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43)
필드의 외계인-43화(43/404)
제43화
전반전이 끝난 보카 주니어스 라커룸에선 세바스티안 란첼라가 작전판을 두드리며 열정을 토해냈다.
“볼 돌리는 템포를 더 빠르게 가져가고 슈팅 거리가 나오면 과감하게 시도해! 계속해서 혼란을 주란 말이야.”
– “네!”
“실수는 해도 돼! 하지만 겁먹어서 도망치는 놈들은 땅에 묻어버릴 거니까 각오하고!”
– “네!”
작전판의 선수 이름들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작전을 설명해줬다.
“세미노! 조금 더 과감하게 오버래핑을 해! 네가 뒤에서 유를 받쳐줘야지 유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가 있어.”
“예.”
“그리고 앙헬! 리버는 널 견제할 수밖에 없어. 조금 더 다양한 움직임으로 위협을 가해! 그렇게 동료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
“네.”
“하비에르! 중요한 키를 가진 건 너다. 기회가 오면 중거리 슛을 때려! 어중간한 패스보다 그게 더 확실한 득점 루트다.”
“명심하겠습니다.”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세바스티안 란첼라가 하는 말은 단 하나도 틀린 말이 없었다.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면서 선수들의 의욕을 북돋아 줬고, 곧이어 후반전 시작 시간이 다가왔다.
“유! 티아고 녀석한테 카드를 먹인 건 아주 잘했다.”
“…보셨어요?”
“그럼! 내 시력이 5.0이야!”
“독수리세요?”
“그런 말 가끔 듣는다.”
농담을 내뱉곤 손을 뻗어 유지우의 어깨를 토닥였다.
“인종차별? 야유? 그딴 게 뭔 상관이야. 필드 위에서 인종 따위는 껍데기에 불과해! 중요한 건 실력 좋은 놈이 최고라는 사실뿐이야! 알겠어?”
“의외로 다정하신 면도 있네요.”
“내가 이래 봬도 한 다정 하거든.”
“그렇군요.”
“그리고 너희들은! 우리 막내가 저 버러지 같은 놈들에게 이상한 소리를 듣는 걸 계속 두고만 볼 거야?”
– “아닙니다.”
“이대로 끝낼 생각은 하지 마! 후반에 틈을 봐서 역전한다. 너희들의 발로 엘 모누멘탈을 찾은 닭대가리 놈들을 다 짓밟아버려!”
* * *
전반전이 끝나고 시작된 후반전.
< 리버 플레이트 1 – 1 보카 주니어스 >
여기서 무승부로 끝나도 다행인 건 보카 주니어스였다.
리버 플레이트는 홈에서 승리를 가져가야지만 2차전이 편해지니, 서서히 다양한 공격적인 옵션을 가동해 보카 주니어스의 골문을 노렸다.
“산티아고! 페르난도가 들어갈 공간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길을 찾아!”
“멍청하게 있지 말고! 공간을 찾아서 들어가! 계속해서 움직이라고!”
얼핏 보면 산티아고 메디나가 라인 하나를 내려 안정적으로 빌드업을 가져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만큼 위협적인 롱패스를 시도하는 비율이 늘어났다.
그 끝은 페르난도 벨몬트였다.
날카로운 눈매에 황소 같은 움직임.
리버 플레이트의 득점 기계라고 불리는 그에게 볼을 연결하기 위해 필사적이었고.
퍼—억!
그걸 끈덕지게 막아내는 것이 파우스토 바르코였다.
‘으아! 죽겠다!’
유니폼은 땀과 먼지로 엉망이 됐고 금방이라도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은 몰골을 하고서도 페르난도 벨몬트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치열하게 맞붙는 양 클럽! 보카의 수비도 단단합니다!] [에르네스토가 결장해서 솔직히 리버 플레이트의 득점이 많이 나올 것 같았는데 파우스토가 큰 존재감을 표출하며 잘 막아내고 있습니다!]만약 유지우와의 훈련을 통해 각성한 파우스토 바르코가 아니었다면 벌써 네 골 이상은 나왔을 만큼 위협적인 장면이 많았다.
[공수 전환이 상당히 빠른 템포로 이뤄지고 있는 양 팀! 이번에는 보카 주니어스의 턴입니다!] [훌리안 마르티네즈가 빠르게 전방으로! 하비에르가 받아서 오른쪽 측면의 유에게 전달! 원터치로 물 흐르듯이 이어집니다!]쿠-웅!
뒤에 바짝 붙은 티아고 모랄레스.
그를 본 유지우는 볼에 발을 가져다 대 띄웠다.
