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94)
필드의 외계인-394화(394/404)
외전 5화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빠진 자리는 다니 아라우호가 채웠다.
유지우와 더불어 다니 아라우호가 워낙 훌륭히 활약해준 덕분에 아스날의 상승세가 꺾이는 일은 없었다.
【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빠진 상황에서도 연승을 이어가는 아스날! 】
【 리그 무패 행진의 아스날! 다시 무패 우승의 기적을! 】
【 유지우,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회복해서 복귀하길 기다리고 있다.” 】
병원 병실 안.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병실 침대에 앉아 아스날의 경기를 보고 있었다.
– [유의 패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를 뚫어냅니다! 그리고 아드리안 로마오-!]
유지우의 낮고 빠른 스루패스가 수비수의 다리 사이를 지나 전방으로 빠져나갔다.
아드리안 로마오는 환상적인 라인 브레이킹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어놓은 뒤.
원터치로 툭 찍어 슈팅을 찼다. 볼은 달려 나오던 골키퍼의 머리 위로 지나갔다.
철렁.
그리고 흔들리는 골망.
– 와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이 기뻐하는 소리가 TV를 통해 생생히 전달됐다.
[아스날 2 – 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팀이 이겨 기쁜 마음이 컸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그건 자신이 저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기에 생긴 마음이었다.
삐익-! 삐익-! 삐—익!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경기가 승리로 끝나자 TV를 껐다.
끄고서 멍하니 창밖을 보는데 해가 지며 노을이 펼쳐지고 있었다.
“못 뛰는 게 아쉽지?”
아내인 나탈리아의 말에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창밖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뛰고 싶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필드에서 동료들에게 패스를 주고 싶었다.
그런데 마음이 된다고 몸까지 되는 건 아니었다.
휠체어 신세인 자신이 뛸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래도 지금은 쉬어야 할 때야, 당장 이틀 뒤에 수술해야 하잖아.”
“그렇지.”
“…밥부터 먹자.”
나탈리아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보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얼마 전에 정밀 검사를 하고 난 뒤에 의사가 한 말 때문이었다.
‘축구를 할 수 있을지가 아니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수 있을지에 집중해야 할 겁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선수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그걸 크리스티안 페레스도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심각한 부상.
단순한 골절이 아닌 근육이 찢겨나가고 피부까지 이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시 필드에 설 수 있을까.”
그의 눈가에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묻어 있었다.
* * *
수술 전날.
저녁 8시가 넘은 시간.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병실에 늦게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바로 유지우와 아내 최다빈이었다.
“왔어?”
“내가 좀 늦었지?”
“네가 바쁜 건 알고 있어, 오늘도 광고 촬영 있어서 늦은 거잖아.”
“이해해줘서 고마워.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네가 여기 있어봐라, 빠질 수밖에 없어.”
두 사람은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워낙 절친한 두 사람이었기에 사소한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유지우를 보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수술 걱정되지?”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래도 마음이라도 편안하게 해야지. 나탈리아가 얼마나 걱정이 많겠어.”
“…늘 미안하지.”
“누나. 나탈리아랑 나가서 커피라도 한잔하고 올래?”
최다빈은 나탈리아와 함께 나갔다.
병실 안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
세계 최고의 듀오.
현존 축구계에서 가장 뜨거운 두 사람이었다.
“수술 내일이라며?”
“후우, 피부 이식도 해야 한다고 하더라.”
“심하게 다쳤으니까.”
“그 개자식은 다음에 만나면 죽여버릴 거야.”
크리스티안 페레스를 이렇게 만든 줄리오 지로티는 6개월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에 벌금 5만 유로(7,100만 원)를 내야 했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라는 뜻이었다.
“그런 생각도 다 낫고서 해.”
“유, 내가 다시 필드로 돌아갈 수 있을까?”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몸 상태는 유지우도 잘 알고 있었다.
단 1%라도 축구선수로 복귀할 수 없는 가능성이 있었으니, 그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았다.
“돌아와야지.”
유지우는 진심을 담아 말을 꺼냈다.
“네가 없으면 나한테 패스는 누가 넣어주냐?”
“다니도 잘해주잖아.”
다니 아라우호는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부상이 당한 뒤.
2경기에 출장해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온 기회를 착실하게 살리는 중이었다.
“물론 잘하지, 다니의 실력은 너도 잘 알다시피 뛰어나니까.”
“…….”
