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82)
필드의 외계인-382화(382/404)
제382화
삐익-! 삐익-! 삐—-익!
그토록 기다리던 종료 휘슬이 울렸다.
한국 선수들은 지친 나머지 필드에 드러누우며 하늘을 바라봤다.
경기가 시작될 때는 푸르던 하늘이, 어느덧 어두워져 있었다.
“우리가… 우리가 우승한 거지?”
믿기지 않는 듯 말하는 김재민을 보며 강현오가 외쳤다.
“우승이에요! 우리가 우승했다고요!!!”
벤치에 있던 코치진과 선수들은 종료 3분 전부터 자리에 앉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필드로 달려 들어왔다.
[시청자 여러분!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이 기적을 쓰며! 마침내 월드컵 우승을 이뤄냅니다!] [대한민국이 신화를 만들어내며 축구의 역사에 크나큰 업적을 세웁니다! 아시아 최초 우승! 이것으로 대한민국도 축구 강국으로 불릴 자격을 갖추게 됐습니다!]늘 축구 변방국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약팀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대한민국.
그런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축구 강국으로 바꿔놓은 것이 바로 그들이었다.
“어….”
한편, 승리의 일등공신인 유지우는 아직 정신이 멍한 상태였다.
온 기력을 다했던 탓에 현실감각이 조금 떨어져있기도 했다.
그는 멍하니 전광판을 바라봤고, 그제야 경기가 종료가 된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곤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해냈구나.’
그저 꿈이라고만 여겼던 월드컵 우승.
그것을 이뤄내자 묘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타다다닷-!
선수들이 모두 달려와 덮쳤다.
“이 미친 놈아아아아아!”
“마지막에 그 골은 뭐냐고! 하하하!”
그렇게 선수들을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한 유지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향한 곳은, 벤치 쪽이었다.
“감독님.”
그곳에는 주앙 달루트가 서서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끼고 있었다.
“기뻐서 우는 거죠?”
“…어.”
그는 지금까지 주앙 달루트가 우는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울자 유지우 역시 감정이 북받치는 느낌이었다.
그건 어느새 곁에 다가온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그들은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유지우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주앙 달루트를 안아줬다.
2029년부터 함께 월드컵 우승이라는 꿈을 품으며 마침내 이뤄낸 꿈.
“감독님 덕분이에요. 감사해요.”
만약 주앙 달루트가 믿어주지 않았다면.
그가 우승이라는 꿈을 꾸지 않았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유지우는 그에게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건넸다.
“넌 내 인생 No. 1 플레이어다.”
주앙 달루트는 유지우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를 꽉 안아줬다.
유지우가 아니었으면 꾸지도 못했을 꿈이었으니까.
한편, 대한민국의 반대 진영.
사상 첫 월드컵 우승에 기뻐하는 한국과 반대로, 눈앞에서 우승을 놓친 스페인은 절망했다.
“…하아.”
2030 남미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리고 우승을 노려 열심히 준비한 2034 호주 월드컵에서는 대한민국에 밀려 준우승을 하고 말았다.
주르륵.
제라르 레오는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제라르.”
그런 그에게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다가갔다.
“크리스티안.”
“네.”
“이대로 끝난 게 아니야. 4년 뒤에 복수해주자.”
“그럼요. 그때는 제라르의 품에 트로피를 안겨줄게요.”
스페인 선수들은 눈앞에서 우승을 놓친 게 아쉬웠지만,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없었다.
그만큼 상대팀이 최선을 다했기에.
대한민국의 우승을 인정해주는 거였다.
그들은 마지막까지 죽을힘을 다해 달려들었으니까.
“다른 선수들도 놀라웠는데 유는 대단하네요. 정말.”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대한민국 선수들 사이에서 축하받는 유지우에게 동경의 눈빛을 보냈다.
제라르 레오도 마찬가지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유지우를 보는 시선에는, 그를 인정한다는 감정이 담겨있었다.
“이제 저 녀석의 세상이야, 네가 부럽다.”
“뭐가요?”
“앞으로 10년 동안은 저 녀석이랑 호흡을 맞출 수 있잖아.”
제라르 레오는 큰 아쉬움을 느꼈다.
처음 유지우와 필드 위에서 만났을 때, 그가 빛나는 것을 보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를 치르고는 더욱 확실해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를 하고 싶다면, 유지우를 팀메이트로 둬야 한다는 사실을.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제라르 레오가 하는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그렇죠.”
그렇게 양팀은 희비가 갈린 채로 감정을 정리하고 있었다.
객석에서 선수들을 향한, 우렁찬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 * *
【 월드컵 결승, 대한민국 vs 스페인! 3 – 2로 대한민국 승리! 】
【 대한민국! 2034 호주 월드컵 우승! 아시아 역사상 첫 월드컵 우승국! 】
【 유지유, 12골 2어시스트로 우승 일등 공신! 】
【 아시아 최초 월드컵 우승! 대한민국이 해내다! 】
【 대한민국의 우승 순간. 온 나라가 환호로 휩싸이다! 】
– ㅠㅠㅠㅠㅠ 우리가 우승이라니 우리가 우승이라니!
