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86)
필드의 외계인-386화(386/404)
제386화
영국에 입국할 때도 한국에서 출국할 때와 마찬가지로 유지우를 보기 위한 인파가 공항에 몰렸다.
【 유지우, 런던 히스로 공항을 통해 입국! 】
【 ‘월드컵 영웅’ 유지우, “새로운 시즌이 기대된다.” 】
【 아스날 팬 일동, “우리의 영웅이 돌아왔다!” 】
다행히도 아스날에서 보내준 경호팀 덕분에 별다른 일 없이 안전하게 집까지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틀의 휴가가 주어졌다.
시차 적응을 위해 구단에서 배려해준 거였다.
그렇게 이틀 동안 한국에서 가져온 짐을 정리하고 쉰 후.
유지우는 트레이닝 센터로 가 훈련에 참여했다.
“오오오!!! 월드컵 스타께서 오셨군요!”
동료 선수들은 훈련에 참여한 유지우를 보며 반가워했다.
“오랜만이야, 아드리안.”
“오랜만이긴 하지, 네가 우리를 월드컵에서 떨어트리고 난 다음이니까.”
“설마 뒤끝이 있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 난 처음 출전한 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라간 것만으로도 아주 기쁘거든! 사실…. 마틴은 네 욕을 좀 하긴 했어.”
꽁.
그때 아드리안 로마오의 머리 위로 주먹이 꽂혔다.
“이게 어디서 날조를 하고 있어.”
“아악!”
“네 돌대가리 때문에 내 손이 더 아파.”
마틴 그라임스와 아드리안 로마오는 아스날의 개와 고양이답게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본 훈련에 들어가기 전.
몸을 풀고 있자 속속들이 훈련장에 도착한 선수들이 유지우 근처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얘기하는 사이.
스윽.
앉아서 스트레칭하는 유지우의 어깨에 올라온 손 하나.
“우승 축하한다.”
데릭 레드먼드였다.
“고마워요, 데릭.”
데릭 레드먼드에게는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 월드컵이었다.
대회가 종료되면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으니까.
“국가대표 은퇴하신다면서요?”
“슬슬 물러날 때가 됐지. 언제까지고 국가대표에 있을 순 없잖아.”
데릭 레드먼드도 어느덧 은퇴를 바라볼 나이였다.
“그리고 클럽도 마찬가지고.”
“네?”
“놀란 표정 하지 마, 적어도 2년은 더 해 먹고 갈 거니까, 그리고….”
데릭 레드먼드는 뒷말을 삼켰다.
이곳에서 하기에는 이른 이야기.
‘내 뒤를 이을 주장은 네가 될 거다, 유.’
다음 세대를 이끌 주장으로 유지우를 생각하고 있다는 거였다.
사실 데릭 레드먼드 말고도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 주장은 유지우가 될 것이라는 걸.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유, 클럽을 넘어서 월드컵에서도 역사를 썼더군.”
폴 사르가 다가와선 유지우의 우승을 축하해줬다.
그는 유지우가 우승하자마자 그에게 가장 먼저 연락한 사람이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그 결승전을 못 본 것이 내 한이다. 최고의 결승전이었다던데.”
“다음에 보러 오시면 되죠.”
“하하, 그렇지! 너라면 또 올라갈 거니까 말이야.”
“그때는 한국이랑 잉글랜드가 결승에서 만나야죠.”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삐—익!
훈련 시간이 되자 폴 사르의 휘슬소리와 함께 훈련이 시작됐다.
“우선은 몸을 풀면서 천천히 전술을 맞춰보자!”
33-34시즌에 감독 커리어로서 믿기지 않는 성적을 거두며 최고의 명감독으로 불린 그였지만.
‘자만.’
이 글자는 사전에 없다는 듯이 그는 34-35시즌을 착실하게 준비했다.
선수들이 월드컵에 출전했을 때도 예선전만 관람한 뒤에 34-35시즌을 위해 전술 연구를 했을 정도였으니까.
뻐—엉!
선수들은 폴 사르의 지시대로 훈련에 몰두했다.
“풀백들! 움직임이 늦잖아!”
전술적인 움직임을 맞췄고 폴 사르가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좋아.’
크리스티안 페레스 – 유지우의 라인이었다.
에이스 듀오인 두 사람.
2034 호주 월드컵에서 최고의 스타로 자리 잡은 두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있자 코치진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유.”
“응?”
잠시 쉬는 시간.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쉬고 있는 유지우 옆으로 다가와 물을 마셨다.
“넌 월드컵 갔다 오고 나서 움직임이 더 좋아진 거 같다?”
“아무래도 경기 감각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거겠지.”
월드컵이 종료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경기 감각이 살아 있었다.
