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91)
필드의 외계인-391화(391/404)
외전 2화
37-38시즌이 시작되며 아스날은 3연승을 이어갔다.
누구도 막지 못할 그들의 기세.
최고의 클럽이 어디냐고 물으면 모두가 아스날이라고 할 만큼, 그들의 경기력은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연승행진 속에도 약간의 불안함이 싹트고 있었다.
3 – 2.
2 – 1.
2 – 1.
그건 3경기 모두 실점을 했다는 점이었다.
【 무너지는 아스날의 수비. 】
3연승의 기쁨에 가려진 문제점이었다.
처음에는 별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어차피 축구는 이기기만 하면 되는 스포츠였으니까.
카를로스 로호 – 잔루카 안토니치 – 레이턴 버트란드 – 사울 키르키치.
트레블을 한 멤버 중, 은퇴한 데릭 레드먼드가 빠졌지만, 기존의 선수진들이 워낙 탄탄했기 때문에 팬들은 괜찮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4연승, 5연승을 하던 중.
6라운드에서 2 – 0으로 앞서다가 2 – 2로 따라잡히는 무승부를 거두자 다시 수비 문제가 불거졌다.
[이게 말이 돼? 다 이긴 경기를 뒤집힌다고?] [첼시가 잘한 것도 있지만, 아스날 수비가 쉽게 뚫린 것도 문제야.] [레이턴이 기예르모를 통제하지 못했어, 80분부터 90분까지 두 골을 먹혔잖아.] [대체 뭐가 문제지? 달라진 건 잔루카뿐인데.] [잔루카도 수비 안정감이 있고 태클 성공률도 높아, 난 전체적인 문제가 레이턴이라고 본다. 레이턴의 움직임이 요새 부쩍 무거워 보여.]36-37시즌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 갑자기 레이턴 버트란드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고 있었다.
며칠 후.
아스날 훈련장.
유지우는 본 훈련에 들어가기 전, 몸을 푸는 레이턴 버트란드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웬일로 혼자 몸을 풀고 있어?”
레이턴 버트란드는 항상 다른 선수들과 같이 다녔다.
극 외향적 성향.
그래서 구단에서 레이턴 버트란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그가 혼자 다닌다?
심리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냥.”
“그냥은 무슨, 너 요새 무슨 고민 있잖아.”
“괜찮아.”
“나한테는 말을 해도 돼, 이렇게 보여도 주장이니까.”
이제 주장 2년 차였지만, 유지우는 1년 차 때부터 확실한 주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주춤거리면 상담도 해주며 선수단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었다.
“…….”
그가 말을 하지 않아도 유지우는 왜 레이턴 버트란드가 흔들리는지 알고 있었다.
본인도 겪었던 일이었으니까.
“레이턴.”
“응?”
“네가 느끼는 감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어서 내가 해줄 말은 크게 없어. 돌려서 말하는 것도 내 스타일이 아니고.”
“잘 알지.”
유지우는 레이턴 버트란드를 바라봤다.
수비적인 재능은 데릭 레드먼드를 뛰어넘어 영국 최고가 될 선수.
그런데 저번 시즌이 끝나고, 이번 시즌부터 이상해졌다.
왜 그럴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렇게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부담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는 감정이 그를 사로잡은 거였다.
“넌 충분히 뛰어난 선수야. 그런데 정신적인 문제가 지금의 널 갉아먹고 있는 거지.”
“…….”
레이턴 버트란드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상하리만큼 판단이 흐려졌으니까.
지금도 그것을 가까스로 육체적인 능력으로 보완하는 중이었다.
“내가 해줄 말은 하나야.”
유지우는 일어나면서 레이턴 버트란드의 어깨를 짚었다.
“왜 굳이 남들의 시선을 신경 써? 남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마. 오로지 너를 위해서, 네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해.”
사람마다 보는 시선이 달랐다.
그런 시선 때문에 흔들릴 바에야 본인의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았다.
