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98)
필드의 외계인-398화(398/404)
외전 9화
“괜히 저 때문에 다른 분들이랑 사이가 벌어지는 거 아닌가요?”
노려보던 도미니크 셀러가 돌아간 후.
다리오 바이어는 유지우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봤다.
그런 그를 보며 유지우는 피식 웃었다.
“네가 날 걱정하기에는 백 년은 일러.”
이런 알력 다툼은 어린 애들이 모르는 게 나았다.
“그럼 이제부터 제가 뭘 해야 하죠?”
그의 눈빛을 본 유지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열심히 훈련에 따를 것.”
“네! 나아질 수만 있다면 불길이라도 걷겠습니다!”
각오를 들은 뒤, 유지우는 다리오 바이어를 가르쳤다.
그의 포지션은 왼쪽 윙포워드.
빠른 주력과 준수한 피지컬, 그리고 날카로운 킥력은 그를 지탱하는 무기였다.
“넌 평소에 볼을 오래 소유하는 버릇이 있어. 최대한 짧게 소유하려고 해봐.”
뻐—엉!
“패스를 받기 전에는 주변을 살피고. 시야가 확보되면 더 다양한 루트가 보일 거야.”
아직 18세의 어린 선수.
경험이 부족했기에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멈칫하는 게 자주 보였다.
특히 압박이 붙으면 현저히 판단력이 흐려지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유지우는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언해줬다.
“다리오.”
“네.”
잠시 쉬는 시간.
다리오 바이어가 땀을 흘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자.
유지우는 음료수를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
“너 긴장감 때문에 몸이 굳는 건 알고 있지?”
“…네.”
“고치려고 해도 쉽게 안 고쳐지고.”
“점쟁이세요?”
“부담감에 사로잡힌 선수들이 너처럼 행동하거든.”
유지우는 아스날에서 신인 선수들이 들어올 때마다 멘탈 케어를 많이 해줬다.
그 과정에서 신인 선수들이 전형적으로 겪는 증상을 알았고.
다리오 바이어에게서 그 증상을 본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마음을 먹는다고 단번에 고쳐지지 않아, 끊임없이 스스로 통제해야 가능한 부분이지.”
정신적인 문제는 누군가 캐치를 한다고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지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해야 했다.
“…유는 선수 시절에 이런 걸 어떻게 극복했어요?”
“나도 극복은 못 했지, 그냥 버틴 거야.”
“그게 버텨져요?”
씩.
“그런 생각 안 날 정도로 훈련하면 그렇게 되더라.”
유지우의 웃음을 본 다리오 바이어는 마른침을 삼키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면 시작해볼까?”
“자, 잠시만요!”
“기다릴 시간 없어.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니까.”
이날 이후로 다리오 바이어의 곡소리가 훈련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 * *
【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의 현주소. 】
바이에른 뮌헨 구단은 유소년 시스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유스 출신 성골이 1군으로 올라가서 자리 잡는 그림도 자주 나오곤 했다.
그 같은 그림이 다시 나온다면, 그다음 차례가 다리오 바이어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다리오는 U-20에 소속된 녀석이지?] [훗날 뮌헨을 책임질 10인 유망주 중 한 명으로 뽑히긴 했어.] [이번에 유가 코치로 합류했으니까 다리오가 더 성장하길 바랄 뿐이야.] [진짜… 유한테 배움을 얻고 성장한 다리오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미칠 거 같아.]보통 유소년까지 관심을 두는 팬들은 드물었다.
그런데 유지우가 코치로 합류했다는 소식에, 유소년들을 향한 그들의 기대감 또한 늘어났다.
.
.
.
“저기서 놓치네요.”
유스 리그가 진행되던 날이었다.
다리오 바이어는 1 – 1 상황에서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단점이 고쳐지지 않은 모양이군요.”
감독은 쓴웃음을 지으며 유지우에게 말했다.
유지우는 덤덤히 대답했다.
“심리적인 요인이라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괜찮았다.
볼을 받아서 자신의 발아래 잡아놓는 상황.
주위를 보며 패스 길을 찾는 모습.
모든 게 안정적이었는데.
심리적 압박감 때문인지, 막상 기회가 오면 살리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압박감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못 살리고 있어.’
70분.
80분.
시간은 거의 다 흘러갔다.
그리고 기회가 다시금 다리오 바이어에게 갔다.
뻐—엉!
“다리오-!”
