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75)
필드의 외계인-375화(375/404)
제375화
80분이 지나가며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잉글랜드와 연장전을 치렀던 영향이 슬슬 드러나고 있었다.
게다가 비까지 오니, 다리가 천근만근이었다.
촤—악!
그런데도 그들은 이를 악물고 경기에 집중했다.
여기서 집중력을 잃는다면, 이제까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들은 몸을 던지며 악착같이 상대에게 달라붙었다.
“멈추지 마! 아르헨티나보다 한 발 더 많이 뛰어야 해!”
아르헨티나를 상대하는 대한민국의 투혼은 가슴을 뛰게 했다.
몇몇 한국 관중은 눈물까지 흘릴 정도였다.
그만큼 간절했다.
사상 첫 월드컵 결승.
그것을 코앞에 두고 패배하고 싶지 않았다.
–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응원 소리에 유지우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달렸다.
이제 수비 가담까지 적극적으로 하는 그의 다리는 다시금 필드 곳곳에 흔적을 새기고 있었다.
퍼—억!
몸싸움이면 몸싸움.
촤—악!
태클이면 태클.
유지우의 수비 가담으로 아르헨티나의 공격이 잠시 주춤거렸다.
그러나 그것은 한국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었다.
[…유지우 선수가 많이 지쳐 보입니다.] [다른 선수들이 커버를 해줘야 합니다! 유지우 선수가 방전되면 아르헨티나를 이길 기회조차 못 잡을 수 있어요!]유지우의 지친 기색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르헨티나도 그 부분을 눈치채고 압박을 거칠게 했다.
스윽.
유지우는 차분하게 공을 드리블했다.
몸이 지친다고 해서 그대로 물러날 수야 없는 일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리며 아르헨티나의 빈 곳을 찾기 시작했다.
[연장전까지 가게 되면 우리에게 불리합니다. 힘들겠지만, 앞으로 남은 10분 안에 결정을 내야 합니다!]아르헨티나의 선수진은 후보까지 튼튼했다.
그러니 연장까지 갈 순 없었다.
80분.
85분.
87분.
한국 선수들은 지칠 대로 지쳤으나 눈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렇게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끊어내며 볼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 오오오오!!!
[김재민 선수의 좋은 태클-! 기예르모 다린의 볼 터치가 긴 것을 그대로 다리를 뻗어 빼앗습니다!]이 기회가 어쩌면 대한민국의 마지막 공격 기회일 수도 있었다.
그런 만큼 선수들은 신중하게 전개를 펼쳤다.
특히, 아르헨티나가 유지우를 견제하기 위해 중앙으로 밀집되는 모습을 보이자, 김우일은 사이드로 활로를 열었다.
[공간으로 볼을 길게 내주는 김우일 선수!! 그 공간으로 차선호 선수가 달려갑니다!] [에세키엘 페첼라가 중앙으로 올라간 덕분에 어렵지 않게 잡을 것으로 보이는데요!]차선호는 오른쪽으로 깊게 들어간 패스를 잡기 전에 골대 앞의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곤 볼이 라인 아웃이 되기 직전.
뻐—엉!
볼을 잡아두지 않고 논스톱 크로스를 올렸다.
[차선호 선수의 크로스-!]회전이 걸린 크로스는 선수들이 몰린 골대 앞이 아닌 살짝 밖으로 휘어나갔다.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 인근이었다.
조정후와 황우식이 수비진을 끌고 들어가 준 덕분에 생긴 미세한 공간.
그곳에 서 있는 유지우에게 크로스가 가고 있었다.
“유, 유를 막아-!”
파우스토 바르코가 제일 먼저 인식하고 소리쳤다.
산티아고 메디나, 에두아르도 구아린, 수비를 위해 내려온 하비에르 카세로가 그 말에 반응해 달려갔다.
‘여기서 실점하면 안 돼-!’
그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유지우와 거리를 거의 다 좁혀질 무렵.
부—웅.
그의 몸은 떴다.
그리고 옆으로 눕혀지며 다리가 교차했다.
바이시클킥이었다.
뻐—엉!
그의 발등에서 쏘아진 레이저는 쭉 뻗어나갔다.
몸은 땅에 떨어지고 다른 선수들과 엉켰음에도 유지우의 시선은 볼을 향하고 있었다.
‘들어가.’
레이저처럼 뻗어가는 슈팅은 골키퍼가 다이빙해서 뻗은 손을 지나.
철렁.
