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92)
필드의 외계인-392화(392/404)
외전 3화
때는 2038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발롱도르 시상식은 여느 때처럼 많은 사람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번에 유가 수상하면 6번째지?”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는 유지우였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
그가 수상해도 아무런 이견이 없을 정도로 유지우의 활약은 뛰어났다.
“와… 근데 이번에는 디에고 로시도 그에 못지않은걸.”
“디에고도 수상 후보지. 36-37시즌에 유를 제치고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했잖아.”
2038 발롱도르 실질적인 경쟁자는 유지우와 디에고 로시였다.
‘세계 최고의 라이벌.’
이 수식어에 어울리듯 두 선수의 경쟁은 모든 축구팬의 가슴을 떨리게 했다.
【 2038 발롱도르, 이번에는 유지우가 수상? 】
【 전문가 일동, “디에고 로시가 수상할 확률이 높다.” 】
【 아스날의 트레블을 끊은 맨체스터 시티, 이번에야말로 발롱도르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까. 】
디에고 로시가 유지우보다 유력한 후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 소속으로서, 아스날의 챔피언스리그 연패 행진을 끊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최종전에서 패배하며 리그 우승은 아쉽게 놓쳤지만, FA 컵도 우승하며 더블을 완성했다.
이에 더해 디에고 로시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유지우보다 한 골 앞선 18골로 득점왕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러니 디에고 로시의 팬들은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유지우의 발롱도르 독주를 이번에야 끊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으니까.
“아, 진짜 기대되네.”
“유가 수상하면 6번째 수상이 되는 거고, 디에고가 수상하면 첫 번째 수상이 되는 거니까.”
“디에고도 받을 때가 됐지.”
“물론, 라이벌이라면 엎치락뒤치락하는 관계성이 있어야 하잖아.”
원래라면 디에고 로시도 발롱도르 2개~3개는 거뜬히 수상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기록을 가진 선수였다.
그런데 그의 앞에 유지우가 존재하고 있어서 이것이 불가능했다.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네요.”
“이 정도면 주인공들이 도착한 거죠.”
시선을 돌리자 입구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
그는 유지우였다.
아내인 최다빈과 함께 온 그는 사람들과 인사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유! 오늘 시상식에 대해서 한 마디만 부탁드립니다!”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을 얼마나 보십니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유지우는 들어가기 전, 멈추어 서서 대답했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누가 수상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어느 누가 수상한다고 하더라도 진심으로 축하해줄 생각입니다.”
유지우다운 성숙한 인터뷰.
그렇게 대답한 뒤에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 * *
발롱도르 시상식장 안은 여러 축구인이 모였다.
‘별들의 모임.’
이런 소리가 나올 만큼 각 리그에서 최고의 스타들이 자리를 채웠다.
그 가운데 세계 최고에 오른 유지우는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유유히 자리로 갔다.
“왔어?”
“오랜만이에요.”
“이번에도 수상 유력하던데?”
그에게 말을 건 건 제라르 레오였다.
다음 시즌 은퇴를 앞둔 그는 여전한 기량을 보여주며 레알 마드리드를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보팀으로 이끌고 있었다.
“저보다는 디에고가 유력하죠.”
“…넌 보면 욕심이 없어 보인다?”
“없다면 거짓말이죠. 집착을 안 할 뿐이에요.”
이 말처럼 유지우는 상에 대한 집착이 없었다.
아무리 기록을 세우더라도 유지우는 그저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것에 의미를 뒀다.
최선을 다하면 기록이나 상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했으니까.
“어때? 내 뒤를 이어 마드리드를 이끌 생각은?”
“…또 그 소리예요? 전 아스날이 있어요.”
“쳇.”
“포기해요. 이번 삶에서는 인연이 없을 거예요.”
제라르 레오는 유지우를 만날 때마다 꼬드기는 말을 했다.
물론 안 넘어올 것이라는 걸 알고 하는 거라 진담보다는 농담에 가까웠다.
곧이어 속속들이 사람들이 도착해 자리를 채웠다.
“곧 시상식이 시작될 예정이니, 자리에 앉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말을 시작으로 시상식이 진행됐다.
.
.
.
시상식이 한창 진행된 끝에.
