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59)
필드의 외계인-59화(59/404)
제59화
< 대한민국 2 – 0 콜롬비아 >
모두의 예상을 깬 전반전이 끝나고 시작된 후반전.
까—앙!
시작하고 3분도 되지 않아 콜롬비아가 기회를 만들어냈다.
라다멜 발란타의 중거리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높이 튀어 올랐고 튀어 오른 볼은 골키퍼 강은우가 점프를 뛰어 안전하게 처리했다.
[아쉬워하는 라다멜 발란타! 콜롬비아가 계속 슈팅을 시도하고 있지만, 득점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강은우 선수의 선방도 선방이지만, 골포스트가 도와주고 있는 게 크죠. 콜롬비아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계속되는 공격 시도.
콜롬비아는 격차를 쉽게 좁히지 못했다.
대한민국 수비진의 몸을 날리는 수비로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으아아아아아!”
기합을 내뱉으며 이가 안 되면 잇몸으로 막는 투혼에 콜롬비아의 발목이 잡혔다.
수비진의 활약 덕분에 공격진에서도 활기가 돌았다.
촤—-악!
[정상훈의 깔끔한 태크으으으으을! 흘러나온 건 손준하가 전방에 있는 최남일에게! 안전하게 위험지역 밖으로 볼을 보냅니다!]콜롬비아의 역습을 차단한 대한민국에 한 번의 기회가 또 찾아왔다.
타다다다닷-!
유지우는 오른쪽 측면에 있다가 존 로드리게스를 따돌리고 중앙으로 올라갔다.
뻐—엉!
올라오는 걸 본 최남일은 지체하지 않고 패스를 찔렀다.
중계 카메라는 볼이 가는 곳으로 돌아갔고 해설위원들은 유지우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유지우 선수가 또 중앙으로 올라옵니다!] [정말 활동량이 대단합니다. 비어 있는 공간이 보이면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콜롬비아 진영에 혼란을 줍니다. 저러니 콜롬비아가 쉽게 막아내지 못하는 거죠.]압박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있었고 유지우는 볼을 잡기 전에 고개를 돌려 시야를 확보했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그 시간에 콜롬비아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한 유지우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그림이 그려졌다.
투-웅.
그리고 그 그림대로 콜롬비아 수비진의 머리 위로 로빙 패스를 보냈다.
중앙이 아닌 좌측.
강예수가 있는 자리였다.
[유지우 선수의 패스가 침투하는 강예수 선수의 앞으로!]콜롬비아 수비진은 손을 들며 오프사이드라고 어필했지만, 부심의 기는 올라오지 않았다.
[부심의 기는 올라오지 않습니다! 강예수 선수! 강예수 선수!!!!]빠른 주력으로 라인 브레이킹을 한 강예수는 공중에서 떨어지는 볼을 가슴 트래핑으로 잡았다.
‘앗!’
살짝 길게 된 트래핑.
자칫 실수가 나올 상황인데도 강예수는 당황하지 않았다.
‘침착함.’
이게 강예수의 장점이었다.
그는 침착함을 유지한 채.
뻐—엉!
자세를 잡곤 오른발로 맞고 뒈져라 슛을 때렸다.
철렁.
발등에 제대로 얹히며 니어 포스트인 왼쪽 상단으로 들어간 볼.
대한민국의 왼쪽 날개, 강예수의 발끝에서 오늘 경기의 세 번째 골이 나왔다.
[강예수 선수의 오른발이 콜롬비아의 골문을 열었습니다!] [1골 1도움을 기록하는 강예수 선수! 강예수 선수의 공격 포인트 생산 능력은 K리그에서도 정평이 나 있습니다!]주앙 달루트가 강예수를 소집한 이유는 이런 점이었다.
‘공격 포인트 생산율.’
유지우만큼은 아니지만, 국내 리그에선 공격력이 높은 선수라, 새롭게 바뀌는 대한민국의 양 날개 중 한쪽으로 선점한 거였다.
“나이스으으으으으!”
동갑인 황인수는 강예수에게 헤드록을 걸며 축하해줬고 강예수는 세리머니를 하고 나서 유지우에게 다가가 포옹을 했다.
