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40)
필드의 외계인-40화(40/404)
제40화
디에고 마라도나가 누구인가.
아르헨티나를 넘어 축구계의 정점에 선 신이었다.
그런데 그런 위대한 선수의 향기를 내는 선수가 있다면 어떨까?
당연히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라 보카 지역 항구 거리의 가장 큰 주점인 ‘Viento de plumas(깃털과 바람)’은 항상 항구도시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래! 들어가! 들어가라고!”
TV에선 리그 15라운드 경기 중계가 한창이었다.
치열한 공방전, 보카 주니어스의 화끈한 공격 축구에 사람들의 시선은 TV에 꽂혔다.
[한 명! 두 명! 측면에서 중앙으로 순식간에 방향 전환을 하는 움직임! 이게 유의 장점이죠!]오른쪽 측면에서 마크하는 선수를 따돌리고 올라온 중앙 지역.
유지우는 자세를 잡고선 왼발로 파 포스트를 향해 강한 슈팅을 때렸다.
수비 사이로 지나간 볼을 그대로 골대 왼쪽 구석으로 꽂혔다.
[들어갔습니다아아아아아아! 다시 한번 터지는 지우 유의 환상적인 왼발! 이것으로 득점 2위에 오르는 유! 1위인 페르난도 벨몬트와 불과 2골 차이로 좁힙니다!]“유는 제대로 미쳤어. 어떻게 열여섯밖에 되지 않은 녀석이 저런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거지?”
“플레이 스타일이 디에고 마라도나를 닮았어.”
일과를 마치고 술 한잔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대부분이 축구 얘기만 했다.
그중에서 유지우에 관한 내용이 끊이지 않았다.
“데뷔 시즌에 득점 2위라는 게 말이 돼?”
“아직 후반기도 남았잖아. 끝까지 가봐야지. 나중 되면 떨어지지 않을까?”
“지금 기세면 득점왕도 가능하지.”
시즌 초까지만 해도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유지우가 리그 득점왕이 되는 그림이었다.
누구도 데뷔 시즌에 그만한 임팩트를 남긴 적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된다면.”
얼굴에 상처가 난 남성이 맥주를 마시고 이어서 말했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해질 선수의 탄생을 함께하는 거야. 펠레도 마라도나도 하지 못했던 거니까.”
“크으!”
“이 기세로 우승까지!”
“보카여, 영원하라!”
보카 주니어스 팬들은 묘한 설렘에 사로잡혔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자질을 지닌 선수, 데뷔 시즌이 이렇다면 그다음 시즌은 어떨까 하는 기대감이 나날이 커져만 갔다.
“요새 술맛이 달아.”
“너도? 나도. 하하하하하하하!”
두 남성은 술 한잔을 하다가 벽에 걸린 포스터를 발견했다.
그건 22-23시즌 보카 주니어스의 마지막 리그 우승 시의 사진이었다.
“안토니오!”
바에서 손님들에게 줄 술을 고르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그 둘을 쳐다봤다.
“왜?”
세 사람은 친구 사이였다.
“이제 저 사진도 바꿀 때가 됐지?”
“제발 바꿨으면 좋겠다. 이거 봐봐, 벌써 7년이 지나서 해졌잖아.”
Viento de plumas 주점은 이 거리에서 제일 오래된 술집으로 3대째 운영하는 곳이었다.
곳곳엔 보카 주니어스 굿즈가 있을 만큼 이곳은 보카 주니어스 팬들에게 있어서 성지와 같았다.
“그래도 괜찮아, 조만간 우승 사진으로 도배할 거 같거든.”
– 와아아아아아아!
[승리를 거둔 보카 주니어스! 과연 그들을 막을 클럽이 있긴 한 걸까요!]TV 화면에 잡힌 MVP 유지우의 얼굴을 보니 벽면에 걸린 우승 사진이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가 될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 * *
코파 수다메리카나 8강.
난 벤치에서 휴식했고 징계가 풀린 카를로스 루케가 출전했다.
삐—익!
[아! 카를로스의 무리한 수비! 저기서 저렇게 끊으면 안 되죠!]그 후에도.
[크로스가 길어요! 아예 빈 곳으로 가는 카를로스의 크로스! 오랜만에 출전했는데 경기력이 많이 떨어져 보입니다!]“하아.”
벤치에서 보는데 감독님의 한숨이 귓가에 들려왔다.
카를로스가 열심히 뛰고 있긴 하지만 몸이 무거워 보였다.
볼 트래핑도 부정확했고 공격 상황에서 번번이 볼을 빼앗기며 측면 공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카를로스 녀석, 또 어제 술 마신 거 아니야?”