여러 부문의 수상자들이 발표되었고, 이제 시상식은 하이라이트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발롱도르.’
시상 시간이 되자 사람들은 눈을 빛냈다.
곧이어 후보 3인의 얼굴이 대형 화면에 띄워졌다.
유지우.
디에고 로시.
기예르모 다린.
프리미어리그를 뜨겁게 달구는 3인의 모습에 시상식장 안에 모인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프리미어리그가 강세긴 하군. 세 명의 후보를 꾸준히 배출하다니.”
세 선수의 경쟁은 4년 전부터 계속되는 중이었다.
“36-37시즌, 유가 챔피언스리그 우승, 디에고가 준우승, 기예르모 다린이 4강에서 탈락했잖아요.”
“그리고 득점도 47골의 유, 45골의 디에고, 41골의 기예르모…. 세 명이 40득점을 넘겼지.”
“그게 말이 되는 겁니까? 30골만 넣어도 최고인 세상에서 시즌 평균 40골….”
세 선수는 현재 축구계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들이었다.
물론 유지우와 디에고 로시에 비해 기예르모 다린은 3인자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세 선수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한편, 세 선수는 사람들이 무어라 이야기하든 간에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랜 우정을 유지해왔던 만큼, 그들은 다른 이들이 무어라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그들은 필드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남은 건 여유롭게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조만간 디에고도 결혼하면 이제 우리 중에 혼자 사는 사람은 없어지는 거네.”
“그래, 내가 백 번도 넘게 말했지만… 7월에 하니까 너희 모두 와야 해.”
“아내랑 같이 갈게.”
“좋았어. 나중에 우리 셋이서 가족 여행도 가자!”
유지우와 기예르모 다린은 결혼을 했고 이제 디에고 로시만 결혼을 남겨놓고 있었다.
“비시즌 기간에 맞춰서 놀러 가면 되겠네.”
“당장 이번 시즌은 그렇고… 다음 시즌부터?”
세 선수의 대화는 최고의 상을 겨루는 경쟁자들 간의 대화처럼 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이 같은 친분이야말로 그들의 우정이 흔들리지 않는 비결일지도 몰랐다.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시상자가 올라왔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끝에 수상자를 발표했다.
“2038 발롱도르! 축하합니다! 디에고 로시!”
* * *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디에고 로시의 눈은 커졌다.
‘내가… 드디어.’
발롱도르는 그의 오랜 꿈이었다.
축구선수가 될 때부터 그것을 받는 것을 꿈꿨다.
마침내 그것이 눈 앞에 펼쳐지자 그는 자리에서 절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축하해, 디에고.”
디에고 로시는 기예르모 다린과 포옹하고 유지우를 봤다.
“네가 받을 줄 알았어.”
본인이 가장 아쉽겠지만,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유지우를 보자 가슴이 벅찼다.
디에고 로시는 먼저 그에게 손을 뻗어 안아줬다.
“고마워, 유.”
“얼른 올라가기나 해.”
유지우는 그의 등을 밀어 단상 위로 보내줬다.
그리고 그를 향해.
짝짝짝짝.
박수를 보내줬다.
그 박수는 점점 퍼져 어느덧 시상식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치고 있었다.
디에고 로시는 그 길을 걸어 단상 위로 올라가 발롱도르를 손에 넣었다.
그리곤 마이크 앞에 서서 소감을 말했다.
“저는 축구선수라는 꿈을 꿀 때부터 이 상을 받는 것을 매일 꿈꿨습니다. 제 우상인 리오넬 메시의 뒤를 따라가고 싶었거든요.”
그의 소감이 시작되자 모두가 조용히 경청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제 앞에 저보다 배는 노력하는 괴물이 있어서 번번이 꿈을 놓쳤으니까요.”
디에고 로시의 시선이 유지우를 향했다.
취재진의 카메라도 일제히 그를 향했다.
“저를 이 자리에 올려준 건 라이벌이자 친구 덕분입니다. 그가 있기에 노력할 수 있었고, 그가 있기에 더욱 높이 올라가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카메라는 유지우의 모습을 담았다.
“저는 이게 처음이 아닌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앞으로 더 노력해 다음에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정말 꿈만 같은 날입니다!”
