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65)
필드의 외계인-65화(65/404)
제65화
라봄보네라에는 클럽 응원가 ‘Los guerreros de Boca(보카의 전사들)’가 울려 퍼졌다.
응원가가 시작된 서포터즈석에선 유한우와 식당 직원들, 그리고 알리샤의 가족들도 함께였다.
“사장님, 구독자 금세 늘어났네요? 저번 주에 봤을 때만 해도 21만이었는데.”
“엊그제 30만 넘었어.”
“…이렇게 급격하게 늘어나는 게 말이 되나? 어떻게 생각해? 다니엘.”
“사장님 요리도 요리인데 유의 효과가 크잖아.”
“다 우리 아들이 잘나서 그런 거 아니겠어? 하하하하하하!”
아르헨티나 리그는 국내 중계권이 없었다.
그래서 유한우는 유지우가 나오는 경기를 구단의 허락을 받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매 경기를 중계했고 입소문 타며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났다.
– 셰프님 또 아들 자랑 시작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에스파냐어는 몰라도 너튜브 많이 본 사람들은 익숙한 말투.
– ㅇㅈ ㅋㅋㅋㅋㅋㅋ 갓지우 칭찬할 때는 목소리 톤이 평소랑 달라지심 ㅋㅋㅋㅋㅋㅋㅋ
– 아르헨티나 리그 처음 보는데 공수 템포가 진짜 빠르다. 순식간에 전환이 되네.
– 세계에서 가장 거친 리그 중 한 곳이잖아.
– 데뷔 시즌에 49번째 공격 포인트 실화?
– 아…. 왜 이런 명경기를 TV에선 중계를 안 해줘? 한국 국적으로 아르헨티나 축구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생겼는데?
– 중계권이 없잖아.
– 빅리그에 비해서 남미 리그는 그다지 수익이 나지 않으니까 방송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을 듯.
국내 방송사들도 유지우가 대기록을 세우는 걸 찍고 싶었지만, 리그의 동의를 받아내진 못했다.
– 이거 보고 있으니까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것도 보고 싶음.
– 프리미어 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난 조금 어렵다고 보는데?
– 진짜 열일곱 맞냐?
– 한국 나이로는 18세임.
– 아니 말이 안 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나이에 저런 경기력이 말이 되냐고 무슨 인생 2회 차냐?
– 저 정도 하려면 2회 차로는 부족하고 다 회차는 해야 할 듯 ㅋㅋㅋㅋㅋ
– 50개 넘고 100개 가즈아아아아아아아!
언젠가 달성될 새로운 역사.
사람들은 그게 오늘이 되길 간절히 원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 * *
70분.
플라멩구는 동점을 위해 필드 이곳저곳을 누볐다.
화려한 플레이로 위협적인 장면이 나오긴 했지만, 보카 주니어스 수비진이 몸을 날리는 헌신적인 수비로 막아냈다.
그러던 중.
플라멩구의 강한 압박에 실수가 나오고 말았다.
순간적인 패스 실수를 골키퍼가 처리하려고 했는데 플라멩구의 스트라이커가 조그마한 틈새를 뚫어내며 쇄도했다.
[제르베르투! 제르베르투우우우우! 골키퍼마저 제치고 슈우우우우웃!]완벽한 기회.
누구나 골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은 상황.
타다다닷-!
어느새 골키퍼의 뒤로 이동한 에르네스토 게레라가 다이빙을 하며 안면으로 볼을 궤적을 틀어 골문 밖으로 나가게 만들며 엄청난 세이브를 보여줬다.
– 와아아아아아아!
엄청난 수비를 한 선수에게 쏟아지는 관중들의 환호.
“으아아아아아!”
그리고 수비에 성공한 에르네스토 게레라는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로 포효했다.
[공격만큼이나 수비도 견고한 보카 주니어스! 그 중심엔 바로 이 선수! 에르네스토 게레라가 있습니다!]수비수를 하기에는 작은 키.
그런데도 그가 당당히 주전으로 버티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
수비수에게 꼭 필요한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활약 속, 스코어는 여전히 보카 주니어스가 1 – 0으로 앞서고 있었고 관중들이 원하는 건 승리 말고도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데뷔 시즌 공격 포인트 50개 달성.’
그 역사를 자신들의 눈으로 보고 싶었다.
“아!!!”