그것이 유지우가 부담감을 이겨내는 방법이었다.
그는 자신의 방법을 레이턴 버트란드에게 알려준 뒤, 유유히 자리를 떠났고.
“…잘하는 거라.”
레이턴 버트란드는 그 자리 그대로 남아 유지우가 한 말을 곱씹었다.
* * *
10라운드가 종료된 후.
찾아온 휴일.
유지우는 아버지의 레스토랑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오셨어요.”
직원의 안내를 받아 룸으로 들어온 사람은 데릭 레드먼드였다.
“네가 먼저 밥을 먹자고도 하고. 의외다?”
“언제는 먼저 연락 달라면서요.”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자리에 앉았다.
주문하니, 금방 음식들이 차려졌다.
“네가 그냥 보자고 했을 리는 없고.”
“…티 나요?”
“엄청나게.”
“후우.”
“주장 이야기는 전에 했으니까 아닐 거고, 네가 나를 찾아올 정도면…. 레이턴 문제군.”
“바로 아시네요.”
데릭 레드먼드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36-37시즌에는 문제점이 무패 트레블이라는 목표에 가려 잘 안 보였지만, 이제야 그것이 드러난 거였다.
“뭉쳐있던 게 폭발한 거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상상 이상으로 부담감이 큰 거야. 내가 은퇴하고 레이턴이 아스날의 수비를 책임지는 리더가 됐으니까.”
“…….”
“레이턴에게 향하는 부담감은 그동안 내가 있어서 분산됐거든. 근데 내가 은퇴했으니까 이제 그 부담감도 온전히 레이턴을 향할 테지.”
그 말대로였다.
36-37시즌도 무패 트레블을 하며 역사에 이름을 새긴 아스날이었지만.
레이턴 버트란드에게는 데릭 레드먼드가 없고 맞이한 첫 시즌이었다.
그제야 알게 된 거였다.
데릭 레드먼드가 아스날의 수비에서 차지하고 있던 존재감이 얼마나 커다랬는지.
“제가 몇 번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데릭이 잡아주면 더 좋을 거 같아서 만나자고 한 거예요.”
“은퇴한 늙은이를 부르다니.”
“…데릭의 몸을 보세요, 아직 현역으로 뛰어도 충분한데.”
데릭 레드먼드는 은퇴하고서도 꾸준히 운동하는 중이었다.
그의 몸은 현역 때와 비교해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래서 평소 레이턴은 어때?”
유지우는 평소 레이턴 버트란드를 본 이야기를 했다.
훈련하기 전 루틴이나.
식사할 때, 어떤 대화를 하는지.
이야기를 듣던 데릭 레드먼드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나 그럴 줄 알았어.”
“데릭의 뒤를 잇겠다고 데릭 세트도 잘 따라 했잖아요. 그런 데릭이 사라지니, 허전할 수밖에 없죠.”
“실력은 나보다 좋은 녀석이 왜 그런 거에 멘탈이 흔들리는지.”
“데릭이 한 번 가서 말 좀 해줘요.”
“알았다. 당장 내일 가야겠군.”
데릭 레드먼드는 라이센스도 있어서 조만간 아스날 2군 피지컬 코치로 합류 예정이었다.
그래서 구단에 출입하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너 시야가 넓어졌다? 경기장 안만 잘 살피는 게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 살피는 눈도 생겼네.”
필드 밖에서도 유지우는 착실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주장이니까요.”
유지우는 아스날의 주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최대한 하고자 노력했다.
그것을 본 데릭 레드먼드는 웃음을 지었다.
“너한테 주장 완장을 넘겨주길 잘했어.”
* * *
다음 날 아침.
훈련장에 모인 선수들.
훈련에 들어가기 위해 몸을 풀던 선수들은 누군가를 보고 반갑게 웃음을 지었다.
“오, 데릭이 왔어!”
“저 아저씨는 근육이 더 늘어났네.”
