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57)
필드의 외계인-57화(57/404)
제57화
“유지우 선수!”
“여기도 사인해 주세요!”
경기가 끝난 직후.
선수들은 돌아다니면서 응원을 해준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대표팀 선수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사람은 당연히도 유지우였다.
스스스스슥.
유지우는 땀을 닦을 새도 없이 팬들에게 다가가 그들이 내민 유니폼과 종이에 사인을 해줬다.
“최고였어요! 다음 경기도 꼭 보러 올게요!”
“감사합니다.”
“유니폼 주시면 안 돼요?”
유니폼을 달라는 팬들도 많았으나.
“죄송해요. 첫 국가대표 유니폼은 가족들에게 드리고 싶어서요.”
가족들에게 준다는 말에 팬들은 바로 포기했다.
“아…. 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다음에 오시면 꼭 드릴게요.”
“진짜요?”
“그럼요. 전 약속 하나는 꼭 지키는 사람이거든요.”
그렇게 사인회는 코너까지 가서야 끝났고 관중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발걸음을 옮겼다.
“유.”
필드를 떠나 안으로 들어가는데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주앙 달루트가 유지우에게 다가가 안아줬다.
와락.
평소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주앙 달루트였기에 코치진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훌륭했다.”
“감사합니다.”
짧은 대화 후에 유지우는 라커룸으로 갔고 주앙 달루트는 기자들이 모인 프레스 룸에서 인터뷰를 했다.
“월드컵 최종 예선 때의 불안을 완전히 씻어버리는 승리였습니다. 이 승리를 예상하셨나요?”
옆에선 통역사가 통역을 해줬다.
“예상했습니다.”
최종 예선 때 느꼈던 문제점을 보완한 상태라 주앙 달루트는 승리에 자신이 있었다.
“대표팀에 새롭게 발탁된 선수들이 많아 걱정하는 여론이 많았는데요. 이렇게 잘해줄 거라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네. 소속팀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감독님이 부임하면서 대표팀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요. 유지우 선수처럼 새로운 선수들을 발탁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현재 대표팀은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줄 생각입니다.”
주앙 달루트는 추천을 받아서 발탁하는 것보다 직접 경기를 보러 가서 결정하는 걸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교체 투입한 유지우 선수의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이대로 유지우 선수가 대한민국의 에이스가 될 자격이 있다고 보십니까?”
그 질문에 웃으며 대답했다.
“대한민국은 그를 중심으로 더 강해질 겁니다.”
* * *
【 대한민국! 레바논을 상대로 3 – 0 승리를 거두다! 】
【 ‘새로운 에이스’ 유지우의 성공적인 데뷔전, 국가대표 에이스가 될 자격을 증명하다! 】
【주앙 달루트, “대한민국은 에이스 유지우를 중심으로 더 강해질 것.” 】
– 직관 한 사람인데 팬티 갈아입었습니다.
ㄴ 인간적으로 경기장 입구에서 팬티도 같이 팔아야 했어요.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병원 가보세요. 요실금입니다.
– ㄹㅈㄷ 그냥 이 단어 하나로 정리 가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아시아 수준이 아님.
ㄴ 왜 아르헨티나 축협이 군침 흘렸는지 알겠더라.
ㄴ 이러면 월드컵 기대해봐도 되는 거 아니냐?
ㄴ 월드컵 기대는 아직이지. 콜롬비아전을 보면 어느 정도 판단이 설 듯.
– 아니 쟤는 다른 나라 사람 같아, 한 경기 뛰고 바로 에이스 등극…. 사람 맞냐?
ㄴ 몸은 호리호리한 데 저런 폭발력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
ㄴ 몸 전체가 다 실압근임.
– 진짜 한국 선수 맞냐? 플레이 스타일이 옛날 호나우지뉴랑 네이마르 보는 것 같아.
ㄴ 남미 스타일이라더니 딱 맞긴 함.
ㄴ 보는 맛이 있어.
– 진짜 잘하긴 하더라 그래도 FIFA 랭킹 상위권 팀이랑 해봐야 진가를 알 듯.
ㄴ 콜롬비아가 남미에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다음이긴 하지.
ㄴ 콜롬비아 상대로 좋은 경기력 보여주면 월드컵 기대 각이다.
ㄴ 월드컵은 16강 진출만 해도 기적임.
국가대표에 관심이 떠났던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만큼 유지우의 효과는 엄청났다.
레바논전이 끝난 다음 날, 선수들은 회복 훈련을 했다.
“지우야.”
“네?”
“너 중학교 때 학폭 당한 거 진짜야?”
“진짜죠.”
“맞기도 했어?”
“여러 번이요.”
“당시 해운중 있던 애들 싹 다 신상 까이고 프로 데뷔한 이우혁도 연루되어 있다고 하던데.”
