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76)
필드의 외계인-376화(376/404)
제376화
종료 휘슬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벤치에 있던 선수단 모두가 달려 나왔다.
가장 선두에는.
“우리가 결승에 올라간다-!”
주앙 달루트가 있었다.
그는 종료 휘슬이 울리기만을 기다렸다가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대한민국이 아르헨티나를 꺾고 역사상 첫 월드컵 결승에 올라갑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순간이 옵니다! 늘 축구 변방국이라고 무시 받던 한국이! 월드컵 결승까지 올라가며 세계를 놀라게 합니다!]월드컵 결승 진출에 성공하자마자 관중들도 필드로 달려 나가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아냈다.
그렇게 선수들이 모인 곳은 무릎을 꿇은 채 포효하고 있는, 주장이 있는 곳이었다.
“지우야-!”
“진짜! 진짜! 넌 최고야!”
그가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활약은 그야말로 에이스의 표본이었다.
이곳까지 올라오는데 엄청난 헌신을 한 그에게.
와락.
선수들은 일제히 달려들었다.
탑이 쌓인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얼싸안으며 즐거움을 나눴다.
웃고 떠든 지 얼마나 되었을까, 유지우는 선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어났다.
아까부터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눈에 밟힌 탓이었다.
“잠깐 다녀올게.”
유지우와 아르헨티나의 관계는 선수들도 잘 알고 있었다.
동료들을 뒤로하고, 유지우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디에고.”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는 4년 전과 다른 결말을 맞이했다.
누운 채 흐느끼고 있던 디에고 로시는, 슬쩍 팔을 치워 자신을 부르는 유지우를 봤다.
“…이긴 거 축하해, 유.”
털썩.
유지우는 디에고 로시의 옆에 앉아서 함께 비를 맞았다.
“4년 전이랑 다른 결과지?”
“그때는 8강이었잖아.”
“어쨌든.”
“유, 난 말이야…. 너랑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었어.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넌 항상 내 앞을 앞서가.”
유지우와 라이벌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긴 했지만, 상대 전적은 유지우가 압도적으로 우위였다.
‘디에고는 유한테 계속 지지 않아?’
이런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다.
그런데 그건 쉽지 않았다.
유지우는 다른 선수와는 차원이 달랐으니까.
“헛소리하고 있네.”
“응?”
“누가 뭐라고 해도 넌 보카 주니어스 시절부터 내 최고의 라이벌이었어. 남들이 하는 얘기 신경 쓰지 마. 넌 항상 최고니까.”
그러자 디에고 로시는 더욱 울컥했다.
어쩌면 그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보다 유지우의 인정을 더 받고 싶었던 걸지도 몰랐다.
스윽.
한참을 누워있던 디에고 로시는 몸을 일으키더니, 유니폼을 벗어 유지우에게 내밀었다.
유지우는 그것을 받으며 웃었다.
“결승까지 가져가 줄게.”
“고마워. 꼭 우승해, 졌다간 가만 안 둘 테니까.”
그렇게 월드컵 4강.
대한민국 vs 아르헨티나.
경기는 최종 스코어 3 – 2, 대한민국의 승리로 종료됐다.
* * *
대한민국 선수들의 고개가 하늘 높이 들렸다.
“아드으으으을!”
필드에서 기쁨을 만끽한 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유지우는 입구 근처에 몰린 인파에서 가족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손을 흔들며 기뻐하는 가족들을 본 유지우는 경호원들을 대동하며 펜스를 넘으려고 했는데.
저릿.
펜스를 넘자마자 다리에 경련이 왔다.
재빠르게 강현오가 달려와 경련이 온 것을 풀어줬다.
“형님, 경기 끝났다고 긴장 다 풀린 거예요?”
“야야야, 살살!”
“살살은 무슨! 이렇게 해야 팍팍 풀린다고 주치의 쌤이 그랬어요!”
경련이 다 풀린 유지우는 일어나서 강현오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들어가 있어, 난 가족들 좀 잠깐 보고 갈게.”
“알았어요.”
강현오를 보낸 뒤.
유지우는 가족들에게 다가가.
와락.
아버지를 안아줬다.
“…해냈어요.”
“…그래, 봤다.”
“진짜… 진짜 힘들었는데 이뤄냈어요.”
