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77)
필드의 외계인-377화(377/404)
제377화
2034 월드컵 결승전에 오를 두 국가가 정해졌다.
대한민국 vs 스페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변의 국가와 대회 개최 전부터 최강으로 뽑히던 국가의 맞대결이 성사된 셈이었다.
【 대한민국 vs 스페인, 우승은 어디에? 】
【 황금 세대로 탈바꿈한 스페인, 대한민국을 이기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겠다. 】
거리 곳곳에는 결승전에 진출한 두 국가의 플래카드들이 걸렸다.
호주 현지 분위기가 최고조에 다다른 가운데, 결승전이 열릴 호주 시드니 거리는 인파들로 들끓었다.
“결승이 내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더 많아진 느낌이다?”
“세계 곳곳에서 보러 오는 거지.”
“미쳤다. 카메라도 엄청나게 많아.”
각 나라 방송국에서는 현지 분위기를 촬영하며 몇몇 축구팬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팬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말하며, 곧 열릴 결승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한편, 그 시각 대한민국 대표팀 훈련장.
대표팀은 결승에 대비해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뻐—엉!
선수들은 전술 훈련을 진행했고 주앙 달루트는 매의 눈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쫓았다.
‘다들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만… 스트라이커가 문제군.’
지금 대한민국에는 확실하게 골을 넣어줄 스트라이커가 없었다.
황우식이 이타적인 플레이에 능한 섀도 스트라이커였다면.
조정후는 정통적인 스트라이커 유형의 선수였으니까.
그들이 이상적으로 플레이해준다면 큰 문제는 없을 터였다.
‘역시, 생각대로 되는 일은 없군.’
그런데 조정후가 본선에서 제 역할을 못 해주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어쩌면 이는 그에게 너무 가혹한 평가일 수도 있었다.
지난 월드컵을 생각해본다면 그는 분명 준수한 활약을 펼쳐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제 단순한 월드컵 참가팀이 아닌, 우승을 노리는 국가였다.
한 선수만의 활약으로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듯, 우승을 위해서는 조정후의 분발이 필요했다.
‘결승에서 중요한 건 선제골이야, 스트라이커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조가 해낼 수 있을까?’
공격수들이 제 역할을 못 해주다 보니 유지우를 향한 견제가 더 심해졌다.
이는 상대 팀들이 유지우를 통제하면 대한민국의 득점을 완전히 봉쇄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에는 확실한 골잡이가 필요했다.
유지우가 조금이라도 자유롭게 날아오르기 위해서라도.
주앙 달루트는 선수들이 훈련하는 것을 보며 머리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삐—익!
그리고 잠시 후.
“여기까지만 하고 그만!”
고강도 훈련은 하지 않았다.
지금은 결승을 앞두고 컨디션 조절해야 할 때였으니까.
“충분히 휴식하고 이따 저녁 먹기 전에 미팅 1시간 정도 할 테니까 알고 있도록.”
“수고하셨습니다!”
“해산!”
선수들은 각자 짐을 챙겼다.
유지우는 물을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한 선수가 그에게 다가왔다.
“지우야.”
“네.”
그에게 다가온 건 조정후였다.
“…오늘 훈련 때는 괜찮았지?”
“형은 항상 괜찮았어요. 경기 때 실수한 건 긴장해서 그런 거예요.”
훈련 때의 그는 경기 때와 달리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어려운 자세에서도 득점하며 몸이 가벼워 보였다.
“하아, 미안하다. 내가 실수만 안 했으면 네가 여유가 더 생겼을 텐데.”
“괜찮아요. 그게 팀이잖아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
조정후는 유지우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유지우는 자신이 아무리 실수해도 탓하는 법이 없었다.
도리어 그를 위로해주며 긴장감을 풀어줄 뿐이었다.
“전 형이 아스날 선수들만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말이라도 고맙다.”
“진심이에요. 전 그 선수들이랑 훈련을 같이 하잖아요.”
“…….”
“형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옆에서 봐와서 잘 알아요. 너무 잘하려고 하지 않으셔도 돼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니까요. 그냥 하던 대로 하면, 결과가 나올 거에요.”
“…정말 그럴까?”
“발롱도르 수상의 비결인데 형한테만 알려주는 거예요.”
유지우는 그렇게 씩 웃고는 조정후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조정후는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경기마다 부담감이 엄청날 텐데도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장은 그를 원망하지도, 부담을 주지도 않았다.
그저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믿음을 줄 뿐이었다.
그 같은 주장의 배려는 조정후의 답답한 마음을 풀기에 충분했다.
“알았다. 덕분에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 거 같아.”
조정후와 유지우는 훈련장을 벗어나 짐을 챙겨 버스로 향했다.
입구로 나간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수많은 인파였다.
결승전에 오른 선수들을 취재하기 위해 몰린 기자들이었다.
특히, 이변의 주인공인 대한민국을 취재하고자 몰려든 외신기자들이 많았다.
선수들은 침착하게 그들을 맞아 취재에 응했다.