골대 안으로 들어가 그물을 찢을 듯 흔들었다.
환상적인 골에 잠깐의 정적에 휩싸인 스타디움.
이내.
– 와아아아!!!
붉은 악마들의 함성이 폭발하며 잠시 정지됐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유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촤—악!
그는 무릎 슬라이딩 후.
가슴에 있는 태극마크에 키스하며 포효했다.
그 모습에 동료 선수들도 달려와 축하해주며 대한민국의 결승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 * *
대한민국 3 – 2 아르헨티나.
유지우의 골이 나온 직후, 대한민국의 거리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 와아아아아아!!!
광화문 광장에 모인 이들은 서로 끌어안으며 기뻐했다.
그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크게 웃으며 각자 방식대로 이 순간을 만끽했다.
“미친! 저걸 넣는다고?”
“갓지우님-! 믿고 있었다고! 젠자아아아앙!”
“이게 유지우지! 유지우는 단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다고!!!”
“종료까지 몇 분 남았어?”
“추가 시간 포함하면 7분 정도?”
“아아아! 왜 이렇게 길어!”
그들은 그때부터 자리에 앉지 못했다.
3 – 2.
이대로 마무리만 되면 대한민국의 사상 첫 월드컵 결승에 오르게 되니까 가슴이 쿵쾅거렸다.
‘정말 볼 수 있는 거지?’
2002 한일 월드컵 당시에 4강 진출할 때보다도 더한 열기가 광화문 일대를 비롯해 대한민국 곳곳을 휩쓸었다.
– [조금만 더 버텨줘야 합니다! 한국 선수들-!]
다리에 경련이 와서 쓰러지고.
비를 맞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몸을 날리는 모습.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끔 봐도 울컥할 만큼, 그들의 투지는 대단했다.
“…진짜 멋지다.”
“씨!!! 저렇게까지 하는데 우리도 결승 공기 좀 맡아보자!”
16강에 올라갔을 때만 해도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했다.
8강에 올라서 잉글랜드를 만나 고전했을 때는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4강에 올라오자 그들의 생각은 바뀌었다.
‘월드컵 결승.’
아시아 국가에 허락되지 않는 금단의 영역에 들어가고자 하는 열망이 생겼다.
‘우리도 할 수 있어.’
‘저 녀석들이라면 충분해.’
‘제발 올라가 줘.’
그들은 한마음이 되어 선수들을 응원했다.
주앙 달루트는 마지막 남은 교체 카드를 꺼내 수비를 강화했고.
어느덧 정규 시간이 지나가고 추가 시간에 돌입했다.
* * *
추가 시간은 5분이 주어졌다.
짧은 시간처럼 보였지만, 충분히 한 골이 나올 시간이라 한국 선수들에게는 길게 느껴졌다.
그 시간에 아르헨티나는 날카로운 공격을 시도했다.
뻐—엉!
하비에르 카세로가 기예르모 다린이 침투하는 것을 보고 찔러준 패스.
촤—악!
“으아아아아!!!”
그걸 김재민이 놀라운 반사신경을 보여주며 잘라냈다.
[5분에서 3분이 흘렀습니다! 남은 2분! 2분만 버티면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월드컵 결승 진출을 이룰 수 있습니다!]한국 취재진은 카메라를 잡은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정말 우리가 결승 진출 장면을 찍을 수 있다고?’
선수들만큼이나 그들도 상기된 표정이었다.
월드컵 결승 진출 확정.
이 타이틀로 내건 영상은 엄청난 화제가 될 것이 분명했으니까.
“이대로 포기할 거야? 부딪쳐!”
“결승에 올라가야지-! 눈앞에서 질 순 없어!”
아르헨티나 관중들은 간절하게 동점 골을 원했다.
연장전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지칠 대로 지친 대한민국을 상대로 아르헨티나가 이길 확률이 높았으니까.
–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그들은 목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빗줄기는 점차 거세졌고.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공격 기회는.
– 디에고—!
에이스 디에고 로시가 이끌었다.
[절대로 실점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이 시점부터는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뛰느냐에 따라 승리가 결정됩니다! 선수들! 힘들겠지만 쉬지 말고 뛰어다녀야 합니다!]아르헨티나도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여기고 일제히 라인을 올려 총공세를 취했다.
[아! 이때 아르헨티나가 모두 올라옵니다!] [아르헨티나도 이 기회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거겠죠! 제발 막아내야 합니다! 막기만 하면 됩니다!]한국 관중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봤다.