“진짜 예쁜 패스였어.”
“형이 잘 움직여준 덕분이죠.”
“이 기세로 해트트릭?”
“욕심이 너무 과한데요?”
“네가 있으면 별로 어려울 건 없어 보여서.”
“한 번 노려는 보죠.”
강예수는 주먹을 내밀었고 유지우는 주먹을 맞대며 웃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대표팀의 새로운 듀오의 탄생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콜롬비아는 멘붕에 빠졌다.
“…이건 말도 안 돼.”
가장 충격에 빠진 건 알바로 산체스 감독이었다.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는데 실상은 달랐다.
< 대한민국 3 – 0 콜롬비아 >
콜롬비아 벤치는 차갑게 식었다.
* * *
태극전사들이 보여주는 경기력을 본 주앙 달루트는 주먹을 꽉 쥐며 어퍼컷을 날렸다.
[어느새 3 – 0으로 벌어진 차이! 대체 이 경기력은 뭐란 말입니까! 레바논 때보다 더 정교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대한민국!] [이게 암흑기에 빠졌던 대한민국의 축구가 맞습니까? 암흑기가 아니라 황금기! 황금기가 찾아온 것만 같습니다!]선수들의 투지도 투지지만, 주앙 달루트가 계속해서 라인에 서서 지시를 내리는 것도 한몫했다.
“킴! 뒤로 살짝 내려. 왼쪽으로 온다. 패스 길 봉쇄해! 그리고! 라인 간격 유지하고! 섣부르게 나가지 마!”
콜롬비아의 공격 전술에 맞춰서 전술이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탓에 콜롬비아가 득점하는 게 더 어려웠다.
선수들 간의 소통.
비어 있는 공간은 협력 수비로.
이를 악무는 투혼까지.
대한민국 선수들은 필드 전체를 다리에 경련이 날 정도로 뛰어다녔다.
숨이 차오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아도.
그들의 다리는 멈추지 않고 볼을 쫓았다.
촤—악!
[오오오! 최남일이 몸을 날리며 라다멜 발란타에게 가는 패스를 잘라 냈습니다!] [그리고 깔끔하게 클리어링! 라다멜 발란타에 대한 견제가 더 두터워지며! 콜롬비아가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합니다!]불안했던 후방 빌드업이 나름대로 안정이 되자 주앙 달루트는 만족스러웠다.
‘아직 호흡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긴 해도 이 정도면 성공적이라고 봐도 되겠어.’
점유율에서 대한민국이 우위에 있었다.
콜롬비아의 전방 압박을 피하며 후방 빌드업을 하는 모습에는 해설위원들도 감탄했다.
[한국 선수들이 침착하게 콜롬비아의 압박을 피하고 있군요.] [패스를 길게 하는 게 아니라 짧게 주고받으면서 패스 빈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점유율이 벌써 62 vs 38로 크게 벌어졌습니다.]그리고 이러한 플레이가 가능하게 만든 게.
탁.
유지우의 존재였다.
전방에서 쉬지 않고 압박을 해주는 덕분에 후방에서도 수비하는 게 편해졌다.
60분.
70분.
시간이 갈수록 콜롬비아는 조급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플레이가 거칠어져 비신사적인 행동이 늘어났다.
유니폼을 잡아끈다거나.
일부러 라인 밖으로 밀어 넘어트리며 선수들을 괴롭혔다.
그리고 제일 심한 건 침을 뱉는 거였다.
인종차별 행위를 하면서 침을 뱉는 행동에 관중들은 콜롬비아 선수들이 볼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다.
– 우우우우우우우!
악조건 속에서도 비신사적인 플레이는 멈추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살인 태클의 향연에 주심은 연신 카드를 꺼냈다.
[이게 축구인가요! 격투기인가요! 이런 식이면 축구 선수가 아니라 격투기 선수를 해야죠!] [다행히 부상자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언제 부상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과격함입니다. 콜롬비아 선수들은 이기는 걸 포기한 것 같네요.]가장 많은 견제를 받은 건 당연하게도 유지우였다.
골 세리머니로 도발까지 한 탓에 유지우를 담그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었으나 유지우는 미꾸라지처럼 피해 갔다.
