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45)
필드의 외계인-45화(45/404)
제45화
【 보카 주니어스 유지우! 마침내 리그 득점 랭킹 1위에 오르다! 】
【 유지우, 컵 대회 포함 총 25경기 출전하며 13골 15어시스트! 기록! 】
【 대한민국 축구 유망주 유지우를 향한 아르헨티나의 러브콜! 】
【 유지우 에이전트 측,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제의가 들어온 건 사실이다.” 】
【 아르헨티나 축구협회 측, “유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다. 우리는 그 선수를 품기 위해 어떤 제안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
이 기사는 대한민국에 보도되며 순식간에 스포츠 커뮤니티 사이트를 도배했다.
– 아니!!!!!!!!!!!!!!!!!!!!!!
ㄴ 협회는 뭐 하는 놈들이냐? 저 재능을 다른 나라에 빼앗긴다고? ㅁㅊ
– 협회 반성 안 하면 답도 없음. 애초에 일을 이렇게 만든 게 누구?
ㄴ 차XX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 ㄷㄷ
ㄴ 어허, 메모장 켜! 그분은 댓글도 다 읽으신다고!
ㄴ 차XX X성X XX인 물러가라!
ㄴ 이 사람 뒷소문도 진짜 안 좋던데.
ㄴ 누구 한 명 총대 메고 저격해줬으면 좋겠음;; 인재 유출 시키는 쉑
– 난 솔직히 지우가 어떤 선택하더라도 이해할 거임
ㄴ 지우가 국대 되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간 너무 힘들었을 거 같음 ㅜㅜ
ㄴ 이게 맞지. 이렇게 좋은 선수로 자랐다는 게 자랑스러울 뿐…. 어딜 가든 응원한다.
ㄴ 킹치만… 역시 지우쿤이 국대를 해주면 좋겠달까?
ㄴ 지우 마음 열었다가 윗댓 보고 도망칠 듯;;
가뜩이나 전에 귀화하지 않겠다는 유지우의 인터뷰로 무능한 축구협회에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데 거기에 한 차례 더 돌풍을 퍼부은 셈이었다.
2025년에 터졌던 축구협회 인사들의 횡령.
2026년 월드컵에 터진 인맥 선발 사건.
2028년 협회 파벌 싸움 논란.
2029년 터진 U17 – 월드컵 행정 과실 문제.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축구협회 부정부패가 줄줄이 소시지처럼 수면 밖으로 끄집어졌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이어졌던 축구 열풍.
그 열풍이라는 달콤함에 숨어서 비리를 저지른 축구협회의 민낯이 속속들이 드러나자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관련 인사의 처벌을 비롯해 물갈이를 요구했다.
그렇게 첫 번째로 차성인의 팔다리였던 사람들이 잘려 나갔다.
차성인은 자신을 조여오는 압박에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대응했다.
이 같은 위협을 겪은 게 처음도 아니었고, 이런 일에 대응하는 방법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차성인의 진솔한 이야기: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한 대담 】
그는 자신을 향한 지적에 대한 반박 기사를 냈고, 그렇게 언제나처럼 일이 무마되리라 믿었다.
하나,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 차성인의 거짓말, 도대체 언제까지? 】
기사를 낸 지 삼십 분도 되지 않아 재반박 기사가 나왔고.
곧 수많은 기사가 일제히 나오며 자신의 목을 조여왔기 때문이었다.
– 협회 사무직 현직자임. 썰품.
ㄴ 차성인 이 새끼는 그냥 근본이 잘못된 새끼임. 실력 하나 없이 자리 차지해서 한국 축구계를 좀 먹는 놈임.
ㄴ 능력은 개뿔, 인맥으로 살아남은 전형적인 인물.
ㄴ 어휴 예전부터 소문 돌더니 꼴 좋다. 그러게 처신 잘했어야지.
ㄴ 이제라도 뿌리 뽑아야지. 기자들 뭐하냐 이럴 때 일 더해!
당황한 차성인은 여론을 무마시키려 했지만, 역효과였다.
사람들은 그가 도망친다며 연일 그에 대한 관심을 쏟아냈고, 차성인은 더욱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결정타를 먹인 것은 박우근의 발표였다.
【 레전드 박우근, 차성인 녹취록 공개! 】
【 박우근, “늦었지만 이제라도 모든 것을 바로 잡겠다.” 】
이제껏 조용히 증거를 모으던 박우근이 차성인에게 결정타를 먹이고자 나선 것이었다.