정상에 올랐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유지우를 보며,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번 시즌에는 어떤 걸 해볼까?”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물음에 유지우는 피식 웃으며 걸어 나갔다.
“저번 시즌보다 더한 걸 해야지.”
씩.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거론되고 있는 두 사람이었지만.
훗날 축구 역사상 가장 완벽한 듀오로 알려질 두 선수의 발걸음이 다시 한번 내디뎌졌다.
* * *
본격적인 시즌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아스날 선수들에게 한 가지 소식이 전해졌다.
【 아스날 선수단, 왕실 초청! 】
【 30년 만에 축구 구단에 열린 왕실의 문! 】
바로 영국 왕실의 초대였다.
“…믿기지 않네.”
살아생전, 선수로서 왕실에 초대받을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
그래서인지 선수들은 하나 같이 설레는 표정이었다.
“다들 준비는 끝났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왕실로 가는 날.
선수들은 구단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위해 구단 앞으로 모였다.
“네.”
폴 사르는 선수들을 살피던 중.
데릭 레드먼드를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데릭, 정장을 입은 모습을 보니… 적응이 안 되는군.”
가뜩이나 근육이 우락부락한 사람이 꽉 끼는 정장을 입으니, 어른이 어린애 옷 입은 것 같았다.
“…그래도 일주일 전에 구단 직원이 치수를 재고 만든 옷입니다.”
“그 사이에 근육량이 더 늘었다는 건가?”
“근육이 곧 힘 아니겠습니까.”
“그래, 계속해서 근육량을 키워보자고. 자자! 준비 끝났으면 버스에 타라! 10분 뒤에 출발한다!”
잠시 후, 선수들이 차에 올라탔고 선수단 대표인 단장도 같이 탄 채, 왕실로 출발했다.
.
.
.
왕실이 있는 버킹엄 궁전 입구에 도착하자 의전실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명단 확인을 할 테니, 양해해주십시오.”
왕실 출입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철저한 보완이 유지되는 곳이기에 당연한 절차였다.
그들은 만찬회에 참석할 선수 명단을 확인한 뒤.
“왕가에 어서 오십시오.”
커다란 정문을 열며 아스날 선수들을 맞이해줬다.
왕실의 문이 열리자 아름다운 풍경들이 두 눈을 사로잡았다.
“와.”
버킹엄 궁전 내부는 관광객들의 출입도 허락되는 곳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초청받아서 가는 경우는 달랐다.
관광객들이 출입하지 못하는 곳.
즉, 아스날 선수단은 왕가의 사람들이 지내는 곳까지 출입할 수 있는 혜택을 받은 거였다.
“자, 이제 내리자.”
버스가 멈추고 내리자 주변에 있던 궁전 직원들이 일제히 인사를 건네왔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허락된 궁전 기사가 카메라를 들고 그들의 모습을 찍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의전실을 책임지고 있는 멤 콜링우드입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50대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며 다가와 안내를 시작했다.
“이곳은….”
* * *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선수들이 간 곳은 알현실이었다.
그곳으로 가자 왕실 가족들이 전부 모여있었다.
총인원은 어린아이들을 포함해서 16명이었다.
“어서 오세요. 이렇게 북런던의 영웅들을 만나네요. 반갑습니다.”
인사말을 건넨 건 현 국왕인 찰리 6세였다.
중후한 인상에 인자한 미소.
영국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왕이라는 수식어답게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를 않았다.
“부족한 저희를 왕실에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말 큰 영광입니다.”
단장이 정중하게 감사함을 전했고 찰리 6세는 선수들에게 찾아가 일일이 악수를 하며 반겨줬다.
몇몇 선수들과 인사를 나눈 그는, 유지우와 악수하면서 웃음을 지었다.
“월드컵 잘 봤습니다. 한국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많은 사람에게 똑같은 축하 인사를 받았지만, 이번 축하 인사는 의미가 달랐다.
국가 원수들을 제외하고 일반인들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영국 국왕.
그에게 축하받는 아시아 선수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이렇게 국왕께 축하받을 수 있어 영광입니다.”
“8강에서 잉글랜드가 져서 아쉽긴 해도.”
그 말에 유지우는 흠칫 놀랐다.
“제가 좋아하는 유가 우승을 했다는 소식에 기쁘더라고요. 월드컵에서 보여준 열정은 우리 손주들이 보고 배울 만큼 훌륭했습니다.”
유지우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함을 표했다.
그렇게 국왕은 모든 선수와 악수를 한 뒤에 만찬장으로 출발했다.
의전실 직원이 안내에 따라 찰리 6세와 단장, 그리고 폴 사르 감독이 앞장서서 걸어갔다.
“와, 긴장된다.”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유지우에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도.”