선수들을 너무 방해하면 안 된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기에, 인터뷰는 간단하게 이뤄졌다.
“월드컵 결승이라 긴장되긴 하지만 연습한 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올 거라고 믿습니다.”
유지우가 입을 열자 기자들은 애가 탔는지 질문을 쏟아냈다.
“유-! 내일이면 월드컵 결승입니다. 상대는 우승 후보 스페인인데요. 우승할 자신이 있으십니까?”
“축구에 100%는 없습니다. 단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죽어라 뛸 생각입니다.”
유지우는 차분하게 답변했다.
계속되는 질문 끝에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결승전을 앞둔 각오 한 마디만 부탁드립니다!”
유지우는 기자들이 내민 마이크를 보고서 생각을 정리하고 대답했다.
“이곳까지 온 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상에 오르기 전에 가장 큰 벽을 만났으니, 반드시 넘어서 정상에 오르겠습니다.”
* * *
월드컵 결승 당일.
호주 현지는 세계인의 관심을 받으며 그 어느 때보다 달아올랐다.
특히,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긴 물결은 장관이었다.
펄럭.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물결 위에서 태극기가 휘날렸다.
사상 첫 월드컵 결승.
이것이 주는 설렘 덕분에 팬들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인파들 틈에는 너튜버들과 연예인들도 여럿 보였다.
“우리가 결승이라니….”
그들은 하나같이 다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
그곳에서 결승까지 살아남았다는 건 여전히 믿기지 않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어제 제대로 잠도 못 잤어.”
“호텔 연장해두길 잘했다. 늘 월드컵에 오면 일찍 가기만 했는데.”
결승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고 싶다고야 생각했지만, 누구도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이 결승에 오른다는 건, 그만큼 상상 속에서도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8강 일정까지만 호텔을 예약한 사람이 많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웃돈을 주고 투숙 기간을 연장해야 했다.
하나, 그건 그들에게 큰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한국 국가대표가 역사를 쓰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돈은 얼마를 써도 상관없었으니까.
“오, 저기 남규성도 있다.”
“진짜네, 별스타그램에서 월드컵 직관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볼 줄이야.”
남규성은 2030 월드컵 전,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며 유지우와 만난 인연이 있었다.
그는 당시 그와 함께했던 동료 배우들과 함께 경기를 직관할 예정이었다.
“자, 자 이쪽으로!”
경기장을 찾은 연예인은 그만이 아니었다.
이번 월드컵을 위해 편성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들도 경기장에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렇게, 월드컵 결승의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되고 있었다.
.
.
.
경기 전, 선수들이 워밍업을 마치고 들어온 라커룸 안.
라커룸으로 들어온 주앙 달루트는 긴장한 모습의 선수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워밍업 때부터 분위기가 장난 아니지?”
관중석은 워밍업할 때부터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이 내뿜는 열기가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덕분에 선수들의 가슴은 그 어느 때보다 세차게 뛰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경기가 시작되면 너희들이 상상도 못 할 열기가 불어닥칠 거니까.”
“…….”
“그렇다고 너무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어. 우리는 우리가 할 것만 생각하면 돼.”
월드컵 결승이라고 하더라도 플레이에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단지 이 분위기에 잡아 먹히지 않을 만큼의 각오가 필요할 뿐이었다.
이를 위해 주앙 달루트는 선수들에게 오늘 사용할 전술에 관해 설명했다.
“스페인의 축구는 중앙에서 풀어나가는 전술이다. 세계 최고의 중원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부족할 만큼 저들의 중원은 완벽해.”
스페인의 중원 3인방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 제라르 레오.
세계 최고의 어시스터 크리스티안 페레스.
세계 최고의 홀딩 미드필더 마누옐 바예호.
이 세 선수가 스페인의 코어를 맡은 선수들이었다.
“코어에서 시작된 플레이가 지금껏 수많은 팀을 잡아먹었다. 4강의 독일이 허무하게 무너진 것도 이 세 선수 때문이지.”
전력 차이가 너무 크게 났다.
대한민국의 중원도 어디서 밀리지 않겠지만, 스페인의 중원을 맡은 이들은 차원이 다른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계속되는 설명에 선수들은 집중하며 경청했다.
워낙 주의할 점이 많았던 탓에 긴장이 될 법도 했지만, 이상하게 들으면 들을수록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 이유는 가능했다.
이제껏 만났던 강한 적들 모두.
주앙 달루트와 함께 이겨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 너도 한마디 하지 그래?”
전술 설명이 끝난 뒤, 주앙 달루트는 유지우를 봤다.
명실상부 대한민국이 낳은 최고의 축구 선수이자 월드컵 결승 신화의 메인 주인공.
그는 주앙 달루트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깨동무합시다.”
주장이 부르자 선수들은 어깨동무하며 원을 둘렀다.
후보 선수들부터 코치까지.
선수단 전원이 둘러서서 유지우를 쳐다봤다.
“우리가 함께한 32일은 정말 최고였어요. 아마 죽는 그 순간까지 평생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겁니다.”