녹취록은 모든 이가 들을 수 있도록 기사에 첨부가 되어 있었고, 곧 온 국민이 그 내용을 알 수 있었다.
– “그 새끼가 대표팀 차출을 거부해? 징계할 방안은? 있어?”
– “A매치 거부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징계를 할 방법은 없습니다.”
– “간접적으로는 있다는 거야?”
– “협회 차원에서 자체 징계를 하는 선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겁니다.”
– “협회는 절대적이야! 선수는 그저 협회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거라고! 당장 유지우에게 통보해! 대표팀 차출 거부를 한다면 징계를 먹이겠다고!”
이게 끝이 아니었다.
– “국민들이 욕하는 게 뭐? 어차피 그 인간들은 뜨거워졌다가 금방 식어. 개, 돼지들이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뭐.”
또 다른 지시를 한 것도.
– “횡령? 책임자 몇 명 꾸려서 꼬리만 잘라서 보내. 말 안 나오게 조심하고.”
오래전에 처리했던 내용도.
– “유지우를 짓밟을 소재를 찾으라고! 그 녀석 가족들이나 뭐든 흠을 찾아!”
전부 쏟아져나왔다.
– “아르헨티나로 귀화를 하게끔 아르헨티나 협회를 설득해.”
– “예?!”
– “그 녀석이 계속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한 나를 괴롭힐 게 훤히 보이잖아. 아예 안 보이게 다른 나라로 치워버려.”
그것들은 지난 1년의 기록이었다.
“박우근 이 자식이…!”
차성인은 어느새 일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음을 느꼈다.
여론은 완전 등을 돌린 뒤였고, 이제는 협회가 아니라 한국에서 살기 힘들 정도로 비난을 받고 있었다.
【 부협회장 차성인, “모든 것은 모함이다. 내가 그걸 증명하겠다!” 】
차성인이 선택한 마지막 돌파구는 기자회견이었다.
적당히 진솔한 척 고개를 숙이며 동정표를 사면, 여론도 조금 잠잠해지리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아직 남은 협회 사람들까지 모두 가면 진실성이 배가 되리라고 그는 믿었다.
하나, 막상 찾아간 기자회견장에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뭐? 오늘 기자회견에 일반인들이 왔다고? 기자들만 오게 하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했잖아!”
“여론이 안 좋습니다. 이럴 때 찾아온 시민들을 돌려보내면….”
“이런, 시X. …할 수 없지, 그 사람들이 이상한 짓 하지 못하게 잘 감시해.”
“알겠습니다.”
“후우, 그래. 표정 관리 잘하는 거 잊지 말고.”
그렇게 차성인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입장했다.
그곳에는 이미 수많은 취재진과 시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저것들 표정이 아주 가관이군.’
평소에는 감히 자신을 쳐다도 보지 못할 이들이 자신에게 손가락질하고 있다는 생각에 차성인은 열이 올랐다.
‘참자. 이 순간을 넘겨야 해.’
차성인은 간신히 표정 관리를 하며 웃는 낯으로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대한축구협회 부협회장 차성인입니다.”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근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에 대한 것이 그 내용이었다.
모든 것에는 오해가 있었으며, 자신은 순수한 마음으로 후배를 돕고자 했다는 것.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이가 있다면 수습에 어떤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그는 말했다.
“제가 드릴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모든 사람의….”
퍽.
그때였다.
차성인의 이마에, 동그란 물체가 날아와 박힌 건.
“억!”
멀리서 날아오는 물체.
그건 달걀이었다.
“이 새끼야! 네가 그러고도 사람 새끼냐!”
“개소리하지 마!”
차성인의 기대와 달리, 더는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박우근을 비롯한 용기 있는 자들이 나선 덕분에 모두가 진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저, 저기요. 잠시만… 악!”
시민들의 난동으로 기자회견은 난장판이 됐다.
사방에서 달걀이 날아오고 기자들은 차성인이 달걀 범벅이 되어 나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기사를 썼다.
【 [PHOTO] 부협회장 차성인, 달걀 맞고 도주! 】
【 차성인 ‘아프니까 사퇴다.’ 】
【 차성인 ‘이 정도 속도면 국가대표도 가능.’ 】
– ㅋ을 눌러 JOY를 표하십쇼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엌ㅋㅋㅋ 국대 드립 기자 미쳤냐고
ㄴ 버러지 컷! 이제 이 새끼 안 봐도 되어서 속이 다 시원하네~~
결국 무엇 하나 수습을 할 수 없었던 차성인은, 모든 걸 포기하고 몰락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다만, 진정한 폭로는 이제 시작이었다.
