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78)
필드의 외계인-378화(378/404)
제378화
대한민국 vs 스페인.
월드컵 결승 전반전.
초반 리드를 잡은 건 모두의 예상대로 스페인이었다.
[마누엘 바예호의 안정감이 눈에 들어옵니다. 점유율 경쟁에서 이 선수를 따라올 선수는 없죠.] [볼 관리 능력이 월드 클래스입니다. 한국의 타이트한 압박에도 저기 보십시오, 안전하게 빈 곳으로 전개하는 능력이 좋습니다.]“계속 붙어!”
대한민국은 라인을 올려 압박을 시도했다.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압박에 스페인은 전진 패스를 하기보다는 뒤나 옆으로 패스를 돌렸다.
툭.
툭.
그들은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철저하게 분석한 결과였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들은 대한민국의 성향을 철저히 분석했다.
‘초반부터 선제골을 넣으려고 하는군.’
그렇기에, 스페인 감독은 한국이 무엇을 바라는지 대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스윽.
그는 수신호를 내리며 선수들에게 사인을 보냈다.
대한민국의 압박이 거세니, 라인을 내리면서 대한민국의 라인을 끌어당기고자 한 것이다.
그의 노림수대로 한국 선수들은 조급함을 느끼고 조금씩 올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하면 스페인이 원하는 그림이 나올 상황이었지만.
“그만.”
한국 선수들이 한 선수의 목소리에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
마치 정신이 하나로 이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사불란한 플레이였다.
목소리를 낸 선수는 유지우.
그가 스페인의 노림수를 알아채고, 라인을 통제한 것이었다.
‘…공중에서 라인을 보기라도 한 듯한 판단이군.’
그런 유지우를 보고 제라르 레오는 살짝 놀랐다.
아무리 시야가 좋다고 한들, 이 같은 판단은 쉽사리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이토록 큰 경기에 판단이 흐려지지 않는다는 건, 유지우의 침착성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이야기였다.
‘눈이 좋다는 건 알았지만… 함정을 이토록 금방 파악하다니.’
유지우는 그 뒤로도 스페인과의 중원 싸움에 관여하며 한쪽으로 균형이 치우쳐지지 않게 했다.
퍼—억!
몸싸움이면 몸싸움.
촤—악!
태클이면 태클.
쉬지 않고 필드를 누비며 흐름을 가져오기 위해 애썼다.
“사이드로 너무 깊숙하게 따라가지 마! 협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간격을 유지해!”
대한민국은 철저하게 훈련한 대로 움직이면서 스페인의 공세를 차단했다.
스페인도 예상보다 거센 대한민국의 압박에 당황하긴 했지만.
뻐—엉!
패스를 안정적으로 뿌리며 중원 점유율을 놓치지 않았다.
[스페인이 볼 소유권을 쉽게 넘겨주지 않습니다.] [저런 안정감이 스페인의 최대 장점이죠.] [이제껏 많은 팀이 이 같은 스페인의 패스워크에 무너져내렸는데요.] [맞습니다, 사실 지금 한국이 무너지지 않고 있는 건… 유지우 선수의 존재감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해설자들의 말이 맞았다.
한국 선수들은 이전 팀들보다 패스의 질이 월등히 높은 상대 선수들의 클래스에 다소 당황하고 있었다.
그들이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건, 그 중심에서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지시를 내리고 있는 유지우 덕분이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선수 개인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였지만, 유지우는 그것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
대한민국 주장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유지우 선수의 플레이가 화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저렇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정말 많습니다.] [그렇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활동량 1위지 않습니까.] [이미 많은 경기를 뛰어 체력 소모가 심할 텐데, 대단합니다.]유지우의 활동량은 이미 익히 인정받는 부분이었다.
프리미어리그 활동량 1위.
이 단어 하나면 더는 설명이 필요가 없었다.
타다다다닷-!
볼이 금세 아웃됐지만, 유지우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쫓아갔다.