그도 알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없었다면 주전 자리는 다니 아라우호의 차지라는 걸.
“그래도 난 네가 필요해, 크리스.”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유지우의 눈빛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 자리는 항상 네 자리야, 크리스티안. 그러니까 불안해하지 말고 치료에 집중해.”
“…….”
그 말을 듣자 마음속에 있던 불안감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낮에 온 폴 사르가 ‘내가 있는 아스날의 7번은 너뿐이야.’ 이 말을 했을 때도 씻기지 않는 불안함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인정하는 유일한 라이벌이 이 같은 말을 해주니 그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번진 건, 그 순간이었다.
“…고마워, 유.”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료의 말에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다음 날.
【 크리스티안 페레스, 수술 성공적! 】
수술이 성공적이라는 소식이 보도됐다.
* * *
수술에 성공한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경과를 지켜본 뒤.
며칠이 지나고 나서 재활에 들어갔다.
【 크리스티안 페레스, 재활 시작! 】
이 소식은 아스날 팬과 스페인 팬들에게 좋은 소식이었다.
[크리스티안, 너는 반드시 돌아올 수 있어. 너를 위해서 매일 기도할게.]동시에 크리스티안 페레스 SNS에 글을 남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복귀할 가능성이 20% 미만이라고 들었어, 하지만 아스날에서 기적을 만들어낸 크리스티안 페레스라면 기적을 만들 거라고 믿어.] [아스날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이었습니다, 크리스티안. 당신이 복귀하는 날만을 기다리겠습니다.]팬들의 응원 속.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재활을 이어갔다.
한 달.
두 달.
아스날은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리그 1위, 컵 대회 4강에 진출했다.
그 화려함 뒤에서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묵묵히 땀을 흘렸다.
‘다시 필드에 서고 싶어.’
재활하는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한 경기라도.
10분이라도.
그는 필드에 서기를 간절히 원하며 재활에 매진했다.
뚝.
뚝.
바닥에 흘리는 땀의 양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수치가 빠르게 돌아오고 있군요.”
그는 매주 정밀 검사를 받았다.
아스날 역시 분석팀을 보내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몸 상태를 꾸준히 체크했다.
“의사 선생님도 회복세가 빠르다고 놀랐습니다.”
“그렇지, 다시 축구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으니까.”
“이대로면.”
“빠르면 1년, 늦어도 2년이면 복귀할 수 있을 거야.”
“…근데 복귀하면 기량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까요?”
이것이 큰 문제였다.
큰 부상을 당하고 나면 기량이 저하되는 선수들이 많았으니까.
크리스티안 페레스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건 더 지켜봐야지.”
확답을 할 수는 없었다.
부상 후, 기량 저하는 대부분 부상 선수가 겪는 증상이었으니까.
.
.
.
1년 후.
아스날이 38-39시즌 트레블을 만들며 세계 최고의 구단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때.
【 크리스티안 페레스, 긴 재활 끝에 복귀 확정! 】
【 아스날 측, “빠르게 회복 중.” 】
【 크리스티안 페레스, 39-40시즌 후반기에 복귀한다. 】
【 리그 22라운드로 정해진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복귀! 돌아온 아스날의 패스 마스터! 】
드디어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아스날 팬들은 열광했다.
모든 시선은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아스날 vs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경기가 진행될 애슈버턴 그로브로 향했다.
* * *
39-40시즌 1월.
1년의 치료를 끝내고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복귀 날이 밝아왔다.
애슈버턴 그로브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관중석이 가득 찼다.
취재진도 카메라를 설치하며 대화를 나눴다.
“오늘이군. 아스날의 에이스 듀오가 만나는 날이.”
“내심 걱정도 돼.”
“어떤 부분이?”
“기량이 과연 부상 당하기 전과 마찬가지일까?”
이러한 고민은 모두가 하는 부분이었다.
부상당하기 전.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스페인 국가대표 주장도 되며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런 선수가 심한 부상을 당한 뒤, 복귀한다고 하자 기량이 여전할까에 대해 의문을 품는 팬들이 있었다.
“그건 이제 크리스티안이 증명을 할 부분이지.”
그 시각.
아스날의 라커룸에서는 경기 준비에 한창이었다.
워밍업을 마치고 들어온 선수들은 장비를 체크했다.
폴 사르는 전술을 설명했다.
그는 전술 설명을 마치고 크리스티안 페레스를 바라봤다.