스르르르륵.
볼은 티아고 모랄레스의 키를 넘겼고 유지우는 돌아 들어가면서 어깨로 툭 치고 달렸다.
[이대로 리버의 측면이…! 앗! 여기서 백태클이 들어옵니다!]볼을 잡고 돌아선 다음 달려 나가려고 했는데 티아고 모랄레스가 다리를 걸어 넘어트렸다.
[유가 다리에 걸려 넘어졌지만, 멈추지 않고 경기를 속행!] [주심의 방향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걸까요? 반칙이 선언되지 않았습니다!]“반칙이잖아요!”
누가 봐도 반칙이라 유지우는 주심을 따라가며 항의했지만, 주심은 노려보더니 가슴팍을 만지작거렸다.
척.
그러더니 카드를 꺼냈다.
“내가 내린 판정에 토 달지 마.”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더 항의했다간 레드카드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이를 악물었다.
“원숭이가 하는 말을 심판이 알아먹겠냐?”
여전히 티아고 모랄레스는 신경을 건드리는 트래쉬 토크를 했다.
“그 더러운 입 다물게 해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 * *
“허억… 헉….”
시간이 갈수록 필드 위에선 거친 숨소리만이 들렸다.
평소보다 거친 경기의 여파로 체력을 거의 다 소진하고 오로지 정신력에 의지한 채 필드를 누볐다.
지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여기서 지는 순간 역적이 되는 거니 선수들은 더욱더 서로를 몰아붙였다.
퍼—억!
필드를 낙엽처럼 뒹굴고.
“XXXX!”
“이리 와봐! 이 새끼들아!”
근근이 폭력적인 상황도 만들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거친 더비답게 선수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주먹질을 한 선수들이 한 명씩 퇴장당하는 명장면도 나왔다.
[10 vs 10이 된 상황! 이렇게 되면 리버 플레이트가 역전할 가능성이 줄어들게 됩니다.] [어느덧 정규 시간이 다 지나고! 추가 시간이 5분 주어집니다! 보카 주니어스는 버티기보다는 아예 승리를 가져가려는지! 라인을 내리지 않고 맞섭니다!]90분이 지나고 추가 시간이 주어졌다.
한 방을 노리기 위해 리버 플레이트는 하프라인 인근까지 최종 라인을 올렸다.
리버 플레이트는 중원 5인방이 패스를 주고받으며 틈을 노렸지만, 그때 숨을 헐떡이며 몸을 날리는 파우스토 바르코의 투혼 덕분에 페르난도 벨몬트에게 가는 패스가 끊겼다.
“루즈보오오오올!”
파우스토 바르코가 넘어지면서 소리를 질렀고 그 볼을 훌리안 마르티네즈가 헐레벌떡 뛰어와 잡아냈다.
쿠우우웅!
하지만 가만히 두고 볼 산티아고 메디나가 아니었다.
이미 숨은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압박을 해 볼을 탈취하려고 했다.
[몸을 날리며 볼을 가로챈 보카 주니어스! 훌리안 마르티네즈가 산티아고 메디나의 압박을 버텨내며! 정면으로 패스으으으으!]압박을 가까스로 벗어나 돌아서자마자 패스를 준 곳은 오른쪽에 있는 유지우였다.
“유우우우우우!”
역습에 대비하고 있던 리버 플레이트는 빠르게 수비 백업을 했고 후반 교체 투입해 유지우를 마크하던 왼쪽 윙어 프란시스코 파예로는 유지우에게 바짝 붙었다.
그리고 그때.
탁.
유지우가 볼을 잡더니 오른쪽으로 돌려는 동작을 취했다.
‘…이쪽이다!’
완벽하게 치우쳐진 균형.
100% 확률로 오른쪽으로 올 줄 알았는데 그건 페인트였다.
유지우는 바디 페인트로 상대를 속인 뒤, 스텝 오버로 왼쪽으로 돌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막아!”
근처를 에워싼 선수들을 본 유지우는 마법을 부렸다.
라 크로케타로 두 명.
넛맥(알까기)으로 세 명.
마르세유턴으로 네 명.
[아니이이이이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하프라인 아래서 시작된 드리블! 순식간에 에워싼 네 명을 돌파하는 지우 유! 놀라운 개인 능력입니다!] [리버 플레이트 선수들이 필사적으로 막아보려고 하지만! 보카의 어린 왕자를 막아내지 못합니다!]놀라운 광경에 보카 주니어스 서포터즈석의 사람들은 한두 명씩 일어났다.
리그 최고라고 불리는 리버 플레이트 중원을 녹이는 장면을 보자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졌다.