다른 이가 보면 그저 체력 소모라고 부를지 모르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유지우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터치 한 번을 위해 죽어라 뛰고, 승리를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는 게 그의 의지였다.
그 같은 마음은, 화면을 통해 사람들에게 생생히 전해졌다.
[…유지우 선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모든 부담감을 짊어지고 있는 겁니다.] [매 순간 그 부담감을 버티면서 축구를 하는 거죠. 과연 우리가… 유지우 선수가 받을 부담감의 1%라도 받는다면 견딜 수 있을까요?]최연소 대한민국 주장.
아시아 최초 발롱도르인.
여러 신기록을 달성한 선수.
이룬 게 많았기에, 부담감도 자연히 쌓였다.
그런데도 유지우는.
타다다다닷-!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 * *
전반 15분은 금방 흘러갔다.
유효 슈팅은 대한민국이 0개, 스페인이 3개를 기록하며 대한민국이 다소 밀리는 모습이었다.
[중원에서 스페인이 우위를 가져가고 있긴 하지만 확실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 선수들은 집중해야 합니다. 흐름이 넘어올 때를 노려야 해요.]그렇다고 대한민국이 완전히 밀린 건 아니었다.
그들 역시 몇 번의 위협적인 그림을 만들어내긴 했다.
[아-! 차선호 선수의 크로스가 막힙니다!]오른쪽 윙어 차선호.
[강예수 선수가 드리블로 돌파-! 들어오면서 컷백! 조정후 선수가 돌려놓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가고 맙니다!]왼쪽 윙어 강예수.
대한민국 양쪽 날개는 유지우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며 스페인의 공간을 노렸다.
[대한민국이 초반은 유지우 선수의 중앙이 아닌 양쪽 측면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라인이 중앙으로 밀집된 형태거든요? 저런 식으로 해서 우선 중앙 밀집도를 낮출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스페인은 유지우의 견제를 초반부터 거칠게 했다.
그 때문에 대한민국은 사이드로 전개하며 유지우에게 가는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했다.
‘대한민국의 전개가 상당히 타이트해.’
스페인 감독은 그들을 보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대한민국의 전개가 짜임새가 있었다.
이대로 경기가 지속될 경우, 스페인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될 게 분명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 칼을 뽑아 들 타이밍이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한 가지 사인을 보냈다.
곧, 스페인 선수들이 역습을 통한 공세에 나섰다.
촤—악!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태클로 강예수 선수에게서 볼을 빼앗아냅니다!] [수비 가담이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볼을 빼앗은 뒤에 정면으로 바로! 테오 레이나를 봅니다!]테오 레이나는 주력보다는 킥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장기현은 그가 크로스를 올리지 못하도록 방해하고자 했는데.
툭.
테오 레이나는 노룩 컷백으로 중앙에 패스를 보냈다.
그 패스를 받은 건 제라르 레오였다.
[아! 공간이 열렸어요!!!]제라르 레오는 볼을 잡고서 패스를 주고자 했다.
그런데 패스를 주기 위해 멈칫하는 순간.
퍼—억!
들어오는 몸싸움.
어느새 수비 백업을 온 김우일이 붙어 다리를 뻗었다.
제라르 레오는 그 태클을 굳이 피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 넘어졌다.
반칙을 얻어내기 위한 영리한 플레이였다.
삐—익!
[아-! 김우일 선수가 잘 막긴 했지만, 위치가 좋지 않습니다!] [제라르 레오가 패스 줄 곳을 찾지 못하자 일부러 걸린 느낌입니다. 한국은 여기서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스페인이 선제골을 넣으면 대한민국에게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 분명했다.
주도권을 더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골은 꼭 막아야 했다.
선수들은 수비벽을 세우며 스페인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조금만 왼쪽으로!”
강인우는 벽을 조절하며 자신의 입맛대로 판을 짜기 시작했다.
