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58)
필드의 외계인-58화(58/404)
제58화
【 LIVE) 대한민국 vs 콜롬비아, 1 – 0 <진행 중> 】
선제골이 들어가자 시청자 댓글 창은 읽을 수 없는 속도로 올라갔다.
– ㅠㅠㅠㅠㅠㅠ 최고다 진심 ㅠㅠㅠㅠㅠㅠ
– 내가 본 거 실화냐? 그동안 내가 본 국대 경기가 아님.
– 속이 시원하다.
– 저것들 더 패줘야 함, 난 아직 배고프다!
– 와, 지우가 있으니까 골이 예술로 들어가네 ㄷㄷ
– 연결과정이 이렇게 매끄러운 건 처음 봄.
– 콜롬비아 놈들 입 함부로 놀리다가 한 방 제대로 먹었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특히 지우한테 눈찢한 놈 표정 봐라.
–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참교육이 더 필요합니다. 선생님! 제대로 교육해주세요!
경기 전, 콜롬비아가 한 도발 때문에 심기가 불편했던 팬들의 속이 시원해졌다.
– 강예수랑 황인수의 합도 좋긴 했지만, 지우 패스 실화냐?
– 거길 보네…. 무슨 몽골인이야?
– 무슨 시력이 5.0은 가뿐하게 넘을 판임 ㅋㅋㅋㅋㅋㅋ
– 보고도 안 믿김.
– 그동안 대한민국 국대에서 보지 못한 패스였음 ㄷㄷ
– 패스가 고속도로처럼 뚫리네.
– 갓지우사마!
– 지우야!!! 사랑한다!
– 어허, 어딜 버릇없게 지우라고 불러, 앞에 ‘갓’ 자 안 붙이냐?
댓글 창은 계속해서 뜨거워졌고 입소문을 타고 시청하는 시청자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지?”
중계하는 방송사는 시청률 수치를 보고 놀랐다.
“21%?”
믿기지 않았다.
그동안 국가대표 시청률은 10%도 되지 않았다.
암흑기답게 시청률이 5% 안팎이었는데 레바논전에서 10%가 넘더니, 지금은 20%가 넘어갔다.
“20%가 넘었다고?”
“박찬우 선수가 있을 때도 16%가 최고 수치 아니었어요?”
“와.”
“믿을 수가 없네.”
“경기 시작할 때는 17%였는데 골 넣고서 21%까지 올라갔어요.”
관계자들은 이 상황을 보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유지우 선수 효과가 대단하네요.”
고작 한 명의 선수가 만든 상황은 아니었다.
주앙 달루트를 비롯해 새로운 얼굴들이 활약해준 덕도 있었다.
하지만 보는 이들에게 있어서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에이스.’
모든 국민이 그동안 굶주렸던 에이스가 나타나자 에이스를 구심점으로 떠나간 팬들이 다시금 모여들기 시작했다.
* * *
남미의 모든 나라가 그렇듯 축구는 그들에게 있어서 ‘자긍심’이었다.
그래서 다른 건 패배하더라도 축구로 패배하는 건 죽기보다도 싫어했다.
[ 대한민국 1 – 0 콜롬비아 ]그런 선수들이,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아시아 국가에 한 방 먹자 자존심이 상하며 분노가 끓어오르는 게 당연했다.
“뭣들 하는 거야! 이대로 지면 다 죽을 각오 해!”
알바로 산체스 감독은 벤치에 앉지도 못하고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기회를 살리란 말이야!”
툭.
툭.
2028 코파 아메리카 4강에 들 만큼 콜롬비아의 공격력은 이미 많은 이들의 인정을 받았다.
타다다닷-!
사이드부터 시작된 패스가 전방으로 연결됐고.
뻐—엉!
슈팅까지 빠른 템포로 이뤄져 대한민국 골대를 위협했다.
[골대를 벗어나는 슈팅! 대한민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듭니다!]수비진은 집중하고 있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뚫리자 깜짝 놀랐다.
“…와, 뭐가 이렇게 빠르냐.”
선수의 발도 빠른데 그보다 빠른 게 패스 전개였다.
[콜롬비아의 축구는 방금처럼 속공 위주의 플레이가 많습니다. 대한민국은 이 점을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공격 진영에서 빌드업을 갖추는 능력이 뛰어난 팀이죠. 방심했다간 단숨에 실점하고 말 겁니다.]콜롬비아는 라다멜 발란타를 중심으로 공격을 꾸려나갔다.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인 라다멜 발란타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주전으로 실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탁.