미드필더가 찔러준 스루패스.
그것을 다리오 바이어가 달려가 라인 아웃이 되기 전, 살려냈다.
‘스피드가 좋아.’
빠른 주력은 그의 무기 중 하나였다.
그렇게 볼을 잡은 뒤.
압박하는 선수가 붙기 전.
투—욱.
옆으로 볼을 치고 나간 후에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부메랑처럼 꺾인 크로스에 스트라이커가 헤딩으로 돌려놓았지만, 아쉽게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확실히 압박이 붙지 않으면 자신의 것을 보여주긴 해. 그러니까 1군에서도 관심이 있는 거겠지.’
그가 실수만 하는 건 아니었다.
압박이 붙지 않으면 확연히 다른 플레이를 보여줬으니까.
그런데 역시나.
퍼—억!
압박이 붙으면.
삐—익!
실수가 나오는 게 반복되었다.
경기 결과는 결국 1 – 1 무승부.
다리오 바이어가 기회를 살렸다면 3골 이상의 차이를 벌릴 수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다리오 바이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 * *
다리오 바이어는 1군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두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그 생각 때문에 경기에서 실수가 늘었고 그게 더욱 가중한 부담감이 되어 돌아왔다.
타다다다닷.
그런 생각을 유지우가 훈련으로 벗어나게 해주려고 했지만, 훈련이 끝나면 그런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대로 올라가면 망신만 당할 거야.’
그도 그의 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최대한 고치려고 했지만, 잘 고쳐지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사실 그가 제대로 고쳐지지 않은 이유는.
“너무 생각이 많아서 몸이 굳었잖아.”
생각이 많기 때문이었다.
에이스라는 중압감과 1군 콜업을 위해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최고치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것을 콕 집어서 말한 사람은 유지우였다.
“안녕하세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지우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너 압박을 받을 때는 시야가 많이 좁아지지?”
“…예.”
“그리고 무리한 돌파도 많이 하고.”
“……”
“그래서 상대한테 볼을 빼앗겨 역습을 제공하는 일도 많지.”
하나같이 다 팩트라 다리오 바이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아직 18세의 어린 나이.
멘탈이 흔들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그와 같은 나이 때부터 세계를 씹어먹은 유지우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몰아치는 불안감.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했던 노력.
유지우는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그에게 웃으며 다가갔다.
“너무 걱정하지 마, 고칠 수 있는 부분이니까.”
“정말이요?”
“그럼, 압박에 대해서는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드물걸?”
세계 최고의 드리블러.
유지우는 탈압박에 있어서 최고 수준에 다다른 존재였기에, 다리오 바이어는 마지막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 하겠습니다!”
“압박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상대를 속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
“속이는 거요?”
“넌 밸런스가 좋으니까, 바디 페인팅을 하면 상대 수비는 금방 제쳐질걸?”
유지우는 그의 경기 플레이를 보면서 단점도 봤지만, 장점도 봤다.
그건 바로 이상적인 바디 밸런스였다.
상대가 압박해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
그 중심으로 바디 페인팅을 하면 아무리 뛰어난 수비수라도 실수가 나올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는 탈압박 일타강사답게 요점을 집어 다리오 바이어에게 알려줬다.
그리고 그 같은 조언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자신의 재능을 믿지 못하던 천재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다.
* * *
유지우가 코치로 부임하고 10개월은 금방 흘러갔다.
“요하프, 너는 여전히 패스하는 게 급해, 그러니까 미스가 자주 나는 거야.”
“네.”
“그리고 미하엘! 공격을 올라가서 역습을 내줬으면 최선을 다해 내려와서 수비 가담을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렇게 걸어 다니면 뭘 하겠다고!”
“…주의하겠습니다!”
유지우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살폈다.
그는 선수들이 감독의 전술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전술 이해까지 도왔다.
“여기서는….”
그 덕분에 바이에른 뮌헨 U-20 선수단은 유스 리그를 휩쓸다 못해 지배 중이었다.
“좋아, 다리오! 그렇게 하는 거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보인 선수는 당연 다리오 바이어였다.
유지우의 특별 가르침을 받은 그는 유스 리그에서 득점왕을 비롯해 도움왕까지 석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다리오.”
리그가 진행되던 어느 날,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발표했다.
“시즌이 끝나고 여름부터 1군에 합류하라는 오퍼가 내려왔다.”
