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64)
필드의 외계인-64화(64/404)
제64화
공개 트레이닝 데이에 온 사람 중 한 명이 SNS에 올린 글이 일파만파 퍼졌다.
[ 공개 트레이닝 데이에 참석한 사람입니다. 최근 리카르도의 은퇴와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게 유의 이적이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아는 빅클럽들이 접촉하는 탓에 우리는 꼼짝없이 유를 빼앗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그래서 훈련이 모두 끝나고 유에게 사인을 받으면서 이적에 관해 물었고 유가 한 말이 저를 울렸습니다.
“전 떠나지 않습니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더군요. 큰돈을 받고 떠날 상황에서도 유는 클럽을 위해, 팬을 위해 남는 것을 선택한 겁니다. ]
이 글이 퍼지자 유지우도 다음 날, 구단 공식 계정을 통해 의견을 공개했다.
< 보카 주니어스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다. 그것들을 이룰 때까지는 떠날 생각은 없다. >
그렇게 기사들이 쏟아졌다.
【 침묵을 깬 유지우, “난 떠나지 않는다.” 】
【 보카 주니어스 측, “선수의 의견을 존중해 지금까지 침묵한 것, 유는 계속해서 우리와 함께할 것.” 】
떠나지 않는다고 말을 했어도 빅클럽들의 관심 기사는 끊이지 않았다.
그건 유지우가 공개한 글 때문이었다.
‘그것들을 이룰 때까지 떠날 생각은 없다.’
이 문장은 즉, 목표를 이루면 떠나겠다는 의도가 담겨서 스카우터들은 끊임없이 접촉했고 차명훈은 바쁘게 이곳저곳으로부터 연락을 받으며 정중히 거절 의사를 전했다.
지금보다 몇 배는 많은 연봉.
그것을 포기하고 보카 주니어스에 남기로 선택한 유지우를 향해 팬들은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 그의 결정은 보카 주니어스 미래를 위한 결정이기도 해. 난 유가 언젠가 떠날 이방인이라서 마음을 주지 않았는데 이번 일로 그를 진심으로 응원할 생각이야. ] [ 이적 이야기가 돌기 시작할 때, 유가 돈을 보고 떠날 거라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지, 하지만 유는 클럽에 남았어. 돈만 보는 선수가 아니라는 걸 증명한 거지. ] [ 글의 마지막 문장을 보면 유는 떠나긴 할 거야. 단지 지금이 아닐 뿐이지. 저런 재능을 가졌는데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지 않겠어? ] [ 목표를 이루면 떠나겠다는 말이네. ] [ 되게 솔직하지 않아? 결국에는 몇 년 더 뛰다가 나중에 떠나고 싶다고 밝힌 거잖아. ] [ 맞아, 떠나지 않겠다고 듣기 좋은 말만 하다가 떠나 버린 놈들하고는 다르네. ]기사가 매일 쏟아지는 상황에서 유지우는 시장에 살 게 있어서 덱스와 같이 거리로 나갔다.
몇 가지 필요한 물품을 사고 집으로 가려는데 역시나 가게 사장들이 알아보며 이것저것 챙겨줬다.
“진짜 이적 안 하는 거지?”
“네.”
“크으! 내가 이래서 유를 좋아한다니까! 항상 행동하는 게 시원시원해!”
“너도 리카르도처럼 원클럽맨이 되면 내가 죽을 때까지 생선 대줄게!”
“난 과일!”
“난 고기!”
“넌 굶어 죽을 걱정 안 해도 돼!”
사람들에게 파묻혀 있는데 한 사람은 달랐다.
“어차피 나중에 떠날 거잖아?”
그 사람은 70대 노인이었다.
“이룰 거 다 이루고 떠난다며.”
사람들의 말문이 막혔다.
노인이 한 말은 모두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밖으로는 티를 내지 않는 말이었다.
저벅.
저벅.
유지우는 노인이 앉은 벤치로 다가갔다.
“전 보카를 사랑해요.”
“…….”
“어르신만큼은 아닐 거예요. 제가 보카로 온 건 2년도 되지 않았으니까요.”
유지우의 말은 노인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경청했다.
“보카는 축구를 포기할 뻔한 저를 구해준 고마운 곳이에요.”
“…….”
“그래서 남미의 모든 우승 트로피를 보카의 품에 안겨줄 생각이에요.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유지우가 보카 주니어스에서 이루고 싶은 것은 모든 대회 우승이었다.