깔끔한 볼 터치와 수려한 드리블.
그의 무서운 점은 별다른 임팩트 없이 조용하게 공격 포인트를 생산한다는 점이었다.
돌파할 것 같으면서 갑작스럽게 템포를 죽이며 패스가 나오는 광경은.
뻐—엉!
라다멜 발란타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광경이었다.
[김기하를 제친 라다멜 발란타의 노룩 패스! 대한민국의 뒷공간이 열렸습니다!]콜롬비아의 스트라이커 제페르손 무뇨스가 라인 브레이킹으로 들어갔지만, 그보다 먼저 골키퍼 강은우가 달려 나와 볼을 안전하게 잡아냈다.
[오오오! 강은우 선수의 판단력이 좋았습니다!] [조한석 선수의 뒤를 이어 든든하게 대표팀의 골문을 지켜주고 있는 강은우 선수! 항상 기복 없이 뛰어난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선수입니다!]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공격이 실패하며 소유권이 넘어가자 콜롬비아 선수들은 꾸준히 대한민국의 골문을 위협했고 그들이 뿜어내는 맹렬한 기세에 대한민국 선수들은 서서히 밀렸다.
“사이드로! 공간을 벌려!”
라다멜 발란타가 손으로 지시를 내리자 중앙 미드필더는 볼을 왼쪽으로 길게 내줬다.
그곳에는 오버래핑하는 존 로드리게스가 있었고 패스는 그의 앞으로 정확하게 연결됐다.
[존 로드리게스에게! 오버래핑으로 대한민국의 측면을 노립니다!]존 로드리게스가 눈을 찢는 행동을 한 걸 관중들도 알고 있었다.
– 우우우우우우우!
그래서 볼을 잡는 것과 동시에 야유를 퍼부었다.
야유를 받는 존 로드리게스는.
툭.
길게 터치를 하고 달려가려고 했는데.
촤—악!
사각지대에서 슬라이딩 태클이 들어오며 볼이 라인 밖으로 나가버렸다.
볼만 걷어내는 깔끔한 태클의 주인공은 유지우였다.
[수비 가담도 뛰어난 유지우 선수! 이 선수에겐 공격력만 있는 게 아닙니다!]그 후에도 유지우는 콜롬비아의 측면을 꽁꽁 묶어버리며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보여줬다.
[쉬지 않는 유지우 선수! 체력이 정말 대단합니다!]최전방에 있다가 어느새 깊숙이 내려와 과감한 태클로 공격을 끊는 플레이는 관중들의 환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 와아아아아아!!!
유지우의 플레이를 보고 있는 관중들은 가슴 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걸 느꼈다.
[이거죠! 대표팀에 필요했던 것이 바로 이런 투지입니다! 대표팀 막내 유지우 선수가 대표팀에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있습니다!]대표팀에게 부족한 건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밀리지 않겠다는 ‘투지’였다.
촤—악!
[김기하의 슬라이딩 태크으으을!]삐—익!
[반칙이 선언되긴 했지만! 라다멜 발란타를 잘 잘라냈습니다!]반칙이 되긴 했지만, 콜롬비아의 공격 흐름을 끊어낸 것만으로도 좋은 시도였다.
넘어져 있는 김기하에게 최민연이 다가와서 일으켜 세워줬다.
“평소보다 파이팅이 들어갔는데?”
“막내가 저렇게까지 하는데 우리도 가만히 지켜만 볼 순 없잖아?”
“그렇긴 해.”
잊고 있었던 투지를 막내 유지우의 플레이를 보고 깨달았다.
30분 뒤.
퍼—억!
몸싸움에서 밀린 김기하는 이를 악물고 넘어지면서까지 다리를 뻗었다.
툭.
반드시 막겠다는 간절함이 담긴 태클은 라다멜 발란타의 발아래에 있는 볼을 건드리는 데 성공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뻐—엉!
‘이런 것밖에 없어.’
[김기하의 멋진 태클! 흘러나온 볼을 넘어진 상태에서도 클리어링 해냅니다!]왼쪽 측면으로 간 볼을 강예수가 안전하게 받아냈고 중앙을 바라보더니, 달리지 않고 볼만 쭉 밀어 넣었다.
간결한 전개.
