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42)
필드의 외계인-42화(42/404)
제42화
리버 플레이트는 4 – 5 – 1 포메이션으로 나오며 중원을 장악하는 것에 목적을 뒀다.
리그 내에서 가장 강력한 중원을 보유했다는 평가처럼 보카 주니어스의 빠른 압박을 패스로 요리조리 따돌리는 티키타카가 그들의 주 무기였다.
툭.
“오른쪽에서!”
툭.
“뒤 조심하고!”
툭.
“침착하게! 흔들리지 말고!”
[현란한 패스를 보이는 리버 플레이트! 그 중심에는 바로 이 선수! 산티아고 메디나가 있습니다!] [넓은 시야와 판단력이 굉장히 좋은 선수입니다. 리그 도움 1위에 오른 선수라 보카 주니어스는 이 선수의 패스를 조심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 벼락같은 패스가 나올지 모릅니다.]밸런스가 잘 잡힌 큰 체구.
보카 주니어스의 장군인 훌리안 마르티네즈의 강한 몸싸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볼을 보호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휘릭.
여유 있게 발바닥으로 볼을 끌며 공간을 만들더니 왼쪽 측면으로 패스를 찌르며 위기 상황을 벗어났다.
[왼쪽으로 공간을 벌립니다! 볼을 터치한 페드로 모세비치! 앞으로 툭 쳐놓은 뒤에 왼발로 낮은 크로스으으으으으! 페르난도 벨몬트가 쇄도합니다!]이게 리버 플레이트의 주공격 루트였다.
측면에서 킥이 좋은 윙어들이 낮고 강하게 올리는 크로스와 페르난도 벨몬트의 라인 브레이킹.
이 패턴으로 현재 리그 득점과 도움 랭킹을 싹쓸이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꼼짝없이 당할 상황이었지만, 그걸 막은 건 파우스토 바르코였다.
퍼—억!
페르난도 벨몬트가 침투하는 것을 눈치채고 먼저 움직여 어깨를 넣고 유리한 고지를 점한 다음 골키퍼가 안전하게 처리하도록 유도했다.
[오오오오! 능숙한 수비를 보인 파우스토 바르코! 페르난도 벨몬트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굉장히 영리하게 막아냅니다! 볼을 차단하지 못하니까 페르난도 벨몬트를 차단하는 판단력이 굉장히 좋았습니다.]‘볼은 지나가도 넌 못 지나간다.’라는 표본 같은 플레이였다.
“나이스! 파우스토!”
“거봐, 하면 할 수 있잖아!”
동료 선수들의 칭찬에 파우스토 바르코는 손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멀리서 엄지손가락을 올리는 유지우와 눈이 마주치자 웃음이 나왔다.
‘너 덕분이야.’
유지우와 함께한 훈련 스케줄.
늦게까지 한 훈련 덕분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다.
척.
유지우도 마찬가지로 엄지손가락을 올린 뒤에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 * *
리버 플레이트가 측면 공격을 주로 한다면 그에 맞서는 보카 주니어스는 앙헬 몰리야, 하비에르 카세로 같은 수준 높은 미드필더를 활용해 중앙으로 공격적인 빌드업을 쌓았다.
[하비에르 카세로와 앙헬 몰리야의 2 대 1 패스! 리버 플레이트 중원을 따돌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앙헬 몰리야의 반 박자 빠른 침투 패스으으으으으! 볼은 리버 플레이트의 수비진을 꿰뚫고 침투하는 리카르도 메사의 앞으로!]리카르도 메사가 수비를 따돌리며 돌아 들어갔지만, 아쉽게 발에는 닿지 못했다.
[아아아아! 놓치는 리카르도 메사! 이걸 잡았다면 그대로 득점이 됐을 만큼 절묘한 패스였는데 아쉽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로서 보여준 번뜩이는 패스가 보카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리버 플레이트는 하비에르만이 아닌 앙헬도 막아야 해서 머리가 아플 겁니다.]그 뒤로도 세계적인 수준에 버금가는 공격진들은 화려하게 필드를 누볐고 슈팅도 시도하며 꾸준하게 골문을 노렸다.