키커 위치에는 제라르 레오가 아닌,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서서 준비하고 있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키커로 서 있습니다.] [제라르 레오만큼이나 킥 능력이 좋은 선수입니다. 어쩌면 제라르 레오보다 더 정교한 킥을 구사한다고 봐도 될 정도로요.]그의 킥 능력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었다.
유지우와 함께 프리킥을 전담할 정도였으니, 그 실력은 한국 팬들도 잘 알고 있었다.
한국 선수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수비 자세를 갖췄고.
삐—익!
주심의 휘슬이 불리자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발을 떼며 시동을 걸었다.
직접 골을 노려도 되는 위치.
그렇기에 한국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직접 슈팅을 때릴 거라고 예상하며 움직였다.
투—욱.
그런데 그는 찰나의 순간.
대한민국 선수들의 움직임을 읽고선 슈팅이 아닌 짧은 크로스를 올렸다.
그 순간, 페널티 박스에서는 두 가지 상황이 일어났다.
오스마르 토레스가 들어가는 모션을 취하며 수비수들을 끌어당긴 게 첫째였고.
그로 인해 생긴 공간에, 제라르 레오가 들어간 게 둘째였다.
퍼—억!
김우일은 제라르 레오에게 어깨를 부딪치며 경로를 차단해보려고 했으나.
뻐—엉!
제라르 레오는 몸을 옆으로 눕히며 발리슛으로 정확하게 볼을 때렸다.
철렁.
왼쪽으로 낮게 들어간 골.
전반 19분에 나온 골이었다.
– 와아아아아!!!
스페인 팬들은 열광했다.
스페인 최고의 듀오로 불리는 두 선수의 발끝에서.
대한민국 0 – 1 스페인.
월드컵 결승전의 첫 골이 나왔다.
* * *
“선제골은 예상대로 스페인이 넣었네요.”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스페인의 선제골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페인의 공격력은 월드컵에 출전한 국가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었으니까.
“그렇지.”
얘기하고 있는 사람은 보카 주니어스 감독인 세바스티안 란첼라와 로드리고.
보카 주니어스 시절부터 유지우를 지지해주는 두 사람이었다.
“스페인이 우위를 잡고 있긴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안 그래요? 로드리고.”
“아직 경기 초반이라 한국이 기회를 만들 시간이 충분해.”
“유가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기대가 되네요.”
관중석 곳곳에는 4강에서 탈락한 아르헨티나 관중들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유지우를 응원하고 있었다.
자신들을 꺾은 한국이 그들을 대신해 우승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었다.
“좋아, 가자-!”
그때였다.
김재민이 오스마르 토레스에게 가는 패스를 잘라내면서 소유권을 가져왔다.
동시에 대한민국의 역습이 시작됐다.
[오오오!!! 김재민 선수의 멋진 수비!] [자칫 또 실점할 위기에서 잘 끊었어요! 볼을 계속 소유하고 있으면 안 되죠! 빨리 앞으로 전개해야 합니다!]김재민은 김우일에게 패스를 건넸다.
스페인은 대한민국의 역습을 막고자 빠르게 백업을 진행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그가 패스를 뿌리지 못하게 방해했지만.
뻐—엉!
김우일은 한발 빠르게 패스를 찔렀다.
낮고 강하게 찌른 패스.
거의 슈팅과 비슷한 강도의 패스였지만, 유지우가 달려가서 침착하게 받아냈다.
투—웅!
패스의 힘을 이용하는 퍼스트 터치.
압박하는 마누엘 바예흐의 다리 사이로 보내는 세밀한 컨트롤.
연이어서 나오는 대단한 기술들에 관중들은 감탄했다.
– 오오오오오!!!
유지우는 곧장 마누엘 바예호의 옆으로 달려가며 제쳐냈다.
[이 모습입니다! 유지우 선수의 화려한 개인기!!! 아무리 최강의 스페인이라도 유지우 선수를 막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세계 최고의 드리블러.