다들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린 최고의 팀이고, 함께 해서 즐거웠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아직 다 끝난 게 아니에요. 우리 앞에 가장 커다란 적이 있으니까요.”
그들은 스페인이라는 최대의 적을 상대해야 했다.
“저번에 재민이 형이 우스갯소리기로 그랬죠, 우리가 흘린 땀을 합치면 한강처럼 긴 강을 만들 거라고.”
농담으로 한 이야기를 선수들 모두가 기억하고 있어 그들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그렇게 한 이유는 간단해요. 목표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목표로 했던 우승이 가까워졌으니까.”
처음에는 그저 허황한 목표 같았다.
그런데 결승이라는 꿈만 같았던 목표가 이제는 눈앞에 있었다.
“우리가 해야 할 건 하나에요. 우승 트로피를 조국으로 가져가는 것. 지금부터 그것만 생각합시다.”
“…….”
“우리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우리를 지지해준 수많은 사람을 위해서라도.”
국내에서도 이 순간을 기다리며 5천만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됐다.
그 분위기를 선수들도 모르지 않았다.
2002년에 월드컵 4강 진출 당시만 해도 나라가 들썩였는데 결승이라니.
이건 나라가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을 성적이었다.
짝.
말을 마친 유지우는 손뼉을 강하게 치며 소리쳤다.
“자신감을 가지고! 트로피를 가지러 갑시다-!”
* * *
취재진은 입장 터널로 오는 선수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대한민국 vs 스페인.
양 팀 선수들이 모이자 분위기가 고조됐다.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양 팀 선수들의 집중력은 높았다.
“유.”
유지우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는데 그곳에는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있었다.
“너랑 여기 나란히 서 있으니까 기분이 이상하다.”
“나도 마찬가지야.”
“누가 됐던 아스날에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가져갈 수는 있겠네.”
“그게 내 손이 되겠지만.”
두 선수는 웃으면서 준비했고 유지우는 주장 완장을 차고 옆에 있는 제라르 레오와도 인사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났을 때처럼 재미있게 해보자.”
짧은 인사를 마친 뒤.
후우.
선수들은 심호흡하며 입장을 기다렸다.
잠시 후.
주심이 먼저 걸어가고 선수들은 뒤따라 필드로 입장했다.
“가자-!”
유지우의 뒤를 따라 필드로 입장하는 대한민국 선수들.
꿈만 꿨던 월드컵 결승.
그곳에 본인들이 선다는 것만으로도 잠을 자지 못할 만큼 긴장됐다.
두근.
두든.
– 와아아아아!!!
스타디움을 울리는 커다란 함성.
대한민국과 스페인 팬들 말고도 타국의 축구 팬들도 많았다.
[양 국가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제가 이걸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월드컵 결승에 대한민국의 유니폼이 있다니요.]TV 화면에도 ‘월드컵 결승’이라는 제목이 떡 하니 붙어 있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곳으로 들어온 선수들.
자리를 잡고 서자 국가 연주의 시간이 됐다.
먼저 스페인의 국가가 연주된 후, 대한민국 국가 연주 시간이 되자 관중석에 있는 한국인 모두가 일어나서 가슴에 손을 올렸다.
[월드컵 결승전에서 대한민국의 국가가 울려 퍼집니다!]국가가 연주되자 선수들은 큰 목소리로 제창했다.
관중석에서도 국가가 흘러나오며 스타디움을 뒤덮었다.
외신기자들은 신기한 광경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국가 연주가 끝나고 선수들은 악수하며 페어플레이를 약속했다.
[잠시 후! 월드컵 결승전이 시작되겠습니다! 선수들이 모여서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네요!]원을 두른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나누는 얘기는 라커룸에서 한 이야기였다.
“우승 트로피 꼭 가지고 가자.”
“저 우승하면 여자친구한테 프러포즈할 생각이에요.”
“…플래그 세우지 마라.”
“이거 지면 우식이 탓으로 돌리면 되나?”
“아, 퉤퉤! 취소하겠습니다!”
“결혼을 취소한다고?”
“에이! 월드컵 우승 메달을 예물로 쓸 거예요!”
선수들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유지우가 한마디 했다.
“약속한 대로 플레이하고, 실수를 최대한 줄입시다. 그리고! 90분 뒤! 정상에 서는 겁니다!”
– 아아아악!
선수들은 기합을 내지른 뒤에 각자 위치로 갔다.
유지우는 중앙에 서서 제라르 레오,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시선을 맞췄다.
‘어려운 상대긴 해도 질 생각은 추호도 없어.’
그렇게 잠시 후.
조정후 – 황우식
강예수 – 김우일 – 유지우 – 차선호
장기현 – 김재민 – 강현오 – 권창신
강인우
4 – 4 – 2의 대한민국.
브루노 가르시아 – 오스마르 토레스 – 테오 레이나
제라르 레오 – 마누엘 바예호 – 크리스티안 페레스
사울 키르키치 – 디에고 산체스 – 세르히오 고메스 – 파블로 가야
다비드 바르트라
4 – 3 – 3의 스페인.
삐—익!
월드컵 결승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