– 눈을 비벼도 우승이라는 단어가 안 사라지는데? 이거 버그 아니지?
– ㄹㅇ 영화도 이런 식이면 욕먹지 ㅋㅋㅋㅋㅋㅋ
– 이거 실화냐?
– 와… 미친 월드컵 우승하는 걸 내가 살아서 봤다.
– ㅋㅋ 2034년생들 개손해죠~ 이걸 기억 못 하겠네~
– ㅋㅋㅋㅋㅋ 보고도 안 믿기는 게 맞는 거지? 나만 이상한 거 아니지?
– 갓지우 캐리 오졌다 ㅋㅋㅋ 혼자서 스페인을 박살 내네.
– ㄹㅇ 갓지우 없었으면 우승은 꿈도 못 꿨을 텐데 ㅠㅠㅠ
– 이건 국민 세금 모아서 갓지우 동상 세워야 한다. 한국 축구를 살려주신 위인으로 기록에 남기고.
한국 현지는 그야말로 엄청난 열기에 휩싸였다.
사이트가 이렇게 난리인데 응원 현장은 어떻겠나.
– 와아아아아!!
커다란 함성이 온 나라를 뒤덮었고,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눌 정도였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때도 온 나라가 들썩였는데, 우승을 거머쥔 지금은 그 반응이 당연 더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어딜 가도 땅이 지진이 온 것처럼 흔들릴 정도였다.
“이거지! 내가 두 눈으로 이걸 실제로 보다니!”
“…야, 내 볼 좁 꼬집어봐.”
꽉.
“아아아! 아프다! 아프다고! 이거 꿈 아니야!!!”
“미쳤어! 진짜!”
“우리 지금 역사의 현장에 있는 거라고!”
꺼지지 않는 기쁨 속에, 몇몇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선수들을 향한, 고마움을 담은 눈물이었다.
“진짜 멋있다….”
대형 스크린에 나오는 선수들의 모습.
모두가 헌신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멀쩡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땀을 비 오듯이 흘렸고 숨은 넘어갈 듯 거칠었다.
–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온 국민이 우승을 기뻐하며 TV 화면을 봤다.
즐겁게 웃는 선수들의 모습 가운데, 유지우가 벤치로 가서 유니폼 두 개를 들고 나오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응?”
사람들은 그게 뭔지 몰랐다.
하나, 유니폼이 펼쳐지자 이내 그가 무슨 생각으로 그것들을 가져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라이벌 디에고 로시.
아스날 동료 데릭 레드먼드.
유지우가 가져온 것은, 두 선수의 유니폼이었다.
그는 두 유니폼을 펼쳐서 양어깨에 두르고선 필드를 돌아다니며 팬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지우 선수-! 해낼 줄 알았어요!!”
“이 순간을 보게 해줘서 고마워!”
“넌 내 인생 최고의 영웅이야!”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줘서 고마워!!!”
관중들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들려오자 유지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응원해준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팬이었으니까.
– [많이 지쳐 보이지만, 그래도 팬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좀 보십시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유지우 선수는 여전히 자만하지 않습니다.]
모든 국민이 그 말에 동의했다.
자신의 연봉을 기부해 재단까지 설립해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선수.
그런 선수를 욕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 [여기까지 오는 데 힘들었을 겁니다. 우리가 모르는 문제도 있었을 거고 엄청난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겠죠.]
23세의 나이에 대표팀 주장이 되며 많은 짐을 지게 된 어린 캡틴.
누군가는 대학교에 다니면서.
누군가는 군대 생활을 하면서.
누군가는 사회초년생이 되며 이제 막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아가는 나이.
그 나이에 유지우는 나라를 짊어졌다.
– [대한민국 축구가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던 건 모두 이 선수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 [우리가 세계 무대에서 큰 꿈을 꿀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유지우 선수의 존재입니다.]
화면 속의 유지우를 보며 국민들은 자부심을 느꼈다.
세계 최고의 선수.
그 선수와 같은 나라라는 것이 그저 기뻤다.
광화문 광장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서는 해설위원의 말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고.
– [이제 곧 시상식이 시작되겠습니다!]
본 수상이 준비되기 시작했다.
* * *
관중석에서는 단 한 명도 이동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사이, 필드 위에는 시상대가 만들어졌다.
곧 FIFA 회장을 비롯해 월드컵 관련 인사들, 그리고 한국 대통령과 스페인 총리, 개최국의 호주 총리도 시상대에 자리를 잡았다.
– “영플레이어상.”
시상식의 제일 첫 순서는 만 23세 이하 선수 중,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선수에게 주는 상으로.
– “현오 강.”
대한민국 대표팀 막내 강현오가 수상했다.
만 21세의 수비수.