“그러기 전에 전 보카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
“…만약 하나라도 놓치면?”
“보카에 있겠죠?”
“영원히 놓치게 되면?”
“영원히 남게 되겠죠?”
단순히 성공을 목표로 유럽으로 간다는 게 아니다.
유지우는 수준 높은 클럽에서 뛰고 싶은 욕심으로 축구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축구를 하는 거였으니까.
“믿어주세요. 보카가 남미 제일의 클럽이 될 때까지 전 이곳에 남아서 어르신을 비롯해 보카 팬들의 웃는 얼굴을 위해 뛸 거니까요.”
노인은 멍하니 유지우의 얼굴을 보더니, 헛기침하며 황급히 눈을 피했다.
“…젊은 놈이 고집이 세군.”
“그런 소리 많이 듣습니다.”
“어디 한번 해봐! 평생 해도 못 하겠지만.”
“그러면 평생 어르신 얼굴 보면서 여기서 사는 거죠. 뭐.”
유지우의 진심을 들은 사람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 *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8강 2차전.
보카 주니어스 vs CR 플라멩구.
보카 주니어스가 8강 1차전, 브라질 원정에서 2 – 1로 승리를 거두며 홈에서 열리는 2차전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채, 경기가 진행됐다.
[오늘 경기에서 주의 깊게 볼 점은 유가 공격 포인트 50개를 달성할지에 관한 겁니다.]이 경기는 유독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 이유는 유지우 때문이었다.
‘한 시즌 공격 포인트 50개.’
전에도 한 시즌 공격 포인트 50개를 달성한 선수들은 여럿 있었다.
하비에르 카세로, 앙헬 몰리야도 50클럽에 가입한 선수긴 하지만 유지우에게 시선이 몰린 건 ‘데뷔 시즌’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었다.
데뷔 시즌에는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었으니까.
[역사적인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이 라봄보네라를 찾았군요.] [데뷔 시즌에 이런 폼을 보여준 선수는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요.]필드 외곽은 출입증을 목에 건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엄청 치열하네.”
경기는 치열했다.
“당연하지, 플라멩구는 어떻게든 이겨야 하니까.”
고작 1점 차이의 벼랑 끝 승부.
그렇기에 2점 3점, 벌어졌을 때보다 더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삐—익!
수도 없이 울리는 휘슬.
퍼—억!
어디 한 곳 부러질 각오로 몸을 날리는 선수들.
필드 위는 축구 경기장의 탈을 쓴 전쟁터였다.
[거칠어도 너무 거친 경기! 벌써 카드가 여러 장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득점이 나오지 않고 있지 않습니다. 보카의 수비도 그렇고 플라멩구의 수비도 그렇고 조직력이 상당히 좋아 보이네요.]3 – 5 – 2 전술로 나온 플라멩구는 라인을 올려 파상 공세를 펼쳤다.
브라질리언들의 화려한 개인기가 필드 위를 수놓았다.
플라멩구는 브라질 리그(캄페오나투 브라질레이루 세리이 A)에서 리그 3위를 할 만큼 뛰어난 공격력을 가진 클럽이라 슈팅 하나하나가 날카롭게 보카 주니어스의 골문을 위협했다.
[구스타보의 크로스으으으으으! 필리페 베리오가 쇄도하면서 몸을 눕힙니다! 시저스 킥!]빠른 크로스를 보며 시도한 시저스 킥.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임팩트 부분이 엇나가며 볼은 골대에서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아아아아! 좋은 시도긴 했지만! 관중석으로 향하는 볼! 필리페 베리오가 너무 무리했습니다.] [저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합니다. 두 클럽의 종합 스코어 차이가 얼마 나지 않기에 플레이 하나하나 신중하게 해야 하는데… 플라멩구의 공격이 급하네요.]0 – 0으로 끝난 전반전.
팽팽한 균형을 유지한 채, 후반전이 시작됐다.
보카 주니어스는 라커룸 대화에서 맞춘 대로 사이드로 볼을 전개하는 비율을 높였다.
뻐—엉!
앙헬 몰리야 / 훌리안 마르티네즈 / 하비에르 카세로.
중원 3인방은 디에고 로시와 유지우에게 볼을 집중적으로 보냈다.
플라멩구도 눈만 달린 바보가 아니기에 그것을 눈치채고 측면 압박 빈도를 높였다.
타다닷-!