【 부협회장 차성인, 협회 공금을 사적으로 쓴 정황이 드러나. 】
【 2029 U-17 청소년 월드컵 선수 선발에 개입! 】
【 협회 내부 인사 청탁 정황! 】
하루가 다르게 그에 대한 폭로 기사가 나왔고.
【 축구협회 부협회장 차성인,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 】
【 검찰에 송환된 차성인 부협회장! 】
그가 죽을 때까지 숨기고 싶어 하던 사실 역시, 기사로 나왔다.
【 전 부협회장 차성인, 유지우 감독 폭행 사건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다. 】
수많은 비리 가운데 단 하나.
그 시절에는 모두가 유지우를 욕했던 사건의 진실에 사람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 차성인, 유지우 징계에 직접 개입! 】
유지우 감독 폭행에 또다른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협회 측에서는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꾸벅.
장문기 협회장을 비롯해 수뇌부들이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국민 여러분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대한축구협회는 투명하고 진실한 경영으로 대한민국 축구 미래를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장문기 협회장은 애초에 차성인과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협회장의 직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권력 놀이를 좋아하던 차성인에 밀려 그저 자리만 지키고 있었던 것.
하지만 아끼던 후배들이 용기를 내 목소리를 낸 지금, 그는 더는 숨어만 있고 싶지 않았다.
“차성인을 비롯한 인사들은, 어제부로 모두 물러났습니다. 아울러, 축구협회는 새로운 인사들로 쇄신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기자들이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중, 장문기 협회장은 고개를 들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전 부협회장의 농간으로 상처를 받은 선수가 있습니다.”
기자들은 장문기 협회장이 유지우와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하자 플래시를 터트리며 집중했다.
“상처받은 선수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그 진실을 밝히는 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유지우 선수와 그 가족분들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린 점 대한축구협회를 대표해 사죄드립니다.”
대한축구협회 직원 모두가 고개를 숙이는 진풍경에 기자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 * *
12월 18일.
리그 27라운드 보카 주니어스 vs CA 벨레스 사르스필드전.
잠시 후,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라봄보네라에 도착했고 버스에서 선수들이 내리자 팬들은 선수들을 보기 위해 근처로 몰려들었다.
“오늘 꼭 이겨!”
“너희들만 믿는다!”
인파의 뒤로 밀려서 유지우의 이름이 새겨진 팻말을 든 꼬마 아이가 아버지의 어깨에 목말을 탄 채 누군가를 열심히 찾았고 버스에서 내린 유지우를 발견하자 목청껏 소리쳤다.
“찌우!”
하지만 사람들의 소리에 묻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히잉.”
아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고 아버지가 따뜻하게 말했다.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거야. 그래도 유를 보니까 좋지?”
두 부녀는 이번 시즌부터 유지우를 응원하는 팬이었다.
“좋은데 이왕이면 사인도 받고 싶어요.”
그때였다.
사람들이 스르륵 길을 내줬다.
“꼬마야. 저기 봐.”
한 팬이 여자아이를 부르며 앞을 가리켰다.
아이는 숙였던 고개를 들었고 그러자 자신에게 손짓하고 있는 유지우가 보였다.
“안녕?”
아이의 아버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비켜준 팬들에게 일일이 감사 인사를 하곤 딸의 손을 꼭 잡고 유지우에게 다가갔다.
“어디에 사인해줄까?”
“여기요!”
아이는 뒤로 휙 돌면서 등을 가리켰다.
스스스슥.
유지우는 건네받은 펜으로 등번호 밑에 사인을 해줬고 아이는 세상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고맙습니다!”
“아이랑 당신을 보려고 다섯 시간을 왔어요!”
“와… 힘드셨겠네요.”
“전혀요. 아이가 기뻐하는 얼굴을 보니, 피로가 녹아내리네요.”
“멀리서 오신만큼 이기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사인해주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아이가 유지우를 보며 소리쳤다.
“꼭 이기세요!”
그 말을 들은 유지우는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올려줬다.
“당연하지.”
* * *
경기는 리그 1위와 리그 최하위의 대결이라 일방적이었다.
전반전이 끝나고 전광판에 기록된 점수는 [ 6 – 0 ].
보카 주니어스가 모든 면에서 CA 벨레스 사르스필드를 압도했다.