그가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수비력은 차세대 월드베스트 11에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것은 강현오 선수입니다-!] [강현오 선수가 받는 것에 의문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위기에서 팀을 구한 것이 많았으니까요.]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강현오는 처음에 당황했다.
본인이 수상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뭐 하고 있어? 얼른 올라가.”
“…제 이름 부른 거 맞죠?”
“맞으니까 가. 가서 당당하게 받고 와.”
선수들에게 축하받으며 시상대로 올라가 영 플레이어 트로피를 받았다.
이어서 계속 수상이 이어졌다.
최고의 골키퍼에게 주는 골든 글러브는 스페인의 다비드 바르트라에게 주어졌다.
– “골든 부츠.”
월드컵 최다 득점을 넣은 득점왕에게 주는 상으로.
– “지우 유.”
12골을 넣은 유지우에게 주어졌다.
[유지우 선수가 골든 부츠를 수상합니다!] [7경기에 12골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으니 당연합니다!]그렇게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유지우는 시상대로 올라가 FIFA 회장과 관련 인사와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누다가.
와락.
“당신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황정무와 포옹을 했다.
“감사합니다.”
트로피를 받아들고선 걸어가는데 월드컵 트로피가 빛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영롱한 빛에 유지우는 트로피에 손을 올려 쓰다듬었다.
– 와아아아아!!!
그의 손이 트로피에 닿자마자 신호탄이 된 듯 함성이 쏟아졌다.
유지우는 그렇게 시상대에서 내려갔다.
그리고 마지막 수상은 골든볼, 대회 MVP에게 주는 상이었다.
– “지우 유.”
그건 당연히 유지우에게 돌아갔다.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유지우는 동료 선수들의 축하를 받으며 걸어갔다.
[골든볼은 유지우 선수가 수상합니다!] [단일대회 12골 2어시스트! 정말 멋진 활약으로 대한민국을 우승까지 이끌었습니다!]그가 올라가서 대통령에게 축하받은 뒤, 트로피를 받고서.
번쩍.
골든볼을 들어 올리자.
– 와아아아!!!
한국 팬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나왔다.
골든 부츠와 골든볼.
두 개를 동시에 수상한 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연령대 월드컵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몇 번의 수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성인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가 이 같은 상을 수상하는 것은 본 적이 없었기에, 그들의 가슴은 터질 듯이 뛰었다.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서입니다!]잠시 후, 이제 마지막 수상만이 남아있었다.
우승 트로피 시상이었다.
먼저 호명된 것은 준우승한 스페인이었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양쪽으로 정렬해 가운데로 지나가는 길을 만들고선 그 길로 지나가는 스페인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줬다.
[준우승한 스페인이 먼저 시상대에 오르겠습니다!]스페인 선수들이 시상대에 올라가 준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단 한 명도 웃지 않았다.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시상대에서 내려왔고, 마지막에 내려오던 제라르 레오는 트로피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또 놓쳤구나.’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은 뒤, 트로피를 지나쳐 내려갔다.
그들에 이어서 이제 주인공이 올라갈 차례가 됐다.
[드디어 대한민국의 순서가 됐습니다! 늘 유럽과 남미 국가들이 우승하는 것만 봐왔는데 우리나라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말 눈물이 날 만큼 행복합니다!]스페인 선수들은 양쪽으로 늘어서서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호명되어 시상대로 올라가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지막 주인공은.
– “지우 유.”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장, 유지우였다.
그가 걸어가면서 아스날 동료들과 포옹을 나누는 장면은 또 다른 감동을 자아냈다.
그렇게 그는 시상대에 올라서서 대통령이 걸어주는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을 빛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통령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 뒤.
“유, 축하드립니다.”
개최국 호주 총리와 FIFA 회장이 나란히 건네주는 트로피를 받았다.
[지금 막! 우승 트로피가 대한민국의 주장 유지우 선수에게 전해집니다!]모두가 그 장면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
대한민국 선수가 드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
그저 상상 속에서만 이뤄졌던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얼마나 역사적인 순간입니까! 아시아 국가가! 그것도 우리 대한민국이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날이 오다니요!]유지우는 트로피를 들고서 선수단이 모인 곳으로 걸어갔다.
선수들은 잔뜩 흥분된 표정으로 유지우를 기다렸다.
그렇게 중앙으로 가서 선 유지우는 주변을 둘러보고선 트로피에.
쪽.
키스를 한 번 하곤.
번쩍.
가장 높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동시에 선수들도 무릎을 굽혔다가 쭉 펴면서 환호했다.
사방에서 폭죽이 터졌다.
퍼어어어엉!!!
준비된 폭죽이 터지는 것은 장관이었다.
어두운 밤하늘.
폭죽은 그 하늘을 밝히는 수많은 별이 되었다.
[2034년 호주 월드컵의 우승팀은 대한민국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스타디움을 울리는 커다란 함성.
대한민국이 월드컵 역사상 첫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아시아 국가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