“…넌 긴장이라는 건 안 하는 생물인 줄 알았어.”
평소에 유지우가 긴장한 티를 내지 않았기에 하는 농담이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공주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바로 왕가의 막내인 12세의 로즈 공주였다.
“우승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하하하, 공주님께 축하받으니까 더 기쁘네요.”
“정말요?”
“그럼요.”
“그러면 이따가 가실 때, 같이 사진 찍을 수 있을까요?”
“저야 영광이죠.”
로즈는 해맑게 웃으며 자기 어머니 품으로 도도 뛰어가 폭 안겼다.
그것을 보고 웃고 있자 리처드 왕세손이 다가왔다.
“로즈가 유의 열렬한 팬입니다.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저를 좋아해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전에 직관을 갔을 때, 주셨던 유니폼도 잘 때마다 끌어안고 자고 있습니다.”
로즈 공주는 유지우의 팬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예전에 아스날 vs 맨체스터 시티, 정상 대전에 직관을 왔을 당시에 유지우가 사인 유니폼을 선물로 주기도 했었다.
“제가 또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네? 어떤 걸…?”
“제 국가대표 유니폼입니다.”
“하하하하, 로즈의 애장품이 하나 더 늘어나겠군요.”
23세의 유지우.
22세의 리처드 왕세손.
어떻게 보면 또래인 두 사람은 그렇게 만찬장까지 이야기하며 걸어갔다.
리처드 왕세손도 아스날의 팬이라 유지우와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대화는 순조로웠다.
* * *
만찬장에 도착하자 영화에서나 볼법한 광경이 펼쳐졌다.
마치 마법 학교의 식당을 보는 듯 긴 테이블에 많은 의자가 있었고 음식들이 테이블 위에 세팅되기 시작했다.
스윽.
모든 준비가 끝나자 찰리 6세가 상석에서 일어나 와인잔을 들었다.
“원래 33-34시즌이 종료되고 초청하려고 했으나 월드컵이 있어서 이렇게 늦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리그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환상적이었습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주신 모습은 더욱 멋졌고요. 전 세계에 프리미어리그의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걸 증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 부디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짝짝짝짝짝.
그렇게 만찬이 시작됐다.
선수들은 음식들을 먹으며 왕족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에서도 유지우는 인기 만점이었다.
암흑기였던 아스날을 구해낸 영웅이자.
축구 약소국인 대한민국을 이끌고 월드컵에서 우승한 국가적 영웅이기에 당연한 관심이었다.
“유! 음식은 어때요?”
주변에 10대의 어린 왕자, 공주들이 모여서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냈다.
“아주 맛있습니다.”
“그렇죠? 이 스프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거예요! 여기에 부드러운 빵을 찍어서 먹으면 최고예요!”
“오, 공주님의 추천이니까 꼭 그렇게 먹어봐야겠네요.”
그런 유지우의 모습을 보는 선수들은 의외라는 듯이 쳐다봤다.
“…유가 저렇게 눈웃음도 짓는다고?”
유지우가 웃음이 많아지긴 했지만, 낯을 많이 가려 처음 보는 사람들을 어려워하는 건 여전했다.
그래서 저렇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웃는 것을 놀라면서 보고 있는데.
“유는 어린 애들한테는 친절하잖아.”
레이턴 버트란드의 말에 다들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유지우가 어린 팬들을 대하는 태도는 남달랐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는 어린 팬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언제나 진심으로 대했다.
‘저에게는 고작 3초의 시간이지만, 아이들에게는 평생의 추억이 될 수 있잖아요.’
그가 입에 달고 다니는 말.
그것을 떠올리자 선수들은 일제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말을 마음속에 새기며 유지우처럼 팬을 대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난 뒤에 만찬이 종료된 후.
“사진 촬영이 있겠습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선수들은 일제히 한 곳에 모였다.
많은 인원이 자리를 잡자 로즈 공주는 유지우가 있는 곳으로 쪼르르 다가왔다.
“…여기서 찍어도 되나요?”
귀여운 공주를 보자 다들 웃음이 나왔다.
유지우는 손을 내밀어 로즈 공주의 손을 잡았다.
“그럼요, 공주님.”
그렇게 로즈 공주는 유지우의 옆에서 서게 됐고.
찰칵.
왕가 식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일정이 마무리됐다.
단체 사진이 끝나고 개인 팬서비스가 이어졌다.
왕실 가족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았고 유지우도 사진 촬영과 사인을 해줬다.
그렇게 갈 시간이 되자 로즈 공주가 외쳤다.
“유! 이번 시즌도 우승해주실 거죠?”
로즈 공주의 물음에 유지우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우승할 겁니다. 그러니까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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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스날의 34-35시즌의 첫 경기.
UEFA 슈퍼컵.
그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