유지우의 목은 잠겨있었다.
그의 진심 어린 말에 주변 사람들은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안다. 다 알아, 네가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가장 옆에 있는 가족들은 유지우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 힘들다는 소리는 입에 담지도 않았던 아들.
그런 아들이 ‘힘들었다’라고 하자 그들로서는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다리는 괜찮아?”
“잠깐 경련 온 거라서 쉬면 괜찮아져요.”
“조심해.”
“이따가 들어가면 트레이너분들한테 관리받을 거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래, 그래야지. 근데 목은 왜 그렇게 긁는 거야? 경기 중에 다쳤니?”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럼?”
“…너무 오랜만에 투정을 부렸더니 민망해서요.”
“뭐? 하하. 그럼 부모 앞에서 투정을 부리지 어디서 부리려고?”
그들은 경기에 대한 소감을 짧게 이야기하며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가족들과의 이야기가 그렇게 끝나자, 유지우는 그를 찾아와준 지인들과도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그중 가장 길게 이야기를 나눈 건.
“해냈네, 그렇게 불안해하더니.”
아까부터 그의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최다빈이었다.
사실, 최다빈은 유지우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많이 만난 외부인 중 하나였다.
국가대표 펜싱 선수로 뛰고 있는 그녀는 유지우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유지우가 불안할 때면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렇게 유지우는 그 어느 때보다 최다빈과 많은 연락을 주고받았고, 이따금 시간이 날 때면 그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누나 덕분이지.”
“내가 말했지. 넌 좀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오늘도 네가 잘해서 이긴 거야. 다른 누구 덕도 아니고. 네가 잘해서.”
최다빈은 시원하게 웃으며 유지우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지우 선수, 슬슬 가셔야 합니다.”
“아, 네.”
어느새 떠날 시간이 다 된 모양이었다.
유지우는 급하게 가족들에게 인사를 나누고는 다시 최다빈에게 돌아왔다.
“누나.”
“응?”
“진짜 고마워.”
“뭘, 새삼.”
“밥 사줄게, 다 끝나면.”
유지우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났다.
최다빈은 씩 웃으며 그의 뒤로 외쳤다.
“한 번으로는 안 되니까 여러 번 사!”
* * *
【 대한민국! 아시아 최초 월드컵 결승 진출! 】
【 아르헨티나를 꺾은 대한민국, 역사를 새로이 기록하다. 】
【 디에고 로시, “최고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그가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면 좋겠다.” 】
【 주앙 달루트, “원하는 그림이 완성되고 있다. 이제 마침표만 찍으면 완성된다.” 】
【 유지우, “꿈만 꾸던 것이 현실로 이뤄졌다.” 】
4강전 승리는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대부분 경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이들과 다른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 유지우, 아르헨티나 관중에 대한 존경심 보여. 】
【 아르헨티나 관중들과 포옹하는 유지우. 】
그 기사는 유지우가 경기장을 떠나기 전, 아르헨티나 응원석에 가 팬들을 위로해주었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아르헨티나는 유지우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국가였다.
아르헨티나가 있었기에 유지우가 지금의 활약을 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그에게 아르헨티나를 자기 손으로 탈락시키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아르헨티나 팬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 같은 마음으로 경기장을 떠나기 전에 아르헨티나 응원석을 찾았고, 팬들과 교감을 나눴다.
팬들로서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순간이었기에 아르헨티나 팬들도 패배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유지우를 축하해줄 수 있었다.
흔히 볼 수 없는 그 모습에, 축구팬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그저… 킹지우.
-진짜 강자는 패자에게도 관용을 베푸는 법이지.
-억ㅋㅋ 대한민국 언제 강자됨?
-결승에 올랐는데 강자가 아니면 대체 뭐냐;; -유,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꼭 이기시길 바랍니다. From: Argentina.
-VAMOS! VAMOS! VAMOS!
-;; 아르헨티나 성님들 번역기 낭낭하게 돌리셨네
-아 ㅋㅋ 유지우 응원하고 싶으면 한국말 배우라고 ㅋㅋ
축구 팬들은 유지우의 행동을 칭찬하는 동시에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한국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은 이번 결승전에 오름으로서 새로운 타이틀을 거머쥐었기 때문이었다.
‘아시아 최초.’
