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96)
필드의 외계인-396화(396/404)
외전 7화
촬영을 마치고 2주 후.
유지우의 방송은 전국에 송출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은퇴하고 1년 만에 공식 석상에 나온 첫 자리인 만큼 국민들은 빠짐없이 방송을 찾아봤고.
42%.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했다.
– 갓지우 ㅠㅠㅠㅠㅠ 오랜만에 보니까 왜 이렇게 반갑냐.
채팅창은 방송을 보는 사람들로 순식간에 채워졌다.
한 명 한 명이 유지우를 잊지 못하고 있었기에 화력이 엄청났다.
–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아서 다행이다.
– 국가대표는 갓현오 고군분투하고 있어요 ㅠㅠㅠ 행님!!!
– 형님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큽니다 ㅠㅠㅠ 우리 현우가 잘해주고 있긴 해도….
– 요새 국가대표 애들 보여주기식이 너무 심해.
– 투지가 없더라 다 설렁설렁하려고 하고.
– 갓지우가 심어놓은 정신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짐.
– 그거 지키는 선수들이 지금 고참들 밖에 없어. 후배들은 대충하려는 마인드가 심해.
– 국가대표로 다시 돌아와달라는 말도 못 하겠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무릎 시술한다잖아.
– 현역일 때 그만큼 뛰었으니까.
– 국가대표 최다 출장에 아스날 최다 출장 기록… 이건 ㅇㅈ이지.
그의 몸 상태가 어떤지 말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안쓰러운 시선을 보냈다.
‘국가적 영웅.’
단순한 축구선수 그 이상의 존재.
그가 국가를 위해 얼마나 몸을 갈아 넣으며 헌신했는지 알기에 국민들은 울컥했다.
– 누구에게나 있는 까도 없는 유일한 선수잖아.
그다음은 유지우와 아스날 선수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 그 시절 아스날 선수들은 진짜 레전드들이지.
– 유럽 축구계를 제패했지.
– 팀의 합이 최고였어, 괜히 아스날 팬들이 역대급 팀이라고 부른 게 아니야.
– ㅇㅇ 월드클래스 모임이었어.
– 크리스티안이랑 아직도 만나는 건 알았지만, 저렇게 가까운 줄은 몰랐다.
– ㅠㅠㅠㅠ 두 사람 우정 영원하세요!
그리고 유지우의 자녀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운동을 시킬 것인지.
아니면 안 시킬 것인지.
국민들의 관심사이기도 했다.
곧이어 유지우의 대답이 나오자 국민들은 내심 안도했다.
– 갓지우의 아들이 축구선수로 뛴다면 ㄹㅈㄷ
– 데뷔하자마자 황태자 되는 거지 ㅋㅋㅋㅋㅋㅋ
– 그런데 부담감이 엄청날 듯.
– 유지우 아들이 축구선수? 그 순간 전 세계 모든 이목이 집중될 거임 ㄹㅇ.
–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유지우의 자녀들.
그냥 태어났을 때도 온 세상 사람들의 환호를 받고 태어난 존재들이었다.
‘유지우.’
이 이름이 그만큼 위상이 높았으니까.
그런데 그 자녀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축구선수가 된다?
그건 그야말로 온 세상의 시선을 받는다는 의미였다.
– 뭐가 됐던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음.
그렇게 방송은 거의 끝나갔고 마지막에 유지우가 제2의 삶을 어떤 식으로 살 것인지 말하자.
– 지도자? 진짜?
모두가 놀랐다.
– 최고의 축구선수가 지도자가 된다? 이건 못 참지 ㄹㅇ
– 씁… 축구 잘하는 선수들이 코치가 되면 못하는 징스크는 예전부터 있었는데.
– 아직도 갓지우를 의심해?
–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유지우는 다를 듯 ㅇㅇ 아스날 고참 시절부터 어린 선수들은 다 유지우가 가르쳤다고 하잖아.
– 국가대표 코치부터 시작하려나?
– 아니면 K리그 코치일 수도?
– ㅋㅋㅋㅋㅋㅋ 유지우가 국내에 있을 레벨이냐? 라이센스도 있으니까 해외로 나가겠지.
– 나도 윗댓처럼 생각함, 유지우 이름값만으로도 데려가려는 클럽 줄 설걸?
사람들은 여러 말을 이어갔고 방송은 그렇게 끝이 났다.
* * *
며칠 후, 진천 선수촌.
2048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인 선수들이 모여있는 곳.
그곳 주차장에 차 한 대가 도착했다.
유지우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여기에 엄마가 있는 거예요?”
목마에 태운 딸이 묻자 유지우는 웃으며 대답했다.
“엄마 보러 갈까?”
“네!”
그때, 누군가가 유지우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아이고,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수촌장 장필중입니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선수촌장 장필중은 빠른 걸음으로 와 유지우에게 인사를 했다.