모두가 박수를 치며 발롱도르를 수상한 디에고 로시를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
.
.
시상식이 끝난 뒤.
유지우.
디에고 로시.
기예르모 다린.
3인방은 나가지 않고 남아서 대화를 나눴다.
“야, 야, 바로 찍어.”
그걸 본 취재진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비록 멀어서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지만, 세 사람이 있는 모습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불러올 것이 확실해 보였다.
“드디어 너를 한 걸음 쫓아간 느낌이야.”
“이러다가 남은 발롱도르 다 너한테 빼앗기겠다.”
“다음에는 내가 가져갈 거니까 긴장하는 게 좋을 거다.”
세 선수는 웃으면서 시상식장을 나갔다.
그리고 헤어지기 전.
디에고 로시는 유지우에게 다가와 포옹을 했다.
“유.”
“응?”
“네가 내 라이벌이라서 정말 좋아.”
디에고 로시는 슬럼프에 빠질 새도 없었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라이벌인 유지우를 쫓아가려면 1분 1초도 그냥 보내선 안 됐으니까.
그 덕분에 그는 맨체스터 시티에서 유지우처럼 훈련 괴물로 불렸다.
그런 노력이 합쳐져 오늘의 결과가 있을 수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디에고.”
그 생각을 하는 건 유지우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경쟁자가 없었다면 유지우도 금방 지쳤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뒤를 바짝 쫓아오는 디에고 로시라는 존재.
조금만 삐끗해도 밀릴 것 같다는 생각에 유지우 역시 더 노력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를 주는 두 사람은.
“기대해, 다음에는 리그 우승까지 해서 트레블을 할 거니까.”
“쉽지 않을걸.”
“쉽지 않으니까 재미있는 거 아니겠어?”
“그렇긴 하지.”
사이좋게 발롱도르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며, 많은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 * *
“…이상입니다.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이야기를 끝내자 MC 유호는 웃으며 말했다.
“두 분의 우정이 정말 아름답네요.”
“기예르모를 빼면 서운해할걸요?”
“제가 실수를 했네요. 하하하하!”
웃으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촬영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유호는 시청자 게시판에서 가장 비율이 많은 질문 하나를 했다.
“사람들이 지우 씨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이름이 디에고 로시이기도 하지만, 크리스티안 페레스도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유지우와 함께 세계 최고의 듀오로 불리며 아스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
그는 지금 스페인 국가대표 코치로서 제2의 인생을 사는 중이었다.
“크리스티안은 제 인생의 동반자 같은 사람이죠.”
“아내보다요?”
“하하, 아내보다는 살짝 부족하죠.”
“애처가다운 말씀이시네요.”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
세계 최고 듀오라 불리는 두 선수는 엄청난 업적을 세웠다.
아스날에서는 나란히 두 선수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는 여론까지 나올 정도였으니까.
“크리스티안 페레스 선수는 지우 씨에게 특별한 존재죠?”
“엄청나게요, 다른 선수들 모두 특별하지만, 크리스티안이랑은 아내들이 질투할 정도로 붙어 다녔으니까요.”
아스날에서 함께 한 첫 시즌부터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은퇴한 시즌까지.
두 선수는 거의 매일 붙어 다녔다.
오죽하면 두 선수의 아내들이.
‘걔네는 우리랑 결혼한 게 아니라 둘이 결혼한 거 같아요.’
이런 우스갯소리를 했었다.
“그런 크리스티안 페레스 선수가 부상을 당했었잖아요.”
“아.”
유지우는 그때가 떠올랐는지 탄식을 내뱉었다.
“…아, 혹시 불편한 얘기였을까요?”
“아닙니다.”
“그 당시 피부 이식까지 할 정도로 크게 다쳤는데 크리스티안 페레스 선수가 1년 만에 복귀하며 지우 씨에게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어떤 대화를 나누신 건가요?”
정확히 38-39시즌.
아스날이 트레블을 노리던 중요한 시기.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상대의 살인 태클에 걸려 아킬레스건을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시즌 아웃.’
‘수술 결정.’
그때를 떠올리며.
“클럽 전체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했죠.”
유지우는 회상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