스르르륵.
볼을 감싸는 발.
그리고 이어지는 현란한 발재간.
일명 ‘뱀 드리블’로 유명한 동작으로 콜롬비아를 농락했다.
– 오오오오오오오!
두 명의 선수가 몸을 거칠게 부딪치고 반칙으로 끊으려고 했지만, 진짜 뱀이라도 된 것처럼 절묘하게 피했다.
오른쪽으로 한 번.
그리고 왼쪽으로 나가는 척 오른쪽으로 한 번 더.
역동작에 걸리게 하면서 제쳐냈다.
그렇게 공간이 열리자 과감하게 라인을 올렸고 왼발로 자세를 잡았다.
‘보인다.’
왼발로 감아서 차려고 하는 순간.
촤—-악!
슈팅 코스를 막으려고 존 로드리게스가 몸을 날렸다.
휙.
유지우는 침착하게 한 번 접었다.
– 오오오오오오오!
존 로드리게스가 완전히 지나간 뒤, 오른쪽으로 한 번 찬 뒤에 슈팅을 때렸다.
뻐—엉!
오른쪽 구석으로 낮게 깔리며 골키퍼가 다이빙해도 손이 닿지 않는 절묘한 곳으로 들어갔다.
철렁.
[유지우 선수의 추가 고오오오오오올! 이것으로 스코어는 4 – 0! 차이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습니다!] [FIFA 랭킹 15위인 콜롬비아를 격침하는 대한민국! 주인공은 이 선수! 대한민국의 새로운 에이스! 유지우입니다!]2골 1도움을 기록한 유지우는 골이 들어가자마자 가슴에 있는 태극마크를 치며 포효했다.
그리고 유니폼 상의를 벗어서 중계 카메라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고 등번호가 있는 쪽을 펼쳐 보였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에이스 유지우! 이 선수가 아니었다면 이 스코어도 무리였을 겁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열광하는 관중들.
펄럭이는 태극기.
FIFA 랭킹 15위의 콜롬비아는 대한민국에 처절하게 패배했다.
* * *
“젠장! 이게 무슨 망신이냐고! 고작 한국 따위에 지는 게 말이 돼?”
종료 휘슬이 울리자 콜롬비아 감독 알바로 산체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병을 걷어차며 필드 밖으로 나갔다.
“감독님!”
“인터뷰 부탁드립니다!”
“감독님? 감독님!”
“오늘 패배의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무시하려다가 패배의 이유를 묻는 말에 한마디 했다.
“전술은 완벽했지만, 선수들의 집중력 부재가 패배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면 감독님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겁니까?”
“예, 준비한 대로만 했으면 한국에 지는 일 따위는 없었습니다.”
승리할 때는 자신의 공으로 돌리고 패배를 할 때는 선수 탓을 하는 감독.
그게 알바로 산체스였다.
경기 전까지 그토록 자신만만하던 콜롬비아 선수단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며 필드를 빠져나갔다.
“이것들아 꼴 좋다!”
“너희들이 무시하던 팀한테 한 방 맞으니까 어질어질하지?”
관중들은 그들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경기 전, 도발한 것보다 경기 중에 보여준 비신사적인 행동에 대한 어필이었다.
– 와아아아아아아!
그들과 반대로 승리를 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관중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았다.
짝짝짝짝짝!
“잘했다!”
“이게 대표팀이지!”
“지우야! 사랑한다!”
[대표팀이 이렇게까지 환호를 받은 적이 대체 얼마 만입니까!]그동안 암흑기라고 불릴 만큼 형편없는 경기력만 보여주던 선수들에겐 야유가 익숙했다.
‘엿 세례.’
2026년 월드컵에서 3전 전패를 했을 때, 공항을 찾은 사람들은 대표팀에게 엿을 던지며 비난했다.
그랬던 대표팀이 야유가 아닌 환호를 받자 해설위원들은 그동안 대표팀이 겪은 고생이 생각나 울컥했다.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는 더 변할 겁니다! 바로 이 선수를 중심으로 말이죠!]대한민국 축구는 새로운 에이스의 등장과 함께 암흑이 가득한 터널에서 빠져나와 마침내 빛을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