“아닙니다.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드립니다. 아무쪼록 다빈 누나 좀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하, 워낙 똑 부러지는 분이라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아야죠.”
선수촌장은 유지우의 가족들을 웃으며 맞이해줬다.
“먼저 펜싱팀부터 가실래요?”
“네.”
유지우 가족은 선수촌장의 안내를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
선수촌 내부는 최신 설비를 갖춘 장비들이 많았고, 전체적으로 깔끔한 분위기였다.
“굉장히 좋은 시설이네요.”
“해외에서 최고의 설비를 봐왔던 유지우 선수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기쁘네요.”
주변을 돌아다니던 선수들은 유지우를 보고 웅성거렸다.
“저기 유지우 선수님 맞지?”
“와… 온다는 소식이 정말이었어?”
“그냥 걷기만 해도 후광이 난다는 전설이 있던데 그게 사실이었어.”
“살면서 꼭 한번 만나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었는데 이렇게 보네.”
운동 선수들에게 있어 유지우는 종목의 영역을 뛰어넘어 존경을 부르는 선수였다.
유지우가 왔다는 소문이 서서히 퍼지자, 그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늘어났다.
덕분에 펜싱 대표팀이 훈련하는 곳은 금세 사람이 몰렸다.
유지우는 훈련장에 들어가기 전, 유리창 너머로 안을 살짝 구경했다.
그곳에서는 최다빈이 여자 대표팀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무릎 더 구부려! 발 간격은 좁히고!”
“네!”
“단아! 몸이 너무 앞으로 나오잖아! 균형을 잡고! 타이밍을 확실하게!”
집에서 최다빈과 일터에서의 최다빈은 확연히 달랐다.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
딱 이 단어가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아이들도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
“크흠.”
선수촌장이 들어가며 헛기침을 하자 대표팀 선수들이 일제히 쳐다봤다.
최다빈 역시 화들짝 놀랐다.
“…한 시간 뒤에 온다고 하지 않았어?”
“서프라이즈.”
유지우가 웃으며 말하자 최다빈은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환호가 나왔다.
“…최 코치님이 저렇게 웃으실 줄도 아셨어?”
“우리 앞에서는 잘 웃지 않으셨잖아.”
평소 최다빈은 선수들 사이에서 악마 코치로 불렸다.
그만큼 카리스마가 엄청났다.
그런데 가족들을 대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엄마의 모습 그 자체였다.
“곧 점심시간인데 밥 먹을 거지?”
“그래야지.”
곧 점심시간이 되자 그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식당으로 갔다.
선수촌 식당은 한식부터 여러 나라의 음식이 준비되어 뷔페식으로 취향에 맞게 덜어 먹게 구조였다.
“현수는 어떤 거 먹을래?”
유지우 부부는 아이들을 먼저 챙겼다.
“이거랑 이거요! 그리고 저것도요!”
부부가 워낙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덕에 아이들이 가리는 음식은 없었다.
“자, 먹자!”
그들은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어때? 선수촌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좋아, 아직 많이 돌아본 건 아니지만.”
“너도 코치직 수행해야 하니까 잘 살펴봐. 혹시 알아? 여기서 본 게 도움이 될지.”
“그러려고.”
가족들이랑 밥을 먹고 있자 주위에서 보는 시선이 늘어났다.
누군가 한 명이 사인 요청을 하면 다 일어날 만큼 다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
“오랜만이다?”
가족들이 밥을 먹는 테이블로 다가온 한 사람.
그 사람을 보자마자 유지우는 활짝 웃으며 반가워했다.
“기하 형!”
그는 김기하였다.
* * *
“형이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어요.”
식사를 마친 그들은 밖으로 나와 음료를 마셨다.
아이들은 최다빈을 따라 선수촌 견학을 했고, 유지우는 김기하와 대화를 나눴다.
“올림픽 대표팀 훈련장이 공사 중이잖아. 그래서 한 달은 이곳에서 훈련하기로 했어.”
현재 파주 국가대표 센터는 한창 최신 설비로 업그레이드 중이었다.
“할만해요? 감독직은?”
김기하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었다.
“감독 생활 2년 째라 어렵긴 하지만… 책임감을 느끼고 하는 중이지.”
그는 대표팀을 이끈다는 자부심이 컸다.
선수 생활할 때도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이 컸던 선수라 감독직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이번에 뽑힌 올림픽 대표팀 목표가 금메달이라면서요.”
“전력이 괜찮아.”
“저도 들었어요. 강유찬이라는 애가 잘한다면서요?”
“대표팀 에이스지.”
현재 바르셀로나 2군 소속.
21세의 강유찬은 올림픽 대표팀의 에이스로 A대표팀에도 몇 번 콜업되며 기대를 받는 유망주였다.
“그러는 넌 코치직 제의받았다며.”
“네.”
“어디로 가게? 아스날?”