[그야말로 압도적! CA 벨레스 사르스필드는 보카 주니어스를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점유율도 86 vs 14로 차이가 큽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유는 무려 두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총 12개의 어시스트로 리그 2위에 올랐습니다. 여기서 하나만 더 기록하면 산티아고 메디나와 함께 어시스트 부문 공동 1위로 올라가게 됩니다!]60분.
CA 벨레스 사르스필드의 역습이 실패로 돌아가며 보카 주니어스에게 기회가 왔다.
하비에르 카세로가 받아서 전방으로 패스를 뿌리려고 했지만, CA 벨레스 사르스필드 수비 숫자가 너무 많아 잠시 멈칫했다.
‘반대로.’
그때 보인 게 오른쪽 빈 곳으로 달려가는 유지우였다.
뻐—엉!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찔러준 패스.
두껍던 수비진을 죄다 허수아비로 만드는 아름다운 패스였다.
패스는 회전을 머금고 안쪽이 아닌 바깥쪽으로 휘면서 정확하게 유지우의 발아래에 안착했다.
[오오오오오! 상대 수비진이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놀라운 패스! 이것이 하비에르 카세로의 매력이죠!]패스를 받은 유지우는 스트라이커의 상황을 파악했다.
오늘 출전한 건 리카르도 메사가 아닌 후보 선수인 세사르 페케르만이었다.
176cm의 작은 키, 침투형 스트라이커라 제공권 싸움에 취약해 크로스보다는 침투 패스를 선호하는 유형의 선수였다.
타닷-!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단숨에 방향을 틀었다.
상대 수비수가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진 유지우를 억지로 따라가려다가 허벅지를 움켜쥐며 쓰러졌고 유지우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가 골 에어리어까지 접근했다.
[더 안으로!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유우우우우우!]골키퍼가 슈팅을 경계하며 골 각도를 줄였지만, 유지우의 신경은 골대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투-웅.
가볍게 볼 아래를 툭 찍어 차며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로빙 패스.
침투하던 세사르 페케르만은 몸을 날리더니 다이빙 헤더로 볼을 골대 안으로 꽂아 넣었다.
철렁~.
[고오오오오오올! 세사르 페케르만! 오늘 경기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개인 커리어 첫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이 선수를 빼놓을 순 없죠!]중계 카메라는 어느덧 세사르 페케르만이 달려가는 곳에 있는 유지우를 찍었다.
“내 사랑! 유——!”
세사르 페케르만은 유지우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선 한쪽 무릎을 꿇고 축구화를 자기 무릎에 올리라고 했다.
“어서! 올려!”
“…응?”
다른 선수들도 달려와 부추기는 바람에 유지우는 어쩔 수 없이 오른발을 올렸고 세사르 페케르만은 정성스럽게 축구화를 닦는 세리머니를 했다.
“오오오! 이게 신이 내리신 발이구나!”
오버하는 건 덤이었다.
하비에르 카세로는 유지우에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걸로 리그 어시스트 부분은 네 이름이 제일 위에 있겠네?”
“그래요?”
“모르고 있었어?”
“처음에는 신경이 쓰였지만, 어느 순간 잊고 있었죠. 열심히 하면 기록은 따라오는 법이라고 배웠거든요.”
중계 카메라는 유지우의 얼굴을 타이트하게 찍었다.
표정 변화가 없는 선수로 익히 알려졌지만, 지금의 모습은 놓칠 수 없었다.
동료 선수들에게 귀여움을 받으며 짓는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웃음.
베테랑 기자 한 명이 넌지시 말했다.
“이건 기사 1면 사진으로 딱 맞겠어.”
[열여섯이라는 나이에 리가 프로페셔날 데 푸트볼! 어시스트 1위에 오른 선수를 보셨습니까?! 데뷔 시즌에 역사를 써가고 있는 아시아에서 온 작은 소년! 이제는 보카 주니어스의 절대적 에이스가 되었습니다!] [공동 1위긴 하지만! 이 나이에 이런 성적을 낸 선수는 유가 유일할 겁니다!]11골 13어시스트.
이 기록은 열여섯이라는 어린 선수가 컵 대회를 제외하고 오로지 리그에서만 22경기를 출전해서 만든 기록이기에 모두가 열광했다.
〔리가 프로페셔날 데 푸트볼〕
[어시스트 랭킹]1위 / Boca Juniors / Yoo Ji Woo [13 assist].
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긴 건 열여섯의 어느 겨울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