는 내려!”
그래서 유지우가 공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비진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오늘 경기에서는 공격도 중요했지만,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 또한 중요했다.
유지우가 아무리 많은 골을 넣는다고 해도, 그보다 많은 실점을 하면 패배하고 말 테니까.
“킴! 공격 시에는 유의 뒤를 받쳐줘! 언제라도 숨을 돌릴 수 있게!”
필드 안과 밖.
대한민국은 하나가 되어 움직였다.
한편, 동점을 허용한 아르헨티나는 유지우의 슈퍼 플레이에 당황한 듯했으나 금방 침착함을 되찾았다.
‘역시 4강까지 올라온 나라다워.’
월드컵 4강에 오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평생에 한 번 오르기도 힘든 곳을 올라온 만큼, 그 팀의 실력은 인정받아야 마땅했다.
퍼—억!
[중원에서 강하게 부딪치는 양 팀! 김우일 선수가 하비에르 카세로를 단단히 묶습니다!] [동점이 되니까 선수들이 플레이에 더욱 자신감이 생긴 느낌입니다!]대한민국 선수들은 필사적이었다.
표정만 봐도 느낄 정도로.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그들의 기세에 조금 짓눌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슨 오늘만 축구해?’
한국 선수들은 오버페이스로 보일 만큼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다.
모든 선수의 활동량이 엄청났고 그들이 누비지 않는 곳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금방 지칠 것 같았지만, 그들은 그런 것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이 정도는 예상했잖아! 진정해!”
혹시라도 대한민국의 투지로 흐름이 넘어가면 안 될 일이었다.
하비에르 카세로는 침착하게 선수들을 통제했다.
대한민국의 압박이 거칠어지자 3선으로 패스를 돌려 후방 빌드업을 쌓으며 숨을 골랐다.
‘…체력에 엄청난 자신감이 있는 모양이군.’
경기 초반부터 전반 종료 시간이 거의 다 된 지금까지 그들은 끊이지 않고 압박을 해왔다.
‘그렇지만.’
아르헨티나는 그런 대한민국 압박도 벗어날 만큼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해 있었다.
특히, 하비에르 카세로는 그들 중에서도 창의적인 상황을 만드는데 뛰어난 선수였다.
뻐—엉!
그는 자신이 생각한 곳으로 패스를 보내며 대한민국의 골문을 노렸다.
[앙헬 몰리야 쪽으로 길게 넘겨주는 볼! 하지만 장기현 선수가 바짝 붙어서 압박!] [돌파할 공간을 주면 안 돼요! 시간을 끌면서 동료 선수들이 협력해서 막아야 합니다!]장기현은 상대의 균형을 무너트려 볼을 쉽게 받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건 보란 듯이 성공했다.
앙헬 몰리야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만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장기현은 미소를 지었다.
‘됐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앙헬 몰리야는 몸싸움에 밀려 무너진 밸런스에서도.
퉁.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는 선수라는 걸.
앙헬 몰리야는 발을 뻗어 안정적인 트래핑을 보여줬다.
남미 선수들이 스킬이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앙헬 몰리야는 그중에서도 상위를 다툴 만큼 뛰어났다.
– 오오오오!!
그는 볼을 바로 앞에 떨군 뒤.
장기현의 밸런스를 살피고 바디 페인팅으로 흔들었다.
하지만 장기현이 넘어오지 않자.
스르르륵.
볼을 끌며 중앙으로 올라가는 척했다.
그때, 바로 오른쪽 사이드로 카를로스 로호가 오버래핑을 하며 공간을 열려고 달려왔다.
‘이런!’
김우일은 하비에르 카세로를 상대하고 있어서 장기현은 졸지에 두 명을 마크하게 되었다.
그 상황을 보고 있던 유지우는.
“형은 사이드로 내려가요!”
백업을 와주며 장기현은 카를로스 로호를 쫓아갔다.
한데 반응이 늦은 바람에.
뻐—엉!
앙헬 몰리야가 공간으로 보낸 패스를 쫓아가지 못했다.
먼저 볼에 도달한 카를로스 로호는 침착하게 크로스를 올렸다.
[카를로스 로호가 원터치로 올린 짧은 크로스-! 기예르모 다린이 침투하는데요!]정교한 핀포인트 크로스.
이건 카를로스 로호가 아스날에서도 많은 도움을 올린 무기였다.
기예르모 다린의 머리 쪽으로 자를 잰 듯 휘어 들어가는 궤적.
김재민이 마크했으나 볼의 궤적이 워낙 절묘했다.
퍼—억!
그렇지만 대한민국에게는 최후의 보루가 남아 있었다.
예선 때부터 좋은 활약을 보여주던 그들의 수문장이었다.
골대를 비우고 나온 강인우가 펀칭으로 볼을 쳐냈다.
[오오오오! 강인우 선수의 판단이 돋보였습니다!] [아~ 하지만 볼을 보낸 코스가 좋지 않습니다! 살짝 오른쪽으로 꺾였는데요! 어느새 그곳에는 디에고 로시가-!]강현오가 발견하고 쫓아가서 그를 방해했지만, 디에고 로시의 슈팅이 먼저였다.
퉁.
그는 가슴트래핑으로 볼을 잡아놓은 뒤.
왼발로 왼쪽 구석을 노리며 슈팅을 때렸다.
까—앙!
대한민국에게는 천만다행으로, 볼은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갔다.
[볼이 아직 라인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흘러나온 볼을 향해 달려간 김재민은 볼을 위험지역 밖으로 걷어냈다.
디에고 로시는 아쉬움에 허공을 보며 탄식했다.
‘급했다.’
그도 자신의 실수를 알고 있었다.
