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47)
필드의 외계인-47화(47/404)
제47화
[페르난도 벨몬트으으으으으!]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도 않은 짧은 시간에 리버 플레이트는 일곱 번의 슈팅을 시도하며 보카 주니어스의 골문을 위협했다.
[슈팅이 골대 위로 지나가며 또다시 득점을 놓치는 페르난도 벨몬트! 비록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리버 플레이트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보카 주니어스의 수비는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에르네스토 게레라가 수비 라인을 통솔하지만, 이상하리만큼 호흡이 맞지 않아 뒷공간을 내주는 상황이 많이 생겼다.
“세미노! 왜 그래?”
가장 심각한 건 오른쪽 측면이었다.
번번이 뚫리며 위협적인 기회를 내준 것만 해도 벌써 세 번째였다.
“미안, 타이밍이 늦었어.”
“끝까지 놓치지 마. 저 녀석 발 빠른 건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다음에는 안 놓칠게.”
리버 플레이트는 그 후에도 비어 있는 공간을 놓치지 않았다.
보카 주니어스의 공격을 차단하고 흐른 볼은 산티아고 메디나의 발아래로 갔다.
스윽.
시선을 돌려 상황을 파악한 산티아고 메디나의 원터치 패스는 다시금 오른쪽 측면으로 흘러갔다.
[아아아! 다시 왼쪽 측면으로! 헤레미아스 알마다가 라인 밖으로 나가려는 볼을 살려냅니다!] [주력이 좋은 선수입니다. 지난 엘 수페르클라시코에는 인대 문제로 나오지 못했지만, 차세대를 이끌어갈 재목임은 틀림없습니다!]타-악.
헤레미아스 알마다가 안정적으로 잡아놓은 볼.
그대로 볼을 치고서 달리려고 했는데 뒤쪽에서 발이 하나 들어왔다.
‘어라?’
조금 전까지 주위를 살폈을 때는 압박이 들어올 만큼 가까운 거리의 선수가 없었다.
촤—악!
그러면 이 발은 대체 누구의 발이란 말인가.
고개를 돌려 확인한 발의 주인은 유지우였다.
‘그 거리를 이렇게 빨리 좁힌다고?’
순간 가속도로 단숨에 거리를 좁혀 슬라이딩 태클로 볼만 라인 밖으로 내보냈다.
[폭발적인 스피드! 볼을 가졌을 때 말고 볼이 없을 때의 유는 훨씬 빠르군요! 먼 거리였는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서 수비에 성공합니다!]화려한 돌파와 득점으로 공격적인 부분이 돋보여 가려진 수비력.
유지우는 넓은 활동량과 뛰어난 주력으로 공격 상황이 아닐 때는 넓은 수비 반경을 보여줬다.
그 모습을 보는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슬며시 웃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플레이가 아름다워.’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유지우에게 수비적인 옵션도 부여했다.
‘리버는 측면을 집요하게 노릴 거다. 그러니까 네가 수비적으로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
내린 지시를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완벽하게 해내는데 안 예뻐하고는 못 배기는 게 당연했다.
리버 플레이트의 홈 엘 모누멘탈.
타다다닷-!
적진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것을 보여주는 어린 선수.
촤—악!
몸을 날리며 투지를 발휘하는 그를 향해 리버 플레이트의 팬들은 갖은 욕설을 내뱉었다.
“XXXXX!”
지난 코파 수다메리카나 준결승 1차전처럼 많은 욕설과 인격모독이 들려왔지만, 유지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며 귀에 손을 가져다 댔다.
더 떠들어 보라는 듯이.
* * *
보카 주니어스 서포터즈석에선 유한우와 식당 직원들이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보고 있었다.
촬영을 맡은 다니엘은 카메라로 필드를 찍으며 너튜브 스트리밍으로 경기 생중계를 했다.
– 저게 반칙이 아니라고?
– 와, 지우 볼 받으니까 야유 보소.
– 어린애한테 너무 심하지 않아?
– 이게 남미구나. 거칠다고 말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
시청자도 계속해서 늘어났다.
“지우 견제가 심하네요.”
줄리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우리 아들이 에이스인데 당연하지!”
“어련하시겠어요. 그리고 소통도 좀 해줘요. 댓글 올라오는데 전 한국말 몰라서 대답을 못 하잖아요.”
“아! 맞다.”
유한우는 댓글을 봤다.
– 와, 근데 지우 속도 실화냐?
“우리 아들이 빠르긴 하죠. 육상 선수를 했으면 올림픽 신기록 세웠을 거예요. 하하하하하!”
– 최전방까지 올라갔다가 최후방까지 내려오는 걸 그냥 전력으로 해버리네 ㄷㄷㄷㄷ 체력 실화냐? 저 나이에?
“저게 우리 아들이죠! 투지와 근성은 아주 저를 꼭 빼닮았습니다!”
– 셰프님 잘 생겼어요!
“하하하! 제 아들도 저를 닮아서 참 잘 생겼답니다!”
그때였다.
