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60)
필드의 외계인-60화(60/404)
제60화
대표팀 감독 주앙 달루트는 경기가 끝난 직후, 몰려오는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했다.
“FIFA 랭킹 15위인 콜롬비아를 상대로 대승을 거뒀습니다! 소감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제 예상보다도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콜롬비아라는 강팀을 상대로 이기면서 자신감을 챙겼다는 게 가장 기쁩니다.”
암흑기를 걸었던 대한민국 대표팀 속에 깊게 뿌리내렸던 ‘패배감.’
그것이 콜롬비아를 상대로 이기면서 약간 사라진 것에 만족스러웠다.
“레바논, 콜롬비아를 이긴 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시작이라면?”
“대표팀은 새로운 에이스를 중심으로 월드컵을 목표로 한 단계 더 발전할 겁니다.”
고작 A매치에서 승리하는 걸로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은 게 아니었다.
주앙 달루트가 원하는 것은 하나.
국제 대회에서 성과를 내는 거였다.
물론 대표팀을 맡은 초창기에는 불안감에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했다.
암흑기에 빠진 대한민국에는 미래가 없어 보였으니까.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팀을 이끌 중심이 없었다.
‘이 녀석 어때?’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으려고 고민을 거듭하던 그때, 자신을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으로 앉힌 박우근이 한 명의 선수를 보여줬다.
그 화면 안에서 작은 소년이 보여주는 플레이는 단숨에 마음을 사로잡았다.
‘얘 누구야!’
‘마음에 들지?’
‘마음에 드는 정도가 아니야! 이 녀석만 있으면 대표팀 수준 자체가 달라져!’
그동안 봐온 수많은 축구 선수 중에서도 이토록 빛나던 선수들은 몇 없었다.
그리고 직접 아르헨티나까지 찾아가 경기를 보고 나서야 희망이 생겼다.
이 선수와 함께라면 꿈꾸던 곳까지 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대한민국 축구는 이제부터 많은 것이 변화할 겁니다. 팬 여러분들은 안전띠 단단히 매세요. 지금까지 보지 못한 곳까지 가야 할 테니까요.”
그의 발걸음에는 더는 불안감이 아닌 새로운 설렘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 * *
【 대한민국! FIFA 랭킹 15위 콜롬비아를 4 – 0으로 격파하다! 】
【 ‘에이스’ 2골 1도움의 유지우, “다음은 월드컵에서 골을 넣고 싶다.” 】
【 주앙 달루트, “대표팀의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 다들 안전띠 꽉 매길.” 】
【 암흑기는 끝났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화려한 비상! 】
【 월드컵 청신호? 대표팀의 변화는 어디까지? 】
– 경기력 실화냐?
ㄴ 가슴이 웅장해지더라.
ㄴ 콜롬비아가 슈팅 개수가 더 많은데 우리가 이겼네?
ㄴ 그만큼 공격이 안정됐다는 거지.
ㄴ 갓지우도 갓지우인데 강예수도 잘하더라.
ㄴ 그리고 수비가 안정적인 게 진짜 미쳤음.
– 유지우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걸 느꼈다.
ㄴ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선수임 ㅠㅠㅠㅠㅠㅠ
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ㄴ 10번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
ㄴ ㄹㅇ 10번 그 자체.
ㄴ 보카 주니어스에서도 10번 다는 거 아니냐?
ㄴ 이적 안 하면 다음 시즌에 달 듯.
ㄴ 이적할까?
ㄴ 빅클럽들 슬슬 관심 두는 모양새던데?
ㄴ 공포 100개 생산하면 ㅆㄱㄴ.
ㄴ 100개는 무리고 50개는 달성 가능성이 높지.
– 공포 생산 능력 미쳤더라.
ㄴ 이러니 빅클럽에서도 관심을 두지.
ㄴ 이러다가 아르헨티나 최다 득점 기록 갈아치울 판이던데?
– 지우야 ㅠㅠㅠㅠㅠ 맨유 좀 살려줘라.
ㄴ 맹구가 어딜 껴.
ㄴ 요새 맹구가 아니라 맹육 아니냐?
ㄴ 맹육도 힘들다. 맹구 될 판.
ㄴ 유로파 따위 ㅋㅋㅋㅋㅋ 챔스 갈 수 있는 리버풀이지!
ㄴ 전범풀은 다물자.