필드에서 일어나는 치열한 공방전.
단 1초라도 눈을 돌리지 못할 만큼 선수들이 보여주는 플레이는 대단했다.
“디에고를 봉쇄해! 중앙으로 오지 못하게!”
“기현이는 앙헬을 마크! 내가 하비에르랑 중앙을 커버할게!”
“집중해! 마지막이야! 죽어도 물고 늘어져!”
3 – 2로 이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의지는 불타올랐다.
‘지우가 죽도록 노력해서 만든 득점들이야.’
해트트릭이라는 놀라운 활약을 보인 주장을 위해서라도.
‘마지막은 우리가 책임져야 해.’
사실 대한민국이 이곳까지 올라오는 데 유지우의 공이 제일 컸다.
그가 아니었다면 아마 대한민국의 걸음은 16강에서 멈췄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이 순간만큼은 본인들이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내내 늘 받기만 했으니까.
‘내일 다리가 안 움직이더라도, 다 쏟아부어서 막는다.’
그렇기에 마지막 수비에서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됐다.
디에고 로시가 볼을 잡고서 돌파하려고 할 때.
권창신을 비롯해 차선호까지 내려와 협력 수비를 했다.
[전원 수비로 내려오면서 공간을 없애는 대한민국! 하지만 이때 디에고 로시가 돌파를 시도합니다!]디에고 로시는 자세를 낮추고 압박하는 선수들을 살폈다.
그리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바디 페인팅을 했다.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두 번.
중심을 흔든 뒤에 시도한 라 크로케타.
– 오오오오!!!
두 선수 사이의 공간을 파고들었다.
[아아아!! 뚫리고 맙니다!]선수들은 디에고 로시를 통제하지 못했다.
화들짝 놀란 것도 잠시, 곧바로 뒤로 돌아서 그를 쫓아갔다.
이대로 놓치면 득점까지 이어갈 수 있는 상황.
스윽.
디에고 로시는 선수들의 위치를 살피고.
뻐—엉!
하비에르 카세로가 있는 중앙으로 패스를 찔렀다.
그런데 그 패스는 디에고 로시의 판단 미스였다.
촤—악!
매섭게 라인을 내려오던 유지우가 가는 길목과 겹쳤으니까.
유지우는 태클에 성공하며 패스를 건드는 데 성공했다.
[유지우 선수입니다! 유지우 선수가 라인을 내려오면서 패스를 차단합니다!] [하지만 볼이 길게 튀면서 루즈볼 상황! 모든 선수가 볼 쪽으로 달려듭니다!]볼이 튀면서 아르헨티나 선수가 잡으면 공격권이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촤—악!
재빠르게 백업을 온 강현오가 볼을 살리며 그것을 막았다.
“형님–!”
강현오는 다시 유지우에게 볼을 밀어줬다.
스르르륵.
유지우는 발바닥으로 잡아놓고서 주변을 살폈다.
‘온다.’
디에고 로시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공격진이 볼을 빼앗으려고 전부 달려오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유지우는 자세를 낮추고 밸런스를 유지한 채, 뱀 드리블을 선보였다.
어떻게든 볼을 소유해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함이었다.
다행히도, 승리의 신은 그런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
삐익-! 삐익-! 삐—익!
경기가 종료됐다.
대한민국이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결승행을 확정 지었다.
[드디어 종료 휘슬이 울립니다-! 월드컵 4강 종료를 알리며! 대한민국이 3 – 2로 아르헨티나를 꺾고 사상 첫 월드컵 결승에 진출합니다!!!] [보고도 믿기지 않습니다! 유럽과 남미 국가의 무대로면 여겨졌던 월드컵 무대가! 대한민국에게도 열렸습니다!!!]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해트트릭으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유지우는.
털썩.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무릎 꿇고 주저앉았다.
긴장이 풀리며 다리에 경련이 왔으나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해낸 건가.’
선수들이 자신에게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시선을 옮겨 전광판을 보자, 멈춰진 시간과 스코어가 적혀 있었다.
[대한민국 3 – 2 아르헨티나]전광판에 적힌 스코어를 보자.
주르륵.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시야를 가렸다.
월드컵 시작 전부터 원했던 결과였다.
그 결과가 눈앞에 오자 온갖 고생한 것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며 감정이 올라왔다.
불끈.
이내 그는 양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으아아아아–!!”
축구 역사에 새로운 한 획을 새겨넣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