바로 다리오 바이어의 1군 합류 소식이었다.
– 와아아아아!
동료 선수들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다리오 바이어를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그 뒤.
훈련이 끝나고 다리오 바이어는 유지우를 찾아왔다.
“코치님.”
“응? 왜, 오늘 콜업 확정된 날이라 팀원들이랑 밥 먹으러 가는 거 아니었나?”
“가기 전에 코치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요.”
“무슨 말?”
다리오 바이어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코치님 덕분입니다! 많은 걸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말을 듣고 유지우는 씩 웃었다.
“아직 멀었어, 1군 가기 전에 다 뜯어 고쳐줄 거니까 각오해.”
“네!!!”
두 사람의 유대 관계는 더욱 끈끈해져 갔다.
.
.
.
시간이 흘러.
뻐—엉!
5월 19일, 유스 리그 최종 라운드이자 1군 콜업이 확정된 다리오 바이어가 U-20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
철렁.
그 경기에서 다리오 바이어는 놀라운 활약을 보여줬다.
측면에서 압박 두 명을 돌파해내며, 해트트릭을 기록해낸 것이다.
조언 후 달라진 에이스의 경기력.
유지우는 그것을 보고 선수 때와는 다른 만족감이 생겨났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한편, 그의 경기를 본 코치진들이 웅성거렸다.
“유의 손이 닿으니까 다리오의 플레이가 확 달라졌군요.”
“아직 100% 완벽해진 건 아닙니다. 단지 약점이 사라지고 있는 거죠.”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입니다.”
“특히 탈압박은… 프로에서도 상위를 다퉈도 될 만큼 정교합니다.”
“하긴 탈압박의 신이 가르쳤는데 저렇게 못 하는 게 더 이상하죠.”
시즌 초까지만 해도 유지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은 어느덧 없어졌다.
“…다리오만 변한 게 아니야.”
그중 가장 달라진 시선을 보낸 건 도미니크 셀러였다.
“어떻게 이렇게 단시간에 바뀔 수 있는 거지?”
유지우가 선수들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고작 10개월.
그 10개월에 선수들의 단점이 사라지며 장점이 드러나니, 코치진들은 유지우가 어떤 마법을 부렸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나도 배워볼까?”
“유와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해봐야겠군.”
“선수 출신의 코치들이 오면 1~2시즌은 멍청한 짓만 하더니, 유는 아예 마법을 부리는군.”
다리오 바이어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폼도 일제히 올라와 있었다.
유지우가 부임하고 단 10개월.
어설프긴 했지만, 어느덧 선수들의 플레이에는 그의 흔적이 새겨져 있었다.
삐익-! 삐익-! 삐—익!
종료 휘슬이 울리고 필드 밖으로 나오는 다리오 바이어를 보며 유지우가 한마디 했다.
“아직 부족해.”
“더 나아질 겁니다!”
타오르는 그의 눈빛에 유지우는 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1군에 올라가서 그 마음을 잊지 마. 1부 리그는 잠깐 한눈을 팔면 사라지는 태풍 같은 곳이니까.”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동안 내 훈련을 받느라 고생했다.”
와락.
“감독님과 다른 코치님들께도 감사하지만! 역시 코치님께 제일 감사합니다! 덕분에 꿈에 그리던 1군에 합류하게 됐어요!”
다리오 바이어는 유지우를 안았고 그 신호에 맞춰.
“이, 이것들아!”
일제히 다른 선수들이 달려와 유지우를 둘러쌌다.
“반드시 유한테 배운 걸 잊지 않고 발롱도르까지 수상할게요!!!”
훗날 독일 최고의 선수로 기억될 다리오 바이어는 그렇게 유지우의 첫 제자가 되어 1부 리그로 향했다.
그 후에도 유지우의 일은 멈추지 않았다.
1년.
2년.
시간이 지나며 유지우의 코칭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특히 유지우의 첫 제자인 다리오 바이어는 2년 만에 1군 주전으로 들어가.
32경기 출전, 20골 9어시스트.
맹활약 중이었으니까.
그의 능력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어느덧 바이에른 뮌헨의 에이스가 된 그의 입에서는.
‘유가 알려준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럼요!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건 유입니다!’
인터뷰할 때마다 유지우의 언급을 빼놓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서 유지우의 입지도 달라졌다.
“유, 팀을 위해 2군 코치직을 맡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높은 곳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지우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지도계에서 그의 입지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