부르르르.
몸이 떨렸다.
– 와아아아아아!!!
유지우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가슴이 떨렸다.
“이대로 넣어어어어어!”
뒷걸음질을 치며 거리를 재던 티아고 모랄레스는 유지우의 바디 페인팅에 완전하게 속아 마취총에 맞은 것처럼 쓰러졌다.
‘남은 건 두 명.’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가서는 최종 수비수인 마누엘 갈란을 살짝 무게중심을 뒤로했다가 앞으로 전환하는 스피드 완급 조절로만 따돌렸다.
촤—-악!
슬라이딩으로 각도를 좁히는 골키퍼는 발등에 볼을 올리곤 뛰어넘으며 제쳤다.
앞을 가로막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자 보이는 건 비어 있는 골대뿐이었다.
툭.
패스하듯이 가볍게 찬 볼은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철렁~.
이 플레이를 본 사람들은 충격에 빠져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시끄럽던 리버 플레이트 서포터즈들은 침묵하며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골! 골! 골! 고오오오오오오올! 보카의 어린 왕자가! 리버 플레이트의 홈을 침묵으로 물들이는 득점포를 쏘아 올립니다!] [경기 종료 직전에 나온 지우 유의 환상적인 골! 리버 플레이트의 성지! 엘 모누멘탈을 침묵에 빠트리는 보카의 어린 왕자! 마치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가 재림한 모습입니다!]훌렁.
골을 넣은 유지우는 야유를 보낸 리버 플레이트 서포터즈석으로 달려가 광고판에 올라서 유니폼 상의를 벗어서 등 쪽을 보여줬다.
이런 도발에 리버 플레이트 팬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폭동을 일으킬 것처럼 엄청난 분노가 터져 나왔다.
“저 새끼가!”
“누가 망치 가져와!”
경찰들이 개입하면서 관중들이 넘어오지 못했지만, 유지우는 끝까지 유니폼을 내리지 않았다.
동료 선수들도 말리지 않았고 곧이어 주심이 와서 제지하고 나서야 광고판에서 내려왔다.
중계 카메라는 유지우의 얼굴을 잡았다.
[여러분, 이 선수의 이름을 기억하고 또 기억해 주십시오! 머지않아 세계에 이름을 떨칠 스타! 보카의 어린 왕자! 지우 유입니다!]그렇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며 코파 수다메리카나 4강 1차전이 끝났다.
* * *
리버 플레이트의 홈, 엘 모누멘탈은 침묵으로 물들었고 King of Match로 뽑힌 유지우는 이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했다.
“결승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셨습니다. 2차전은 어떻게 준비하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히 승리를 위한 준비를 할 겁니다. 지금의 보카는 리버에게 절대 지지 않습니다.”
자신만만한 태도.
이게 세바스티안 란첼라의 매력이었다.
“오늘 이변이었던 건 파우스토 바르코의 선발 출장이었습니다. 그를 기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모든 사람이 의아하게 생각했던 출장.
그것도 수비 기둥인 에르네스토 게레라를 빼고 잦은 실수를 저지르고 실적이 없는 어린 선수라 더 의아했다.
“성실함이죠.”
“…예?”
“부족한 것을 메꾸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준 것뿐입니다.”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파우스토 바르코가 유지우와 함께 늦게까지 훈련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대충이 아닌 진심이 담긴 행동.
그래서 파우스토 바르코에게 기회를 준 거고 파우스토 바르코는 훌륭히 소화한 거였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그걸 잡는 것은 준비된 자고 파우스토는 준비됐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기용한 겁니다.”
그 뒤로도 여러 질문이 나왔다.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적당하게 대답해줬고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유는 어떤 수준의 선수라고 생각하십니까?”
씩.
“마지막 돌파를 보셨다면 아실 겁니다. 그 녀석은 열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천재입니다.”
【 코파 수다메리카나 4강 1차전! 보카 주니어스가 2 – 1로 엘 모누멘탈을 침묵으로 물들이다! 】
【 보카의 어린 왕자 ‘유지우’, “바나나를 준 팬에게 감사하다. 덕분에 힘을 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
【 일곱 명을 허수아비로 만든 유지우! 정말 열여섯이 맞는가? 】
【 세바스티안 란첼라, “유는 고작 열여섯에 세계적인 선수라는 걸 증명했다.” 】
【 리버 플레이트 팬 측, “그 녀석은 약물을 한 게 틀림없다! 약물검사를 해라!” 】
【 보카 주니어스 측, “유를 향한 노골적인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서 FIFA에 항의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