현재 대한민국 축구계를 휘젓고 있는 건 ‘해운중 부조리 사건’이었다.
축구 팬들은 진상을 원했고 현 프로 축구 선수 이우혁까지 연관된 게 밝혀졌다.
“기자들은 그때는 관심도 없더니, 이제 와서 난리네요.”
“네가 관련되어 있으니까.”
“…….”
“감독 폭행 조사하다가 거기까지 이어진 거야.”
축구협회는 이 일에 관련된 사람들의 프로필을 죄다 공개하며 엄중한 처벌을 내린다고 공표했다.
“이제라도 다 밝혀져서 다행이죠.”
“아직도 부조리를 저지르는 곳이 있다는 게 놀랍다.”
“서울이나 수도권도 아니고 지방에 있는 작은 학교인데 관심을 가지는 게 이상하죠.”
고등학교 축구에도 관심이 없는데 중학교 축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가 저녁을 먹은 뒤에 미팅룸으로 갔다.
미팅룸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주앙 달루트가 들어왔고 선수들을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레바논전은 가벼운 몸풀기에 불과했다. 국민에게 잃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보다 높은 수준의 나라를 상대로 이기는 방법뿐이라는 건 다 알고 있을 거다.”
주앙 달루트는 레바논을 이겼다고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레바논의 위치는 FIFA 랭킹 100위 밖인 나라.
한국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은 나라라 국민들도 당연히 이겨야 하는 경기 중 하나라고 여겼다.
그래서 인식을 바꾸려면 확실한 한방이 필요했다.
“난 그게 콜롬비아전이라고 생각한다.”
FIFA 랭킹 15위의 콜롬비아.
“전문가들은 우리가 승리할 가능성을 10% 내외라고 점쳤다.”
콜롬비아는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우위라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패배를 예상했다.
“화나지 않나? 이 평가는 너희들을 얕잡아 본다는 내용인데?”
“…….”
“뭐, 그동안 너희들이 보여준 경기력을 보면 당연한 평가니까 할 말이 없겠지.”
“…그건.”
“내가 오기 전까지 승보다 패배가 많은 국가대표, 한 가지 전술에만 의존하며 발전이라곤 없고 퇴보하는 국가대표…. 이게 세간이 지켜보던 너희들의 모습이다.”
팩트 폭행을 당한 선수들은 부들부들 떨며 주먹을 꽉 쥐었다.
서서히 퍼지는 분함.
그걸 읽은 주앙 달루트는 선수들의 감정선을 건드렸다.
“너희는 모르겠지만, 난 이런 상황을 좋아한다.”
집중되기 시작하는 시선.
주앙 달루트는 이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자이언트 킬링, 스포츠에서 이것만큼 짜릿한 건 없지.”
Giant-killing.
약팀이 강팀을 이긴다.
“이 단어를 듣고도 가슴이 떨리지 않는 녀석은 지금 여기 앉아 있을 가치도 없다.”
주앙 달루트는 선수들을 보며 이어서 말했다.
“이기고 싶나?”
– “네!”
“콜롬비아를 이기고 싶나?”
– “네!”
“그렇다면!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국가대표의 본분임을 잊지 말고 상대를 죽일 기세로 잡아내라!”
– “네!”
“우리를 무시한 사람들에게 대한민국 축구가 세계에 통한다는 걸 증명해라!”
– “네!”
“그렇게만 되면 세간이 너희를 바라보는 시선은 180도 달라질 거니까.”
주앙 달루트는 선수 한 명 한 명을 전사로 만들었다.
* * *
경기 전날.
프레스 룸에서 각 국가대표 감독들이 인터뷰를 했고 주앙 달루트는 크게 도발하는 인터뷰를 하진 않았는데 콜롬비아 감독 알바로 산체스는 달랐다.
파이터 성향이 강한 감독이라 인터뷰도 공격적인 것이 특징이었다.
“아시아 축구는 수준이 낮아 우리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내일 경기에서 남미 축구가 세계 중심이라는 걸 보여 드리겠습니다.”
한국 축구 팬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에 스포츠 커뮤니티 사이트는 난리가 났다.
– 뭐라는 거냐?
– 예전이라면 수긍했겠지만, 지금은 다르지.
– 제발…. 제발 이겨서 저놈들 코 좀 납작하게 눌러줬으면.
– 발란타 새끼도 SNS에 글 올렸더라 유지우 박살 내고 한국 따위 3점 차이로 이긴다고 ㅅㅂ
– 지가 박살 나는 걸 잘못 쓴 거 아니고?
콜롬비아 감독 알바로 산체스와 마찬가지로 콜롬비아의 에이스 라다멜 발란타 또한 남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선수라.
「 유? 운이 좋은 선수다. 내가 아르헨티나에 있었다면 아시아 선수에게 어시스트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을 것. 내일 경기에서 3점 차이로 이기며 내가 더 위에 있는 선수라는 걸 보여주겠다.」
광역 도발을 시도했다.