이 수식어는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그렇게 마누엘 바예호를 제친 유지우는 볼을 잡고 정면을 응시했다.
조정후와 황우식이 계속 움직이면서 수비라인을 흔들고 있었고.
강예수와 차선호도 중앙으로 올라오며 선택지를 넓혀줬다.
‘더 흔들어야 해.’
타다다닷.
생각을 마친 뒤, 유지우는 더 안으로 볼을 몰고 들어갔다.
페널티 에어리어와 가까워지는 거리.
뒤에서는 마누엘 바예호가 쫓아오지만, 거리를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이때, 센터백 디에고 산체스가 유지우의 길목을 막고자 나왔다.
‘흔들렸다.’
그가 나오면서 생긴 미세한 공간이 유지우의 시선에 들어오자.
투—웅!
유지우는 수비수들의 키를 넘기며 뒷공간을 노리는 로빙 패스를 찔러줬다.
[유지우 선수의 기습적인 로빙 패스-!]수비수들의 타이밍을 모조리 빼앗은 완벽한 패스에 차선호가 다이빙하며 헤딩을 시도했다.
[여기서 차선호-! 다이비이이이잉!!!]이마에 제대로 맞춘 볼은 니어포스트로 낮게 향했다.
이대로 들어가게 되면, 다시 한번 흐름을 되돌려놓을 수 있는 상황.
퍽-!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팬 모두가 바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골키퍼 다비드 바르트라가 발을 쫙 찢으며 발끝으로 슈팅을 막아낸 것이다.
[이걸 막아내는 다비드 바르트라! 스페인의 새로운 수문장이 위기에서 팀을 구해냅니다!] [그래도 아직 한국의 공격이 끝나지 않았어요! 코너킥 기회를 살려야 합니다!]코너 플래그에 선 선수는 김우일이었다.
그는 손을 들어 선수들과 사인을 맞춘 뒤에.
툭.
모두의 시선이 골대 앞으로 향해 있을 때.
짧은 패스로 내줬다.
타다다닷.
그걸 받으러 온 것은 유지우였다.
뒤를 바짝 쫓아오는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있었지만, 유지우는 뒤를 힐끔거리곤.
스르르륵.
볼을 터치하지 않고 그대로 흘렸다.
유지우가 잡는 순간만 생각하고 있던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당황하던 사이 기회가 나왔다.
[볼을 흘린 뒤에 들어가는 유지우 선수!!! 공간이 열렸습니다!]마누엘 바예호가 근처에 있어서 빠르게 백업을 했으나.
유지우의 시선은 이미 골대 쪽으로 향해 있었다.
그는 어디로 찰지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는.
뻐—엉!
과감하게 왼발로 감아서 슈팅을 했다.
[유지우 선수의 왼바아아아알!!!]잔뜩 감아서 찬 슈팅.
궤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이 또한 팬들이 원하는 것처럼 되지 않았다.
붕-!
볼은 골대를 종이 한 장 차이로 넘기고 말았다.
[빗나가고 맙니다-! 정말 아까웠어요! 아주 조금만! 조금만 낮았다면 어땠을까요!] [아쉬워하는 유지우 선수! 스페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유지우는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그리고 본인의 포지션으로 돌아가면서 다음 플레이를 준비했다.
팬들 모두가 아쉬워하는 가운데, 세바스티안 란첼라와 로드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슬슬 시동이 걸리기 시작하는 거 같지?”
“유가 한 방 맞고서 그냥 가만히 있을 녀석이 아니긴 하죠.”
“스페인도 조심해야 할 거야. 안 그러면 한국의 에이스가 목덜미를 물어뜯을 테니 말이야.”
유지우의 플레이는 최강이라고 불리는 스페인 국가대표를 상대로도 충분히 먹혔다.
오히려 몇 번 압도하는 모습도 보여주며 팬들의 기대감을 점점 높이고 있었다.
–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결승전은 조금씩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