“은퇴하고서도 데릭 세트를 한다는 게 정말이었어?”
“피지컬은 진짜 축복받은 사람이라니까.”
데릭 레드먼드가 왔다는 소식에 레이턴 버트란드는 스트레칭을 하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달려갔다.
“데릭-!”
마치 주인을 만난 강아지처럼 간 레이턴 버트란드는.
꽁.
데릭 레드먼드에게 한 대 맞았다.
“에라이! 멍청아!”
“아악! 왜 때려요!”
맞았는데도 레이턴 버트란드는 웃음을 지었다.
이 손맛이 그리웠으니까.
“그따위로 경기할 거면 다 때려치워!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어?”
“아, 아니!”
“변명도 하지 마! 네가 흔들리면 아스날 수비가 다 흔들린다는 건 네가 제일 잘 알잖아!”
“…그건 그렇죠.”
꽁.
“아는 놈이 그래?”
꽁.
“한 대 더 맞아!”
“한 대가 아니라 벌써 세 대에요!”
꽁.
“그럼 네 대다 이 녀석아!”
레이턴 버트란드는 맞으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연신 웃었다.
최근에 표정이 안 좋은 것만 봤기에 선수들도 내심 레이턴 버트란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에 기뻐했다.
“따라 와!”
데릭 레드먼드는 레이턴 버트란드를 데리고 가 음료수통에서 음료수를 하나 꺼내 던져줬다.
“…왜 웃어?”
“훈련장에서 데릭을 보니까 뭔가 좋네요.”
“징그러우니까 떨어져!”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서 대화를 나눴다.
데릭 레드먼드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주위 선수들에게도 들릴 정도였다.
“왜 나처럼 하려고 해! 넌 너의 플레이가 있잖아! 네 플레이면 나보다 더 잘할 건데 왜!”
“……..”
“부담될 수밖에 없어, 지금부터 아스날의 수비라인을 이끌 리더는 너니까.”
데릭 레드먼드는 레이턴 버트란드의 어깨를 꽉 잡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그러니까 멍청한 생각은 하지 마. 네가 생각한 걸 믿고 나가. 유럽 내에서 너의 수비를 뚫을 공격수는 손에 꼽을 테니까.”
그 후에도 데릭 레드먼드는 레이턴 버트란드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다.
훈련이 끝날 때까지.
그리고 대화를 마친 레이턴 버트란드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또 멍청한 짓을 했다간 봐라, 네 대가 아니라 열 대는 맞을 줄 알아.”
* * *
데릭 레드먼드를 만난 뒤.
시작되는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그곳에서 레이턴 버트란드는.
“으아아아아!!!”
날개를 단 것처럼 날아다녔다.
몸이 가벼워 보였다.
그동안 그를 휘감았던 중압감은 사라진 듯이.
퍼—억!
[상대를 날려버리는 레이턴 버트란드-! 아스날의 새로운 장군이 돌아왔습니다!] [최근에 부쩍 자신감이 없어 보였는데요. 오늘은 데릭 레드먼드와 유럽을 제패했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그의 수비에 상대 공격수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다시금 보는 거미줄 같은 수비력.
레이턴 버트란드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그렇게만 해! 레이턴!”
유지우는 박수를 치며 레이턴 버트란드의 사기를 올려줬다.
그 덕분에 잔루카 안토니치도 살아나며 아스날의 수비가 더욱 견고해졌다.
“그동안 미안했어, 유.”
“뭐가?”
잠시 볼이 나간 사이, 레이턴 버트란드가 유지우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졌어.”
“…알았으면 앞으로 잘해.”
“예스, 캡틴-!”
그렇게 경기가 진행됐다.
불안했던 요소는 온데간데없이 아스날은 상대를 밀어붙였고.
삐—익!
71분.
아스날에게 코너킥 기회가 주어졌다.
스코어는 1- 0.
이기고 있지만, 한 골이 더 들어가면 확실한 승리를 챙길 수 있는 스코어.