15분.
20분.
양 클럽은 득점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활로를 찾으려던 유지우는 유독 심한 견제를 받는 탓에 좀처럼 활약하지 못했다.
꽈아—악!
유지우를 마크하는 티아고 모랄레스는 손을 잘 쓰기로 유명한 선수였다.
바짝 붙어 있다가 혹시라도 달려 나갈 낌새라도 보인다면 주심이 보이지 않게 유니폼을 잡아당기며 노련하게 타이밍을 빼앗았다.
‘더럽고 거칠게 잘하네.’
전형적인 남미 스타일의 축구를 선보였다.
거칠고 더러운 매력.
시간이 지나 그것에 적응이 되어 갔는데도 짜증이 나는 건 여전했다.
“윽!”
붙어 있는 상황에서 팔꿈치로 명치를 가격하자 신음이 나왔다.
“그러게, 거기 왜 있냐.”
그 뒤로도 티아고 모랄레스는 유지우의 신경을 건드리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유지우가 아니었다.
꾹.
주심이 안 보는 사이, 지나가면서 축구화를 밟자 티아고 모랄레스가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으아아아아악!”
“역시 닭이라서 그런지 목청이 좋네.”
도발하자 티아고 모랄레스는 벌떡 일어나 멱살을 잡았다.
“너 죽고 싶냐?”
“해볼 수 있으면 해보든가.”
티아고 모랄레스는 28세, 유지우는 16세.
거친 남미 남자인 티아고는 열여섯 꼬마의 도발에 흥분했고 멱살 잡은 걸 보자 주심은 다가오면서 곧장 카드를 꺼냈다.
“이 자식이 제 발을 먼저 밟았다고요!”
“제가 언제요? 저는 억울합니다. 갑자기 혼자 쓰러지더니, 쟤 멱살을 잡고 죽고 싶냐고 협박을 했다니까요.”
“야!”
“우선 그 손은 놓지?”
주심의 말에 티아고 모랄레스는 황급히 멱살을 잡은 손을 놨다.
“불필요한 충돌은 하지 마. 다음에는 퇴장이야.”
상황은 그렇게 끝났고 카드를 수집한 티아고 모랄레스는 유지우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렇게 경기는 재개됐다.
엘 수페르클라시코라는 뜨거운 열기.
도발에 걸린 티아고 모랄레스는 잔뜩 흥분해 유지우를 죽일 듯이 몰아붙였다.
바짝 옆에 붙어서 볼도 못 받게 하려고 방해했고 유니폼을 잡아끄는 건 애교고 팔꿈치로 몸을 쳐서 멍이 들 정도였다.
“네가 아무리 그렇게 애원해도 유니폼 교환은 안 해줘.”
“누가 너 따위 유니폼을 가지고 싶어 한다고!”
“계속 잡고 있잖아. 달라는 거 아니야? 가지고 싶으면 팬 스토어에 가서 돈 주고 사.”
유지우도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있었던 사건 후에 성격이 바뀐 것도 있지만, 남미의 축구를 경험하고서 성격이 거칠어졌다.
“하비!”
중원에서 하비에르 카세로가 볼을 잡자 유지우는 손을 흔들며 티아고 모랄레스 뒷공간으로 들어가려고 자세를 잡았다.
이름을 부르며 손짓하는 걸 티아고 모랄레스가 눈치를 못 챌 리가 없었고 밸런스를 이동하며 뒤로 들어가는 걸 막으려고 했는데.
‘…이 새끼가!!!’
그건 페인트였다.
들어갈 것처럼 자세를 잡다가 순간 바깥쪽으로 나가 볼을 받자 티아고 모랄레스는 양파 껍질처럼 깔끔하게 벗겨졌다.