최초라는 타이틀을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열광했고, 온갖 커뮤니티에 축구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 제가 보는 게 실화인가요? 우리가 결승?
– 어떻게 유지우는 매번 기복이 없냐? 사람이면 한 번은 부진할 법한데 출전하는 경기마다 캐리를 하네;; 이 정도면 버그 아님?
– 선수들 애국가 부르는 폼 봐라,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그대로 느껴짐.
– 모든 장면이 감동 그 자체였음 ㅠㅠㅠ 너희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 대한민국 축구의 역대급 전성기.
특히 국민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건 마지막 종료 휘슬이 울리자 무릎을 꿇고 포효하는 유지우의 사진이었다.
‘빗속에서 포효하는 영웅.’
이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 한 장은 전 국민을 울렸다.
– 저 어린 나이에 주장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 운다고 뭐라 하지 마라. 정말 최선을 다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선수가 흘리는 눈물은 그 어떤 것보다 값지다.
– 90분 내내 밀착 마크를 당했는데도 해트트릭을 한 유지우는… 전설이다.
– 대한민국의 자랑이다. 축구라는 스포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기억될 이름임.
– 유지우의 눈물을 보고 우리 가족 전체가 눈물바다가 됐다. 어린 선수가 국가라는 짐을 지고 최선을 다해 결승에 진출하는 모습은 정말 찡한 뭔가가 있었다. 수고했다! 그리고 고맙다!!!
4강전이 종료되며 유지우의 성적 또한 재조명됐다.
10골 2어시스트.
한국 선수가 월드컵에서, 그것도 단일 대회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는 건 믿기지 않는 활약이었다.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선수.
벌써 역대 최고의 주장이라는 얘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 대한민국의 결승 상대는 과연 어디? 】
그러면서 사람들의 시선은 또 다른 4강.
스페인 vs 독일로 향했다.
* * *
스페인 vs 독일.
대한민국이 아르헨티나를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을 짓고 난 다음 날.
두 나라의 경기가 진행됐다.
스페인은 이번 월드컵 최고의 팀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던 만큼 초반부터 독일을 압도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제라르 레오 – 크리스티안 페레스’
두 선수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스페인의 공격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것이 그 이유였다.
제라르 레오는 원래도 세계 최고의 선수로 존재감이 넘쳤지만,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존재가 월드컵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제라르 레오의 후계자.’
그는 제라르 레오가 은퇴하고 나면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 재목으로 주목받는 중이었다.
【 스페인의 압도적인 상승세! 】
【 크리스티안 페레스, 스페인의 새로운 기둥이 되다! 】
【 제라르 레오,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최고의 파트너.” 】
그들은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조별 예선부터 전승 행진을 이어왔다.
그리고 결승의 문턱에서.
스페인 3 – 0 독일.
우승 후보라고 불리는 독일을 침몰시키며 결승행을 확정 지었다.
삐익-! 삐익-! 삐—익!
[이렇게 종료 휘슬이 울리며! 독일이 스페인을 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무너집니다.] [스페인은 경기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특히 크리스티안 페레스… 그의 어시스트는 세계 최고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4강에서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3골에 모두 관여했다.
그의 토너먼트 성적.
‘2골 8어시스트.’
세계 최고의 도우미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성적이었다.
그는 경기 종료 후, 믹스트 존에서 땀을 닦으며 인터뷰했다.
“멋지게 독일을 격파하고 결승에 올랐습니다. 이 기세로 트로피까지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첫 시작부터 우리의 목표였기 때문에 당연히 노릴 생각입니다.”
“결승 상대는 당신의 파트너인 유가 이끄는 한국입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그 질문에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미소를 지었다.
“유를 만나게 되는 건 기쁜 일입니다. 그를 상대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 될 테지만…. 질 생각은 없습니다.”
아스날에서 에이스 듀오라고 불리며 사랑받는 두 선수가 월드컵 결승에서 만난다고 하자 아스날 팬들 또한 관심이 폭발했다.
게다가 스페인 대표팀에 있는 또 다른 유지우의 팀 동료들.
‘사울 키르키치’
‘다비드 바르트라.’
‘다니 아라우호.’
그들 또한 유지우와 만나는 것을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전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대한민국 vs 스페인.
월드컵 결승전 대진이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