ㄴ ㄹㅇ 리버풀은 ㄲㅈ
ㄴ 바르으으으으셀로나!
ㄴ 언제적 바르셀로나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회장이 개판치고 나가서 재정 파탄 나게 생겼는데.
ㄴ 바르샤보단 마드리드지! 지우 관상이 레알 관상임.
다음 날, 저녁.
집에서 가족들과 누나 친구들하고 같이 밥을 먹었다.
상다리가 부러질 듯 많은 음식이 있었고 죄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이야, 다 지우가 좋아하는 것들만 있네.”
누나는 상에 올려진 음식들을 보며 감탄했다.
“고생했으니까 많이 먹어야지~.”
“내가 해달라고 할 때는 안 해주면서.”
“너는 네가 해 먹으면 되잖아. 요리도 할 줄 아는 녀석이 엄마를 부려 먹으려고?”
“그래도 엄마가 해주는 건 평생 먹고 싶은걸?”
누나가 애교를 부리자 어머니는 싱긋 웃었다.
“그렇게 애교 부려도 안 돼.”
“칫.”
“우리 국가대표 에이스 아들! 잡채 많이 했으니까 실컷 먹어.”
“네.”
그렇게 퇴근한 아버지도 합류하며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됐다.
식사하면서 나눈 대화는 일상적인 거였다.
계속 이야기를 하던 중에 다빈 누나가 물었다.
“아르헨티나에는 언제 돌아가?”
“다음 경기가 다음 주 수요일에 있어서 일요일에.”
“그렇게 빨리?”
“나도 더 있고 싶긴 한데 일정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
가족들은 내가 오기 전부터 언제 갈지 알고 있어서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내심 서운해하긴 했지만.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서 차를 한 잔씩 마셨다.
“그런데 제가 드린 유니폼은 어떻게 하셨어요?”
레바논전이 끝나고 드린 국가대표 유니폼이 보이지 않았다.
“그거? 잠깐만.”
차를 마시다 말고 아버지가 방으로 들어갔다.
“짜잔!”
그리고 나온 아버지 손에는 뭔가 들려 있었고 그건 내 국가대표 유니폼을 담은 액자였다.
“뭘 그렇게까지 해요.”
“어릴 때부터 말하던 국가대표 첫 경기 유니폼인데 기념해야지.”
어머니는 그걸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네 아빠 나중에 너 박물관 세워지면 거기 기부한다고 유니폼 다 액자 보관하고 있어.”
아버지의 축구 사랑은 못 말리겠다.
차를 다 마시고 과자를 오물오물 먹는 중에 누나가 넌지시 물었다.
“다음에도 국가대표에 소집되는 거지?”
“아마도?”
“우리 아들 안 뽑으면 그건 말이 안 되지!”
“그럼! 그럼!”
자신 있었다.
내가 A매치에서 보여준 게 있으니 큰 이변이 없는 한 감독님도 다시 나를 부르겠지.
“그러면 월드컵에 나가는 거네?”
2030 FIFA 남미 월드컵.
세계 최고의 스포츠 대회가 4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러지 않을까?”
지난 경기에서 결과를 보여줬으니, 월드컵 대표팀 승선은 어렵지 않을 거다.
“시즌 끝나면 한국 올 필요 없겠다.”
“응?”
“어차피 남미에서 하는 월드컵이니까 현지에서 합류하면 되잖아.”
그것도 그렇네.
“그때는 우리가 아르헨티나로 갈게.”
“월드컵에서 뛰는 지우라니…. 아직 상상이 안 돼.”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 * *
며칠 후.
한국을 떠나 아르헨티나로 돌아왔다.
곧장 훈련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구단에서 이틀은 쉬고 출근하라는 통보를 해서 타의 100%로 강제 휴식을 했다.
“후우우.”
강제 휴식이라곤 하지만 집에 마련된 트레이닝 장비로 개인 훈련을 하며 몸을 예열시켰다.
“지우 선수.”
“오셨어요?”
“운동 중이셨군요.”
“가만히 있으면 심심해서요. 뒤에 계신 분이 매니저분이에요?”
“네!”
내가 아르헨티나에서 성과를 내자 회사에서 인정받은 차명훈은 다른 선수들의 컨택 문제로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그래서 본인 대신에 나를 가까이서 케어할 매니저를 소개해줬다.
와.
뭐지.