“선발이 아니라서 실망했나?”
“아닙니다.”
“후반 교체로 출전할 거니까 몸 잘 풀고 있어.”
“네!”
부상 후, 첫 경기라 폴 사르는 풀타임이 아닌 교체로 복귀를 시켜주려고 했다.
그것이 몸에 부담이 덜 가는 방법이니까.
.
.
.
전반전이 3 – 0으로 끝난 뒤.
후반전이 시작됐다.
55분.
60분.
시간이 되자 폴 사르는 몸을 푸는 선수들 쪽을 보곤 손짓했다.
그러자 코치가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다가갔다.
“크리스, 가자.”
드디어 그의 복귀 시간이 된 것이었다.
– 와아아아!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걸어가서 폴 사르와 라인에 서자 그것을 본 팬들은 환호했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고!”
“돌아온 걸 환영해! 크리스-!”
아스날 팬들은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서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에이스 듀오.’
유지우와 영혼의 파트너라고 불리는 그가 돌아오자 흥분을 감추기 어려웠다.
“연습한 대로만 해, 사람들이 네 기량 저하를 걱정하고 있는데, 그게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걸 보여줘.”
“네.”
“좋아! 자신감 가지고! 1년 만에 돌아온 필드에서 그동안 참고 있던 걸 터트리고 와!”
삐—익!
그렇게 다니 아라우호가 빠지고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 와아아아아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복귀전을 갖습니다!] [아스날의 패스 마스터이자 유지우 선수와 에이스 듀오라고 불리는 선수! 부상 후, 첫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심호흡하며 필드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경기가 진행되기 전.
“긴장돼?”
유지우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조금은?”
“그동안 노력했잖아, 자신감 가지고 뛰어.”
재활을 마치고 훈련에 복귀했을 때, 모두의 걱정을 없앨 만큼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그것을 필드에서 보여줄 때였다.
“맡겨줘.”
그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 유지우는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자!!! 천천히 한 골 더 가자-!”
유지우는 주장답게 선수들의 사기를 올린 뒤,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경기 분위기는 아스날로 넘어온 상황.
그 상황에서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천천히 경기에 적응해갔다.
툭.
툭.
툭.
가볍게 패스를 돌리며 감각을 올리고.
퍼—억!
상대의 몸싸움을 버텨내며 주위를 살폈다.
그의 시야는 필드 전체를 내려다보듯 넓었다.
공격진의 움직임.
그리고 유지우가 움직이는 것을 보자마자.
“마테오-!”
마크하던 선수를 따돌리며 비어있는 곳으로 달려가 손짓했다.
그러자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패스가 발아래로 정확히 들어왔다.
타다다다닷.
압박이 오기 전.
뻐—엉!
그의 발끝에서 나온 패스는 전과 다를 것 없이 치명적이고 아름다웠다.
상대 수비진을 지나 침투하는 유지우의 발아래 정확하게 안착한 패스.
씩.
유지우는 그 패스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패스.
그리고 보폭에 맞게 들어오는 마법 같은 패스.
이 패스는 크리스티안 페레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기였다.
유지우가 할 일은 완벽한 패스를 원터치로 돌려놓으며 상대의 골망을 흔드는 일뿐이었다.
– 와아아아아아!!!
[완벽하게 부활한 크리스티안 페레스-! 아스날의 패스 마스터가 돌아왔습니다!] [이 두 선수가 골을 만들어내는 그림을 얼마나 기다렸습니까! 아스날의 에이스 듀오가 화려하게 부활합니다-!!!]두 선수는 나란히 어깨동무하며 카메라 앞으로 다가가 포효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듀오의 모습에 아스날 관중들은 폭발적인 함성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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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나고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믹스트 존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부분 부상 관련된 얘기였다.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침착하게 대답해줬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은 어떤 건가요?”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먼저 아내에게 가장 고맙죠, 힘들었을 텐데 싫은 소리 없이 늘 제 옆을 지켜주니까요. 그리고 주변 동료들의 말이 큰 힘이 됐습니다. 그중에서도 제 불안함을 날려준 감독님과 유, 두 사람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완벽하게 부활한 후.
그에게 여러 곳에서 이적 제의가 오기도 했지만.
< 난 아스날에서 유와 뛰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 >
이 말을 하며 모든 이적 제의를 거절해 훗날 유지우와 최고의 에이스 듀오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