이게 주앙 달루트가 강조하는 빌드업이었다.
“흘려!”
강예수의 외침을 들은 황인수는 수비수만 유인하며 볼을 잡지 않은 채 흘렸고,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유지우의 앞으로 볼이 갔다.
[황인수 선수가 센스 있게 흘린 볼을 유지우 선수가 측면에서 올라오며 잡습니다!]유지우가 중앙으로 올라가자 존 로드리게스가 이를 악물고 뒤를 쫓았다.
‘느려졌다!’
센터백의 압박에 유지우의 속도가 아주 잠깐 느려진 틈에 뒤에서 태클을 시도했다.
볼이 아닌 발목을 노리고 들어간 태클이었다.
삐—익!
유지우는 다리에 걸려 한 바퀴 굴렀고 주심은 휘슬을 불며 프리킥을 찍었다.
[아니! 방금 태클은 대체 뭐죠! 거칠어도 너무 거친 태클입니다! 이건 카드가 나와야죠!]– 우우우우우우우우!
관중들은 존 로드리게스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과격한 플레이도 플레이지만, 과열된 경기 분위기 때문에 선수들은 서로 밀치며 분위기가 험악해졌고 각 팀의 주장들이 나서서 말렸다.
“그만! 물러나! 이러다가 카드 받으면 불리해진다!”
괜한 분쟁으로 카드를 수집하면 불리하니까 충돌 직전에 주심이 휘슬을 불며 상황을 정리했고 존 로드리게스에게 옐로카드가 나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대한민국에 프리킥이 주어졌다.
[상황이 정리됩니다. 다행히 카드를 받진 않았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프리킥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키커로 누가 나설까요?]키커는 만장일치로 유지우로 정해졌다.
훈련 과정에서 보여준 킥의 정교함은 유지우를 따라올 선수가 없었다.
“지우야.”
“네.”
“페인트 넣어줘?”
“아뇨.”
“어떻게 찰 거야?”
키커로 나선 유지우는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킥을 준비했다.
[보카 주니어스에서도 전담 키커로 거론될 정도로 양발 모두 정교한 유지우 선수가 준비합니다!]커다란 전광판에는 유지우의 얼굴이 잡혔다.
– 와아아아아아!
그러자 터져 나오는 함성.
유지우는 갑작스럽게 나오는 함성에 당황해서 두리번거리더니, 전광판을 가득 채운 자기 얼굴을 보곤 손을 들어 화답했다.
[하하하하하하! 저 상황에서 손을 흔들다니, 대단한 강심장에 스타성도 대단합니다!]다시 집중하곤 심호흡하면서 왼발로 찰 준비를 했다.
[주발인 오른발이 아닌 왼발로 준비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왼발 역시 주발 수준으로 정교함이 높은 선수니까요.]콜롬비아 선수들의 위치를 한 번 더 확인하곤.
삐—익!
주심의 휘슬이 들리자 천천히 발을 뗐다.
뻐—엉!
수비벽 위가 아닌 아래.
수비벽이 점프를 뛰면서 밑에 생긴 작은 틈새로 차며 골대 오른쪽 구석을 노렸다.
골키퍼가 읽고서 몸을 날렸지만, 볼은 그보다 빠르게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철렁.
오른쪽 아래 구석으로 빨려 들어간 볼.
– 와아아아아아아아!!!
깔끔한 프리킥 골에 함성이 터져 나왔다.
[환상적인 프리킥 고오오오오오올! 만 열일곱의 어린 선수가! 수만 명의 관중을 열광시킵니다!]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막내! 대한민국 축구의 장래는 이토록 밝습니다!]골을 넣은 유지우는 곧장 콜롬비아 벤치 쪽으로 달렸다.
[어? 유지우 선수가 어딜 달려가는 거죠?]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대한민국을 얕본 알바로 산체스 감독만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엿을 먹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유지우가 선택한 건.
촤—악!
콜롬비아 벤치 앞에서 시도하는 다이빙 세리머니였다.
이건 명백히 도발이었다.
“당장 저 새끼 잡아!”
“죽여버린다! 저 빌어먹을 애송이!”
“감히! 감히!!!”
그러자 콜롬비아 벤치를 비롯해 필드에 있는 선수들이 화를 냈다.
에스파냐어로 항의를 하는 콜롬비아 선수들에게 유지우는 한마디 했다.
“분하면 골을 넣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