피지컬이 장난 아니네.
“이쪽은 미국에서 온 덱스 가넷입니다.”
“반갑습니다.”
“덱스가 옆에서 축구 외적인 부분을 전부 케어해줄 겁니다.”
“덱스입니다.”
차명훈이 미국에서 일할 때 알게 된 사이라고 들어서 수락은 했지만, 역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경계심이 드는 건 여전했다.
“덩치가 크죠? 미식축구 선수 생활을 잠깐 하다가 부상 때문에 은퇴해서 그렇습니다.”
2m 가까이 되는 거대한 체구.
미식축구 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포스가 남달랐다.
“유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덱스는 제가 지내는 호텔에서 지낼 거고, 인수인계는 했지만, 따로 해외로 나갈 일정이 없으면 같이 따라다니면서 지켜볼 겁니다.”
차명훈은 그 외에도 덱스에게 여러 가지 주의할 점을 알려줬다.
이것저것 참견하는 걸 좋아하는 차명훈과 달리 덱스는 말수가 적고 과묵했다.
이틀 후.
드디어 팀 훈련에 합류했다.
오랜만에 본 선수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몸을 풀었다.
국가대표에 관한 질문에 대답해주자 디에고 로시의 시선이 훈련장 외곽에 있는 한 사람에게 향했다.
“너…. 대체 누굴 데리고 다니는 거야?”
“매니저.”
“저분이 매니저라고? 어디 조직 생활하다가 오신 분 아니고?”
“미식축구 하다가 오신 분.”
“…일은 잘하셔?”
“운동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잘하시던데?”
처음에는 아직 서로 모르는 게 많아 조금 불편할 줄 알았다.
그런데 차명훈이 추천한 사람답게 자기가 하는 일에 프로페셔널했다.
스케줄 관리.
식단 관리.
운동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엇나가는 것도 없이 모든 걸 관리해주는 덕분에 편했다.
30분 뒤.
훈련이 끝난 뒤, 선수들은 미팅룸에 모였다.
그리고 감독님이 코치진과 들어와 마이크를 잡았다.
“집중!”
감독님의 한 마디에 미팅룸의 모든 신경이 감독님을 향했다.
“코파 리베르타도레스가 시작된다는 건 알고 있을 거다.”
남미 챔피언스 리그라고 불리는 후반기 가장 큰 클럽 컵 대회로, 우승하는 클럽이 남미 챔피언으로 정해지는, 권위 있는 대회였다.
“우리는 코파 수다메리카나를 우승한 덕분에 1차~3차 예선을 치르지 않고 곧장 조별 예선으로 직행했다. 그래서 다른 클럽에 비해 일정에 여유가 생겼지.”
감독님은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목표로 하는 건 우승이다. 작년에 브라질 녀석들한테 당했던 걸 제대로 갚아주자!”
코파 리베르타도레스(Copa Libertadores).
남미 클럽들의 축제가 시작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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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진짜 나이가 열일곱밖에 안 됐다고?”
“네.”
벽에 걸린 바르셀로나 엠블럼.
스카우터가 보낸 유지우의 경기 영상을 보는 사람은 바르셀로나 감독 페드로 가르시아였다.
– 와아아아아아아!
무려 일곱 명을 제치고 골을 넣는 모습에선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미쳤군.”
소문은 들었었다.
아르헨티나 리그를 폭격하는 어린 선수가 있다고.
부풀려진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 영상을 보니, 생각하던 것과 아예 달랐다.
“쟁탈전이 벌어지기 전에 접촉해야겠어. 유의 에이전트 번호가 어떻게 되지?”
그리고 이런 반응은 바르셀로나만이 아니었다.
아르헨티나를 찾은 스카우터들이 클럽에 보고하며 빅클럽들의 시선이 유지우에게 향했다.
“보카 주니어스 소속? 플레이가 훌륭하군.”
독일 분데스리가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
“다른 클럽에 빼앗기기 전에 얼른 움직여야겠어.”
프랑스 명가 파리 생제르맹.
“이 나이에 이런 경기력이면 대체 20대에는 어떤 걸 보여주려는 거지?”
맨체스터 시티에 밀린 2인자 리버풀 FC.
“당장! 당장 연락해! 아니다! 내가 찾아간다!”
명가의 재건을 꿈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 외 수많은 클럽의 시선이 아르헨티나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