.
.
.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
6만 6천여 석의 관중석이 붉은 물결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레바논전 이후 생긴 기대 심리로 최근 국가대표 경기 중, 오늘이 가장 많은 관객이 집계됐고 콜롬비아의 도발적인 인터뷰 때문에 참교육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박살을 내버려!”
그리고.
삐——익!
그 열기 속에서 대한민국 vs 콜롬비아의 경기가 시작됐다.
[대한민국의 킥오프로 시작된 경기! 우선 뒤로 볼을 돌리며 후방 빌드업부터 시작하는 대한민국! 콜롬비아는 적극적으로 압박을 하지 않고 거리를 두면서 수비를 합니다.]대한민국은 4 – 4 – 2.
콜롬비아는 4 – 3 – 3.
경기 초반은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는 데 집중했다.
3분.
5분.
침착하게 움직임을 살피던 콜롬비아가 압박을 시작했다.
퍼—억!
콜롬비아는 남미 나라답게 플레이 스타일이 거칠었다.
거리낌 없이 발을 뻗었고 한국 선수들은 콜롬비아 선수들과 부딪치면서 필드 위에 낙엽처럼 굴러다녔다.
그리고 드리블하던 유지우마저 콜롬비아 선수가 뻗은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삐—익!
[콜롬비아의 사이드 백! 존 로드리게스가 볼이 아닌 유지우 선수의 다리를 걸어 넘어트립니다!]하프라인 근방에서 얻은 프리킥.
넘어진 유지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존 로드리게스가 다가와선 양손을 눈으로 가져갔다.
찍.
눈을 찢는 행동.
명백한 인종차별 행위였다.
“너희는 할 줄 아는 게 그런 것밖에 없냐?”
유지우는 노골적인 도발에도 화를 내지 않고 피식 웃었다.
“이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레퍼토리가 변하질 않아.”
인종차별은 남미에서 당할 만큼 당했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당하는 중이고.
그래서.
이런 거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앞으로!”
오히려.
뻐—엉!
저 건방진 얼굴을 짓밟을 생각에 의욕이 불타올랐다.
[아직 대형이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빠르게 전개하는 프리킥! 김윤태 선수가 유지우 선수에게!]재빠르게 전개한 유지우는 볼을 받고 돌아서자마자 전방을 살폈다.
그러곤.
하나의 길을 발견했다.
뻐—엉!
수비 사이로 지나간 패스는 오프사이드 라인을 뚫고 나간 강예수의 앞으로 갔다.
[강예수 선수!!! 오프사이드가 아닙니다!]왼쪽 윙어인 강예수는 콜롬비아 수비를 따돌리며 라인을 무너트리고 들어간 뒤, 유지우가 보낸 패스를 원터치로 쇄도하는 황인수의 앞으로 감각적으로 떨어트렸다.
뒤따라오던 콜롬비아 선수들이 손을 뻗어 황인수가 들어가지 못하게 방해했지만.
퍼—억!
피지컬을 앞세우면서 억지로 들어가 몸을 날렸다.
‘들어가라!!!’
툭.
골키퍼가 막으려고 했지만, 그보다 한발 먼저 황인수의 발끝에 걸린 볼은 골키퍼의 옆구리 사이를 지나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철렁.
경기 시작하고 10분도 되지 않아 나온 골에 관중들은 열광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고오오오오오오올! 황인수 선수가 레바논전에 이어서 콜롬비아전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합니다!]세리머니를 하는 선수들과 정반대에 있는 유지우가 중계 화면에 잡히자 해설위원들은 열변을 토했다.
[이 골의 시작은 유지우 선수죠! 지분이 적어도 60%는 있다고 봅니다!] [정말 넓은 시야를 가졌습니다. 저 길은 필드 밖에서도 찾기 힘든데 그걸 찾아내다니…. 필드를 손바닥 안에 놓고 보는 것 같습니다!]유지우의 화려한 플레이에 콜롬비아가 놓친 한 가지.
그건 ‘시야’였다.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패스는 아르헨티나 리그에서 어시스트 1위를 할 만큼 가치를 증명했는데도 콜롬비아는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한 탓에 또 다른 무기를 놓쳐버렸다.
《 대한민국 1 – 0 콜롬비아 》
그렇게 승리를 할 거라면서 자신만만해한 콜롬비아의 진영에는 균열이 생겼다.
저벅.
저벅.
유지우는 걸어서 눈을 찢는 행동으로 도발을 한 존 로드리게스에게 다가가.
“골 들어간 거 안 보여? 안 보이면 잘 보이게 눈 좀 찢어줄까?”
똑같이 도발했다.
“아, 너는 쓸데없이 눈만 크니까 눈을 좁히는 게 나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