빈 곳으로 진출한 뒤에 하비에르 카세로에게 볼을 받고 정면을 보자 티아고 모랄레스가 붉어진 얼굴로 노려보고 있었다.
눈에는 약간의 살기도 느껴졌다.
‘절대 못 지나간다.’
의욕을 불태우는 티아고 모랄레스를 보며 유지우는 천천히 볼을 밀면서 거리를 좁혔다.
거리가 어느 정도 다 좁혀지자 티아고 모랄레스가 먼저 발을 뻗었고 그걸 본 유지우는 발을 교차시켰다.
휘리리릭.
– 오오오오오오오!
몸 뒤에서 볼이 올라와 상대의 위를 지나가는 개인기.
한국에서는 사포로 많이 알려진 레인보우 플릭(Rainbow Flick)이었다.
[이 상황에서 저걸 시도할 줄이야! 유의 심장은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걸까요? 대단한 강심장입니다!] [티아고 모랄레스의 머리 위로 볼이 지나가며 완전히 열린 리버 플레이트의 오른쪽 공간! 유가 폭발적인 스피드로 티아고 모랄레스를 따돌리며 크로스으으으으으!]궤적이 부메랑처럼 휘면서 리카르도 메사의 머리를 향했고 헤딩은 골포스트를 아슬아슬하게 비껴 나갔다.
[리카로드 메사의 머리에 정확하게 맞았지만, 이게 이렇게 빗나갑니다!] [종이 한 장 정도만 낮게 들어갔다면 그대로 들어가는 코스였는데요! 아깝습니다. 그나저나 레인보우 플릭을 여기서 볼 줄은 몰랐네요.]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괜찮았다.
리버 플레이트의 간담이 서늘해질 만큼 위협적인 시도였으니까.
그걸 만들어낸 유지우는 티아고 모랄레스를 보며 씩 웃었다.
“다음은 어떻게 제쳐줄까?”
* * *
0 – 0의 균형.
그게 깨지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33분.
산티아고 메디나가 하프라인에서 시도한 스루패스가 벼락같이 보카 주니어스 진영을 관통했다.
그걸 막으려고 파우스토 바르코가 몸을 날리며 발을 뻗었지만, 볼은 이미 지나갔고 그 옆으로 페르난도 벨몬트가 돌아 들어갔다.
“…아.”
마음이 급해 실수가 나왔고 그 실수는.
철렁.
실점으로 이어졌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리버 플레이트 최고의 스트라이커! 현 득점 랭킹 1위 페르난도 벨몬트의 골이 드디어 터졌습니다!] [이건 파우스토 바르코의 실책입니다. 패스를 막으려고 순간적으로 마크를 놓치는 바람에 페르난도가 들어갈 공간을 내주고 말았어요.] [그리고 중원에서 산티아고 메디나의 패스를 막지 못한 것도 컸죠. 리버 플레이트가 근 5년 동안 아르헨티나 리그를 제패할 수 있었던 건 이 두 선수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아르헨티나 축구 팬들이 뽑은 리그 최고의 듀오인 산티아고 메디나와 페르난도 벨몬트.
이 두 선수의 위력은 가히 엄청났다.
– 리버! 리버! 리버! 리버! 리버!
리버 플레이트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 소리.
원정팀이 가지는 부담에 파우스토 바르코는 실수를 했지만, 뭔가 저번이랑은 분위기가 달랐다.
저번 경기에서는 실수해서 잔뜩 침울했다면 지금은.
짝!
자기 뺨을 쳤다.
“다들 미안합니다!!!”
붉어진 뺨을 한 채, 큰 소리로 사과했다.
“이 실수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 * *
전반이 끝나기 직전.
리버 플레이트는 리드를 지키며 후반전을 준비하기 위해 라인을 내려 수비에 집중했다.
[라인을 내리는 리버 플레이트와 라인을 올리는 보카 주니어스! 전반전을 리드한 채 끝내고 싶은 팀과 동점으로 끝내고 싶은 팀의 치열함이 여기 중계석까지 전해져 옵니다!]훌리안 마르티네즈에서 하비에르 카세로에게 이어지는 패스.