“징계받은 뒤로 술 계속 마셨다던데.”
“미친 거 아니야? 감독님이 경기 전날에 음주하는 거 제일 싫어하잖아.”
나와 주전 경쟁을 벌일 선수.
그가 돌아왔지만, 플레이를 보고 있으니까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위협이 되진 않는다.
감독님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레나토, 하프타임 때 몸 풀어둬. 후반 시작하자마자 네가 들어간다.”
“네!”
가차 없이 교체 카드를 빼 들었다.
2 – 1.
팽팽한 접전을 펼치다가 88분에 하비에르 카세로의 중거리 골이 터지며 보카 주니어스가 4강행을 확정 지었다.
“젠장!”
경기는 이겼지만, 부진으로 교체된 카를로스는 신경질적으로 물통을 걷어찼다.
그 물병에 든 물은 그대로 바닥에 쏟아졌고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가차 없이 쓴소리를 날렸다.
“화를 내려면 다른 곳에서 해라. 분위기 더럽히지 말고.”
술을 먹고 다친 선수.
이미 그는 세바스티안 란첼라의 눈 밖에 났다.
“유!”
“네.”
“지금부터 오른쪽 윙포워드 포지션은 네가 1 옵션이다.”
카를로스는 깜짝 놀랐다.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뭐가?”
“술을 마시고 다친 건 잘못했습니다. 저도 실수라는 걸 알고요.”
“그래서.”
“하지만 고작 이 한 경기로 주전 자리를 빼앗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됩니다.”
뭐 카를로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괜스레 분란을 만들기도 싫어 가만히 있었는데 감독님이 통쾌하게 정리했다.
“너, 지난 시즌 성적 어떻게 되지?”
“12골 7도움입니다.”
“지금 유의 성적은?”
“…10골 5도움입니다.”
전반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10월에 난 10골 5도움으로 득점 랭킹 3위 도움 랭킹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유가 됐나?”
“…예.”
프로의 세상은 실력 우선주의였다.
나이가 얼마나 많든 경력이 얼마가 되든 결국 제일 중요한 건 결과였다.
“유,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만약 이게 프로의 섭리라면 내가 대답할 말은 딱 하나였다.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겠습니다.”
* * *
그 시각 한국에선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이 진행 중이었다.
【 대한민국 월드컵 진출 청신호, 조별 예선 3전 2승 1패로 조 2위! 】
【 강우태 두 경기 연속 골을 넣으며 승리를 견인! 】
【 주앙 달루트 감독, “우리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싸우기 위해선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
– 와… 조별 예선은 통과하겠다.
ㄴ 이변 ㅋㅋㅋㅋㅋㅋ
ㄴ ㄹㅇ 이변이다. 난 광탈 할 줄 알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이번에 새로 합류한 강우태 골결이 ㄹㅈㄷ 네.
– 월드컵 대비하려면 솔직히 유지우 합류해야 하는 거 아니냐? 아르헨티나에서 폼 미쳤던데?
ㄴ 리그 득점 2위에 도움 3위에 있더라 얘 열여섯 맞아? 나이 속인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실화?
ㄴ 진짜?
ㄴ 아르헨티나 리그 순위 쳐봐라. 깜짝 놀랄 거다.
– 지우가 국가대표 오려면 차성인 부협회장 라인 싹 갈아엎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
ㄴ 가능하겠냐?
ㄴ 그렇게 만들어야 하지 않냐? 가뜩이나 국대 암흑기인데 누구라도 와야지.
ㄴ 그게 유지우면 매달려야 함. 우리나라도 발롱도르 수상자 한 명쯤은 데리고 있어 봐야지!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축협 물갈이되면 ㄹㅈㄷ 아니냐? ㄹㅇ?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은 대한민국이 이란에 밀려 조 2위에 있었다.
본선으로 올라가는 건 문제가 없었지만, 경쟁력을 보면 월드컵에서 참패당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렇게 월드컵 조별 예선이 진행되는 사이.
이슈가 하나 터졌다.
그건 국가대표 감독 주앙 달루트가 비밀리에 아르헨티나에 방문한 사실이었다.
“며칠 전, 아르헨티나 리그에서 모습을 드러내셨는데요! 유지우 선수를 소집할 생각이십니까?!”
“그러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유의 의지가 대단하더군요.”
“만나셨습니까?”
“예. 만나서 대화를 나눴지만, 그가 전에 했던 인터뷰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이 있는 한 뛸 생각이 없다더군요.”