앙헬 몰리야가 패스를 찔렀고 유지우가 라인 브레이킹으로 리버 플레이트의 뒷공간을 뚫어냈다.
“가라! 가라! 가라아아아아아아!”
발을 쭉 뻗어 볼을 잡아냈고 다른 수비수들이 붙기 전에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강하게 뻗어나가는 볼이 옆 그물을 흔들자 모두가 아쉬워했다.
– 저게 저렇게 ㅠㅠㅠㅠㅠㅠ
– 아 ㅠㅠㅠㅠㅠㅠㅠ
– 돌파력 봐봐 ㄷㄷ 미쳤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 국대 오면 바로 에이스 가능.
– 에이스만 하겠냐 ㅋㅋㅋㅋㅋㅋ 저 실력이면 주장 줘도 뭐라 할 놈 없음.
– 뭐야 그렇게 개판이냐?
– 국대 개판인 거 모르는 놈이 다 있네.
– 그야 개판이 나기 시작한 24년도부터 안 봤으니까.
– 아 그럼 ㅇㅈ
너튜브 시청자는 1만 명에서 어느덧 2만 명.
계속해서 늘어났다.
* * *
전반전이 끝나고 시작된 후반전.
[보카 주니어스 0 – 0 리버 플레이트]균형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됐다.
중원 점유율은 리버 플레이트가 60을 챙겨가며 우위를 점했지만, 지독하리만큼 득점 운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하비에르 카세로와 앙헬 몰리야까지 수비 가담을 적극적으로 하자 리버 플레이트의 기회는 점차 줄어들었다.
퍼—억!
[거친 몸싸움으로 산티아고 메디나를 밀어내는 하비에르 카세로! 그대로 경기 속행!] [흐른 볼은 훌리안 마르티네즈에게! 그리고 앙헬 몰리야에게 빠르게 패스를 내줍니다!]앙헬 몰리야는 라 크로케타로 침착하게 한 명을 제친 뒤에 패스를 찔렀다.
뻐—엉!
대지를 가르며 최전방까지 향하는 패스.
그러나 몸을 날리는 마누엘 갈란에게 막혀서 끝까지 연결되진 않았다.
서로의 골문을 노리는 공방전이 오가며 어느덧 63분이 됐다.
하비에르 카세로가 돌아서려다가 산티아고 메디나의 압박에 볼을 빼앗겨 역습 상황이 되어버렸다.
곧장 왼쪽 측면으로 볼을 전개했고 마지막에 골문 앞으로 쇄도하는 페르난도 벨몬트의 슈팅이 골키퍼의 손에 맞고 라인 밖으로 나가며 리버 플레이트의 코너킥이 선언됐다.
[에르네스토 게레라의 적절한 방해로 페르난도 벨몬트의 슈팅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위기를 벗어난 건 아닙니다! 리버 플레이트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력이 상당히 높습니다. 잘 막지 않으면 여기서 크게 한 방 먹을 수 있어요!]전반전에도 세트피스에서 위협적인 장면이 많이 연출된 만큼 보카 주니어스 선수들은 서로서로 소통하며 마크를 잡았다.
코너 플래그에서 킥을 준비하는 산티아고 메디나가 손을 올려 동료 선수들과 사인을 맞춘 다음.
뻐-엉!
볼에 강하게 회전을 걸어 크로스를 올렸다.
선수들이 밀집된 구역.
그곳에서 한 사람이 ‘훅’하고 튀어나왔다.
“젠장!”
에르네스토 게레라의 집중 견제를 뚫고 날아오른 페르난도 벨몬트였다.
뻑-!
이마에 볼이 맞자 고개를 꺾었고 볼은 보카 주니어스 골대 왼쪽 구석으로 향했다.
철렁.
완벽한 타이밍.
완벽한 코스.
완벽한 마무리.
압도적인 피지컬로 상대를 찍어 누르며 골을 넣는 모습은 마치 폭군 같았다.
[리버의 골잡이! 페르난도 벨몬트의 헤딩 고오오오올! 리버 플레이트가 균형을 깨고 드디어 앞서갑니다!] [지난 패배의 치욕을 갚아버리는 리버 플레이트의 포효! 페르난도 벨몬트의 골로 엘 모누멘탈에 하얀 물결이 거세게 몰아칩니다!]두 번의 패배.
그 패배로 쌓인 팬들의 불만이 마침내 환호로 바뀌었다.
* * *
코파 수다메리카나에서 연전연패한 것을 갚아 주기라도 하듯이 리버 플레이트는 골을 넣자 더 거칠게 나왔다.
삐—익!
반칙하는 데 스스럼이 없었다.
특히 유지우는 반칙이 아닌 이상 멈추는 게 힘들어 마크하는 선수들은 드리블이 시작되기 전에 영리하게 반칙으로 끊었다.
[유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는군요.] [지난 두 경기에서 깨달은 거죠. 유를 자유롭게 두는 순간, 점수 차이는 좁혀질 거라는 걸요.]“못 막을 거 같으면 반칙으로! 절대 공간을 내주지 마!”