마지막에 판단을 지체했다간 강현오에게 막힌다고 생각해서 빠른 템포로 시도한 슈팅이었으니까.
삐익-! 삐익-! 삐—익!
잠시 후, 휘슬이 울리며 치열했던 월드컵 4강 전반전이 종료됐다.
* * *
어느 나라가 우위를 점했다고 확실히 얘기하지 못할 전반전이 종료됐다.
저벅.
저벅.
라커룸으로 들어오는 대한민국 선수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유지우가 만든 동점 골이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살려줬기 때문이었다.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어느덧 선수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마음이 퍼지고 있었다.
저번 대회에서 패배한 기억 때문에 오늘 경기가 마냥 어렵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충분히 할만하다고 느꼈다.
“디에고에게 가는 패스를 끊어놔야 해.”
“하지만 그 녀석을 잡아놓기는 힘들어. 지우랑 비슷한 스타일이라.”
“한쪽으로 치우친 경계는 절대 해서는 안 돼, 아르헨티나는 어느 위치에서는 다양한 공격을 펼치고 있으니까.”
아르헨티나의 공격 패턴은 다양했다.
디에고 로시를 제외해도 창의적으로 기회를 창출할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았다.
그렇게 선수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수고했다.”
주앙 달루트가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전반전에 동점을 만든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아직 몇 가지 부족한 부분이 있어.”
전체적인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비록 먼저 실점하긴 했지만, 빠르게 동점으로 따라가며 사기를 유지한 게 컸다.
“디에고랑 앙헬, 이 두 녀석의 커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이것이 전반전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사이드를 통제하지 못해 허용한 기회가 많았고 선제골 또한 그쪽에서 나왔으니까.
“개인 기량만 보면 아르헨티나의 수준이 더 높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조직력이 뛰어나다. 수비할 때는 계속해서 소통하며 아르헨티나 녀석들이 들어올 공간을 없애고 캉과 킴이 중앙 쪽으로 많이 움직여줘야 해.”
주앙 달루트가 한 말은 수비 시에 김우일이 수비라인까지 내려가 커버하면 윙어인 강예수와 차선호가 유지우 대신에 중앙 쪽으로 움직여 수비 가담을 하라는 의미였다.
즉, 이건 유지우의 체력을 온전히 공격에만 사용하기 위해 내린 작전이었다.
이 말은 경기 전날부터 한 이야기였던 탓에 두 사람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전반전의 문제점을 꼽았다.
선수들은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주앙 달루트의 말을 경청했다.
이기고 싶다는 의지.
그것이 선수들의 피부 안, 세포까지 새겨졌다.
그렇게 이야기는 전술 설명으로 넘어갔다.
“후반전에는 골을 노릴 기회가 더 많이 나올 거다.”
8강에서 만난 잉글랜드와 달리 아르헨티나는 굉장히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했다.
그래서 역습 타이밍만 잘 잡으면 충분히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코치진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유, 너는 수비 가담을 너무 깊게 내려오지 마라. 조금 더 공격에 힘을 주고 있어. 그게 아르헨티나에 부담을 주니까 수비적인 효과도 볼 가능성이 커.”
확실히 유지우는 존재만으로도 아르헨티나에 충분한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아르헨티나가 공격할 때면 유지우의 역습을 대비해 수비형 미드필더들은 높이 올리지 않고 있다는 게 그 증거였다.
“그럴 때는….”
어느덧 전술 설명이 끝나자 주앙 달루트는 시계를 보곤 시선을 선수들에게 옮겼다.
전반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선수들의 몰골은 이미 땀에 젖어 엉망이었다.
‘필사적이었겠지.’
아르헨티나를 상대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상대는 월드컵 2연패를 노리는 국가였으니까.
선수들의 힘든 부분을 알기에 주앙 달루트는 더더욱 이기고 싶었다.
‘같이 올라가고 싶다.’
이 간절한 선수들과 역사를 새롭게 쓰고 싶은 욕심이 더욱 커졌다.
“과거 대한민국이 4강에 올랐던 적이 있다. 그때는 나도 20대라 아주 생생히 기억하고 있지.”
선수들의 시선은 일제히 주앙 달루트를 향했다.
“세계인들은 그걸 기적이라고 불렀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동쪽의 작은 나라가 일으킨 돌풍이었으니까.”
“……”
“하지만 대한민국이 올라간 게 4강이 아닌 결승이었다면 어떻겠나?”
선수들의 표정을 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그건 기적이 아닌 역사가 된다. 너희들은 기적을 넘어 손을 뻗으면 역사가 닿을 곳까지 왔다. 그걸 그냥 놓칠 건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손에 넣어볼 것인가?”
선수들은 당연히.
“결승에 올라 우승하고 싶습니다!”
가장 높은 곳을 원했다.
이곳까지 온 이상, 당연한 목표였다.
씩.
확신에 찬 선수들의 대답에 주앙 달루트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역사를 쓰자! 아시아를 넘어 세계 축구 역사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너희들의 발로 새겨넣어라!”
선수들의 몰골은 풀타임을 뛴 것 같았으나 눈빛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45분이다. 45분 동안 너희들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줘라! 우리가 질 거라고 예상한 놈들에게 시원한 어퍼컷 한 방 날리고 와!”
.
.
.
그 시각 필드에서는.
뚝.
뚝.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 때는 맑았던 하늘이 흐려지며 끝내 비가 오기 시작했다.
“어? 비 온다.”
“그래도 막 쏟아지는 건 아니라 다행이다.”
“이러면 미끄러워지잖아.”
“변수가 많이 생기겠지, 선수들이 어떻게 플레이를 할지가 중요해.”
관중석 위로는 막아주는 지붕이 있어서 관중들이 젖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필드는 예외였다.
그곳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잔디가 젖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