그러나 계속해서 플라멩구의 더러운 술수로 흐름이 끊기자 참던 화를 터트렸다.
“젠장! 저것들은 레슬링을 할 거면 링에서 하라고!”
“주변 놈들은 뭐 하는 거야! 유를 도와줘! 너무 혼자 있잖아!”
“내가 이래서 브라질 놈들을 싫어해! 비겁한 놈들!”
특히 유지우를 밀착 마크하는 왼쪽 풀백 아르투르 얀의 플레이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반전부터 꾸준한 비신사적 플레이.
일부러 유지우를 흥분하게 해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아르투르 얀은 전반전에 카드를 받았는데도 플레이에 거침이 없네요.]아르투르 얀은 이미 전반전에 유지우에게 백태클을 하며 카드를 한 장 수집한 상태였다.
만약 카드를 한 장 더 받게 되면 그대로 퇴장이 되는 상황에서도 쉬지 않고 압박을 가했다.
퍼—억!
어깨로 밀며 넘어트리고.
꾹.
주심이 안 보는 틈에 발을 밟는 등 집요하게 괴롭혔다.
“XXXX!”
입에서 쓰레기가 나오는 건 기본 옵션이었다.
당하던 유지우는 한 가지를 생각했다.
귀찮게 하는 선수를 사라지게 할 방법을.
꽉.
아르투르 얀은 돌파하는 유지우의 유니폼을 잡아서 속도를 늦추려고 했다.
유니폼을 뿌리치고 달릴 수 있는데도 유지우는 아르투르 얀이 내딛는 다리를 주시했다.
전반전부터 끊임없이 관찰한 버릇.
그건 꼭 태클이 나오기 직전에 다리를 오른쪽부터 깊게 내디딘다는 거였다.
그 스텝에 맞춰 유지우는 일부러 다리에 걸리는 자세를 취했다.
‘됐다.’
완벽하게 걸린 다리.
넘어질 세기는 아니었지만, 아르헨티나에서 배운 걸 활용했다.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
넘어지면서 다리를 붙잡고 고통스러움에 몸부림쳤다.
“으아아아아악!”
주심은 휘슬을 불며 달려왔다.
삐—-익!
[아아아아아! 아르투르 얀의 더러운 손에 또다시 유의 돌파가 막혔습니다!]척.
주심의 주머니에서 카드가 나왔고 아르투르 얀은 거세게 항의했다.
“아니! 얘가 스스로 넘어진 거예요! 전 아무 짓도 안 했다고요!”
플라멩구 선수들이 달려오며 항의를 하자 주심은 VAR 체크에 들어갔다.
아르투르 얀은 여전히 분한지 씩씩거리며 유지우를 노려봤고 잠시 후, 주심의 판정이 내려졌다.
척.
손에 들리는 레드카드.
아르투르 얀의 퇴장이 선언됐다.
[이것으로 퇴장이 선언되는 아르투르 얀! 선수들이 주심에게 항의해 보지만! 소용없습니다!] [VAR 체크까지 들어가서 나온 판정을 뒤집을 수는 없죠.]퇴장이 확정되자 유지우는 자리를 털며 일어났고 하비에르 카세로가 다가와 슬며시 웃었다.
“연기가 나날이 좋아진다?”
“갈고닦는 중이에요.”
가뜩이나 쫓아가야 하는 때, 한 명이 이탈하자 플라멩구의 추격 의지는 꺾였다.
* * *
80분.
전반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오던 플라멩구 선수들은 보카 주니어스 선수들보다 체력이 먼저 떨어졌다.
“허억….”
숨소리는 점점 커졌다.
툭.
툭.
보카 주니어스는 원터치 플레이로 플라멩구의 남은 체력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체력이 아닌 정신력으로 버텨야 하는 시간.
체력이 바닥나면서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진 플라멩구는 보카 주니어스의 전방 압박으로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실수하고 말았다.
[아아아! 볼을 놓치는 제메르송! 쫓아가서 잡으려고 하지만!]타다다다닷-!
한 선수가 바람을 가르며 한 마리의 맹수처럼 나타났다.
투-욱!
제메르송이 발을 뻗는 순간, 간발의 차로 유지우가 먼저 볼을 터치했다.
[유! 시야 밖에 있다가 순식간에 폭발적인 속도로 볼을 잡아냅니다! 놀라운 스피드! 제메르송이 따라가질 못합니다!]볼을 앞으로 쭉 치고 달렸다.