코치직을 제안해 온 곳은 많았다.
그런데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민 중이에요.”
“뭐가 됐던 너는 좋은 결정을 내릴 거다.”
“결정되면 말씀드릴게요.”
“그래, 그러면 우리 애들 좀 보고 갈래? 조언도 좀 해주면 고맙고.”
“좋죠.”
그렇게 유지우는 김기하를 따라 올림픽 대표팀이 훈련하는 곳으로 갔다.
임시로 훈련하는 곳이라 설비는 평범했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분위기가 좋네요.”
선수들은 훈련을 진행하면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흐트러지지 않고 질서가 잡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유찬이가 주장 역할을 잘해주고 있어서.”
“그래요?”
“마치 과거의 너를 보는 느낌이랄까?”
선수들에게 가까이 가자 그들을 발견한 선수들이 일제히 일어나 인사를 했다.
–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그들이 유지우를 쳐다보는 눈빛은 그야말로 선망의 눈빛이었다.
자신들이 꿈꾸는 세상에서 정상에 오른 사람.
어릴 적부터 유지우를 보고 꿈을 키워온 세대였기에, 실제로 그를 보자 그들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너희들도 모두 알다시피 유지우다.”
선수들의 시선이 유지우에게로 향했다.
“다들 만나서 반갑다. 은퇴한 지 꽤 돼서 머리가 굳었지만, 최대한 알려줄 수 있는 건 알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
세계 최고에 올랐던 선수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선수들은 활짝 웃었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은 일이니까.
짝.
“슬슬 시작하자! 다들 위치로!”
김기하의 신호에 맞춰 선수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훈련은 포지션별로 맞춰서 진행됐다.
유지우는 우선 돌아다니면서 선수들의 상태를 살폈다.
‘전체적으로 균형은 잘 잡혔네. 단점은 서서히 고치면 되고.’
그는 현역 생활일 때, 개인 훈련을 하며 여러 선수를 봐줬기에 선수들을 보는 눈이 자연스럽게 키워져 있었다.
삐—익!
포지션 훈련이 끝난 뒤, 전술 훈련이 진행됐다.
포메이션은 4 – 5 – 1.
에이스 강유찬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중심을 잡아주는 형태로, 공수 밸런스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역시.’
선수들의 전체적인 기량이 높아 보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들어오는 강유찬이었다.
174cm의 키.
작은 키로 보이지만, 밸런스가 좋고 발기술이 뛰어났다.
무엇보다 간결하게 제치는 동작은.
‘디에고 로시가 떠오르네.’
자신의 절친한 친구 디에고 로시를 떠올리게 했다.
“어때? 유찬이 괜찮지?”
“저 정도면 프로 무대에서도 통하겠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번 올림픽은 저 녀석의 무대가 될 거야.”
“그런데.”
“…네 눈에도 보이지? 문제점이.”
“네.”
그 뒤로도 훈련이 계속됐다.
훈련이 멈추고, 잠시 주어진 휴식 시간.
유지우는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과연 그가 어떤 말을 해줄까.
모두가 집중하는 가운데, 유지우는 한 명 한 명 지켜본 것을 얘기해줬다.
“만호라고 했지?”
“네!”
“만호야, 너는 몸이 왼쪽으로 자주 오픈이 되어 있어. 그렇게 되면 상대가 압박하는 방향을 읽기 쉬우니까 몸을 다양하게 쓰는 식으로 플레이하는 게 좋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롱패스는 깔끔하니까 네 무기로 잘 키워봐.”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지우는 선수들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조언을 해준 끝에, 이제 남은 선수는 한 명이었다.
그는 강유찬이었다.
강유찬은 맑은 눈으로 유지우를 보며 조언을 기다렸다.
“유찬이 넌.”
“…….”
“패스를 적게 하는구나.”
김기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아는 그의 단점.
개인 기량은 뛰어났으나 이타적인 플레이가 부족했다.
마치 선수 생활 초기의 유지우처럼.
“…죄송합니다.”
“네가 죄송할 건 없어, 다만 그런 식으로 하면 프로에 들어가는 문턱이 좁아질 거야.”
이 문제는 누구보다 유지우가 잘 알고 있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
데뷔하기 전에 겪었던 일.
그것 때문에 프로 생활 초반에는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이 어려웠다.
개인플레이가 많았고 패스는 적었다.
하지만 그것을 뚫고 나왔을 때.
스르르륵.
보이는 세상이 달라졌다.
그것을 눈앞에 있는 선수가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지금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야 한다.”
유지우는 떠날 시간이 됐는데도 선수들과 어울리며 코칭을 해줬다.
그가 하는 코칭에는 진심이 오롯이 담겨있었다.
이 선수들은 미래 대한민국 축구를 지탱할 기둥들이었으니까.
“좋아-!”
그는 그렇게, 대한민국 축구계를 지탱할 씨앗을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