산티아고 메디나가 슬라이딩으로 패스 길을 끊으려고 했다.
이대로면 꼼짝없이 공격 기회가 끊길 수 있는 상황, 하비에르 카세로가 반응하기 전에 앙헬 몰리야가 나타났다.
찡긋.
앙헬 몰리야는 윙크를 하더니.
투—-웅!
로빙 패스를 시도했다.
리버 플레이트의 뒷공간으로 바로 향하는 패스, 그건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유지우를 겨냥한 패스였다.
회전을 가득 머금은 패스를 유지우는 낙하지점에 발을 쭉 뻗어 완벽한 터치로 앞에 떨어트렸다.
오오오오오.
순두부 트래핑에 관중들은 감탄했다.
[오른쪽에서 올라가는 유! 깔끔한 터치 후에 돌파아아아아아!]티아고 모랄레스가 쫓아오지 못하는 빠른 속도.
그렇게 리버 플레이트의 라인을 무너트리고 들어갔지만, 백업이 빨라 돌파 경로가 급격하게 사라져갔다.
“길목만 잡아!”
이대로 가다간 막힐 우려가 있어 유지우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 다른 선택지를 꺼냈다.
몇 초의 시간.
그 시간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이류 선수와 일류 선수의 차이였다.
그 점에서 유지우는 일류 선수가 될 자질을 지녔다고 봐도 무방했다.
툭.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가며 지시를 내리는 센터백 마누엘 갈란을 끌어당긴 다음 마르세유턴으로 제치려고 했다.
그리고 그때.
툭.
유지우는 마누엘 갈란이 쫓아온 걸 확인하고 비어 있는 공간으로 기습적인 패스를 했다.
마르세유턴을 응용한 마르세유 패스였다.
“마, 막아!”
패스를 본 리카르도 메사는 발을 뻗어 빠른 타이밍으로 볼의 방향을 틀었다.
오른쪽 구석으로 향하는 볼.
골키퍼가 필사적으로 다이빙을 해 손끝으로 간신히 볼을 쳐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마르 사벨라의 신들린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벗어나는 리버 플레이트!]삐—익!
[전반이 끝나기 직전! 보카 주니어스에게 코너킥 기회가 왔습니다! 이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요?]오른쪽 코너킥 키커는 유지우였다.
“야.”
하필 코너 플래그 인근이 리버 플레이트 팬들이 몰린 구역이라 이런저런 말소리가 들렸다.
툭.
그때 옆에 떨어진 바나나 하나.
“이거나 주워 먹어.”
부심은 물건이 날아온 곳을 향해 경고했지만, 곧 유지우의 행동에 얼음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건 낄낄거리며 웃고 있던 리버 플레이트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우걱우걱.
바닥에 떨어진 바나나를 아무렇지 않게 주워 먹고선 바나나를 입안에 머금은 채로 크로스를 올렸다.
스르르르륵.
볼은 회전을 머금으며 바깥쪽으로 꺾였다.
그리고 그곳으로 매섭게 들어오며 놀라운 점프력으로 날아오른 건.
툭.
파우스토 바르코였다.
바깥쪽에서 들어오며 탄력을 이용해 다른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높게 날아오를 수 있었고 이마에 맞은 볼은 리버 플레이트의 골대 안으로 꽂혔다.
[리버의 골망을 흔든 건 수비수 파우스토 바르코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갚으며 포효하는 파우스토 바르코! 전반 종료 직전에 나온 동점 고오오오오오오올!]“내가 실수한 건 내가 갚는다고 했잖아아아아아!!!”
파우스토 바르코가 그동안 쌓였던 걸 폭발시키는 사이, 유지우는 바나나가 날아온 쪽으로 엄지손가락을 올려줬다.
꿀꺽.
그리곤 입안에 있던 바나나를 다 삼킨 뒤에 말했다.
“덕분에 어시스트 했네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