그리고 그 기사가 나간 직후.
【 축구 팬 일동, “차성인 일파는 축협에서 물러나라!” 시위 확산! 】
국민청원을 비롯해 축구 팬들의 항의가 협회의 문을 강하게 두드렸다.
* * *
무패 행진을 하던 보카 주니어스는 결국 리그 16라운드에서 패배했다.
체력 안배 문제로 주전 선수들을 빼고 후보 선수들을 넣으며 후반 끝자락에서 4 – 3으로 역전당했다.
파우스토 바르코.
유지우 다음으로 이 선수단에서 어린 선수로 작년에 1군으로 콜업 된 20세 오른쪽 풀백이었다.
1 vs 1 상황에서 상대 선수에게 너무 쉽게 따돌려지며 3 – 3 상황에서 골을 허용해 가장 큰 실수를 범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축구라는 건 매 경기 이길 수 없을뿐더러 찰나의 실수로 골을 노리는 스포츠니까.
【 보카 주니어스! 리그 13위 CA 우니온 데 산타페에게 덜미를 잡히다! 】
연승 행진이 끊기며 사람들은 2점 실점에 큰 영향을 끼친 파우스토 바르코를 비난했다.
이기면 누구보다 큰 사랑을 보내지만, 패배하면 쓴소리를 넘어 비난하는 곳, 이곳이 프로가 사는 세상이었다.
“야, 괜찮아.”
“그래! 실수할 수도 있지! 다음에 더 잘하면 되니까 훌훌 털어버려!”
선수들은 어린 파우스토 바르코를 감싸줬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괜찮다니까!”
“유는… 잘하는데 저만.”
“그거야 저놈이 이상한 거라니까?”
파우스토 바르코는 보카 주니어스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선수였다.
에르네스토 게레라의 뒤를 이어 보카 주니어스의 수비진을 지탱할 재목이라며 어린 시절부터 칭찬받아 왔다.
하지만 프로의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데뷔 시즌에는 별다른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고 프로 2년 차인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혜성처럼 등장한 유지우 때문에 더더욱 침체했다.
왜 저 녀석은 저렇게 잘하는 걸까?
나랑 다른 건 뭐지?
나는 왜 저 애처럼 하지 못하는 거냐고!
그리고 스스로 자존감을 깎았다.
데뷔 시즌부터 누구도 하지 못한 기록을 세우는 선수와 비교되어 사라질 것만 같아 매 순간이 불안했다.
“쟤는 처음부터 잘했겠죠?”
털썩.
리카르도 메사는 불안해하는 파우스토 바르코의 옆에 앉았다.
“그랬겠냐?”
“…네?”
“너, 저 녀석이 얼마나 훈련하는지 모르지?”
훈련 벌레라는 건 알지만, 그동안 얼마만큼 훈련하는지는 정확하게 몰랐다.
“죽어라 하더라. 남들보다 몇 배는 노력하는 녀석인데 그런 결과는 당연한 거지.”
“…….”
“그러니까 너도 노력해. 그러면 더 나아질 거야.”
프로에서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게 멘탈이었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도 힘든 곳인데 갓 데뷔한 신인들은 매 순간 불안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저도 노력하면 쟤처럼 될 수 있다는 거죠?”
“물론.”
파우스토 바르코는 자리에서 일어나 훈련이 다 끝난 후에도 개인 훈련을 준비하는 유지우에게 다가갔다.
“유.”
“응? 파우스토?”
“나도 같이 훈련해도 될까?”
“집에 안 가? 훈련 시간 다 끝났잖아.”
“이대로는 못 가.”
“그래? 그러면 이 콘 좀 저기에 놔줄래?”
“어떤 훈련 하는 건데?”
“스텝 훈련.”
“왜?”
“스텝이 빨라져야 반응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거든.”
파우스토 바르코는 그날 이후 매일 유지우와 늦게까지 훈련했다.
“허억… 헉….”
매일 먼저 지쳐서 쓰러지는 건 파우스토 바르코였다.
물을 마시면서 유지우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훈련하는 걸 보고 있자니 저절로 입 밖으로 감탄이 새어 나왔다.
“쟤는 지치지도 않나.”
뻐—-엉!
“그건 그렇고.”
뻐—-엉!
“저 녀석이 왜 잘하는지는 이제 이해가 가네.”
뻐—-엉!
“매일 저런 훈련량이면 못하는 게 더 이상하지.”
그리고 함께 훈련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어째서 유지우가 그런 어마어마한 성적을 낼 수 있는지.
그건.
나아지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노력하는 근성이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