유지우는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협력 수비도 두 명… 아니 세 명 이상이다. 반칙을 하는 데 거리낌이 전혀 없어.’
제쳐도 제쳐도 반칙으로 끊는 것까지 제칠 순 없었다.
그들은 카드를 받는 걸 망설이지 않으며 몸을 날렸고 유지우의 돌파를 끊어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데뷔 시즌 50개 공격 포인트.’
그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 * *
[유에게 집중 견제를 하는 플라멩구! 50개 공격 포인트 달성을 내줄 수 없다는 의지가 중계석까지 전해집니다!]유지우 근처에 모기처럼 맴도는 선수들을 보고 하비에르 카세로는 왼쪽 사이드의 디에고 로시에게 패스를 보냈다.
타악.
디에고 로시는 높이 오는 패스를 안정적으로 잡았다.
볼을 받는 것과 동시에 앞을 막는 선수를 스텝 오버로 제치고 지나가려는데 유니폼이 잡히고 말았다.
꽉.
삐—익!
[급한 나머지 손이 먼저 나갔군요. 디에고 로시가 뒤로 넘어졌고 플라멩구의 왼쪽 측면에서 프리킥이 주어집니다!]직접 슈팅으로는 연결하기 까다로운 지역이었다.
“괜찮아?”
“네.”
“잘했다. 뒤로 넘어지는 거 되게 실감 났어.”
앙헬 몰리야의 말에 디에고 로시는 움찔했다.
“…어떻게 알았어요?”
유니폼을 잡혀 넘어지는 건 일부러 한 행동이었다.
“너처럼 밸런스 좋은 녀석이 유니폼 살짝 잡혔다고 뒤로 넘어가는 걸 쉽게 믿는 게 멍청한 거지. 봐봐, 너 유니폼 잡은 애 얼굴.”
스윽.
“얼마나 분하면 저렇게 빨개지냐?”
디에고 로시는 밸런스가 좋아 넘어지지 않는 걸로 유명했다.
“시원하긴 하네요.”
“…우리 루키들은 왜 이렇게 잘하는 게 많은 거야? 하루하루가 새롭다 진짜.”
“그러면 전 위치로 갈게요.”
“알았어.”
키커는 하비에르 카세로와 앙헬 몰리야가 서서 주변을 살폈다.
골키퍼는 두 사람을 보며 잔뜩 긴장했고 수비벽에 계속 지시를 내리며 위치를 바꿨다.
[두 선수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전개를 할까요?]사인을 내리고 최종 키커로 선점된 건 하비에르 카세로였다.
그리고 앙헬 몰리야는 선수들이 모인 문전 앞으로 들어갔다.
일자로 서 있던 선수들이 하비에르 카세로가 움직이자 일제히 라인으로 침투했고 플라멩구 선수들도 들어갔다.
그러나.
그건 미끼였다.
[어어어어어어어!]모두가 들어갈 때, 반대쪽에서 마크를 따돌리며 돌아 나오는 한 선수.
하비에르 카세로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이 아닌 밖으로 돌아 나간 유지우의 앞쪽 공간으로 볼을 밀어줬다.
적당한 세기.
알맞은 거리.
슈팅 때리기 딱 좋은 패스였다.
뒤쫓아오는 선수와 격차를 더 벌린 유지우는 볼을 잡아놓지 않고 왼발 논스톱 슈팅을 때렸다.
뻐-엉!
왼발로 감아서 찬 슈팅은 밖으로 나갈 듯하면서 골대 왼쪽 상단으로 빨려 들어갔다.
철렁.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절묘한 코스.
그렇게 유지우의 한 시즌 통산 49번째 공격 포인트가 만들어졌다.
[완벽하게 약속된 플레이! 하비에르 카세로와 유의 호흡이 제대로 들어맞으며 오늘 경기 첫 번째 득점이 나옵니다!]골을 넣은 유지우는 가슴에 있는 엠블럼에 키스하곤 포효했다.
[이것으로 49번째 공격 포인트를 달성하는 유! 50개 공격 포인트까지 이제 단 하나만을 남겨 놓았습니다!] [제가 다 떨리네요. 이제 단 하나입니다. 단 하나의 공격 포인트만 더 올리면! 유의 이름으로 아르헨티나 리그 역사가 새롭게 쓰입니다!]사람들은 흥분에 휩싸였다.
‘드디어 50개를 달성하는 건가?’
최연소 50클럽 가입이라는 역사까지 이제 단 한 걸음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