티아고 모랄레스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면서도 유지우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주력에서 밀리지만, 정확하게 자신이 설정한 길로 들어오려는 것만 막으면서 영리하게 유지우의 돌파 경로를 막았다.
그리고 티아고 모랄레스만 유지우를 견제하는 게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라인을 내려서 볼을 받으려고 하면 헤레미아스 알마다와 레안드로 알바레즈가 빠르게 다가와 압박했다.
양쪽에서 들어오는 압박.
유지우를 집요하게 괴롭히며 볼을 받을 기회를 줄여나가는 것이 리버 플레이트의 목적이었다.
[리버 플레이트가 측면을 수비하는 방식이 아주 좋습니다! 티아고 모랄레스, 헤레미아스 알마다,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레안드로 알바레즈까지, 세 방향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저렇게 되면 유가 플레이할 공간이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과연 어떻게 극복할까요?]1 – 0.
1점 차이라 리버 플레이트도 안심할 순 없었다.
차분하게 라인을 정비하고 뒷공간을 완벽하게 막아내 보카 주니어스가 들어갈 틈새를 없애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회가 없는 건 아니었다.
공간이 없다면 만들어내는 것.
그게 유지우가 제일 잘하는 일이었으니까.
[세미노가 라인을 따라 길게 쭉 내준 패스! 하지만 유의 주위로 금세 붙는 레안드로 알바레즈!]볼을 받기도 전에 반응해서 붙는 게 빨랐다.
그때 유지우는 발만 뻗어 볼을 띄웠고 돌아서면서 뒷발로 찼다.
공중에 뜬 볼은 레안드로 알바레즈의 머리 위로 지나갔다.
꽉.
레안드로 알바레즈는 이미 지나간 볼이 아닌 돌파하는 유지우의 유니폼을 잡아 균형을 흔들려고 했지만, 쉽게 넘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유지우에게 살짝 끌려가며 유니폼을 놓쳐버렸다.
주심이 휘슬이 아닌 어드밴티지를 선언하며 플레이는 끝나지 않았다.
타앗.
볼을 터치하며 드리블을 이어가자 티아고 모랄레스가 길목을 막아섰다.
‘왼쪽으로 들어오면 돌파, 오른쪽으로 나가면 크로스다.’
휙.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밀고 나가자 티아고 모랄레스는 유지우가 선택한 게 돌파가 아닌 크로스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몸싸움을 통해 유지우를 라인 밖으로 내보낼 계산을 내렸는데.
그때.
투-둑!
순식간에 방향 전환을 하는 개인기, ‘플리플랩’으로 왼쪽으로 치고 나가자 티아고 모랄레스는 역동작에 걸려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오오오오오오! 티아고 모랄레스를 넘어트리고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올라오는 유! 하지만 마누엘 갈란의 백업이 빠릅니다!] [마누엘 갈란을 앞에 두고 슈우우웃…이 아니라! 패스입니다!]슛 페인팅으로 마누엘 갈란을 속인 뒤, 물 흐르듯이 이어진 노룩 패스.
볼이 굴러간 곳으로는 앙헬 몰리야가 빠르게 접근했다.
들어가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몸의 중심은 앞으로 갔고 볼은 뒤로 갔다.
밸런스가 틀어져서 실패할 상황.
“끄아아악!”
앙헬 몰리야는 이상한 기합을 내지르며 슈팅을 시도했다.
그런데.
퍼—억!
발에 맞은 볼이 각도가 크게 휘었고 얼굴에 정통으로 맞으며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만약 얼굴에 안 맞았으면 골대 밖으로 나갈 수 있었던 각도라 엄청난 럭키 골이 나온 셈이었다.
[앙헬 몰리야아아아아! 리버 플레이트의 골망을 흔듭니다!] [이것으로 스코어는 1 – 1 동점!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되면 마지막에 승리해 리그 1위를 차지할 클럽은 과연 어디가 될까요!]앙헬 몰리야는 골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일어나 세리머니를 했다.
유지우는 신나게 세리머니를 하는 앙헬 몰리야에게 다가가 슬쩍 물었다.
“혼자서 어시스트 하고 득점하고 다 하면 재미있어요?”
어시스트 포인트는 유지우로 기록되는 거지만, 혼자서 발로 크로스를 올리고 헤딩을 한 셈이라 슬쩍 놀렸다.
그러자 앙헬 몰리야는 당황한 기색도 없이 당당하게 허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이게 내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배워온 스킬이야! 나중에 가르쳐줄게!”
“피나 닦고 말해요.”
“…피?”
“여기요.”
“이, 이건! 그래! 땀이야, 땀! 내 땀이 일반적인 땀이랑은 다른 성분을 품고 있어서 말이야. 하하하하하하!”
볼의 충격에 입술이 살짝 터져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창피하죠?”
유지우의 직접적인 말에 근처에서 축하해주던 선수들이 입가를 가리며 웃음을 참았다.
앙헬 몰리야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소리쳤다.
“아니야! 진짜 노린 거라니까!”
“아~ 네, 그렇다고 해드릴게요.”
“진짜라고! 진짜야!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