키커의 자리에 선 유지우는 손을 들어 선수들과 사인을 맞췄다.
‘그렇지.’
예상대로 움직여주는 선수들.
뻐—엉!
그들을 보며 오른발로 올린 크로스.
스르르륵.
볼은 궤적이 부메랑처럼 꺾이며 바깥쪽에서 들어오는 선수를 겨냥했다.
“레이턴이다-!”
상대 선수가 달려오는 레이턴 버트란드를 보며 소리쳤다.
그런데 타이밍이 늦었다.
같이 점프를 뛰었지만, 달려오는 선수와 제자리에서 뛰는 선수의 높이는 차이가 났다.
‘아.’
상대 선수는 절망했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 더 뛴 선수를 보고서.
툭.
레이턴 버트란드는 수비를 찍어누르며 헤딩을 했고.
철렁.
그의 시즌 첫 골이 터졌다.
[레이턴 버트란드의 헤디이이이잉!!! 그대로 풀럼의 골망을 흔들며 격차를 벌립니다!] [부진을 날려버리고 돌아온 아스날의 새로운 장군! 그가 비상하기 시작합니다-!]세레머니를 하는 그에게 달려든 선수들.
아스날 점점 단단해졌고 관중석의 한편에선.
씩.
“그거지, 레이턴.”
데릭 레드먼드가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레이턴 버트란드의 수비에는 더는 빈틈이 없었으니까.
삐익-! 삐익-! 삐—익!
그로부터 20분 뒤.
종료 휘슬이 울렸다.
스코어는 2 – 0.
시즌을 시작하고 유일하게 무실점으로 마무리한 경기였다.
“거봐, 할 수 있잖아.”
유지우는 레이턴 버트란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활짝 웃었다.
“뭔가 데릭을 만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진 느낌이야.”
“넌 데릭에 대한 심적 의존도를 좀 덜 필요가 있어.”
“…너도 데릭이랑 똑같이 얘기하네.”
유지우는 웃음을 지으며 레이턴 버트란드의 등을 쳤다.
그 손끝은,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레이턴 버트란드는 그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고 이내 웃음을 지었다.
“데릭-!”
관중석에서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있는 데릭 레드먼드가 보였다.
자신의 멘토이자 롤모델.
그가 보이자 레이턴 버트란드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그 이후.
레이턴 버트란드는 아스날 수비진을 이끌며 무려 13경기 무실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우뚝 올라섰다.
* * *
그때를 떠올린 유지우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 후에 레이턴의 수비는 완전히 달라졌죠.”
그도 그럴 것이 레이턴 버트란드가 아스날의 수비의 중심이 되는 순간이었으니까.
“맞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때부터 아스날의 장군으로 불렸다고 하던데 맞나요?”
“네, 데릭의 뒤를 이어서 잘 지탱해줬죠.”
은퇴할 때까지 든든하게 뒤를 지켜준 선수.
레이턴 버트란드는 월드 베스트 11에 숱하게 뽑히며 유지우의 뒤를 지켜주는 수문장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
그 이후에 계속해서 질문이 나왔다.
오늘 촬영하는 게 2회분이었던 만큼, 촬영 시간은 평소 촬영보다 길었다.
“그리고 또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지우 씨가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했던 시즌인데요, 2038시즌이었죠?”
“네.”
“그때 수상자가 디에고 로시였고요. 지우 씨의 절친한 친구요.”
“맞습니다.”
“그때 두 분이 시상식 끝나고 만난 사진이 화제가 됐는데요. 어떤 대화를 나누셨나요?”
유지우가 수상하지 못했던 발롱도르는 디에고 로시의 품에 안겼다.
그 첫 번째가 2038 발롱도르 때였다.
‘세계 최고의 라이벌.’
이 수식어에 맞게 디에고 로시가 수상하고 둘이서 말을 나누던 장면.
그 당시 엄청난 화제였다.
“아, 그때는….”
유지우는 그때의 이야기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