제메르송도 발이 꽤 빠른 선수라 필사적으로 쫓아왔다.
[골대와 가까워지는 유! 리카르도 메사가 뒤에서 따라오지만! 조금 늦습니다!] [유가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요! 앞에는 세 명의 수비수가!]골을 넣는다면 50개 공격 포인트를 달성하는 거라 관중들은 골대와 가까워질수록 한두 명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휙.
첫 번째로 스텝 오버.
탁, 타닷!
두 번째는 라 크로케타.
투-웅!
세 번째는 상대의 키를 넘기는 솜브레로.
– 와아아아아아아!
화려한 개인기에 세 명의 선수가 물 흐르듯이 벗겨지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더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골대와의 거리는 5m! 4m! 3m!]해설위원들도 흥분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남은 건 골키퍼 한 명.
스윽.
유지우는 침착하게 골키퍼를 보더니.
투욱-!
땅볼로 다리 사이를 노렸다.
골키퍼는 황급히 다리를 좁혔지만, 볼은 이미 다리 사이를 통과한 뒤였다.
철렁.
그대로 흔들리는 골망.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폭발하는 관중.
보카 주니어스의 전매특허 ‘아발란차(Avalancha)’ 세리머니.
관중석에서 일어난 눈사태는 필드로 당장이라도 넘어올 것처럼 요동쳤다.
타다다닷-!
그리고 유지우는 가슴에 있는 엠블럼에 키스하곤 광고판에 올라가 관중석으로 넘어가고 싶었지만, 유리 벽이 있어 그러지 못했다.
“유!!!!!!!!!!!!!!!!!!!!!!!!!!!”
관중석과 가장 가까운 곳까지 가서 포효하자 관중들은 유리 벽에 붙어서 소리를 질렀다.
[유의 완벽한 돌파에 이은 득점! 그리고 광고판을 넘어 관중석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갑니다!] [그리고! 그리고! 드디어 이것으로 유의 공격 포인트 50개가 마침내 달성됩니다! 데뷔 시즌에 이 기록을 세운 선수가 누가 있었습니까! 이렇게 보카의 역사에 이름을 새기는 유! 그의 나이는 겨우 열일곱입니다!]세리머니를 마친 뒤에 광고판을 넘어오자 기다리던 선수들이 덮쳤다.
“내 사라아아아아앙!”
“유우우우우! 진짜! 진짜! 난 네가 해낼 줄 알았다고!”
“와아아아아아아아!”
“이러다가 내년에 200개 공격 포인트 달성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리카르도 메사는 제일 앞장서서 유지우를 붙잡았다.
“얘들아! 들어!”
말이 떨어지자 선수들은 일제히 유지우의 주위에 모여 붙잡았다.
“올려!”
그리고 헹가래를 쳤다.
[이제 더 이상 보카의 어린 왕자가 아닌! 보카의 황제로 즉위하는 유!] [보카 주니어스의 팬들은 새롭게 탄생한 황제를 향해 열렬한 지지를 보내줍니다!]이때를 기다렸는지 대형 전광판에도 숫자 50과 유지우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렸다.
“…아니 이걸 또 언제 준비했대.”
그와 동시에 들리는 응원가.
[한 걸음을 내디딜 때는 두려움을.두 걸음을 내디딜 때는 환호를.
세 걸음을 내디딜 때는 승리를!
길을 비켜라, 그리고 무릎을 꿇어라.
새로운 왕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며 찬양하라!
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
우리의 새로운 왕 유에게 경배를!]
역사를 쓴 유지우는 관중들에게 박수를 보내주며 자신의 포지션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88분.
보카 주니어스 벤치 쪽에선 마지막 남은 교체 카드를 쓰며 유지우를 교체해줬다.
[어? 시간이 거의 다 흘러갔는데 유를 교체하는군요?] [배려가 담긴 교체로 보입니다.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에 축구 역사에 이름을 새겼으니 관중들에게 축하받으며 나오라는 배려가 아닐까요?]해설위원들의 예상대로 새로운 역사를 쓴 날이니, 관중들에게 축하받으라는 세바스티안 란첼라의 배려가 담긴 교체였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라인 밖으로 나오자.
“유.”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유지우를 부르며 다가가 꽉 안아줬다.
“네가 나의 No.1이다.”